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am Dahoon(남다현)

JEESUN

Nam Dahoon(남다현)


라이프 스타일 매거진 페이크 매거진(@fakemagazine_official)과 아트 셀렉숍 보이드(@the_bvoid)와 함께 협업 인터뷰 콘텐츠 을 선보인다. <OUT OF THE FRAME>은 아티스트의 '일탈'이라는 소재로 작가와 개인의 삶에 영향을 준 라이프스타일에 초점을 맞춰 이야기를 담았다. 열 번째 아티스트는 복제 작업을 통해 시대상과 본인의 생각을 담아내는 남다현(@dhnam_001)이다.


Q. 남다현작가 본인에 대한 소개 부탁한다.

A. 안녕하세요, 시각예술 작가로 활동하고 있는 남다현입니다. 현재 남양주에서 작업실에서 다양한 매체를 활용한 복제 작업을 하고 있습니다.

Nam Dahoon / ⓒfake magazine

Q. 캐나다에서 자라 이과생으로 토론토대학에 진학했지만, 미술사 편입 후 작가로서 새로운 모습을 선보이기까지 많은 과정이 있었다. 간단하게 작가 이전의 이야기를 해줄 수 있을까.

A. 돌아보니 그때그때 해보고 싶은 것들을 하며 살았습니다. 타지에서 건강한 교우 생활을 하고자 운동도 해보고, 곤충과 동물이 좋아 생물학 공부도 해보고, 나중에는 수학이 혐오스럽고 미술이 좋아져 미술사 공부를 하였고, 안정적이고 규칙적인 삶이 궁금해 직장인 생활도 해보았습니다. 그리고 지금껏 해본 것 중에 작가로서의 삶이 가장 적성인 거 같아 나름 만족하며 살고 있습니다. 이래서인지는 몰라도 작업도 한 가지 주제나 기법을 깊게 파는 것 보다, 이런저런 주제들을 다양한 기법으로, 넓고 얕은 방향의 작업을 하고 있습니다. 개 버릇은 남 못 주나 봅니다.(웃음)


Q. 가벼운 모형들부터, 우리의 생활 속에서 찾아볼 수 있는 다양한 오브제를 위트있게 사용하며 진짜 같은 가짜를 복제해 내는 작업물을 선보인다. 남다현 작가만의 아트웍에 대한 정의를 내리자면.

A. 어렸을 때부터 무언가 베끼는 걸 좋아했습니다. 동물 사전 속 곤충 삽화나 세계 전도의 국기를 베끼곤 하였고, 아무 책이나 선반에서 집어 필사하곤 하였습니다. 이 행위가 흥미롭다고 여겨 쭉 필사·복제를 해왔습니다. 물론 저는 제 복제 행위와 가짜의 생산이 현시대에 시사하는 바가 크다는 믿음을 가지고 작업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동시에, 저는 제 작업이 뚜렷한 철학적·미학적 사상·사조를 기반으로 한 작업이라기보다, 습관처럼 해오던 행위에 그때그때 관심 두는 주제를 담아내는 작업에 가깝다고 생각하는 만큼, 모든 작업을 꿰뚫는 명료한 정의를 내리기는 힘들 것 같습니다. 그래도 ‘정의’란 단어에 가장 가깝게 제 아트웍을 표현하자면 ‘가짜’가 아닐까 싶습니다.

Nam Dahoon / ⓒfake magazine

Q. 구글을 복제한 개인 사이트도 인상 깊게 봤다.

A. 저에 대한 정보와 작업물들을 열람할 수 있는 웹사이트인 만큼 구글을 모방하여 제작해 보았습니다. 보는 이로 하여금 재미도 있고, 웹사이트도 하나의 작품으로 만들어 제 아이덴티티를 살릴 방법이라 생각하였습니다. 현재 미뤄두었던 업데이트를 짬짬이, 하지만 열심히 하는 중입니다. 최소한 내년 봄까지는 정리를 마치고 싶은데, 뜻대로 안 될 예정입니다.(웃음)

남다현 작가 공식 웹사이트


Q. 소셜미디어의 다양한 밈(meme), 자극, 젠트리피케이션, 제프 쿤스(Jeff Koons)를 비롯한 아티스트 등 다양한 곳에서 영감을 받는다. 최근 작품 활동에 있어 찾아보는 레퍼런스는 어떠한지 궁금하다.

A. 리부트(REBOOT)전시나 제주현대미술관 전시처럼 현지를 방문하여 지역의 특징과 고충을 조사하기도 하고, <제프쿤스 파격세일!> 같이 전시장과 어울리는 작업을 온라인 조사와 합쳐 작업을 하기도 하며, SB-129전시나 오징어는 자기 먹물을 선택한다 전시처럼 기억 속에서 주제를 꺼내오기도 합니다. 최근에는 부쩍 다양한 웹서핑을 통해 수집한 자료를 복제하는 작업을 많이 하는 듯합니다. 인스타그램 릴스를 보다 흥미로운 장면을 발견하면 바로 스크린샷을 뜨는데, 이렇게 모은 자료들을 작품을 만들거나 전시를 구상할 때 요긴하게 쓰고 있습니다.

