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CE LEE(브루스리)

BRUCE LEE 

[ISSUE No.1] BRUCE LEE(브루스리)

어렸을 때는 질투나는 상대를 이기고 싶었지 배우고 싶은 마음이 없었거든요. 팀 생활도 하고, 여러 비보이도 만나고, 여행도 다니면서 생각이 달라졌어요. 이제 배울 점이 있는 사람이 주변에 있다면 서슴없이 다가가서 물어보는 그런 수용성.

Q. 현재 소속된 크루의 명칭인 'Gambler'는 '춤에 인생을 건다'라는 뜻으로 2020년 현재 26명의 멤버로 구성되어 있다. 크루 소개와 프로젝트 크루가 오랜 기간 이어지고 있는 이유가 듣고싶다

A. 2002년도에 프로젝트 팀으로 결성이 됐어요. 목적은 여러 팀 중 에이스로 불리는 사람들만 꼽아 프로젝트성으로 팀을 결성해 '배틀 오브 더 이어'를 우승하는 것. 근데 어느 정도 올라갈 수 있을 줄 알았던 생각과는 반대로 예선전에서 탈락을 했어요. 이대로 끝낼 수도 없고 너무 아쉬운 마음에 '1년 더 해보자'라는 생각에 2003년도 다시 한번 도전했지만 3등에 머물렀어요. 결국에는  국제 대회 우승을 위해 연장됐고 결국 우승하게 됐죠. 이러한 과정을 거치면서 ‘우리 그래도 꽤 오랜 시간을 같이 해왔는데 마음이 맞으니까 팀으로 유지하는 거 어때?’라는 말을 시작으로 갬블러 팀이 시작됐죠. 계속해서 유지할 수 있는 이유를 꼽자면 갬블러 팀에는 리더가 없어요. 각자의 역할을 수행하는 것이고 누가 강압적으로 시키지도 않고 자유롭기 때문에 오래가지 않나 하고 생각해요.

Q. 과거 <댄싱 9>에 출연했다. 춤 안에서 여러 장르와의 교감은 어땠는가

A. <댄싱 9> 을 통해 정말 큰 배움을 얻었어요. 프로그램을 하면서 여러 작품을 같이 했었는데 이전에는 '타 장르에 대해서는 도전적인 것이다'라고 생각했어요. 그때 장르를 불문하고 움직임을 집중해서 보고 교감을 이루면서 장르에 대한 경계를 깨주면서 댄서로서 정말 많이 성장한 계기가 됐죠.

Q. 그동안 수많은 대회 참가와 더불어 우승도 많이 했는데 기억의 남는 대회와 에피소드가 있다면

A. 정말 많이 참가한 것 같아요. 그중에서 꼽자면 프리스타일 세션. 준우승을 했지만 그 이상의 가치가 있었어요. 어렸을 때 인터넷이 없어서 비디오테이프로 봐야 했어요. 사람들이 한창 돌려보고 지루해질 타이밍에 겨우 구한 테이프 속 프리스타일 세션 영상이 매우 많았어요. 테이프를 보며 ‘프리스타일 세션에 나온 사람들은 외계인이다’라고 생각할 정도로 동경하는 비보이들이 참가하는 대회였어요. 시간이 지난 후 세션에서 준우승이라는 성적을 냈는데 상대팀 사람들이 테이프 속에서 많이 봤던 사람이고 앉아서 박수쳐주는 사람도 테이프 속에서 본 사람인 거죠. 마치 동경하던 연예인을 보기만 하다가 같이 일을 하고 교감을 나누는 느낌이었죠. 그래서 이 대회는 저에게 정말 설레고 벅찬 기분을 준 대회예요.

