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 팬데믹의 공간 ep.02
사라지고 잊혀진 것들은 한 곳에 모여 티타임을 가진다 : 예지동

때때로 알지 못하고 지나쳤던 것들에 대해 아쉬워하지 못하곤 한다. 제대로 알지 못하거나 미처 알지 못했거나. 못한다는 것은 무엇으로 귀결될 수 있을까. 결국 기억으로까지 이어지지 못하고 길이 끊기고 말 것이다. 그렇기에 기억이 반복되지 않는 공간은 어떤 방식으로 시간 속에서 자리매김 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이다.

 예지동은 현재 '세운 4구역' 재개발이 시동된 공간으로 이전의 모습들이 많이 남아있진 않다.


공간이 통째로 사라져버리는 것은 가능할까. 재개발이 진행되고 새로운 보도블럭이 깔 리고 아스팔트와 콘크리트들이 들어찬 공간은 '이전의 모든 것'이 없어질 것인가. 그렇다 면 '이전의 모든 것'은 무엇으로 엮여 추상적인 시간적 개념 속에서 통용될 수 있을까. 종종 찾는 예지동은 방문할 때마다 한 가게 씩 문을 닫곤 한다. 지난 주에는 분명 있었 던 조명 상가의 빛들이 오늘은 밤이 찾아온 것처럼 어둡다. 사람의 손이 거친 공간은 아무리 깔끔하게 정리하고 떠나려 해봐도 손길이 남아있다. '이전의 모든 것'은 '현재의 폐기물'이 되어 길을 메운다.

예지동은 건물의 정문과 후문을 통해서 모든 골목과 골목이 이어져 있다.


그렇지만 아무도 없는 폐허의 공간은 아니다. 분명히 길을 닦는 손들이 무수히 존재하고 움직이는 손들은 공간을 무대로 만든다. 관객이 떠나고 난 뒤에 무대라고 이제 그 역할을 수행할 수 없게 되지는 않는다. 새로운 공연을 위해 무수히 많은 손들은 바닥을 닦고 풀어진 커텐 줄을 조이고, 조명을 설치한다. 때로는 한 명의 관객도 오지 않는 상연이 될 수도 있겠지만 손들은 여전히 움직인다. 언젠가 찾아올 관객을 위해서 말이다. 잊혀지지 않으려는 손들은 누구보다 투박하고 손금의 심도가 짙다.

예지동 시계 골목에는 사물만 있는 것이 아니다. 벽에는 무수한 실외기가 붙어 있고 그것은 손이 존재함을 증명한다.


시간은 손들이 견디기에 강력하다. 거센 파도 앞에 서 있는 어린 아이처럼 무력해지고는 한다. 강풍으로 인해 찢어진 돛은 만들어지고 처음으로 의도치 않는 여행을 떠난다. 태평양에서 대서양으로 심지어 깊은 바다까지 잠수를 마치고 남극까지 갈 수 있다. 어디 까지나 의도치 않았다는 점에서 그 여행은 꽤 큰 여독을 부여한다. 예지동의 소상공인들은 가판대를 가게 앞에 펼쳐놓고 계속해서 일을 한다. 손이 쉬지 않고 특정한 사물들을 어루만지고 있다. 1의 손은 시계를 만지고 2의 손은 카메라 렌즈를 닦는다. 3의 손은 미처 주인을 찾지 못한 캠코더의 바디를 살펴본다. 멀리서 커피와 음료들을 가득 실은 카트가 등장한다. 손들은 골목과 골목에서 모여 티타임을 가진다. 티타임이라는 달콤함에 빠져 오랜 여독을 풀 수만은 없다. 손들은 나왔던 골목으로 다시 돌아가 사물을 만진다.

예지동 "세기사" 사장님의 손


"코로나 이후로 우리 뿐 아니라 소상공인들은 모두 지쳐있다. 찾아오는 손님이 확연히 줄었다." 오래된 것은 종종 삐그덕거린다. 오래되고 낡아서가 아닌 관리를 못해준 내 손 탓이다. 풀려버린 나사를 조이고 먼지를 불어내면 다시 힘을 받아 걸을 준비를 마칠 수 있다. 예지동 시계 골목의 초입에는 "세기사"라는 카메라 수리점이 있다. "약 43년 정도 카메라를 만졌다. 카메라가 좋았고 어렸을 때부터 카메라를 만지다 보니 이렇게 시간이 지났다." 필름 카메라는 사라지고 잊혀질 것들을 오래전부터 담아 왔다. 손에서 손으로 1의 손에서 2의 손으로 넘겨지고 넘겨진 카메라들은 한 곳에 모여 기다리고 있다. 시간을 알려주는 시계의 골목에는 시간을 담아줄 카메라도 존재해왔다. 닫힌 문과 문. 무너지는 벽과 벽 사이에서 지키고자 하는 손들의 움직임은 길을 더 단단하게 만든다. 예지동의 벽은 내일도 손들이 들어찰 것이다.

