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AKIJOO(바퀴주)

BAKIJOO 

[ISSUE No.2] BAKIJOO(바퀴주)

Q. 본인에 대해 간단한 소개 부탁드린다.

A. 안녕하세요. ‘바퀴주’로 활동하고 있는 박현주입니다. 제 이름을 박희주로 알고 있는 경우가 되게 많아요. 언어유희인 줄 아시더라고요. 그건 아니고 바퀴벌레의 시점처럼 다른 관점을 가지고 싶은 마음에 바퀴주라는 활동명을 사용하고 있어요. 주로 80~90년대 서브컬쳐를 기반으로 픽셀 아트워크 작업을 하고 있는 프리랜서 일러스트레이터입니다.

Q. 주로 레트로풍으로 도트, 픽셀 아트워크 전개하고 있다. 지금의 작업을 떠나 그림의 시작 계기가 궁금하다.

A. 아마 모든 그림 그리는 사람들은 시작이 비슷했을 것 같아요. 만화 좋아하고 조용히 구석에서 만화 그리던 학생이었어요. 내가 그림이나 만화를 잘 그리고 좋아한다는 느낌으로 했던 건 아닌데 그냥 그림을 계속 그렸어요. 꼭 일러스트레이터가 되야지 하는 목표도 없었는데 자연스럽게 시간이 지나고 나니 그림을 그리고 있네요.

Q. 픽셀을 이용한 앨범 커버 작업 이전에도 계속 작업을 해왔다. 픽셀 또는 도트를 선택하게 된 이유는?

A. 이전에는 선 작업을 좋아했었고, 지금도 간혹 그런 작업을 하기는 해요. 사실 이전이나 지금의 작업이나 사용하는 도구나 스타일이 바뀌었을 뿐, 어차피 표현하고 싶어했던 장르는 똑같았어요. 저는 90년대 태어나서 자연스럽게 아날로그와 디지털을 함께 경험했어요. 그중 픽셀은 자연스럽게 접해온 이미지였는데 시간이 흐르면서 진보되고 작업하기 편해진 환경에서는 오히려 번거롭고 손이 많이 가는 과거의 것들이 이색적으로 느껴져서, 과거에 접해왔던 고전 게임이나 그림 게시판 커뮤니티의 이미지를 재해석하여 픽셀 작업을 하게 되었어요.

Q. 픽셀아트 작가, 프리랜서로 활동 중이다. 본인이 그린 그림으로 생활을 하게 될 수 있었던 포인트가 있다면?

A. 16년도 지인을 통해 ‘jeebanoff’의 첫 정규 앨범인 ‘삼성동 사거리’ 커버 아트를 하게 되었어요. 당시에 개인 작업만 하던 제게 가장 대중적이고 상업적인 작업물이었고, 아티스트 고유의 이미지를 재해석하는 작업은 어렵지만 컨셉충인 저에겐 최적의 작업이었어요. 눈에 보이지 않는, 다소 추상적인 음악과 아티스트의 느낌을 하나의 비주얼로 뽑아내어 한 장의 커버로도 대중들에게 대략적인 스토리나 세계관, 메시지 같은 것을 보여 드릴 수 있고 접하는 분들이 더욱 다양한 해석을 할 수 있다는 점이 흥미 있는 작업이었어요. 당시 커버 시장에서는 제가 진행했던 스타일의 구도나 작업들이 그렇게 많지는 않았어요. 제가 진행한 커버가 조금씩 알려짐에 따라 비슷한 스타일의 커버가 자주 보이기 시작했어요. 한 번도 트렌드에 대해 생각해보지 않았지만 트렌드와 시기가 잘 맞물렸다고도 생각해요. 지금에는 자리를 잡은 ‘뉴트로’와 같이 ‘레트로’라는 서브컬쳐에 대중적으로 많은 관심을 가지고 재해석된 요즘 스타일에 자연스럽게 올라타게 되었다고 생각해요.

Q. 예술 분야인 만큼 트렌드에 대한 시선에 대해 다양한 견해가 있을 법한데, 바퀴주 작가님은 어떠한 식으로 생각하는지 궁금하다.

A. 평생의 고민인 문제이지만, 하고 싶은 작업을 하되 눈과 귀는 열어두고 참고해서 나아가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어려운 소리지만 디지털 작가들은 조금 더 이런 위치에 맞닿아 있다고 생각해요. 일을 하면서 대중성을 고려하다 보면 색깔이 약해지고, 또 상업적인 작업만 하다 보면 비슷한 작업만 하게 되어 스타일이 머물게 되기도 하고요. 결국 먹고살면서 좋아하는 일을 하는 건 쉽지 않은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시대에 흐름에 따라 충분히 어떻게 흘러가는지 보고 또 그것이 내가 하는 작업에 어떻게 합쳐질 수 있는지 계속해서 고민해봐야 하는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저뿐만 아니라 많은 작가님들의 고충이겠죠.

