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박 3일 동안 우리는 히피였다, 더 그레이트풀 캠프 2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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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GRATEFUL CAMP(@thegratefulcamp)'는 매년 다른 장소를 찾아가는 독특한 축제다. 올해의 무대는 남도의 끝, 전남 신안의 짱둥어 해수욕장이었다. 캠핑 장비를 챙겨 자동차로 달린다면 왕복 12시간이 걸리는 거리, 결코 만만치 않은 여정이었다. 쉽지 않은 결정이었지만, 그 먼 길을 감수하게 한 건 단순한 호기심이 아니었다. 페스티벌을 즐기겠다는 열망, 그리고 ‘진짜배기들만 모인다’는 암묵적인 약속이 있었다.
실제로 현장에 도착했을 때 마주한 풍경은 그 선택이 옳았음을 증명했다. 바다와 숲이 맞닿은 낯선 공간에서, 수많은 참가자들이 텐트를 치고 자리를 마련하며 또다른 안식처를 만들어가고 있었다. 혼자 온 이들도, 친구 무리도, 연인도, 그리고 특정 아티스트를 응원하기 위해 먼 길을 달려온 팬들까지 모두 같은 이유로 이곳에 있었다.





<지역과 페스티벌>
더 그레이트풀 캠프(이하 TGC)는 공연만으로 완성되는 축제가 아니다. 지역 사회와의 결합이 중요한 축을 담당한다. 신안에서 열린 올해는 그 풍경이 특히 두드러졌다. 로컬 맛집들과 전국적으로 이름난 타코스탠드, 꺼거, 미세노센세, 레이지버거클럽, 효뜨, 올티스 타코 등 F&B 브랜드가 나란히 부스를 열었고, 그 사이에는 신안의 ‘백합 어머니회’가 준비한 부스도 함께 자리했다.
어머니회에서 내어놓은 한 끼는 단순한 먹거리를 넘어선 경험이었다. 참가자들은 손수 차린 밥상에서 지역의 생활과 문화를 느꼈고, 이는 그 어떤 상업 브랜드보다도 강한 인상을 남겼다. 주민과 방문객이 같은 공간에서 어울리는 모습은 TGC가 단순한 ‘관광형 페스티벌’이 아님을 보여주는 장면이었다. 축제는 소비가 아니라 공존의 장으로 확장되었고, 이는 앞으로도 이 행사가 지켜야 할 정체성을 말해주었다.






<무대 위에서 기록된 여름>
올해의 무대는 장르와 스타일의 경계를 허문 다양한 순간들로 이어졌다. 7년 만에 완전체로 돌아온 '갤럭시 익스프레스'는 폭발적인 사운드로 현장을 압도했고, '비디오테잎뮤직'은 정교한 세션과 흐름으로 밤공기를 감싸며 관객을 몰입시켰다.' 이디오테잎'은 강렬한 전자 사운드와 조명이 어우러져 이번 페스티벌의 정점을 찍었다.
또, '만동'과 '주영'이 함께 꾸민 무대는 밴드 사운드의 힘과 보컬의 감성이 결합된 에너지 넘치는 순간을 선사했고, 'CHS'는 여름의 끝자락을 기록하듯 기획 의도와 메시지를 응축해낸 퍼포먼스로 페스티벌의 중심을 정리했다.
이 흐름은 전자 음악가 '키라라'의 에너지 넘치는 사운드와, '하세가와 요헤이(a.k.a 양평이형)', '타이거디스코'가 보여준 공동체적 무대, 디제잉으로 이어졌다. 디제잉은 해변의 밤을 새벽까지 끌고 갔고, 관객들은 바다와 하늘, 음악이 하나가 된 시간을 온전히 즐겼다. 이 외에도 다양한 밴드와 아티스트들이 각자의 언어와 스타일로 무대를 채우며 페스티벌은 하나의 거대한 음악적 파노라마로 완성되었다.







<공동체의 기억>
그러나 진짜 무대는 공연장만이 아니었다. 바닷바람 부는 해변 곳곳, 참가자들이 만들어낸 작은 캠핑 공간이 또 하나의 무대였다. 사람들은 음식을 나누고, 모닥불 주위에 둘러앉아 이야기를 나눴다. 무대 앞에서는 낯선 이들과 어깨를 부딪치며 슬램을 즐겼고, 낮에는 에어로빅 프로그램에 함께 뛰어들었다. 누군가를 비웃거나 멀리하는 분위기는 없었다. 오히려 ‘함께하자’는 공감대가 현장을 지배했다.
2박 3일 동안 만들어진 이 작은 공동체는 일시적이었지만, 누구에게도 쉽게 잊히지 않을 경험이었다. 참가자들은 이곳에서 자신이 잠시 ‘히피’가 되었다는 사실을 인정하며, 그 낯선 정체성을 오히려 즐겼다. 이는 단순히 음악을 즐기는 행위가 아니라, 사회적 관계와 문화를 실험하는 시간에 가까웠다.




<내년을 기다리게 하는 이유>
TGC는 매년 새로운 장소를 선택한다. 그 불확실성은 때로는 불편함을 만들지만, 동시에 강력한 동력을 만든다. 어디에서 열리든, 그곳에 가야만 경험할 수 있다는 확신. 신안에서의 기록은 참가자들에게 또 하나의 이유가 되었다. 멀고 힘들었지만, 결국 이곳에서만 가능한 경험이 있었기에 내년을 기다리지 않을 수 없게 된 것이다. 음악과 지역, 공동체가 교차하며 만들어낸 순간들은 단순한 ‘행사’가 아니라 기억으로 남았고, 기억은 다시 움직임을 만든다. 그래서 이들은 모두 다시 돌아올 것이다. 내년, 또 다른 장소에서 다시금 여름의 마지막을 기록하기 위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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