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블 이전엔 이들이 있었다.” 슈퍼전대의 모든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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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의 어린 시절을 책임졌던, 흔히 ‘파워레인저’라 불리는 슈퍼전대 시리즈. 2025년, 그 긴 여정이 어느새 50주년을 맞았다. 지금까지 무려 49개의 전대가 제작되었고 시리즈는 현재 진행형이다. 슈퍼전대 시리즈는 토에이가 제작하고 텔레비전 아사히가 방송을 맡으며, 반다이가 완구 스폰서를 담당하는 삼각 구조 속에서 꾸준히 이어져 왔다. 원톱 혹은 투톱 히어로 체제였던 과거 특촬 시장에서 ‘여러 명이 힘을 합쳐 싸운다’는 콘셉트를 들고 나온 것이 시작점. 슈퍼전대 시리즈는 ‘팀’ 구도를 통해 캐릭터 수를 늘리고, 동시에 장난감 판매의 확장성까지 확보하며 울트라맨, 가면라이더와 함께 일본 특촬의 3대 축으로 자리 잡게 된다.
여담으로, 2013년 기네스북에는 ‘울트라맨’ 시리즈가 ‘파생작품이 가장 많은 TV 시리즈’로 등재되었지만, 실질적인 작품 수는 ‘슈퍼전대’가 훨씬 많다. 다만 작품 간 연관성이 희박하다는 이유로 기네스 선정에서는 밀렸다고.
이제, 총 49개에 이르는 시리즈 중 특히 눈여겨볼 작품들을 소개하려 한다. 시1대 ‘비밀전대 고레인저(파워레인저 파이브레인저)’부터 47대 ‘임금님전대 킹오저(파워레인저 킹덤포스)’까지, 반세기를 달려온 슈퍼전대의 역사와 각종 여담을 확인해 보자.
1대 비밀전대 고렌쟈(파워레인저 파이브레인저), (1975)
"다섯 명이 모여, 고렌쟈!"

슈퍼전대 시리즈의 첫 번째 작품인 비밀전대 고레인저는 밀리터리와 첩보원을 모티프로 삼았다. 프로듀서는 쇼와 라이더(1971년부터 방영을 시작한 초대 가면라이더부터 1994년의 가면라이더 J까지의 가면라이더 시리즈)에서 여러 명의 가면라이더가 함께 싸우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던 데서 착안해, 여러 히어로가 동시에 활약하는 작품을 구상했다. 애초에 다섯 명의 라이더가 등장하는 작품을 구상했고, 실제 오프닝에서 고레인저가 바이크를 타고 등장하는 장면도 가면라이더에 대한 오마주였다.
그러나 기획 과정에서 ‘가면라이더처럼 복잡한 디자인의 히어로가 다섯 명이나 동시에 싸우면 어린이들이 구별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이유로 작품 방향이 바뀌게 된다. 이에 따라 색을 강조한 단순한 디자인으로 노선이 수정되었다. 이 과정에서 라이더 시리즈의 연장이 아닌 오리지널 작품으로 발전하게 되었고, 오늘날 슈퍼전대 시리즈의 기반이 마련되었다.
5대 태양전대 선발칸, (1981)
"빛나라! 태양전대! 선발칸!"