Q. 나만의 스타일, 즉 비보잉에서의 캐릭터를 만드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했는데 본인은 캐릭터를 만들기 위해 어떤 부분에서 노력했는가

A. 캐릭터를 만든다는 게 매우 어려워요. 캐릭터를 위해 이상한 표정을 짓거나 억지로 동작 꾸며내진 않고 시그니쳐의 일부분이라고 생각을 하면 될 것 같아요. 요즘 비보이 친구들을 보면서 유튜브의 발달로 쉽게 교육을 받을 수 있는 점에 비해 친구들의 춤이 다 비슷해져 가는 거예요. 과거엔 인터넷이 활성화돼있지 않았어도 스스로의 색을 찾아가며 연습을 했었기에 실루엣만 봐도 '아 이건 누구다'라고 할 수 있어요, 요즘은 그게 잘 없는 것 같아요. 그렇기에 자기만의 시그니쳐 무브를 많이 만들고 자신만의 것을 표현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심사를 하는 입장에서도 시그니쳐 무브로 각인이 되는 경우도 많고요.

Q. 비보이 후배들에게 해주고 싶은 한마디

A. 비보잉이라는 특성상 내가 성장하고 있다는 기분을 자주 느끼기 어려울 거예요. 하지만 몇 년이 지나고 되돌아보면 엄청나게 성장해 있는 나를 발견할 수 있죠. 연습이 되었든, 대회가 되었든, 외로움이 되었든 훗날을 생각하고 잘 이겨 내고 포기하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그리고 스트레칭을 항상 동반했으면 좋겠어요. 워낙 인터넷이 발달하다 보니 스트레칭 전문가들이 공유하는 스트레칭법이 있을 거예요. 꼭 찾아보면서 몸 안 다치고 춤추는 것을 즐겁게 느꼈으면 좋겠습니다. 좋아하는 일을 오랫동안 하는 것만큼 행복한 일도 없잖아요.

Q. 비보이 또한 힙합의 일종이다. 과거보다는 힙합이라는 카테고리에 더 열광하고 있다. 비보이 신에 느끼는 힙합의 인식은 어떠한 편인가

A.  힙합은 큰 원이고 그 안에 여러 장르들이 있기에 힙합은 장르를 가진 사람들만 할 수 있는 건 아닌 것 같아요. 힙합은 정신적인 것이라고 생각해서 처음 나온 뿌리를 생각한다면 장르의 구분만 있지 정신은 동일한 것 같아요. 별개로 국내의 힙합의 인식이 계속해서 좋아지고 있는 것 같아요. <쇼미더머니>의 영향도 있는 것 같고, 비보이로 봤을 땐··· 글쎄요. 지금 국내에 비보이가 많이 없어요. 이전에 대한민국의 최고가 세계 최고라는 인식이 있어 CF도 출연하고 여러 매체에서 많이 찾아줬어요. 시간이 흐르면서 세계 최고가 안되면 이상하고 춤을 잘 못추면 이상하다는 프레임을 씌면서 은연중에 점점 비보이 신이 영향력이 하락한 것 같아요. 계속해서 결과만 노출하다 보니 부작용이 온 것 같다는 생각이지만 반드시 겪어야만 하는 시기라고 생각해요. 나중에 다시 한 번 올라갈 수 있는 시기가 왔으면 좋겠습니다.

Q. 비보이에서 세계 일주를 하는 유튜버가 됐다. 유튜버라는 직업은 만족하는가

A. 23만 명의 구독자는 그 숫자 이상의 의미를 주는 것 같아요. 전에는 나를 응원해 주고 격려해 주는 사람이 없어서 외로웠다면 지금은 무슨 일을 하더라도 나를 따라 주는 사람이 이 정도 쌓였다는 의미인데, 든든한 동반자가 생긴 것만으로도 힘이 생기고 행복하더라고요.

Q. 세계 일주를 하면서 세계 각지에서 시그니쳐인 에어트랙을 선보이며 춤으로 소통하는 모습을 자주 볼 수 있다. 세계 일주뿐만 아니라 의사소통 부분에서 춤만이 가지는 장점이 있다면

A. 그들의 문화를 디테일하게 접하기에는 어려울 거예요. 여행은 현지인을 통해서 그 문화를 더 깊숙하게 들어갈 수 있다고 생각하거든요. 하지만 춤을 못 춘다는 사람은 많이 봤어도 춤을 싫어하는 사람은 별로 못 봤어요. 모든 사람들이 거의 좋아하는 만큼 빨리 친해질 수 있어요. 또한, 의사소통의 벽을 조금이나마 허물 수 있고요.

