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CEFOURCLUB(에이스포클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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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CEFOURCLUB(에이스포클럽)


트럼프 카드 문양들이 빼곡한 간판은 복잡한 을지로에서도 단연코 눈에 들어온다. 과거의 흔적이 느껴지는 좁은 계단을 올라가니, 크게 이화다방이라 적힌 문짝이 보였다. 이화다방에서 읽히는 세월과는 다르게 내부는 근사하고 엔틱한 바 테이블이 자리잡고 있었다. 멋스럽게 수염을 기른 권민석 대표의 반가운 인사와 함께 대화가 시작됐다. 에이스포클럽은 단순히 만들어진 공간이 아니었다. 그렇기에 지금도 많은 이들의 발길이 오가지 않을까. 술부터 오브제, 인테리어까지 모두 이유가 있었다. 에이스포클럽은 술집이자 권민석 대표의 아카이빙 공간이다. 그가 들려주는 이야기를 확인해 보자.

ACEFOURCLUB / ⓒfake magazine

Q. 여행을 통해 교감해온 부부가 공간을 차렸다. 공간을 차리기까지 과정과 시작점에 대해 궁금하다.

A. 영국에서 공부하던 와이프와 자전거로 세계 일주 하며 사진집을 냈던 저는 서로의 취향이 잘 맞아 결혼을 했고, 결혼을 시작으로 앞으로의 삶에 대한 고민에서 시작됐어요. 둘 다 특별한 직업이 없는 상태이다 보니 현재 가장 잘하는 게 뭘까라는 질문을 했어요. 와이프는 패션 전공을 해서 미술적인 감각이 뛰어나 공간을 꾸미고 구성하는 걸 잘했고, 저는 술을 만들고 좋아하는 게 전부였지만 펍에서의 경험도 있었기에 이참에 우리만의 가게를 만드는 것에 도전하게 됐죠. 나만의 가게를 고민하고 상상하던 시기에 지금의 자리를 잡게 된 것이 에이스포클럽의 시작점이에요.


Q. 인쇄, 목공소, 도장, 조명 등 과거의 공업계열의 을지로 사이에서 언젠가부터 새로운 변화의 물결이 찾아와 단순한 간판을 걸고 기존의 공간을 간직한 채 새롭게 변화한 공간 을지로. 이곳을 택한 이유가 있을까

A. 용산과 삼각지, 익선동, 종로나 한남동, 해방촌 등 많은 곳에서 발품을 팔아 다녔어요. 다시 마음에 드는 공간이 없어 경복궁 근처인 집을 항해 돌아가다, 너무 더워서 주변을 둘러보니 위에 다방이 있더라고요. 지금에서야 레트로한 분위기가 형성이 잘 되어있어 젊은 사람들과 외국인들도 많이 방문하지만 그 당시에는 가본 적도 없고 관심도 없었던 공간이었어요. 그렇게 더위를 피해 들어간 곳이 에이스포클럽 이전에 자리 잡고 있던 이화다방이었는데 들어오자마다 여기다 싶었어요.

너무 마음에 드는 공간을 우연찮게 찾게 돼서 너무 흥분됐지만, 문제는 이 공간을 팔 의향이 없으실 수도 있고, 만약에 판매를 하더라도 금액이 맞지 않을 수 있잖아요. 그렇게 이 공간을 얻기 위해 공작을 펼쳤고, 이전 사장님과 반년간의 조율 끝에 계약한 공간이 이제 거의 5년이 넘어가네요. (웃음)

ACEFOURCLUB / ⓒfake magazine

Q. 에이스포클럽(acefourclub), 에이스포스튜디오(@acefourstudio), 에이스트리맨(@acetreeman) 등. 네 장의 에이스, 포카를 뜻하는 족보에서 따온 이름일까? 아니면 트럼프(포커) 카드, 에이스 슈트를 좋아하는 걸까? 네이밍은 어떠한 의미를 담고 있는가

A. 예전에 아버지가 카드 치시는 걸 되게 좋아하셨어요. 그래서 그런지 태몽으로 에이스 포카드가 나왔다고 자주 말씀해 주셨어요. 도박으로 치셨던 건 아니에요. 저희 아버지 세대들은 회사에서도, 놀러 가서도 자주 카드를 쳤던 때였으니깐요.(웃음) 태몽 이야기를 자주 듣다 보니 항상 머릿속에 에이스 포카드를 갖고 살았어요. 로열 스트레이트처럼 높은 패가 아니지만 어느 정도 괜찮은 패로서 살아가겠구나 싶었죠. 그렇게 탄생한 공간의 네이밍이 <Ace Four Club>이에요. 알고 보니 과거 영국에 <The Four Ace Club>라는 흑인 클럽이 있었는데, 가지고 있는 문화와 스토리가 저희와 잘 맞아떨어지기도 해서 상황에 따라 이야기하는 편이에요.(웃음)


Q. 60년간 운영되었던 이화다방의 아이덴티티를 계승한 이화다방의 5대째 주인, 에이스포클럽

A. 사실 4대째 이어온 이화다방의 다방 상호는 저희가 자리를 잡으며 끝나게 됐어요. 공간이 마음에 들어 이곳을 선택한 거였거든요. 에이스포클럽의 공간을 상상하며 계획한 것들도 있다 보니 대대적인 공사를 시작했어요. 공사의 중점은 을지로와 이화다방이라는 아이덴티티를 완전히 지우지 않는 거였어요. 과거부터 쌓여온 이 바닥재와 천장 등 부분부분의 기존 뼈대는 살리고 저희의 경험과 취향이 자연스럽게 녹아들어 지금의 에이스포클럽을 구성하게 됐어요.