슈퍼전대 시리즈의 최초로 동물을 모티브로 삼은 전대. 극단적인 성비 구성이 눈길을 끄는데, 여성 멤버가 전혀 없었던 최초이자 유일한 전대였다. 다만 방영 도중 여성 캐릭터를 원하는 소녀 시청자들의 요청이 빗발쳤고, 이후 시리즈에서는 최소 한 명 이상의 여성 멤버를 반드시 포함하는 규칙이 생겨나는 계기가 되기도 했다.
메카닉 설정에서도 새로운 시도가 있었다. 슈퍼전대 최초로 로봇 합체 시스템을 도입하여 두 개의 메카닉이 하나로 합체하는 구조를 선보였다. 이 장치는 이후 시리즈 전반에 영향을 준 혁신적인 요소로 평가된다.
더욱 흥미로운 점은 마블 코믹스와의 관계다. 당시 일본 시장 진출을 노리던 마블은 잠시 제작 지원을 했으나, 일본 시장에 매력을 느끼지 못하고 결국 23화를 끝으로 빠져나갔다. 그러나 선발칸은 슈퍼전대 시리즈 최초로 해외 진출 가능성을 타진한 작품이기도 하다. 마블의 아버지라 불리는 스탠 리는 선발칸에 흥미를 느껴, 당시 마블 TV CEO이자 훗날 FOX 키즈 CEO가 되는 마거릿 로쉬에게 선발칸 비디오테이프를 보여주었다. 로쉬 역시 긍정적으로 평가해 25,000달러를 투자했지만, 방송사에서는 폭력적이고 우스꽝스럽다는 이유로 수입을 거절했다. 하지만 십여 년 뒤, 로쉬는 다시 한번 슈퍼전대 시리즈를 미국에 들여오게 된다. 그리고 그 결과물이 바로 공룡전대 쥬레인저를 리메이크한 마이티 모핀 파워레인저(무적 파워레인저)다.
6대 대전대 고글파이브(지구특공대 가글파이브), (1982)
"싸워라! 대! 전대! 고글 파이브!"

슈퍼전대 시리즈의 여섯 번째 작품은 과학을 모티프로 삼았다. 완구 판매와 직결되는 거대전에서는 멤버 전원이 탑승하는 방식이 아니라, 당시 최고의 인기 배우가 연기하던 블랙과 핑크가 기지에 남아 서포트하는 패턴을 도입했다. 하지만 이로 인해 거대전에서는 블랙과 핑크의 활약이 묻히거나, 두 화면을 번갈아 보여주는 연출 탓에 몰입도가 떨어진다는 지적이 잇따랐다. 결과적으로 작품 전체의 완성도가 저하되었고, 시청률과 인기에 비해 완구 판매량이 저조한 결과로 이어졌다. 이 경험은 이후 시리즈의 방향성에도 영향을 미쳐, 메카의 수가 멤버보다 적더라도 반드시 전원이 탑승하는 방식이 정착하게 된다.
고글파이브에서 단연 주목할만한 점은 컬러다. 시리즈 최초로 명확한 블랙이 등장했으며, 이 작품을 기점으로 전통적으로 이인자의 색으로 자리 잡았던 블루가 블랙과 그린에게 밀려나는 변화를 겪기도 하였다. 또한 이 작품은 슈트에 머플러가 사용된 마지막 전대이자, 초기 슈퍼전대의 계보에 속하는 마지막 작품으로도 기록된다. 화려하고 앤틱한 디자인의 헬멧은 특히 유명한데, 단체 사진 속에서도 다른 전대와 나란히 서면 혼자 두드러질 만큼 독특한 존재감을 풍겼다. 화려한 헬멧 디자인을 중심에 두고 슈트는 의도적으로 단순화한 대표적인 사례라 할 수 있다. 콘셉트가 다소 애매하다는 평가를 받아 저평가되기도 하지만, 독특한 매력 덕분에 마니아 팬층이 존재한다. 대표적인 팬으로는 시마모토 카즈히코가 꼽히며, 의외로 당시 만화에서 잦은 패러디 소재로 쓰일 정도로 만화가들 사이에서는 인기가 있었다.
9대 전격전대 체인지맨, (1985)
“신비의 힘 '어스포스'가 발생해 5명의 몸을 감쌌다”

