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첵ㅋ, <제앙과 절망>

⟪콘크리트 유토피아⟫를 보았다. 무너진 세계를 상상하는 일은 유난히 신 레몬에 혀끝을 가져다 대는 기분이다. 상상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절망적인 상상에 도달했을 때 결국 나는 살아남을 수 있을 것인가, 하는 고민이 생긴다.

<물위의 우리 – 뱁새(스토리), 왈패(작화)>

알래스카에선 빙하가 붕괴하고, 한국에선 도시가 잠길 정도로 비가 내린다. 발밑까지 물이 차오르고 있지만 아직 우리의 하루는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오히려 더 미래로, 매순간 기술의 발전을 올려다보고 있다.

물에 잠긴 세계를 살아가는 인간은 어떤 모습일까. 네이버 웹툰에서 월요일 연재 중인 ⟪물위의 우리⟫는 해수면이 급상승한 지구를 배경으로 한다. 잠실에 살던 호주가 자신의 딸 한별을 데리고 고향으로 돌아가며 이야기가 시작된다. 강원도, 서울, 남부로 세력이 나뉘어진 한반도 위에서 공존과 자유와 무법, 각자의 가치를 찾는 인물들이 얽힌다. 현대의 유산들은 ⟪물위의 우리⟫의 시간에서 유물 혹은 신앙이 된다.

절망적인 배경과 일상적인 순간의 균형이 잘 맞는 작품이다.

<소녀종말여행 – TSUKUMIZU(스토리, 작화)>

치토와 유리는 케텐크라트를 타고 무너진 세상을 돌아다닌다. 이전 세대의 대전쟁으로 인해 도시는 폐허가 되었다. 곳곳에서 무기는 흔하게 발견되고, 둘은 살아남기 위해 보존 식량을 찾아 다닌다. 전쟁을 겪지 않아 순수한 소녀들이 황폐한 세상을 바라보는 시각이 흥미롭다. ‘기억과 잊음’에 대한 작가의 고민도 담겨있다.

살아남기 위해 애쓰는 포스트 아포칼립스가 아니다. 밝은 일상물에 가깝다. 치토와 유리의 캐릭터가 서로 부딪히는 지점에서 만들어지는 개그와 사유가 포인트인 작품이다.

<스노볼 드라이브 – 조예은 저>

녹지 않는 눈이 내린다는 설정만으로도 읽어 볼만한 소설이다. 피부에 닿으면 발진이 생기고, 태우는 것만이 방법인 눈이 내리는 세계를 살아가는 이이월과 백모루, 두 인물이 등장한다. 녹지 않는 눈처럼 중학생 이후 성장이(정신적인) 멈춰버린 것 같은 또래들, 눈 소각장에서 일을 하는 것이 평범인 세계가 그려진다.

소설을 읽다 보면 눈 내리는 날의 낭만이 뒤집힌다. 아름다운 어떤 것도 때로는 우리에게 재앙이 될 수 있다는 것, 그럼에도 재앙 이후의 세계를 위해 우리는 나아가야한 다는 이야기가 전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