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들은 만들고 우리는 마신다” 스타들의 주류 브랜드 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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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예인들의 주류 브랜드 진출이 활발해지며, 주류 시장은 그야말로 ‘셀럽 전성시대’를 맞이하고 있다. 2022년 박재범의 ‘원소주’를 시작으로 최근에는 지드래곤이 직접 참여한 프리미엄 하이볼이 출시되는 등, MZ세대를 중심으로 뜨거운 반향을 일으키고 있다. 이들 제품은 기존 제조사 중심의 획일적인 술과는 달리, 뚜렷한 콘셉트와 브랜드 스토리를 전면에 내세우며 시장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고 있다. 술은 이제 단순한 음료가 아니라, 셀럽의 세계관을 담은 ‘경험형 콘텐츠’로 소비된다.
특히 Z세대는 단순한 음주 행위보다, 취향과 정체성이 반영된 라이프스타일로서의 소비를 중시한다. ‘누가 만들었는가’보다 ‘어떤 이야기를 담고 있는가’가 중요해진 지금, 셀럽 주류 브랜드는 술이라는 매개를 통해 자신의 미학과 감각을 병입하며 하나의 문화적 상품으로 진화하고 있다.
이 글에서는 조지 클루니(George Clooney)의 ‘카사미고스(Casamigos)’를 시작으로, 세계적인 셀럽 7인의 주류 브랜드를 통해 그들이 술 한 병에 어떻게 취향과 태도를 녹여냈는지, 그리고 어떤 방식으로 브랜드의 세계를 확장해나가고 있는지를 함께 들여다본다.

<조지 클루니 – Casamigos Tequila>
2013년, 배우 조지 클루니(George Clooney), 호스피탈리티 업계의 거장 랜디 거버(Rande Gerber), 부동산 개발업자 마이크 멜드먼(Mike Meldman)이 함께 만든 ‘카사미고스 테킬라(Casamigos Tequila)’는 셀럽 주류 브랜드의 서막을 알린 상징적인 존재로 평가받는다. 원래는 친구들끼리 즐기기 위해 만든 ‘완벽한 테킬라’를 목표로 한 개인 프로젝트였지만, 예상치 못한 품질과 풍미의 호평을 받으며 주류 업계 전반에 큰 반향을 일으켰다. 특히 셀럽이 단순 모델이 아닌 공동 창업자로 직접 참여한 프리미엄 테킬라 브랜드는 당시로선 드문 사례였다.


Casamigos Tequila는 멕시코 할리스코 고지대에서 재배한 100% 블루 웨버 아가베를 사용하며, 전통 벽돌 오븐에서 72시간 동안 천천히 로스팅해 깊은 풍미를 끌어낸다. 이후 브랜드 전용 효모로 80시간 발효시키는 등 정교한 공정을 거쳐 블랑코, 레포사도, 아녜호 등 다양한 숙성 라인업을 선보인다. 이 중 아녜호 제품은 부드럽고 복합적인 맛 덕분에 칵테일은 물론, 라이트 위스키의 대안으로도 손색이 없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2017년, 글로벌 주류 대기업 디아지오(Diageo)가 카사미고스를 약 10억 달러에 인수하면서 브랜드는 다시 한 번 주목받게 되었다. 인수 이후에도 디아지오는 브랜드의 고유한 생산 방식과 정체성을 유지하겠다고 밝혔으며, 클루니와 거버 역시 브랜드의 공동 창립자이자 상징으로 남아 있다. Casamigos Tequila는 경쟁 제품보다 다소 높은 가격대를 형성하고 있지만, 이는 단순한 셀럽 마케팅이 아니라 실제 제품의 품질에서 비롯된 프리미엄 가치를 증명하는 사례로 손꼽힌다.