슈퍼전대 시리즈의 아홉 번째 작품. 테마는 왕도다. 이 시리즈는 ‘왕도’라는 단어가 가장 잘 어울리는 슈퍼 히어로 특촬물이자, 자타공인 슈퍼전대 시리즈의 전성기를 연 작품으로 평가된다. 히어로물의 기본 철학에 충실하면서도 완성도 높은 전개로 큰 사랑을 받았다. 최고 시청률은 16.1%로, 전작 초전자 바이오맨(우주특공대 바이오맨)의 13.6%보다 2.5% 높았으며, 평균 시청률 역시 바이오맨의 10.5%를 넘어 11.1%를 기록했다.
또한 완구 판매량의 정확한 수치는 공개되지 않았지만, 전작 바이오맨이 기록한 105억 엔을 상회해 당시 슈퍼전대 사상 최대 매출을 달성했다. 연출 면에서도, 우주형사 시리즈의 스페이스 오페라적 시나리오와 SF적 감각을 과감히 이식해, 전작 바이오맨보다 한층 뛰어난 영상미를 보여주었다.
체인지맨은 방영 당시부터 압도적인 인기를 구가했다. 역대 슈퍼전대 인기투표에서도 항상 상위권에 이름을 올렸으며, 방영 회수 역시 55화로, 시리즈 내에서는 1대인 고레인저 다음으로 많다. 일반적으로 50화 전후에서 마무리되던 당시의 전대와 달리 55화까지 연장된 것은 평균 11% 이상을 기록한 높은 시청률 덕분이었지만, 후속작 초신성 플래시맨의 촬영 지연도 한 요인으로 작용했다.
이러한 인기를 방증하듯, 방영 당시 유년기를 보낸 일본의 연기자나 가수들은 이후 각종 방송에서 체인지맨에 대한 추억을 자주 언급하는 모습이 이어지고 있다. 한국에 들어온 슈퍼전대 시리즈 중 유일하게 제목이 변경되지 않고 그대로 정식 수입을 했다.
10대 초신성 플래시맨(지구방위대 후뢰시맨), (1986)
“어느 날, 지구에서 다섯 명의 아이들이 우주의 끝으로 사라졌다. 그로부터 20년 후...”

우리에겐 후뢰시맨으로 더 익숙한 이 시리즈. 1989년, 대영팬더에 의해 지구방위대 후뢰시맨이라는 이름으로 슈퍼전대 시리즈가 한국에 최초로 수입되었다. 슈퍼전대 시리즈의 10번째 작품인 후뢰시맨은 국내에 처음 소개된 전대물이자, 당시 특촬 드라마 장르 자체가 신선하게 받아들여지며 폭발적인 인기를 끌었다. 특히 VHS 보급과 비디오 대여점 시장이 문화 트렌드로 자리 잡던 시기와 맞물리며 파급력이 배가되기도. 공중파 방영이 아닌 VHS만으로 이 정도의 흥행을 기록한 사례는 극히 드물며, 80~90년대에 유년기를 보낸 세대라면 대부분 이 작품을 접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당초 대영팬더는 흥행을 자신하지 못해 1~10편만 계약해 들여왔으나, 기록적인 흥행으로 이어지자 전편을 추가 수입해 ‘후뢰시맨 II’라는 이름으로 발매했다. 이를 기점으로 후뢰시맨의 성공에 자극받아 다른 제작사에서도 다양한 특촬 작품들을 잇따라 들여오는 계기가 되었다. 당시 흥행 규모는 실로 엄청났다. 대영팬더는 후뢰시맨 단일 작품으로만 약 40억 원의 매출을 기록하며 VHS 비디오 발매사 중 최고의 주가를 올리기도 했다.
인기를 방증하는 또 다른 지표는 완구 시장이었다. 플래시맨 관련 완구는 일부 제품이 ‘없어서 못 팔’ 정도로 불티나게 팔렸으며, 특히 당시 최고가였던 플래시 타이탄(18,000원)은 장난감치고 상당히 비싼 가격임에도 큰 인기를 끌었다. 더욱이 1960~90년대 당시 국내 완구사들은 저작권 개념이 희박해 일본 특촬 제품들을 무단 카피하거나 짝퉁 제품을 출시하는 경우가 많았는데, 플래시맨 완구는 드물게 정식 라이선스로 계약된 사례였다.
흥행의 배경에는 문화적 요인도 있었다. 당시 공중파에서 방영된 DC·마블 기반의 실사 드라마나 애니메이션은 성인지향적이고 어두운 분위기 탓에 아동층이 이해하기 어려웠다. 반면 일본 특촬물은 한국 정서와 유사한 부분이 많아 공감을 이끌어냈다. 비록 어두운 전개도 존재했지만, 자멸하는 악역과 권선징악적·교훈적인 스토리 구조 덕분에, 당시 한일 관계가 원만지 않았음에도 아이들 사이에서 폭발적 인기를 얻을 수 있었다.
16대 공룡전대 쥬레인저(무적 파워레인저), (1992)
“1억 7천만 년 전의 공룡 시대부터, 지금 되살아난 5명의 전사들!”