이화다방의 이전 단골손님들을 위해서 이화다방의 출입문을 그대로 사용하기에 5대째 주인으로 불러주시는 분들도 계시지만, 정확히 따지자면 5대 주인이라기보다는 5대 세입자인 셈이죠. (웃음)

ACEFOURCLUB / ⓒfake magazine

Q. 세계 각지에서 공수해온 다양한 작품, 오브제들이 눈에 띈다. 에이스포클럽만의 분위기를 좋아하는 이들이 많은데, 인테리어나 공간을 준비하며 신경 쓰는 점 있다면

A. ‘닦고 기름 치고 조이자’라는 말이 있잖아요. 공간을 사용하면서 인테리어는 끝나지 않는 일이라고 생각해요. 그중 가장 신경 썼던 부분은 오랜 세월이 지나며 곂곂이 쌓인 바닥 데코타일을 모두 뜯어내는 일이었어요. 뜯어내고 나니 고급스러운 조각 타일 바닥이 나왔고, 바닥을 베이스로 기존에 있던 천장과 출입문을 살렸어요. 그 과정에서 에이스포클럽만의 공간을 구성하기 위해 노력을 많이 했고요. 애초에 원초적인 이유는 금액적인 이유도 컸어요. 예술은 가난으로부터 태어난다라는 신조를 가지고 기존의 이화다방의 이미지를 받아들이는 방향으로 초점을 맞췄죠.

공간의 오브제도 모두 다 나름의 의미를 가지고 있어요. 풍수지리적인 측면에서 저희 에이스포클럽은 남향에 화의 기운이 강한 공간이었어요. 그래서 덮어주기 위해 물고기 액자와 불을 잡아먹는 해치 등 나무, 흙, 물의 기운을 가져다줄 수 있는 오브제를 선택했어요.

이외 음악, 스피커 애호가들은 아실만한 HMV의 강아지 니퍼의 액자와 오브제. 해외에서는 가장 유명한 강아지일 거예요. 한국에서만 안 유명하더라고요. 그래서 저희 가게의 마스코트 역할도 톡톡히 해주고 있어요.

ACEFOURCLUB / ⓒfake magazine

Q. 을지로에서 가봐야할 바(Bar) 등 여러 매체에 소개되며, 다양한 손님들이 방문하고있다. 칵테일, 와인, 그리고 다양한 종류의 위스키를 판매하고 있는데 에이스포클럽에서 추천하는 음용 방법을 소개 부탁한다.

A. 저희는 일단 위스키가 메인인 바(Bar)는 아니에요. 위스키는 일단 고급술이잖아요. 그렇기에 싱글과 블렌디드, 버번 등 위스키에 대한 이해도를 가지고 깊은 맛을 이해하려고 방문하는 건 저희 에이스포클럽과는 맞지 않다고 생각해요. 저희는 술은 술일뿐, 먹었을 때 직관적으로 맛이 있고, 좋은 사람들과 좋은 음악이 나오는 공간이면 그게 전부라고 생각해요. 가볍게 즐기기 좋은 공간이라고 생각하기에 여러 칵테일과 하이볼을 추천드리고 있어요. 지난 5년간 하이볼 문화를 알리는데 되게 앞장서 왔다고 생각하고 있고요. 가성비 있게 위스키 단독으로 즐길 수 있는 엔트리급 위스키도 취급하고 있지만 메뉴판 처음 장에서도 확인할 수 있듯 하이볼로 위스키를 즐겨보시는 걸 추천드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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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또 하나의 브랜딩으로 괴근식물 일지와 식집사, 그린 라이프를 선보이는 에이스트리맨. 식집사도 개성있는 카테고리인 괴근식물을 택했다.

A. 성인이 되고 나서부터 식물을 계속 곁에 두고 살았어요. 점점 깊게 관심이 생겨서 분재도 직접 했는데, 점점 즐긴다기보다는 죽을까 봐 걱정하면서 휘둘려서 살았었죠. 그러던 와중에 식물을 좋아하는 지인 집에 놀러 갔다가 나름 식물에 대해서 많이 안다고 생각했는데 괴근 식물을 그때 처음 접했어요. 형태가 너무 충격적이었고, 손도 덜 갔어요. 인테리어에도 관심이 많아서 빈티지 사업도 했었는데, 빈티지나 유명 디자이너 가구를 접할 땐 사실 누구나 돈만 있으면 살 수 있잖아요. 식물은 그런 분야가 아니거든요. 애정이 있어야 하고 식물로서의 기능뿐만 아닌 소품으로서도 충분한 기능까지 해주거든요. 식물도 그렇지만 특히 괴근 식물은 굉장히 매력적인 서브컬처 인 것 같아요.