Q. 더 보이드 행사를 비롯해, 룬트 갤러리, 개인전 ‘SB-129’ 등 기억에 남는 전시를 꼽자면.

A. 최근 여러 멋진 작가분들과 함께한 다양한 페어들이 기억에 남습니다. 더 보이드에서는 최근 관심 두는 동물 세계의 기현상과 관련된 키네틱 작업을 선보일 수 있었고, 웁서울에서는 제프쿤스 파격세일!이라는 작업을 통해 현대 미술시장에 대한 유의미한 메세지를 남겼다고 생각합니다. 더아트프라자에서는 2019년 전시 후 보여줄 기회가 없던 리부트(REBOOT)전시의 세탁소 풍경을 다시 설치할 수 있어 기뻤습니다. 올 한 해 능력 있고 독창적인 다양한 분야의 미술인분들과 함께 전시할 수 있어 기쁜 영광이었습니다.


Q. 전시마다 다양한 컨셉의 작품들이 곳곳에 놓여있어 독특한 한 섹션을 구성한다.  섹션을 구성하기까지 어떠한 과정들 겪는지 궁금하다.

A. #1. 상시 복제할 대상을 조사하고 기록합니다.

#2. 보통 사회, 일상, 추억 세 가지 키워드와 함께 공간의 특색이나 행사의 취지, 다른 작가들과의 조화 등을 고려하여 복제할 대상을 선정합니다.

#3. 선정한 대상의 복제를 통해 관객들에게 의미를 전달 할 방법을 모색합니다.

#4. 복제할 대상이 눈앞에 있거나, 사진으로 기록할 수 있다면 좋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가 많습니다. 그러할 경우에는 인터넷 검색을 통해 복제할 대상을 조사합니다.

#5. 복제를 위하여 참조 이미지를 인쇄하고 필요시 도면을 작성합니다. 이때 추상적이었던 전시 공간에서의 설치 방향도 확정합니다.

#6. 다양한 재료를 이용하여 복제합니다.

대체적으로 이러한 절차를 통해 전시를 만들어 나갑니다.

Nam Dahoon / ⓒfake magazine

Q. 본인의 일상에서 포착한 전자기기부터, 오토바이, 세탁소와 게스트 하우스 등 마치 세트장처럼 복제해 뒀다. 앞으로 선보일 대형 작업물은 어떠한 것들까지 복제할지도 궁금해졌다.

A. 뭐든 가능합니다. 정말 뭐든 가능하다는 마음가짐으로 흥미로운 대상을 복제하여 시대상과 제 생각을 담아낼 수 있는 작업을 이어 나가고 싶습니다. 저 스스로도 기대가 됩니다.


Q. 취미의 또 다른 면으로 일탈을 설정했다. 남다현작가의 일탈에 대해서 소개하자면.

A. 취미가 별로 없는 편입니다. 별다른 일정이 없다면 하루의 대부분을, 작업을 합니다. 취미를 꼽자면 작업할 때 틀어놓는 시트콤과 작업 외 시간 고양이들과 놀아주는 정도일 것 같습니다.(웃음)

Q. 실제로 포켓몬 카드를 남다현 작가 스타일로 재해석해 원본과 같은 카드팩을 판매하기도 했다.

A. 개인적으로 ‘90년대생의 추억’하면 제일 먼저, 그리고 제일 강렬히 떠오른 것은 포켓몬입니다. 추억은 머릿속 복제된 과거이지만 오늘날 경험한 현실의 오염을 피할 수 없습니다. 이처럼 포켓몬 팩 안에는 미소가 절로 지어지는 추억의 상징인 포켓몬, 유희왕 카드와 피할 수 없는 갑갑한 현실인 신용카드가 함께 들어있습니다.(웃음)


Q. 남다현 작가에게 포켓몬은 어떠한 매력을 가지고 어떠한 의미가지는지 궁금하다.

A. 스폰지밥과 더불어, 어렸을 때부터 지금까지 꾸준히 소비하고 있는 콘텐츠입니다. 게임, 애니메이션, 장난감, 수집 카드 등으로 즐겼던 포켓몬인 만큼 자연스럽게 작업에도 녹아드는 것 같습니다. 특히 게임 중 포켓몬스터 골드는 정말 열심히 한 것 같습니다. 학교 수업이 끝나고 나면 친구들과 게임보이를 들고 보도블록에 앉아 통신케이블을 통해 대전하던 기억이 생생합니다.