슈퍼전대 시리즈의 16번째 작품으로, 소재는 공룡이다. 이 작품은 판타지 요소를 적극적으로 도입해 옛이야기와 전설을 본격적으로 차용했다. 이전 전대에서도 요정 등 판타지적 장치가 간간히 등장했지만, 쥬레인저에서는 각 로봇에 생명을 불어넣어 ‘신(神)’으로 설정하는 등 극의 중심 요소로 자리 잡았다. 이러한 특징은 단순히 ‘마무리’에 불과했던 로봇 액션에도 극적인 의미를 부여했으며, 이후 여러 후속작에도 계승되었다.
또한 쥬레인저는 미국으로 정식 수출된 최초의 슈퍼전대 시리즈다. 1993년 8월, 미국에서 마이티 모핀 파워레인저(무적 파워레인저)라는 제목으로 리메이크되어 방영되었고, 이 시리즈는 TV뿐 아니라 극장판까지 큰 인기를 끌었다. 특히 복장이 3기까지 변경되지 않고 그대로 이어질 만큼 인기가 높았으며, 이후 파워레인저 시리즈는 일본 슈퍼전대를 원작으로 리메이크하는 방식을 유지하면서도 미국판 고유의 설정과 이야기를 추가해 차별화된 프로그램으로 발전해 갔다. 이는 한국에서 파워레인저 시리즈의 첫 작품으로, 쥬레인저와 함께 슈퍼전대 시리즈를 국내에 본격적으로 알리는 계기가 되었다.
24대 미래전대 타임레인저(파워레인저 타임포스), (2000)
“기원 3000년의 미래인들과 한 명의 남자가 만났다. 새로운 때를 새기기 위해서…!”

슈퍼전대 시리즈의 24번째 작품이자, 25주년 기념작인 미래전대 타임레인저(파워레인저 타임포스)는 시간과 경찰을 소재로 삼고, 운명을 큰 테마로 내세운 작품이다. 시간과 미래를 다루되, 타임 패러독스나 역사 개변 같은 복잡한 요소는 어린 시청자에게 부담이 될 수 있다고 판단해 배제했고, 대신 무대를 ‘현대’로 고정했다.
작품은 기획 단계에서부터 의도적으로 고 연령층을 겨냥한 구성을 택했으며, 주제곡과 전개 방식 또한 기존 전대의 패턴을 벗어나 독창성을 추구했다. 20세기 마지막 슈퍼전대답게 전반적인 분위기는 상당히 어둡고 무거운데, 이는 당시 유행하던 형사물의 영향을 짙게 받았고, 같은 시기 방영된 가면라이더 쿠우가와도 성향이 맞닿아 있다.
스토리 면에서는 슈퍼전대 최고 수준이라는 평가를 받을 만큼 완성도가 높다. 초반에 뿌려둔 복선을 치밀하게 회수하며, 인물 간 갈등과 드라마가 메인 스토리와 조화를 이뤄 버릴 에피소드가 거의 없다는 점이 특징이다. 반전과 전개 역시 몰입도가 높아, 지금도 전대 팬들에게 수작으로 꼽히는 작품이다.
다만 상업적 성과는 미흡했다. 완구 매출은 42억 엔에 그쳐 전년도 대비 약 60% 하락했으며, 슈퍼전대 사상 최저 판매 기록을 세우고 말았다. 뛰어난 완성도에도 불구하고 흥행 면에서는 아쉬움을 남긴 작품이다. 슈퍼전대 시리즈 사상 최저 완구 판매 수익이라는 기록은 지금까지도 깨지지 않고 있다고.
25대 백수전대 가오레인저(파워레인저 정글포스), (2001)
"생명이 있는 곳에 정의의 외침이 있다! 파워레인저 정글포스!"