Q. 최근에 다양한 시도하는 것 같다. 기존의 스타일에서 발전된 다양한 작업의 요소가 있다면?

A. 이전에는 인물에 관련한 것들이 좋았어요. 결국 주제는 사람이고, 사람이 살면서 느끼는 감정들을 인물에 담아서 표현하고자 했어요. 근데 어느 순간 오브제로 돌린 건 결국 오브제도 사람과 같이 묻어 나오던 얘기를 보여주는 물건이라는 생각이 들었고 그래서 숫자나 넘버링을 사용하게 됐어요. 상품 카탈로그나 옛날 과자 곽에 있던 미니 퍼즐게임에서 상품을 분류하는 용도로 숫자나 알파벳으로 표기되어있는 데서 차용해 왔어요. 어릴 적 과자 먹을 때 나오는 점 잇기나 퍼즐 같은 걸 좋아했거든요. 마트 같은 데서 상품을 분류하기 위해 번호를 붙이잖아요. 숫자나 넘버링들 또한 결국에 커버나 어떤 주인공을 대변하는 배경에 속해있던 요소 중의 하나였고 주인공을 꾸며주던 하나의 오브제였지만, 그저 배경이나 소품으로써만 끝나는 것이 아니라 알파벳이나 숫자를 표기해줌으로써 일종의 주제성을 가지며 오브젝트를 돋보이게 해주고 더 나아가서 스토리의 정체성을 대변해주는 도구로 사용하게 됐어요.

Q. 개인적인 감정이나 생각들을 표현한다고 한다. 곤충, 개미와 같은 요소들은 흔히 개인적인 감정을 표현하는 데 드문 요소이다. 이러한 요소를 차용하게 된 계기가 있나?

A. 항상 어디에도 쓰는 데 거슬리고 싶은 사람이 되고 싶다고 했어요.  저 자신에게 머리카락이나 벌레와 같은 요소들이 거슬리는 대표 이미지라고 생각하기도 하고요. 사람들에게 벌레는 혐오감을 불러오는 개념이라기보다는 단순히 기시감을 대표하는 이미지와 같은 느낌이에요. 개미가 기어간다거나 머리카락들도 결론은 다 그 순간에 들었던 감정의 개체가 됐던 이미지였던 것 같아요. 큰 의미라기보다 내 감정을 추상적으로 표현할 수 있는 무언가를 찾고자 했어요. 제 그림이나 전시를 보러 방문했을 때 설명을 해드려도 결론적으로 해석은 대중들 스스로 하기 마련이잖아요. 어느 정도 제가 담고자 하는 감정을 느낄 수 있다면 좋겠지만, 다양한 해석들을 좋게 받아들이는 편이에요.

Q. 우울한 감정의 표현들과 눈물 코피. 뚫어져라 바라보는 등 클리셰적인 작업의 통일감도 눈에 띈다. 작업 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점은?

A. 예전 작업물에서의 코피는 보이는 그대로 불안하고 상처받은 스트레스 자체의 이미지를 묘사할 목적이었다면, 지금은 눈물이나 코피 같은 요소를 통해 굳건히 상처와 균열을 안고 살아가는 느낌을 더 보여드리고 싶었어요. 중요하게 생각하는 부분은, 모든 작업의 처음은 소심한 내가 살아가면서 마주하는 사람과의 관계나 삶의 모순 속에서 느끼는 낯선 감정들, 불안함, 균열들의 투박한 감정을 이야기하는 것입니다. 오그라들지만 계속해서 상처를 이겨내고 단단히 살아가는 걸 이야기하고 싶었어요. 그렇지만 어떤 부분들은 분명히 트리거의 요소가 될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어서 나름의 선을 정하고 그 범주 안에서 작업을 하려고 노력해요. 그래서 작업들은 생각보다 간접적이고 별 내용이 없는 경우가 많아서 섬세한 해석보다 보고 느낀 그대로의 느낌을 느껴주시면 가장 좋을 것 같아요. 결론은 감정 표현하는 이미지의 도구일 뿐인 거죠.