Q. 많은 이들의 버킷리스트 중 하나라고 꼽을 수 있는 세계 일주. 세계 일주 또는 여행을 희망하는 여행자들에게 알려줄 만한 팁이 있다면

A. 현실적인 팁이라고 하면 유용한 여행 여러 어플, 저렴하게 여행을 다녀오는 방법이라든지 많을 텐데 검색하면 나오는 것들이니까 넘어가고. 처음 여행할 때는 사람들이 다녀온 곳들을 가 보는 식이었는데 큰 계획만 가지고 움직이다 보니 안 보였던 시야가 트이더라고요. 하나의 큰 계획만을 잡아두고 그 이후는 정보를 챙기지 않고 가 보는 것을 추천해요. 그곳에 있는 현지인들과 대화를 나누며 맛있는 곳, 좋은 곳 등을 물어보고 가까워지다 보면 더 그 여행에 깊은 추억이 생길 거예요.

Q. 첫 번째 세계 여행의 막이 내렸다. 시작할 때 원하던 바를 이뤘을까?

A. 세계 여행 준비를 3~4년 정도 했었어요. 꽤 길었죠. 속해 있는 팀도 있고 주축 멤버인데 갑자기 1년 동안 빠진다는 것도 부담이 됐었죠. 하지만 그 당시 춤에 너무 흥미가 없었어요. 우승이라는 의미도 잃어버린 시점이기도 했고요. 슬럼프가 정말 크게 왔죠. 하지만 춤을 놓치고 싶진 않아서 새로운 방법을 생각한 게 여행이에요. 여행을 하면서 생각을 정말 많이 했는데 인생에 대한 목표를 두지 말고 인생의 의미만 갖고 살자라고 결론을 내렸죠. 그러다 보니 여러 가지 안 보였던 모습을 보게 됐어요. 유튜브 고충을 제외하고는 제가 원했던 모든 그림을 다 그렸죠.

Q. 여행 유튜버로 지내오며 가장 기억에 남는 나라를 꼽자면

A. 굳이 뽑자면 네팔이 좋았어요. 네팔이 인도라는 최악의 나라를 경험하고 난 뒤에 간 곳이라서 그럴지도 모르지만, 네팔에서는 3가구 중에 1가구는 한국에서 일을 하고 있다는 말이 있을 정도로 한국과 친숙하고 한국을 좋아해요. 물가도 저렴하고 굉장히 큰 호수가 있는데 그 옆에 히말라야 안나푸르나 산맥이 동그랗게 둘러져 있어서 맥주 한 캔 하기 너무 좋았죠. 그곳에서 즐기는 그 여유들이 기억에 많이 남네요. 또, 저에게 빼놓을 수 없는 나라가 인도예요. 그곳에서 사람을 화장하는 모습을 정말 가까이에서 보게 됐어요. 그게 트라우마로 남아서 잠도 못 자고 했는데 그 때 춤에 대한 슬럼프, 인생을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 등 여러 고민을 하면서 스스로 깨우친게 많았죠.

Q. 여러 상황으로 인해 여행을 주저하시는 이들에게 권장할 만한 매력이 있는가

A. 여행의 매력은 다른 무언가를 경험한다는 것이죠. 많은 경험을 토대로 더 행복하게 살 수 있는 방법도 찾을 수 있다고 생각하는데, 국내에서만 경험하는 것보다는 세계에 나가서 경험을 하면 자신을 되돌아볼 수 있어요. 더 많은, 더 다양한 경험을 할 수 있기 때문에 꼭 도전해 보길 바랍니다.