25번째 기념작, 백수전대 가오레인저(파워레인저 정글포스)는 동물을 모티브로 삼고 생명을 테마로 내세운 작품이다. 전작 미래전대 타임레인저(파워레인저 타임포스)가 성인 취향의 노선으로 어두운 분위기를 택해 흥행 면에서 고전했던 반면, 가오레인저는 다시금 아동층 중심의 밝고 경쾌한 전개로 회귀하며 큰 성공을 거두었다.
시청률은 평균 8.8%, 최고 11.5%를 기록해 1988년 이후 슈퍼전대 최고 수준을 찍었고, 특히 3~5세 남아층에서는 70%라는 압도적인 지지를 받았다. 완구 매출 역시 타임레인저 대비 2배를 기록하며, 2000년대 슈퍼전대 전성기를 여는 기폭제가 되었다. 배우들의 인기도 상당해 당시 어머니 팬층까지 형성되었으며, 덕분에 작품은 아동층뿐 아니라 폭넓은 연령대에서 호응을 얻었다.
완구 상품 전개 역시 놀라울 정도로 퀄리티가 높았다. 소재, 다양한 라인업, 뛰어난 프로포션 덕분에 콜렉터들의 눈길을 끌었고, 현재까지도 일본 중고 시장과 경매에서 높은 프리미엄을 형성한다. 결과적으로 정글포스는 슈퍼전대 시리즈의 부활과 21세기 전성기를 이끈 기념비적인 작품으로, 당시 시청했던 세대가 성인이 된 지금까지도 가장 인기 있는 슈퍼전대 시리즈 중 하나로 손꼽히고 있다.
29대 마법전대 마지레인저(파워레인저 매직포스), (2005)
"넘치는 용기여, 마법으로 변해라! 마법전사 매직레인저!"

슈퍼전대 시리즈의 29번째 작품이자, 30주년 기념작인 마법전대 마지레인저(파워레인저 매직포스)는 마법과 가족을 소재로 삼고 용기를 테마로 내세운 작품이다. 한국에서는 2006년 7월 17일, 재능방송을 통해 더빙·방영되며 국내 슈퍼전대 열풍의 불씨가 되었다. 1980~90년대 어린이 세대에게 지구방위대 후뢰시맨과 무적 파워레인저가 있었다면, 2000년대 초중반을 보낸 세대에게는 파워레인저 매직포스가 전부였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당시만 해도 한국에서 특촬물 시장은 본격적으로 열리던 시기였는데, 매직포스는 파워레인저 시리즈의 국내 인지도를 단숨에 끌어올린 기념비적 작품이 되었다. ‘후뢰시맨’과 ‘무적 파워레인저’가 대중적 확산에는 실패했던 것과 달리, ‘파워레인저 매직포스’는 폭발적인 인기를 바탕으로 이후 전대 시리즈의 지속적인 수입·방영을 가능케 한 일등공신으로 평가받는다.
덕분에 2000년대 중반을 전후해 어린 시절을 보낸 세대에게 매직포스는 최고의 전대작으로 꼽히며, “파워레인저 중 매직포스는 안다”는 사람이 여전히 많다. 심지어 일부는 매직포스가 파워레인저 시리즈의 시작인 줄 착각할 정도로 영향력이 컸다. 국내에서는 가장 대표적인 성공작으로 회자되며, 현재까지도 90년대 후반~00년대생에게 가장 추억 깊은 전대작 중 하나로 기억되고 있다.
32대 염신전대 고온저(파워레인저 엔진포스), (2008)
"정의의 길을 질주한다, 파워레인저 엔진포스!"