시간을 판매하는 길 초입의 시계는 더 이상 작동하지 않았다. 하지만 분명히 시간은 흐르고 있다.


손은 하루 동안 셀 수 없을 만큼 닦고 조인다. 밤이 오면 내일을 위해 문을 닫고 집으로 향한다. 늘  보이는 청계천의 느티나무들은 바람을 맞아 흔들리기 시작한다. 오늘 손이 본 느티나무는 내일 볼 느티나무와 다를 것이다.  내일의 느티나무는 어제보 다 더 오래된 것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더 단단해진 채로 내일을 맞이할 것이다. 손은 내일 아침 다시 예지동으로 돌아올 것이다. 사라지고 잊혀진 것들은 한 곳으로 다시 모인다. 그곳에서 티타임을 가지기 위해서라도 손은 쉬지 않는다.


Editor  오성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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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atch Ball


일상속에서 늘 함께하는 브랜드 캐치볼(Catch Ball)


"가장 신경쓰는 부분은 '품질'입니다. 어떤 원단과 어떤 소재를 적용해야

튼튼하고 편안하게 신을 수 있을지 고민을 가장 많이 하고 있습니다."

Q.  자기소개와  Catch Ball(캐치볼) 소개


A.  안녕하세요. 신발 브랜드 Catch Ball(캐치볼)을 운영하고 있는 이경민이라고 합니다.


Q.  반스, 컨버스 등 기존의 벌커나이즈드 신발 시장을 주름잡고 있다고 생각하는데, 대형 브랜드들과의 남다른 차별점


A.  반스나 컨버스가 벌커나이즈드 신발 시장을 주름잡고 있지만 이미 컨버스나 반스 두 브랜드들은 오랜 역사와 전통이 있습니다. 하루아침에 지금의 브랜드가 이뤄진 건 아니라 세계시장 중심에 있는 건 당연한 것 같고, 그들과 다른 차별점은 작지만 새로운 로고나 브랜드에게 관심이 가는 건 어쩌면 당연한 심리인 것 같습니다. 물론 제품의 디자인이나 브랜드 이미지가 완성도 높아야 되는 건 당연해야 하는 것 같고요. 소량의 디자인에 사람들이 원하는 소재, 기능, 그리고 서비스를 즉각적으로 반영하여 빠르게 새로운 시도를 해볼 수 있는 특징이 있습니다.


Q.  최근에 아이들과 함께 신을 수 있는 캐치볼 키즈 제작 및 의류, 브랜드 협업 등 다양한 제작 단계에 있어서 신경 쓰는 부분과 디테일


A.  가장 신경 쓰는 부분은 '품질'입니다. 어떤 원단과 어떤 소재를 적용해야 튼튼하고 편안하게 신을 수 있을지 고민을 가장 많이 하고 있습니다. 신규 제품과 협업의 기준도 브랜드가 필요에 의해서 자연스럽게 결정되는 것 같습니다. 아이들의 신발은 제가 아이가 있어서 제작하게 되었고, 협업한 홈그라운서플라이의 대표님도 아이가 있었기에 가족이 함께 입을 수 있는 티셔츠가 나오게 되었습니다.

Q.  캐치볼만이 제공하는 혜택이 있다. 무료 수선, 무료 교환, 무료 반품. 제작과 판매자 관점에서 보았을 때 쉽지 않은 선택이었을 것 같다. 이 혜택들을 확정 짓기까지의 에피소드가 있다면


A.  첫 번째는 양말 브랜드 1507의 홀삭스 대표님의 영향입니다. 현업의 선배로서 온라인 시장에 먼저 성공적으로 자리를 잡아 놓은 상황에서 저희의 부족한 점을 얘기해 주신 것들을 그대로 적용했습니다. 온라인 비즈니스와 장사에 대한 개념에 대해 많이 배웠고, 소비자들이 원하는 게 어떤 건지에 대한 생각을 많이 하게 되었습니다. 두 번째는 소비를 많이 해보면서 소비자 입장에서 필요로 하는게 뭔지 생각해보고, 그 경험들을 저희 브랜드에 적용을 많이 시켜보고 있습니다.


Q.  '어떠한 물건은 그 시대의 상황을 반영합니다.' 캐치볼의 소개들을 발췌했다. 물건 저마다의 고유의 상황을 적용하는 경우가 많은데, 현재 캐치볼이 지금의 시대를 반영하는 어떠한 물건을 꼽자면?


A.  1950년대에 살아보지 않았지만 1950년대를 강조하는 이유는 그 당시 만들어졌던 의류, 가구, 기계들을 보면 지금 사용해도 전혀 이상이 없고 오히려 자연스러운 것들을 보며 이러한 제품들처럼 시간이 지나도 아름다울 수 있는 제품을 만들고자 합니다.