Q. 대중들에게 ‘바퀴주’와 본인의 작업물들이 어떻게 인식되기를 바라는가,

A. 픽셀로 저렇게도 표현을 할 수 있구나 하는 정도로 오래오래 봐주시면 좋을 것 같고, 코딱지라는 단어를 자주 사용하는데 누구에게나 걸리적거리고 유쾌한 사람으로 남고 싶어요. 작업물들은 항상 얘기하고 싶었던 것들이나 스토리, 틀, 주제들이 있었지만, 어느 순간부터는 구구절절 이야기를 할 필요가 있을까 해서 말을 아끼곤 해요. 그러다 보니 알록달록한 이미지의 작업만 남게 되었는데, 설명보다 작업물을 보고 느끼는 다양한 감정을 자연스럽게 느껴 주셨으면 좋겠어요. 괴상하고 모순된 말이지만 가볍고 무거운 사람이 되고 싶습니다.

Q. ‘지바노프’, ‘한요한’의 앨범 커버를 보고 ‘바퀴주’에게 관심을 가지게 된 팬들도 많다고 알고 있다. 작업 의뢰가 들어오기 전 먼저 작업 의뢰를 하고 싶은 아티스트가 있다면?

A. 멋진 아티스트가 너무 많아서 팬심으로 적어보자면, ‘실리카겔’, ‘joji’, ‘cold’ 등입니다. 사실 아티스트 분들이 보시기에 스타일이 안 맞는다고 생각하실 수 있지만, 같이 작업할 수 있는 상황만 된다면 어떻게든 바짓가랑이 스타일로 맞춰 볼 의향이 있습니다. (웃음) 사실 작업은 다양할수록 좋다고 생각해요. 가릴 주제도 아니고 새로운 스타일을 업데이트할 수 있으니까 그냥 다 좋습니다!

Q. 앞으로 작업해 보고 싶은 것들 추후에 진행해보고 싶은 것들을 소개해준다면?

A. 디지털 작가로서 조금 더 가치 있고 재미있는 작업이 무엇인지에 대한 고민이 많아요. 최근 전시를 통해 기존 작업물을 액자 말고도 판넬 3d로 구현을 해보면서 좀 더 실사에 가깝게 작업도 해보고 싶고, 좀 더 움직임이 있고 영상으로 작업할 계획도 있습니다. 하나의 세계관이나 스토리가 담긴 게임이나 음악 같은 다양한 폭의 작업도 하고 싶어요. 시작점부터 만화책을 만들고 싶은 목표도 있었는데 벌써 이렇게 세월이 지나갔네요. (웃음) 이제는 다시 방향을 잡고 내 작업에 대해 집요하게 파고 싶어요. 해가 거듭해 갈수록 저에 대하여 소개하는 것이 조금씩 어려워지고 있는데, 단순히 좋아하는 것들에 대한 집착에서 출발한 작업들은 점점 규모가 커졌고, 돈이 오가면서 그에 따른 작업이 가져야 할 고유의 가치에 대한 고민과 무게를 가지게 되면서 예전처럼 장난감 좋아하듯이 가볍게 작업하는 것이 어려워졌어요. 그럼에도 더욱 재미있는 비주얼과 커버 작업으로 지금처럼 저의 번거로운 취미를 더 많은 분들에게 보여드리고 즐길 수 있는 작업을 하고 싶습니다. 할머니가 될 때까지 열심히 고민하고 다양한 상상을 하면서 살고 싶네요.

Q. 아티스트’ 또는 ‘일러스트레이터’로 프리랜서라는 직업을 가지고 있다. 분명 좋은 점도 있겠지만 어려운 점이나 힘든 점 또한 존재할 텐데, 프리랜서의 현실적인 부분을 이야기하자면?

A. 매력이라고 한다면 작업물이 내 손에서 시작되어 결과물도 오롯이 나로 끝난다는 성취감과 성장할 수 있는 여건 등 많죠. 하지만 어느 정도 직업화되기 전까지는 일을 받기 위해 그만큼 발로 뛰어다녀야 하고 또 일한 만큼 제값을 받지 못하는 경우도 있고 작업이 끝나기 전까지의 중압감과 리스크도 오롯이 내가 떠안아야 한다는 점도 있겠네요. 결국 하나의 작은 회사를 이끌어 가는 개념으로 체제를 세우고 주기적으로 계약을 하고 최종 프로젝트를 이행하는 일들을 해야 하는데, 집에서 컴퓨터만 하던 저에게도 아직도 어려운 일이에요. 규모와 구조가 있는 회사보다 혼자서 프리랜서 활동을 하는 점은 확실히 어렵고 한계가 있어요. 그럼에도 어떻게 살아지는 게 신기할 따름이에요.