슈퍼전대 시리즈의 32번째 작품인 염신전대 고온저(파워레인저 엔진포스)는 자동차와 동물을 결합한 콘셉트로, 환경 보호를 테마로 삼은 작품이다. 밝고 경쾌한 톤으로 전개되며 침체기에 빠질 뻔한 밀레니엄 전대의 인기를 끌어올린 공로작으로 평가받는다. 작품은 전체적으로 통통 튀는 활기찬 분위기를 유지하며 남녀노소를 아우르는 지지를 받았다. 특히 이 시기를 기점으로 젊은 여성 팬층이 전대 시리즈에 조금씩 유입되기 시작했다.
완구 역시 주목할 만했다. 언뜻 보기엔 유아 취향처럼 보일 수 있는 디자인이었지만, 완성도와 플레이밸류가 뛰어나 완구 컬렉터들 사이에서도 호평을 얻었다. 특히 모든 DX 엔진 시리즈를 합체해야만 완성되는 최종 로봇 ‘엔진오 G12’는 당시로선 충격적인 발상이었으며, 이 시스템은 이후 슈퍼전대 시리즈 최종 합체 메카의 정석 패턴으로 자리 잡게 된다.
비록 파워레인저 캡틴포스나 파워레인저 다이노포스같은 후속작의 폭발적인 인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존재감이 가려지긴 했지만, 고온저는 2000년대 전대 흐름을 다시 반등시킨 분기점이자, ‘밝은 전대’의 매력을 제대로 각인시킨 기념비적 작품이라 할 수 있다.
35대 해적전대 고카이저(파워레인저 캡틴포스), (2011)
“화려하게 간다!”

슈퍼전대 역사상 가장 많은 혜택을 입은 작품이자, 가장 화려하게 만들어진 전대. 모티브는 해적, 테마는 동료와 보물이다. 캡틴포스는 등장과 동시에 선풍적인 인기를 끈 시리즈이기도 하다. 이는 역대 전대들의 힘을 사용하는 독특한 설정과, 역대 전대 멤버들의 특별 출연 등 팬들을 위한 서비스 요소가 풍부했기 때문. 특히, '레인저 키'라는 아이템을 통해 과거 전사로 변신할 수 있는 능력이 팬들에게 큰 재미와 감동을 주었으며, 이는 캡틴포스의 인기를 견인한 핵심 요인이 되었다.
극장판을 포함해 본편 50화까지, 무려 34대 전대가 최소 1명 이상 게스트로 얼굴을 비췄다. 즉, 35년의 역사를 집대성한 동시에 팬들의 추억을 소환한 명작으로 평가되며 ‘팬서비스’라는 말이 가장 잘 어울리는 전대가 바로 캡틴포스다. 그 덕분에 완구 매출만 약 130억 엔. 인기에 힘입어 방영 10년이 훌쩍 지난 2025년, 슈퍼전대 50주년 대투표에서도 흔들림 없이 작품 부문 1위를 차지했다.
물론 팬서비스만으로 이 자리에 오른 건 아니다. 여섯 명의 고카이저 멤버 모두 개성이 뚜렷했고, 그 강렬한 개성이 한 팀으로 묶이며 다채로운 조화를 이뤄냈다. 캐릭터들의 서사를 충실히 풀어내면서 시청자가 감정을 이입할 수 있는 여지를 마련했고, 전대 특유의 ‘레드 중심’ 구도가 상대적으로 약해 여러 멤버의 존재감이 균등하게 드러났다.
액션은 더욱 호쾌하다. 이전 전대의 전투 방식을 활용하면서도, 고카이저만의 개성을 살린 전투 스타일을 보여줬다. 공통점이 있는 전대끼리 변신하거나 다양한 조합으로 변신하는 연출은 보는 재미를 극대화한다. 전대물의 본질적인 쾌감을 모두 담아낸 모범적인 작품이라 할 만하다.
37대 수전전대 쿄류저 (파워레인저 다이노포스), (2013)
“사상 최강의 브레이브!!”