  저희 회사 브랜드 디자인을 맡아주는 '캘리브랜드'의 소장님의 사무실 벽에 붙어있던 글귀가 생각납니다. '정말로 완벽한 것은 오히려 모자란 듯 보입니다. 아무리 사용해도 망가지거나 부서지지 않고 바닥을 드러내지 않습니다.'라고 적혀있던 글에는 완벽한 제품은 오히려 힘을 빼고 사용하면 할수록 질리지도 않는 그런 물건들을 의미하는 것 같습니다.

Q.  벌커나이즈드 공법으로 제조하는 방식은 어떠한가 대중들에게 캐치볼이 생각하는 벌커나이즈드의 매력과 제작자로서의 아쉬운 점이 있다면


A.  제품을 만들고 난 뒤 사람들에게 우리 제품의 어떤 가치 전달을 할지 고민을 했던 시간들이 저는 제조 현장에서 많이 영감을 얻었습니다. 요즘엔 물론 관심이 많으신 분들은 벌커나이즈드가 어떤 방식으로 만들어지는지 간접적으로 경험을 많이 해보셨을 거라 생각됩니다.


  실제로 제조되는 현장에서 만들어지는 과정을 보면서 정말 많은 사람들의 손을 거치고 수많은 부자재들이 제품에 적용되는 걸 보면서 제조되는 과정을 잘 전달해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아무래도 세계적으로 인건비가 저렴한 곳으로 이동하게 되고 국내에는 수요가 없어져 몇 개 공장이 남아있지 않습니다. 


  중국 베트남과 같은 곳에는 아무래도 세계적인 기업들이 주문을 많이 하기에 부자재나 자재들이 최신식이고 현재 한국에는 오래전부터 사용하던 기계들이라 노후가 많이 되어있습니다. 일본의 경우 높은 인건비와 제품임에도 불구하고 높은 품질과 브랜드의 역사로 자국에서의 소비가 많이 이뤄지는 덕분인지 오랜 역사를 가진 제조공장이 있습니다. 후에는 더 좋은 시설과 자재들이 있는 곳에서 멋진 제품을 제조해 보고 싶습니다.

Q.  캐치볼 브랜드를 운영하면서 타 브랜드의 신발도 무수히 많이 신어보고 분석해 보았을 것 같다. 기억에 남는 스니커들이 있는가?


A.  어떤 장르나 브랜드를 가리지 않고 많이 사 보고 구입해 보고 있습니다. 그 당시 상황에 따라 영감을 준 스니커들이 많아서 하나만 고르긴 어렵지만 Jack Purcell(CONVERSE), Stan Smith(ADIDAS)와 같은 스포츠 선수들을 위해 디자인되었고 지금까지 사랑을 받는 제품들에 관심이 많습니다.

*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보다 확대된 이미지를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Q.   캐치볼 브랜드를 운영한지 1~2년이 되어 가며 생각보다 다채로운 제품군을 선보이고 있따. 그중에서 가장 애착이 가는 제품이 있다면


A.  캐치볼에서 처음 만든 Standard 모델의 화이트와 블랙 제품이 가장 많이 애착이 갑니다. 가장 힘든 시기에 간절한 마음으로 제작을 하게 되었고, 제 모든 초점이 이 하나의 디자인에 몰렸던 것 같습니다. 이 두 제품이 저를 신용불량을 해결하게 해주었고, 현재의 캐치볼이 있는 초석이 될 수 있었습니다.


Q.   캐치볼 앞으로의 행보에 대해서 살짝 공개해 준다면


A.  초심을 잃지 않고 꾸준하며, 한결같은 브랜드가 되고자 합니다. 사람들의 요청의 귀를 기울여 제품에 적용시키고자 하고, 더 높은 품질의 제품을 만들고자 하는 방법에는 예산을 가리지 않고 투자하는 브랜드가 되도록 노력하겠습니다.


Q.   수제화 브랜드를 꿈꾸는 후배들에게 한마디


A.  어떤 브랜드를 만들기 전에 내가 정말 좋아하는 게 뭘까 고민해 보는 시간을 가지면 좋을 것 같습니다. 정말 신발이 좋아서 만드는 건지 신발을 파는 게 좋아서 브랜드를 만드는 건지 이 브랜드를 만들어 어떻게 하겠다는 구체적인 목표 설정이 중요합니다. 막연히 그냥 돈을 많이 벌겠다든지 불투명한 어떤 목표 설정은 브랜드의 가치관 확립에 문제점이 많습니다. 어떤 것에도 흔들리지 않는 가치관을 먼저 정립한 후 브랜드를 풀어나가면 방향 설정에 큰 도움이 됩니다. 처음 설립한 가치관을 끝까지 잘 유지하면서 멋진 브랜드를 같이 만들어가면 좋을 것 같아요.

매장 위치 : 대구광역시 중구 봉산문화길 15(봉산동) 1층 브러셔

온라인스토어 : https://catchball.kr/

인스타그램 : https://www.instagram.com/catchball.officia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