Q. 그럼에도 이 직업을 고수하는 이유는?

A. 좀 바보 같은 말이지만 정말 버티다 보니 이런 일을 하는 사람이 되었어요. 사실 아직도 어떤 일을 하냐고 물어본다면 프리랜서라는 직업이 직업이라고 할 수 있는지 의문이 들 때가 간혹 있고, 최종파일을 보내고 난 뒤에도 ‘클라이언트가 맘에 안 들어 하면 어떡하지’부터 ‘페이를 다시 달라면 어떡하지’ 하는 걱정들이 시시때때로 저를 괴롭히지만, 그럼에도 오롯이 ‘나’로서 성장할 수 있는 매력적인 직업이 아닌가 싶습니다.

Q. 일러스레이터와 픽셀그래픽 매력은 무엇인가?

A. 초등학교 때 밤늦게 투니버스를 틀면 단편 애니메이션을 틀어줬는데 아직도 기억에 생생할 정도로 영상 특유의 분위기와 퀄리티에 매료되어서 그때부터 쭉 가슴속에 서브컬쳐는 그런 것이라는 생각을 해온 것 같아요. 아날로그에서 디지털로 넘어오는 두 가지의 세계를 경험하며 자라왔고 그런 향수들을 재해석하여 경험해보지 않았던 세대들에게 또 다른 시각과 가치를 제공한다는 점이 매력적이라고 생각해요. 커버도 그렇고 어떻게 보면 가수의 목소리나 눈에 보이지 않는 추상적인 것들에서 비주얼을 뽑아낸다는 건 매력적인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회화나 그림을 그리는 사람도 있을 수 있겠지만 그것도 나름의 방식이 있는 거고, 일러스트 또한 대중에게 보기 쉽게 전달을 하기 좋은 수단이고 이러한 방식들이 저에게는 매력적으로 다가와요.

Q. 비주얼 아티스트, 픽셀 아티스트를 꿈꾸는 이들에게 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다면?

A. 어쩔 수 없이 불안에 떨되, 계속해서 재미있고 하고 싶은 일을 해라. 그래서 작업을 받을 때 1순위로 생각하는 건 그래서 재미있냐 아니냐 하는 것인데, 그만큼 저에게는 ‘재미’가 작업과 동시에 삶을 버티게 해주는 힘인데 꿈꾸는 분들도 그런 힘들을 잘 안고 가시길 바라요.

그리고 생각하는 이미지들을 실사로 끌어오는 훈련을 많이 하면 좋을 것 같아요. 일상을 살면서 느끼는 사사로운 감정들을 마치 주머니를 턴다는 생각으로, 휴지조각, 동전, 먼지, 껌 봉투 등 잡다구리한 물건을 하나하나 해부하듯이 감정을 분해하고 정리하고 수집하는 습관을 들이는 것이 좋을 것 같아요. 왜 그런 생각과 감정이 들었는지, 혹 그런 것들이 영화나 소설에서 어떻게 표현되었는지, 대체되어 사용된 비주얼은 어떤 것들인지, 머리와 눈으로 본 이미지들을 시각적으로 뽑아내는 일은 꽤 어렵고 고된 일이라 생각합니다. 많은 훈련과 감이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작업 결과물의 가치는 어떤 의도로, 어떤 방향으로 작업을 했는지에 따라 가치가 달라진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당장 답이 정해지지 않더라고 멈춰있지 않고 끊임 없이 자기 스스로 ‘왜?’라는 질문을 해야 해요. 이건 작업을 떠나서 인간으로서 살면서 가져야 할 태도라고 생각합니다.

Q. 'FAKE'의 의미를 목적을 달성한 모습을 더욱 매력적으로 표현해주는 행동이나 태도로 재해석하였다. 바퀴주에게 ‘FAKE'란?

A. 궁상맞음이라고 생각합니다. 사전 말 그대로 꾀죄죄하고 초라한 것들이 귀여워 보이는 힘. 저는 길가에 떨어진 전단지나 과자 껍데기 등 제 눈에 이쁘면 다 주머니에 넣고 보는데, 그런 예쁜 쓰레기가 가득하면서도 행복한 궁상맞음이 저의 Fake가 아닐까 싶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