<켄달 제너 - 818 Tequila>
켄달 제너(Kendall Jenner)가 2021년 론칭한 ‘818 Tequila’는 그녀의 고향인 캘리포니아 칼라바사스의 지역번호(818)에서 이름을 딴 프리미엄 테킬라 브랜드다. “진짜 좋은 테킬라는 함께 나눌 가치가 있다”는 신념 아래, 멕시코 할리스코 지역의 가족 소유 농장에서 재배한 100% 블루 웨버 아가베를 사용해 부드럽고 깊은 풍미의 테킬라를 완성했다. 전통 벽돌 오븐에서 천천히 구운 아가베는 오크통에서 숙성되며, 그 결과물은 세계 유수의 주류 어워드에서 47개 이상의 상을 수상하며 품질을 인정받았다.




818 Tequila는 뛰어난 맛뿐만 아니라 지속 가능성과 윤리적 생산 방식으로도 주목받는다. 친환경 포장재 사용, 지역 사회 지원 단체와의 협업, 그리고 아가베 재배부터 병입까지의 전 과정을 존중하는 브랜드 철학은 818의 핵심 가치를 이룬다. “우리가 만든 테킬라를 가족에게 전하듯, 정성과 진심을 담아 전달한다”는 슬로건은 생산자와 소비자 모두를 존중하는 818만의 정체성을 드러낸다.
론칭 이후 818 테킬라는 30개국 이상으로 유통망을 확장하며 글로벌 브랜드로 빠르게 성장 중이다. 켄달 제너의 대중적 영향력과 감각적인 소셜 브랜딩은 Z세대 소비자와의 연결고리를 효과적으로 형성했으며, 단순한 셀럽 브랜드를 넘어 문화적 감수성과 지속 가능성을 모두 갖춘 테킬라 브랜드로 자리매김했다. 특히 2024년 2월, 서울 더 현대에서 진행된 818 팝업 스토어는 국내에서도 높은 관심을 끌며 브랜드의 글로벌 인기를 입증했다.

<코너 맥그리거 - Proper No. Twelve>
코너 맥그리거(Conor McGregor)는 종합격투기(MMA) 역사상 가장 잘 알려진 파이터 중 한 명이자, UFC 최초로 두 체급 챔피언 타이틀을 동시에 석권한 인물이다. 화려한 입담과 압도적인 카리스마로 세계적인 스타 반열에 오른 그는 스포츠를 넘어 패션, 광고, 주류 사업 등 다양한 분야로 활동 영역을 확장해왔다. 그 대표적인 사업이 바로 2018년 론칭한 아일랜드산 블렌디드 위스키 브랜드 ‘Proper No. Twelve’다.



이 브랜드는 그의 고향인 더블린 12구역의 지역번호에서 이름을 따왔으며, 전 기네스 수석 증류사 데이비드 엘더(David Elder)와 협업해 100여 가지 이상의 샘플을 테스트한 끝에 완성되었다. Proper No. Twelve는 올드 부시밀즈 증류소에서 생산되며, 싱글 몰트와 그레인 위스키를 블렌딩해 부드럽고 복합적인 풍미를 자랑한다. 버번 캐스크 숙성을 통해 바닐라, 꿀, 토스트 우드의 향이 어우러지며, 특히 미국 시장에서 빠르게 성장해 아일랜드 위스키 시장의 강자로 자리 잡았다.
맥그리거는 브랜드의 공동 창립자이자 대표 얼굴로서 자신의 글로벌 인지도를 활용한 공격적인 마케팅을 주도했다. 제품 한 케이스당 일정 금액을 소방대원과 응급구조대를 위해 기부하는 사회공헌 활동도 함께 펼치며 브랜드의 이미지를 강화했다.
하지만 이후 성폭행 사건으로 인해 이미지에 큰 타격을 입었고, 브랜드 측은 공식 마케팅에서 그를 제외하는 조치를 취했다. 여기에 오랜 동료였던 아르템 로보프(Artem Lobov)가 위스키 사업의 아이디어가 본인에게서 나왔다며 약 3천만 달러 규모의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하면서 또 다른 논란이 이어졌다. 맥그리거는 SNS를 통해 조롱 섞인 반응을 보이며 강경 대응에 나서는 등, 여전히 다양한 잡음 속에 그의 브랜드는 명암을 함께 안고 있다.