Q. 팟을 직접 제작하기도하고, 의류 제작과 팝업 및 전시에도 앞장서고 있다. 에이스트리맨의 방향성이 궁금하다.

A. 에이스포클럽도 그렇고 살아가면서 가지고 있는 철학 중에 하난 최고의 기록과 최단 기록은 깨지기 마련이라는 거예요. 하지만 최초의 기록은 깨질 일이 없다는 거죠.

일본이나 대만, 홍콩 등 유명 백화점이나 카페를 가보면 괴근 식물이 유행이에요. 그만큼 대중화가 많이 됐고요. 우리나라도 분명 서브컬처에서 메인으로 자리 잡을 거예요. 문화가 자리 잡기까지는 누군가의 희생이 동반돼야 하는데, 에이스트리맨은 괴근 식물 문화가 자리 잡을 수 있도록 밑빠진 독에 물을 붓고 있는 중이에요. 문화를 견인해 가는 견인차 같은 역할을 하고 싶은 거죠. 실제로 큰 기업들에서도 먼저 연락이 조금씩 오기 시작하고요. 이번 연도에 준비하고 있는 재미난 팝업 및 전시도 기대해 주셨으면 해요. 제가 좋아하는 취미가 시장이 넓어진다는 건 저에게도 너무 좋은 일이니까요.

Q. 을지로를 더욱 잘 즐길 수 있는 또 다른 공간 추천도 부탁한다.

A. LP 바로 유명한 평균율(@pky_seoul)과 최근에 오픈한 올디스 타코(@oldiestaco)를 추천드려요. 같은 건물에 있기도 하고 셋이 끈끈하게 지내고 있어요. 두 분 역시 너무 공간에 대한 이해도가 높으신 분들이에요. 방문해 보실 일이 있다면 후회 없으실 거예요.

이외 명인 돈가스, 이곳은 명동 돈가스 수 셰프님이 독립해서 을지로 로컬들만 잘 아는 곳인데 진짜 맛있어요. 그리고 평범한 삼계탕 보다 훨씬 맛있고, 혼밥하기도 아주 편한 곳인 을지 삼계탕도 추천드리고 싶어요. 마지막으로 존 라면은 ‘존나 맛있는 라면’이라고해서 존 라면인데, 제 입맛에도 잘 맞았고요. 저는 개인적으로 맛있게 먹은 곳을 추천드린 거라 잘 확인해 보시고 방문하셨으면 하네요.(웃음)


Q. 작년 말 4주년을 맞이했다. 코로나와 함께 수많은 우여곡절이 있었을 것 같다. 에이스포클럽에 걸려있는 사자성어 ‘타산지석’과 같이 우여곡절을 통해 많은 것을 배우기도 했을 텐데.

A. 타격이 없지 않았죠. 코로나를 견디기까지 건물주께서 도움도 주셨고, 작년에 밈이였던 ‘중요한 건 꺾이지 않는 마음’을 가지고 저희 팀원들도 항상 함께해 줬어요. 많은 도움이 있었기에 여기까지 왔고, 코로나가 안정되어가면서 진짜 바쁘게 보냈어요. 저희는 살아남은 가게가 됐고 자만하지 말고 더 열심히 나아가려고 해요. 작년 12월에 뉴욕타임즈에서도 인터뷰를 해서 다시금 외국인 관광객들도 많이 늘어났는데, 한국의 칵테일을 고민하고 있어요. 전통주를 계속해서 연구하고 있고요. 한국에서 꼭 가볼만한 곳이 되고 싶어요.

ACEFOURCLUB / ⓒfake magazine

Q. 플리마켓이나 다양한 행사에 참여가 잦았다. 앞으로 예정된 프로젝트나 준비하고 있는 것 들이 있다면 들려줄 수 있을지

A. 에이스포클럽은 말씀드렸다시피 전통주 연구에 몰두하는 한 해가 되지 않을까 싶어요. 에이스트리맨으로는 다양한 행사를 준비 중이에요. 세세하게 말씀드릴 순 없지만 조만간 큰 게 올 거예요.(웃음) 거기서 멈추지 않고 더 나아가 아가베가 양지로 올라올 수 있도록 더욱 노력해 재미난 행사들을 많이 선보일 예정이에요. 이외 한가지 더 꼽자면 와이프가 준비한 여성복 브랜드 Sirendogam(@sirendogam)을 많이 기대해 주셨으면 좋겠어요. 에이스포클럽의 분위기를 좋아하시는 분들이라면 충분히 매력적으로 다가올 거에요.


Q. 'FAKE'의 의미를 목적을 달성한 모습을 더욱 매력적으로 표현해 주는 행동이나 태도로 재해석하였다. 에이스포클럽에게 'FAKE'란?

A. 새로운 것은 환영받지만 오래된 것은 사랑받는다. 이화 다방 but 에이스포클럽, Fake but genuin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