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공 한개에 건 여름”, <고시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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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낭만(浪漫), 청춘(靑春), 열정(熱情)”
여기 이 단어들은 우리들의 구석 어딘가를 어김없이 주무르곤 한다. 그리고 고시엔이라고 불리는 일본의 고교야구 대회는 이 단어들을 가장 잘 표현한 초상이다. 일본 문화에 있어 고시엔은 단순한 스포츠 대회가 아니다. 태평양전쟁 이후 1946년 재개된 고시엔은 2020년 코로나19로 인한 중단을 제외하고 지금까지 매년 개최되고 있다.


고시엔은 뜨거운 여름 햇살 아래 젊은이들의 꿈과 희망이 피어나는 영원의 무대이며, 수많은 세대가 꿈꾸고 도전하고, 감동하고 울었던 청춘의 성지다. 고시엔의 흙에 묻은 땀방울과 그라운드를 가르는 공 하나하나에는 각자의 이야기가, 그리고 세월과 역사가 고스란히 녹아 있다. 일본 전역에서 온 청춘들이 이 무대 위에서 수많은 눈물과 함성을 쏟아내며 인생의 가장 뜨거운 순간을 살아내는 곳, 그것이 바로 고시엔이다.
<일본인들에게 고시엔은 단순한 고교대회가 아니다.>
고시엔은 단순한 고교 야구 대회를 넘어서 일본 국민이 매년 기다리는 여름의 최대 행사다. 전국 47개 도도부현에서 각 하나의 대표팀만이 본선에 참가할 수 있어 약 4,000여 개 고교 야구팀들이 치열한 예선을 뚫고 올라가는 서바이벌 토너먼트 대회다. 일본의 공중파 방송사인 NHK 등 주요 매체가 전 경기를 생중계할 정도로 국민적인 관심을 받는다. 매 경기마다 약 47,000석에 달하는 고시엔 구장이 꽉 차는 것은 물론 중계 시청률이 최고 20%에 달하기도 한다.
따라서 이 대회는 지역 사회와 학교, 선수 가족 모두의 열망과 희망이 응집된 하나의축제이며, 고교 야구선수들이 인생 최고의 순간을 맞는 무대이다. 일부 학생들은 프로에 지명되는 것보다 고시엔에 출전하는 것을 목표로 삼을 정도이니, 이미 고시엔은 일본 내 야구 문화의 중심이자 일본인의 ‘청춘’ 그 자체로 자리잡았다.
<고시엔의 상징, ‘고시엔의 흙’>
고시엔에서 가장 감동적이면서도 굵직한 전통 중 하나는 바로 ‘고시엔의 흙’이다. 대회가 끝난 후 경기에서 패배한 팀의 선수들은 직접 경기장 내 내야 흙을 한 줌씩 퍼서 가져간다. 그들에게 이 흙은 단순한 땅, 경기장이 아니라, 자신의 모든 것을 바쳤던 청춘의 열정과 투지, 무수한 땀과 눈물이 응축된 상징적 존재다.
이 전통의 유래는 1946년에 열린 제 28회 고시엔에서 준결승에 진출한 도쿄고등사범부속중학교가 그 해의 우승팀 나니와 상업고등학교에 패배한 후 감독이 흙을 한줌씩 챙겨 내년에 돌려주러 오자는 굳은 다짐에서 시작되었다.워낙 많은 팀들과의 예선을 거쳐 올라와야하는 대회인만큼 고시엔의 무대를 밟기조차 여렵기에 고시엔의 흙을 가져가는 순간은 선수 인생에 한 획을 긋는 영광이자 추억이며, 그 땅을 밟고 뛴 경험이 평생의 의미가 된다.
이처럼 고시엔의 흙은 단순한 기념품을 넘어 선수들의 꿈의 결정체이자, 포기하지 않고 계속 나아가라는 메시지를 담고 있다.



<낭만을 담은 고시엔의 캐치프레이즈>
고시엔의 캐치프레이즈는 매년 바뀌지만 늘 같은 메시지를 담고 있다. 그것은 바로 청춘의 열정과 꿈, 그리고 그 누구도 대신할 수 없는 순수한 투지에 관한 것이다. 수많은 젊은 선수들이 그라운드 위에서 심장을 뛰게 하는 그 말들은 단순한 구호를 넘어, 그 해 고시엔 무대를 맞이하는 모든 이들의 마음을 하나로 묶는 불변의 다짐이다. 매년 새롭게 공개되는 캐치프레이즈는 일본 대표 고교야구 대회의 정신적 축이며, 그 무대에서 땀 흘리는 이들의 내면을 깊이 들여다볼 수 있는 창이다.
이곳에 모인 수많은 사람들에게 그들의 열정과 최고의 모습을 보이기 위한 단단한 선언으로, 고시엔만의 시간과 그 속에 깃든 한 줌 열정을 말해준다. 결국, 고시엔의 캐치프레이즈는 야구선수로서의 커리어를 넘어, 한 나라의 미래를 짊어진 청춘의 결기, 그리고 반짝이는 젊음의 기록이다. 매해 그 문구 하나하나가 고시엔을 찾는 모든 이들의 가슴 속에 깊게 새겨지며, 그 해를 기억하고, 그 순간을 기억한다.


<고시엔의 역사 그리고 그 이름의 상징성>
한신 고시엔 구장 내에 자리한 고시엔 역사관은 고시엔의 100년 역사를 생생히 전시하고 있다. 초기 대회의 배트와 글러브, 명경기 사진, 기록 등이 전시되어 있으며, VR 체험과 드래프트 시뮬레이션 등 미래 세대에게 야구의 즐거움과 고시엔의 의미를 전달하는 다양한 콘텐츠도 마련되어 있다. 이곳은 야구 팬뿐 아니라 세대를 넘어 일본 문화와 스포츠 역사를 배우고 체험하는 거대한 박물관이자 성지로서도 사랑받고 있다.


이처럼 고시엔의 뜨거운 그라운드는 단순한 경기장이 아니라, 수많은 청춘의 열정과 꿈, 눈물과 환희가 녹아 있는 공간이다. 이곳에서 땀 흘리며 뛰었던 수많은 청년들은 고시엔의 흙을 품에 안고 인생의 새로운 장으로 나아간다. ‘청춘을 고시엔에 걸다’라는 말은 고시엔을 거쳐온 선수들은 그 기억이 심장 속에서 영원히 남아 삶의 연료가 되어 타오른다. 뜨거운 공기와 함께 퍼져 나가는 열정의 함성, 그리고 그라운드를 밟은 자만이 가진 빛나는 노래. 고시엔은 그렇게 일본인의 마음속에 불멸하는 낭만의 대회로 남아 있다. 오늘도 일본 어딘가에선, 고시엔 무대를 뒤집을 새로운 전설이 한 켠에서 조용히 시작되고 있다.


Editor / 김수용(@_fulki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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