<에이셉 라키 - Mercer + Prince>
래퍼이자 패션 아이콘, 그리고 문화적 트렌드세터로 손꼽히는 에이셉 라키(A$AP Rocky)는 앨범 발매 외의 거의 모든 영역에서 활약하며, 캐나다산 블렌디드 위스키 브랜드 ‘Mercer + Prince’를 론칭해 주류 시장에 본격적인 도전장을 내밀었다.
브랜드명은 그가 자주 찾고 깊은 영향을 받아온 뉴욕의 머서 스트리트(Mercer Street)와 프린스 스트리트(Prince Street)에서 따온 것으로, 다양한 문화와 사람들의 에너지가 교차하는 공간이자 그의 정체성을 상징하는 지리적 코드다.



‘Mercer + Prince’는 단순한 셀럽 브랜드를 넘어, 에이셉 라키의 예술적 감각과 삶의 궤적이 담긴 일종의 문화 프로젝트다. 그는 스코틀랜드, 캐나다, 일본 등 다양한 국가의 전통 위스키 제조법을 탐구하며 “왜 이 전통들을 하나로 섞지 못할까?”라는 물음에서 출발했다. 그 결과 완성된 이 위스키는 최소 4년간 아메리칸 화이트 오크통에서 숙성된 후, 일본산 미즈나라 오크로 마무리되어 독특하고도 깊이 있는 향미를 자랑한다.
무엇보다 주목할 점은 병 디자인. 투명한 직사각형 구조 속에 위스키 병을 가로로 눕혀 담은 형태는 기존 위스키 병의 고정관념을 완전히 깨는 파격적인 시도로, 시각적 충격과 기능적 혁신을 동시에 담아냈다. 병 양쪽 끝에는 컵이 내장돼 있어 언제 어디서든 바로 나눠 마실 수 있도록 설계되었으며, 이는 에이셉 라키가 지향하는 실용성과 라이프스타일적 감각을 반영한다.
Mercer + Prince는 단순한 주류 제품을 넘어, 에이셉 라키라는 인물이 가진 도시적 감각과 문화적 정체성이 응축된 하나의 예술 오브제이자 경험으로 작동한다.

<브루노 마스 – SelvaRey Rum>
세계적인 팝 아티스트이자 그래미 수상자인 브루노 마스(Bruno Mars)는 음악을 넘어, 자신만의 감각을 담은 라이프스타일 브랜드 구축에도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그 대표적인 사례가 바로 그가 공동 소유한 프리미엄 럼 브랜드 ‘SelvaRey Rum’.
SelvaRey Rum은 “Tropical Luxury Wherever You Are”라는 슬로건 아래, 언제 어디서나 마치 열대 휴양지에 와 있는 듯한 여유로운 감성을 제안한다. 브루노 마스는 로고부터 병 디자인, 패키지 콘셉트에 이르기까지 브랜드의 크리에이티브 전반에 직접 참여하며, 특유의 세련되고 유쾌한 미학을 제품에 녹여냈다. 단순한 술이 아닌, 그의 스타일과 세계관이 병입된 하나의 라이프스타일 브랜드로 주목받는 이유.



파나마 페세(Pese) 지역의 싱글 에스테이트 설탕수수를 원료로 사용하며, 전설적인 럼 마스터 프란시스코 ‘돈 판초’ 페르난데스(Francisco “Don Pancho” Fernandez)가 전통 방식의 증류와 블렌딩을 책임지고 있다. 마스가 특히 즐겨 마시는 코코넛 럼은 부드러운 향과 맛으로 피나콜라다 같은 칵테일에 제격이며, 화이트, 초콜릿, 코코넛, 오너스 리저브까지 다양한 라인업을 통해 각기 다른 열대의 무드를 전달한다.
SelvaRey Rum은 지속 가능성, 공정 무역, 다양성을 브랜드 핵심 가치로 내세우며, 브루노 마스의 음악처럼 매끄럽고 낙천적이며 스타일리시한 에너지를 한 병의 럼에 담아 전 세계 소비자들에게 전하고 있다. 이 브랜드는 단지 주류가 아니라, 한 아티스트의 취향과 철학을 직접 경험할 수 있는 감각적 오브제로 기능한다.