Q. 포켓몬과는 다르게 과거 미식축구도 즐길 정도로 스포츠에 관심이 많았다.

A. 고등학교 때 교내 미식축구팀에서 라인맨(오른쪽 오펜시브 가드)으로 활동했습니다. 운동을 놓은 지는 오래되었지만, 종종 TV와 인터넷 매체를 통해 스포츠 경기나 하이라이트를 시청하고 있습니다. 최근 LG트윈스의 한국시리즈 우승을 인상 깊게 보았습니다.

Nam Dahoon / ⓒfake magazine

Q. 또 다른 취미로 미국 드라마와 시트콤을 보는 걸 굉장히 좋아한다고 알고 있다.

A. 작업 할 때 노동요처럼 드라마나 시트콤을 틀어 놓습니다. 얼마 전 쿠팡플레이를 시청하게 되었는데, 예전에 보았던 ‘더 오피스’를 다시 볼 수 있게 되어 기뻤습니다. 역시 명작은 다시 보아도 재밌더군요.(웃음) 한국 시트콤 또한 관심 가지며 보고 있습니다. 얼마 전 2000년 초반에 방영한 ‘웬만해선 그들을 막을 수 없다’라는 시트콤을 시청하였는데, 재미는 물론 당시 시대상을 엿볼 수 있는 훌륭한 자료라고 생각했습니다.


Q. 해외의 다양한 경험이 녹아들어 있을까 아니면 회화 작가로 활동하는 아버지의 어깨너머로 배워온 덕일까. 남다현 작가의 성장 과정과 그간의 경험들이 모여 지금의 작가로서 뚜렷하고 독특한 색채를 보여주고 있다고 느낀다.

A. 이 부분은 제가 알 수 없는 부분이라고 생각합니다. 저도 모르는 사이에 자연스럽게 작업에 녹아들고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제가 너무나 당연하게 생각하는 것들이어서 저 스스로는 눈치채기 어려운 것 같습니다. 다만 다양한 재료와 주제로 작업한다는 점이 아버지와 많이 닮아있는 것 같고, 또 한편 위에서 언급했듯이 어릴 때부터 다양한 곳에서 다양한 것들을 경험한 제 삶을 반영하는 것 같기도 합니다.


Q. 미술사를 전공해 미술 관련 직장생활을 경험하였다 보니 작가의 삶을 누구보다 가까이서 봐왔을 것 같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안정적인 생활에서 불규칙한 작가로서의 전향을 택한 이유가 무엇일까.

A. 직장생활을 포함해 제가 하였던 일 중 가장 압도적으로 적성에 맞는 일이 미술창작인 것 같습니다. 아직 철이 안 들어서 그런 건지 몰라도 ‘내가 매일 아침 설레며 일어날 수 있는 일을 하는 것’이 안정적인 생활을 하는 것보다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가끔은 현실적인 부분이 걱정되긴 하여도, 예로부터 ‘근면성실’하고 ‘근검절약’하면 근근이는 먹고 살 수 있다고 했습니다.(웃음)

Nam Dahoon / ⓒfake magazine

Q. 도시 외곽에 살며, 고양이들과 함께 본인의 루틴으로 하루를 보낸다. 앞으로 남은 23년은 어떻게 마무리할지, 그리고 새롭게 찾아오는 24년의 계획을 묻고 싶다.

A. 오는 12월 18일(월) ‘네버마인드’에서 이세준 작가님과 2인전을 가집니다. 올해는 이 전시와 함께 뜻깊게 마무리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2024년에는 지난 2020년 ‘오!재미동 갤러리’에서 선보였던 충무로역 복제 공간을 다시 보여드릴 기회가 생길 것 같고 좋은 기회로 연극에도 참여할 것 같습니다.(웃음) 따로 거창한 목표는 없습니다. 다만 ‘올해만큼만 하자’는 생각입니다.


Q. 'FAKE'의 의미를, 목적을 달성한 모습을 더욱 매력적으로 표현해 주는 행동이나 태도로 재해석하였다. 남다현에게 ‘FAKE'란?

A. FAKE는 제 작업 그 자체가 아닐까 싶습니다. 말 그대로 ‘가짜’를 만들기도 하지만, ‘fake motion’처럼 마치 진짜인 척을 하다 다가가면 가짜인 실체를 드러내어 관객들을 당황케 하는, 이를 통해 '간극에서 발생하는 코미디’라는 골문에 다가가는 작업을 하고 있으니 말입니다. 서로가 진품이라고 우기는 이 시대 당당한 FAKE가 오히려 독창적이고, 오히려 현시대의 문제점을 풀어나갈 실마리를 쥐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니까, FAKE를 통해서 오히려 더 REAL 해 질 수 있을지도.(웃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