네가 꼭 알았으면 해!


'Beirut'

#2. 네가 꼭 알았으면 해 'Beirut'

'말로 설명하기 어려운 순간들이 있다.'


  말로 설명하기 어려운 순간들이 있습니다. 이를테면 내가 좋아하는 작가의 어느 책 제목처럼 4월의 어느 맑은 아침에 100퍼센트의 여자를 만났을 때라든지, 아니면 파리의 오랑주리 미술관 Musee de l'Orangerie에서 클로드 모네 Claude Monet의 수련 Nympheas을 처음 봤을 때. 가장 아래에서 위까지 감정이라는 것이 차오르는데 도무지 표현할 수 있는 단어나 문장이 떠오르지 않는 순간들. 알 수 없는 긴장감과 감동에 사로잡혀 시간이 멈춘 것만 같고, 마음속에서 몽글몽글한 구름 하나가 생겨나는 이 기분, 누구에게나 한 번쯤은 그런 순간들이 있을 겁니다. 나의 경우는 그럴 때마다 그대로 자리에 주저앉아 알 수 없는 울음을 터트린 적도 있었던 것 같습니다.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언어와 단어를 알고 있다면 울지 않을 수 있을까요? 그렇다면 일단 설명이라는 것을 할 수 있을 테니 모네의 수련을 만났을 때 나는 울지 않고 웃을 수 있었을까요? 이것도 설명하기 어렵기만 하니 어쩌면 이런 순간들의 연속이 우리에게 주어진 운명일지도 모르겠습니다.

'불편한 진실'


  하지만 이 세상이 가진 불편한 진실을 우리는 알고 있습니다. 그것은 바로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단어를 알고 있다고 하더라도, 결국 말로 설명하기 어려운 순간들은 분명히 존재한다는 것일 테죠. 음, 사랑이라는 감정을 한 번 같이 살펴보죠. 우리는 누군가를 사랑합니다. 하지만 과연 그것이 '사랑', 그 단어로 충분하던가요? 나는 그렇지 않았습니다. 나의 사랑은 단어는 같았을지라도 언제나 달랐습니다. 사랑하는 대상도 달랐기에 내 감정도 분명히 달랐습니다. 내가 지금 느끼는 이 감정을 그저 그 단어로 밖에 설명할 수 밖에 없는 불편한 진실이 뼛속까지 억울할 때도 있었습니다. 하지만 그 단어를 더 많이 사용했던 것 같습니다. 내가 아는 단어 중에서는 그것이 말할 수 있는 '최대'였으니깐요.


  우리는 이런 불편한 진실들을 가지며 살아갑니다. 단어는 필연적으로 의미를 가지기에 우리가 지금 바로 느끼는 이 감정을 온전히 담기에는 한계가 있습니다. 그렇지만 그래서 산다는 것이 재미있게 느껴지기도 합니다. 그 한계는 우리에게 '말로 설명할 수 없는 순간' 그리고 삶에서 잊을 수 없는 명장면으로 남을 테니 말이죠.

'네가 꼭 알았으면 해! ; Beirut'


  오늘 여러분들에게 소개하고 싶은 아티스트는 내게 그런 순간으로 남은 이들입니다. 가장 처음 이들의 노래를 들었을 때, 나는 알 수 없는 감정에 휩싸여 말 그대로 그렇게 한참을 넋을 놓았던 것 같습니다. 벅차올랐는지 전율을 느꼈는지 모르겠습니다만, 그냥 '말로 설명하기 어려운 순간'이었습니다. 우리가 자주 드는 그런 주류의 음악은 아니기에 고래를 갸우뚱할 수도 있겠습니다만, 분명 내게 그랬듯 여러분들에게도 신선한 충격으로 다가올 것이라 생각합니다. 음, 같이 한 번 들어보죠.


소개합니다. Beirut!

Track list


1. Postcard from Italy


2. Elephant Gum


3. Nantes


4. A Sunday Smile


5. Santa Fe


6. East Harlem


7. The Rip Tide


8. Gibraltar


9. No No No


10. August Holland


11. Perth


12. Gallipoli


13. Varieties of Exile

  Beirut는 미국 뉴멕시코 주의 산타페 Santa Fe 출신인 싱어송라이터 잭 콘돈 Zach Condon의 원 맨 밴드로 시작해서 지금은 열 명으로 확장된 뮤직 프로젝트입니다. 한 가지 놀라운 사실은 이 밴드의 악기, 연주, 작사/작곡과 보컬까지 거의 모든 작업이 콘돈의 손에서 이루어진다는 것. 가히 '잭 콘돈과 아이들'이라고 불려도 무방한 밴드입니다. 흔히 많은 사람들은 이들의 음악적 기반을 집시 음악 혹은 발칸 음악이라고 이야기하는데, 콘돈은 저널리스트들의 게으른 탓이라고 말한 적이 있습니다. 데뷔 앨범에서는 발칸 음악에 영향을 받은 것은 사실이지만, 이후에는 사운드와 편곡 면에서 많은 변화를 주었다고 하니 데뷔 앨범부터 최근 앨범까지 사운들의 변화를 생각하며 듣는 것도 하나의 재미가 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Beirut의 음악은 어떤 장르라고 설명하기에는 어렵습니다. 음악적인 색채, 악기의 사용이라든지 사운드 그리고 편곡 등은 그가 영향을 받은 음악들에서 드러나기도 하지만, 그것이 바로 그 장르이다고는 말하기 어렵습니다. Beirut의 음악은 그저 'Beirut의 음악'이라고 밖에 달리 표현할 수 밖에 없습니다. 실제로 이 밴드의 곡에 매료되면 한동안은 그런 흔해빠진 음악들은 귀에 들어오지 않을 수도 있으니, 미리 경고의 말씀을 드립니다. 어쩌면 오늘 우리가 말한 '말로 설명할 수 없는 순간', 그것과 가장 닮아있는 음악이라고 해도 좋을 것 같습니다.


  이들의 음악이 여러분들에게 바로 그 순간으로 남기를 바랍니다. 그리고 그 소리를 따라가다 보면 여러분들 인생의 명장면에 닿을 수도 있을 겁니다. 그럼 행운을 빕니다.


Editor  김남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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