<스눕독 & 닥터 드레 - Gin & Juice>
힙합 레전드 닥터 드레와 스눕 독이 함께 손잡고 프리미엄 RTD(Ready-To-Drink) 칵테일 브랜드 ‘Gin & Juice by Dre and Snoop’을 공식 론칭했다. 브랜드명은 1994년 발표된 스눕 독의 대표곡 ‘Gin & Juice’에서 따온 것으로, 이 노래는 당시 힙합 팬들에게 여유롭고도 방탕한 일상을 상징하는 아이콘이 되었으며, 스눕 독의 미학과 라이프스타일을 대중에게 각인시킨 곡이다.


이번 제품은 진을 베이스로 한 프리미엄 캔 칵테일로, 전통적인 증류 방식과 현대적인 감각을 결합해 완성됐다. 세계적인 디자이너 이니 아치봉이 패키지를 맡아 시각적으로도 돋보이며, 시트러스, 멜론, 패션프루트, 살구 등 네 가지 맛으로 구성됐다. 라스베이거스 슈퍼볼 애프터파티에서 깜짝 공연과 함께 첫 공개되어 화제를 모았었다.
‘Gin & Juice by Dre and Snoop’은 단순한 사업 아이템을 넘어, 스눕 독의 데뷔 앨범 ‘Doggystyle’의 30주년을 기념하는 상징적인 프로젝트이기도 하다. 음악으로 공유한 세계관을 실제 음료로 구현해낸 이번 브랜드는, 두 아티스트의 유산과 감각을 병입한 또 하나의 문화 상품으로 주목받았다.

<트래비스 스콧 - CACTI>
트래비스 스콧(Travis Scott) 역시 자신만의 주류 브랜드를 보유하고 있다. 그는 미국의 대형 주류 기업 '안호이저-부시(Anheuser-Busch)'와 협업해 하드 셀처 브랜드 ‘CACTI’를 출시했다. 단순한 이름만 빌려준 협찬 제품이 아닌, 스콧이 직접 맛 선정부터 캔 디자인, 로고 작업까지 전 과정에 참여한 일종의 예술 프로젝트라 할 수 있다.
2021년 3월 론칭된 CACTI는 라임, 파인애플, 딸기 세 가지 맛으로 구성되며, 멕시코산 100% 블루 아가베를 원료로 한 7% 알코올 도수의 프리미엄 스파이크 셀처다. 스콧의 뮤직비디오, 그래미 어워즈 광고 등 대대적인 마케팅과 함께 선보이며, 출시 전부터 강한 주목을 받았다.
“CACTI, not no iced tea”라는 슬로건은 그의 곡 ‘Franchise’의 가사에서 따온 것으로, 브랜드 전반에 트래비스 스콧 특유의 유머와 아이덴티티를 담아낸다.



낮은 칼로리와 청량한 맛으로 각광받고 있는 하드 셀처 시장 속에서 CACTI는 Z세대의 라이프스타일과 감각을 정조준한 브랜드로 떠올랐다. 특히 ‘협업의 제왕’으로 불리는 트래비스 스콧이 이 브랜드를 통해 어떤 기발한 컬래버레이션과 확장을 선보일지 기대를 모은다. 단발성 한정판을 넘어, CACTI가 어떻게 자신만의 브랜드 세계를 구축해 나갈지 주목해볼 만하다.
Editor / 노세민(@vcationwithp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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