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에서 바라본 평면의 세상, 아름답지 아니한가?

하루에도 몇 번씩 오가는 엘리베이터, 습관처럼 들르는 마트, 그리고 누군가의 너무도 사적인 침실까지. 우리에게 익숙한 일상 속 공간들을 창조자의 시선으로서 바라본다면, 과연 어떤 감정에 마주할까.

친숙하기만 한 공간들은 멘노 아덴의 카메라를 통해 전혀 다른 존재가 된다. 우리가 잘 안다고 느끼는 장소가 아니라, 마치 알고 있다고 착각했던 것처럼. 하늘에서 내려다보는 시선. 그건 창조자의 시선과 같이 모든 것을 포괄하지만, 동시에 철저히 관찰자의 거리감을 유지한다. 그리고 우리에게 묻는다. “우리는 이 공간들을 ‘제대로’ 바라보고 있는가.”

ⓒvisitmytent

<익숙함은 낯섦이 되고, 평면은 입체가 된다>

독일 베를린을 기반으로 활동하는 사진작가 멘노 아덴(Menno Aden)은 천장에 고정한 카메라로 공간을 위에서 내려다보는 작업, <Room Portraits> 프로젝트를 진행해왔다. 이 단순한 시선의 전환은 단조로운 일상 공간에 전혀 다른 숨결을 불어넣는다.

늘 봐오던 것으로 느껴지던 피사체는 정교하게 짜인 디오라마와 같이, 낯설고 구조적인 아름다움을 드러낸다. 위에서 내려다본 풍경은 때로는 건축 평면도, 때로는 구성주의 회화처럼 추상화된다. 평범한 공간은 재해석되고, 익숙함은 해체된다. 무심코 지나쳤던 공간 속에는 삶의 리듬과 패턴, 감정의 흔적들이 촘촘히 박혀 있었다는 것을, 우리는 사진을 통해 다시 한번 인식하게 된다.

Photographer Menno Aden / ⓒYouTube

<식사를 기록하며 시작되다>

흥미롭게도 이 시리즈는 한 끼의 식사에서 출발했다. 멘노 아덴은 처음 자신의 식사를 기록하기 위해, 식탁 위의 음식을 위에서 내려다보며 사진을 찍는 ‘포토 다이어리’를 시작했다. 그는 위에서 바라본 음식과 식기들이 더 이상 맛있게 보이지 않고, 오히려 추상적인 형태로 변해 보인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그리고 그 ‘위에서의 시선’이 갖는 독특한 감각. 모든 것이 동등하게 나열되고, 전체 구성이 강조되는 화면 구성에 매료되었다.

이러한 발견은 곧 그의 친구들의 방으로 확장되었다. “나는 그들을 직접 보여주지 않고도, 그들의 초상화를 만들고 싶었다.”라는 그의 말처럼, <Room Portraits>는 사람 없이도 인물을 말할 수 있는 작업으로 진화해나갔다.


<기막힌 사진 속 실제 상황>

여기서 더 흥미로운 점은, 아덴이 찍은 공간들이 ‘연출되지 않은 실제 공간’이라는 것. 그는 가구나 소품을 배치하거나 사람을 의도적으로 제거하지 않는다. 오히려 있는 그대로의 방, 정리되지 않은 흔적, 구겨진 이불까지도 그 자체로 ‘그 사람’의 이야기가 된다. 공간은 무대가 되고, 인간은 자취만 남긴 주인공이 된다. 우리는 늘 그 공간에 있었지만, 동시에 늘 존재하지 않았다. 우린 익숙한 공간에서 낯선 구조를 보게 되고, 낯선 구조를 통해 익숙함을 다시 발견하게 된다.

시선이 바뀌면 공간은 다르게 말한다. 멘노 아덴의 사진은, 언젠가 무심히 지나쳤던 자신의 공간들이 생각나도록 유도한다. 그는 말없이 보여준다. ‘보는 법’은 그저 눈을 뜨는 것이 아니라, 낯선 각도를 허용하는 용기에서 시작된다고. 멘노 아덴은 그렇게, ‘천장에서 본 세상’을 통해 우리가 미처 보지 못했던 것들을 보게 만든다.


<공간에서 얻는 새로운 감각의 발견>

멘노 아덴의 사진을 보고 있으면, 어느 순간 우리의 생각은 멈춰 있던 일상으로 돌아온다. 내 방, 내 사무실, 내가 자주 드나드는 그 모든 장소들이, 사실은 얼마나 많은 이야기를 하고 있었던가. 우리가 무심코 지나친 이 공간들에도 정서의 흔적, 감정의 패턴, 삶의 체온이 남아있다. ‘보는 법’은 그저 눈을 뜨는 것이 아니라, 낯선 각도를 허용하는 용기에서 시작된다.

그가 보여주는 것은 단지 방의 사진이 아니다. 공간이 어떻게 시선과 관념에 의해 재구성될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한 편의 시적 성찰과 같다. 공간이 아닌 시선을 바꾸는 일. 그것이 바로, 그의 사진이 우리에게 던지는 가장 근본적인 메시지였을지도 모른다.







Editor / 박수민(@suumnpar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