Q. 유튜브를 시작하는 이들에게도 조언 한번 부탁한다.

A. '유튜브를 시작해 볼까?'라고 한 번쯤 생각했다면 주저하지 말고 바로 시작해 보라고 권하고 싶어요. 그만큼 재미있고 여러 감정들을 느낄 수 있는 공간이라고 생각합니다. 다만 2년간 유튜브 채널을 운영하면서 느낀 가장 어려운 부분은 유튜브가 본인의 인생의 많은 부분을 관여하게 될 거예요. 밥을 먹을 때도, 친구들을 만날 때도, 자려고 누웠을 때도 유튜브에 관련된 생각에 사로잡힐 가능성이 높아요. 누군가는 건설적인 현상이라고 얘기할 수 있겠지만, 반대로는 기존에 내가 즐기던 안락한 일상을 빼앗긴다는 말이기도 하죠. 최근 유튜브의 인기를 보면 알 수 있듯 사람들의 감정을 쥐락펴락할 수 있는 플랫폼인 만큼 강한 멘탈을 갖고 시작하셨으면 해요.

Q. 나를 되돌아볼 때, 처음 시작하던 나에게 지금 상황에서 그때의 나에게 조언을 해줄 수 있다면

A. 비보잉이라는 걸 비디오테이프를 통해 처음 봤을 때 인생의 방향을 찾은 것 같았어요. 실제로 앞만 보고 미친 듯이 달렸고 원하고자 하는 목표를 도달할 수 있었어요. 그런 나의 삶이 만족스럽고 누구보다 열심히 했다고 생각하지만 그때의 나에게 조언을 한다면 이렇게 말하고 싶어요. '앞만 보고 달렸더니 너무 많은 소중한 것들이 스쳐 지나갔다', '가끔은 주변을 살피며 천천히 걸어도 좋다'라고.

세계 여행을 처음 시작하게 된 이유는 내가 가장 사랑했던 춤에 권태기를 느꼈기 때문이에요. 춤이 없으면 내 인생을 표현할 길이 없다고 생각했는데 내 인생이 점점 희미해지는 그런 기분이었어요. 한 번쯤은 가득 찬 물잔을 비워 내는 것이 필요하다고 생각했고, 그 여행이 저의 마지막 방법이었죠. 476일간의 저의 여행은 더할 나위 없이 좋았기 때문에 해 주고 싶은 조언이 없네요.

Q. 좋아하는 취미가 직업이 됐다.

A. 좋아진 것이 생겼다면 경험하고 싶고, 이미 많은 경험을 쌓았는데도 여전히 좋다면 그것을 통해 돈을 벌 수 있어요. 사업을 하겠다, 큰돈을 벌겠다는 말은 아니고 내가 좋아하는 것을 경제적 어려움 때문에 그만두고 싶지 않기 때문이죠. 취미와 돈벌이의 경계선을 두지 않는 것이 팁이라면 팁이 될 수 있겠네요.

Q. 인생을 하나의 큰 흐름으로 봤을 때 궁극적으로 존경하는 분을 꼽자면

A. 번뜩하며 떠오르는 사람은 부모님밖에 없어요. 그들은 나의 인생의 흐름을 만들어 주시고 한순간도 쉬지 않고 관찰하며, 언젠가는 누군가의 흐름이 끊기는 것을 마주하게 될 것이고, 그분들이 제 인생의 가장 아름다운 굴곡을 만들어 주시는 분들이에요. 존경, 감사, 사랑, 믿음, 신뢰 그 모든 것에서 가장 위에 있는 분들이시죠.

Q. 'FAKE'를 목적을 달성한 모습을 보다 매력적으로 표현해 주는 행동이나 태도라는 의미로 재해석했다. 신규상에게 'FAKE'란?

A. 수용성. 어렸을 때는 질투 나는 상대를 이기고 싶었지 배우고 싶은 마음이 없었거든요. 팀 생활도 하고, 여러 비보이도 만나고, 여행도 다니면서 생각이 달라졌어요. 이제 배울 점이 있는 사람이 주변에 있다면 서슴없이 다가가서 물어봐요. 춤을 출 때도 그랬기도 하고요. 누군가 조언을 하거나 멋있는 행동할 때 받아들이는 자세. 그게 저에게 ‘Fake’인 것 같아요. 스펀지처럼 모든 걸 흡수하려고 노력했죠. 개코 씨의 노래 가사처럼 스펀지를 꽉 쥔다면 흐르는 건 제가 그동안 해왔던 땀과 노력이겠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