슈퍼전대 시리즈의 37번째 작품. 모티브는 공룡, 삼바, 건전지. 테마는 용기다. 변신조차 삼바 리듬에 맞춰 춤을 추다 “파이어!”라는 구호와 함께 사격을 해야 완성될 정도로 밝고 경쾌한 에너지가 극 전반을 감싸지만, 진지해야 할 순간은 확실히 눌러주는 밸런스가 있다.
겉만 보면 흔한 공룡 소재에 단순한 구성이지만, 경쾌한 분위기와 일관된 스토리, 뚜렷한 캐릭터성, 완성도 높은 디자인 덕분에 스토리와 상업성을 동시에 잡았다. 밝고 개연성 있는 전개 덕에 어린이뿐 아니라 고연령 팬층까지 끌어들였다. 그 덕에 실제로 2025년 전 슈퍼전대 대투표에서 8위를 차지했다.
또한, 방영 초반부터 캡틴포스와 엔진포스만 기록했던 완구 품절 사태를 재현했을 뿐 아니라, 그간 역대 시리즈의 초반 수익을 모조리 넘어섰다. 추석 시즌이 되기도 전에 대형마트 매대가 비워질 정도였으니 당시 열기를 짐작할 만하다. 주역 메카 티라노 킹과 팔 담당 수전룡은 연일 매진, 변신기 가브리볼버와 가브체인저 역시 불티나게 팔렸다. 이후 등장한 신전사들의 메카와 무기 라인업까지 빠른 속도로 소진되며, 남는 물량은 다이노셀 세트와 일부 보조 아이템 정도에 불과했다. 결국 10월도 되기 전에 전 라인업이 매진되는 진풍경이 벌어졌다.
이런 품귀 현상과 되팔이들의 행태가 얼마나 심각했는지, 국내에서는 뉴스데스크에 이어 같은 해 SBS 8 뉴스까지 메인 보도에서 다뤄졌다. 이후 YTN과 연합뉴스 또한 연속적으로 보도에 나설 만큼, 한국에서 방영된 특촬물 사상 유례없는 집중 조명이 쏟아진 셈. 그 열풍은 결국 ‘완구계의 허니버터칩’이라는 별칭으로까지 번졌다고.
47대 임금님전대 킹오저(파워레인저 킹덤포스) (2023)
“5명의 임금, 뭉치면 무적!!”

슈퍼전대 시리즈의 47번째 작품. 모티브는 왕국과 곤충, 테마는 왕권이다. 전대 역사상 처음으로 곤충을 전면에 내세운 작품으로, 디테일을 귀족풍 장식과 접목한 디자인은 방영 전부터 화제를 모았다. 여기에 기존 시리즈에서는 보기 힘들었던 화려한 CG 배경이 더해지며 시청자들에게 새로운 시각적 경험을 안겼다.
방대한 세계관과 정교한 설정, 배우들의 뛰어난 연기력, 입체적으로 구축된 메인 빌런까지. 모든 요소가 조화를 이루며 슈퍼전대 시리즈의 암흑기를 끝내고 새로운 전성기를 연 작품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레이와 전대 특유의 실험성과 개성을 이어가면서도 전통적인 전대의 매력을 동시에 보여주었기에, ‘슈퍼전대 최고의 명작 중 하나’라는 수식어가 아깝지 않다.
흥미로운 점은 한국에서의 성적이다. 판타지 특촬물이 국내 정서에 잘 맞아떨어진 덕분인지 일본보다 더 뜨거운 상업적 성과를 올렸다. 서울 팝콘 2024에서 열린 국내 파워레인저 인기투표에서는 오랫동안 최고 인기작 자리를 지켜온 ‘애니멀포스’를 누르고 1위를 차지하기도 했다.
2025년 슈퍼전대 50주년을 맞아 열린 대투표에서는 작품 부문 2위를 기록했다. 단순히 최신작이라는 프리미엄을 넘어, 일본 현지에서 절대적 인기를 구가하던 시리즈들을 제치고 2위에 오른 건 상당히 유의미한 성과다. 완구 판매량을 넘어 작품성과 팬덤의 지지를 모두 증명해 낸 결과로, 킹오저가 한·일 양국에서 확실히 최상위권 인기를 가진 전대라는 사실이 입증된 셈이다.
Editor / 김성욱(@wookkee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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