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오 빈티지> 새로운 빈티지의 기준이 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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빈티지는 단순히 연식으로 결정되지 않는다. ‘빈티지’라는 개념은 와인 산업에서 태어났지만, 현재는 디자인, 패션 등과 결합해 특별한 의미를 가지게 되었다. 고로 레트로, 앤티크와는 다른 단어일 뿐만 아니라, 유즈드(구제)와는 확실하게 다름을 짚고 가야 한다. 빈티지는 ‘낡음, 오래됨’과 같은 기준이 아닌, 한 시대의 문화적 탁월함을 받아들이는 것이다. 따라서 특정 연식과는 관계없이, 그 고유의 ‘미’를 구분하고 인식할 수 있으면 빈티지로 분류해야 한다.

‘아카이브 리바이벌’. 과거의 유산이 부활해 새로운 트렌드를 부여하는 지금, 전 세계 빈티지 헌터들은 눈에 불을 켜고 ‘네오 빈티지(새로운 빈티지)’를 찾고 있다. 특히 80년대에서 00년대까지, 기존 빈티지의 기준에 미치지 못했던 비교적 새로운 연대의 유산이 주목받는 점이 특별하다. 수많은 디자이너가 과거의 유산을 파헤치고 있는 2026년, 새로운 빈티지의 기준은 어디에 둘 수 있을까?

<신입들은 어떻게 다크호스가 되었는가>

기존의 빈티지가 제시한 정해진 연대와 카테고리를 벗어나, 인정받지 못하던 80s, 90s, 00s는 어떻게 다크호스가 되었을까. 이는 필자가 정의한 네오 빈티지의 세 가지 기준으로 설명할 수 있다. 첫 번째, 지금 만든다면 시도하기 어려운 생산 퀄리티를 갖고 있는가. 두 번째, 현재 패션씬의 기술·디자인 레퍼런스가 되는가. 세 번째, 트렌드와 맞물려 다시 ‘콘텍스트’를 획득했는가. 물론 세 번째 기준이 가장 중요하다. 특히 90년대, 00년대를 넘어, 2010년대 문화를 탐닉하는 현재, 네오 빈티지를 발굴, 소개하는 데 있어 ‘과거 회귀’라는 역설적인 트렌드는 자기 몫을 톡톡히 해낸 셈이다.


<빈티지 헌터들은 어떤 브랜드를 주목하는가>

1. 조르지오 아르마니

1975년, 자신의 이름을 딴 브랜드를 오픈한 뒤 패션계에 수 많은 발자국을 남긴 조르지오 아르마니. 그 이름과 태그는 전 세계 빈티지 헌터들이 탐내는 ‘네오 빈티지’ 1순위다. 최근 LVMH 프라이즈 2025 우승을 거머쥔 소시오츠키의 작업에서 그의 유산을 확인할 수 있는 점도 흥미로운 일.

파워 수트로 통하는 과장된 실루엣, 부드러운 질감의 소재가 대부분 떠올릴 수 있는 조르지오 아르마니의 매력이었다면, 빈티지 헌터들의 눈을 달랐던 것 같다. 그들은 아르마니의 과거 캠페인 사진에서 직관적인 아름다움을 발견했다. 당시 캠페인을 보면 실루엣이 얼마나 과감했는지 한눈에 드러난다. 허리 라인에 바짝 붙도록 높게 커팅 된 시어링 블루종을 그 예로 들 수 있다. 과장된 실루엣과 동시에 유려함을 갖춘 이 양가적 형태는, 당시 아르마니가 구축한 실루엣 언어이자 오늘날 ‘네오 빈티지’라 불리는 매력의 핵심이다. 이탈리아의 고급 남성복 브랜드 알레그리와 협업하던 1980년대 시절 제품들도 빈티지 헌터들이 노리는 매력적인 피스 중 하나다.


2. 마시모 오스티: C.P. Company, Boneville, Stone Island

패션지 아레나 옴므 플러스가 ‘1990년대 남성복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남자’로 꼽았으며, 잡지 몬도 우오모로부터 “이탈리아에서 만든 가장 영리하고 정교한 옷”이라는 찬사를 받은 인물. 이탈리아의 패션 디자이너이자, 섬유 혁명가인 마시모 오스티. 그의 손 길이 닿은 제품들도 빈티지 헌터들이 노리는 네오 빈티지 중 하나다.

정식 패션 교육을 받지 않고, 그래픽 디자이너로 출발한 마시모 오스티는 옷을 단순한 의복이 아닌 ‘기술적 오브제’로 접근했다. 그의 가장 혁신적인 업적은 기존에 없던, 혹은 사용하지 않았던 독자적인 직물, 염색 방식을 끊임없이 개발했다는 점이다. 그의 디자인 뿌리는 2만여 점에 달하는 방대한 군용 의류 아카이브에 닿아 있어, 생산 퀄리티와 기술적 레퍼런스라는 네오 빈티지의 기준을 완벽하게 충족한다.

A day in the life of Massimo Osti - 1995 / ⓒYoutube

흥미로운 점은 오스티의 작업이 당대 밀라노를 중심으로 한 80년대 하이패션의 과장된 실루엣과 정반대에 서 있었다는 사실이다. 그 결과, C.P. Company, Stone Island, Boneville을 아우르는 그의 브랜드들은 그 가치를 인정받으며, 세계적인 성공을 거두었다. 오스티의 신념이 담긴 의류들은 패스트 패션의 반대편에 서서, 몇 십년이 지난 지금도 높은 리셀 가치를 자랑한다.


3. 우라하라계

90년대의 패션 신을 이야기하면서 빼놓을 수 없는 카테고리는 ‘우라하라계’다. 도쿄 하라주쿠 뒷골목에서 태동한 이 움직임은, 일본식 스트리트 웨어의 정수를 창조했다. 이 장르는 특히 90년대 중반부터 2000년대 초반까지, 당시 패션의 경직성을 깨고 젊은 세대의 해방구 역할을 했다는 점에서 주목받는다.

우라하라계는 소수의 디자이너, 아티스트들이 협업을 통해 독자적인 문화를 구축했는데, 이는 정보를 공유하는 이들만이 누릴 수 있는 일종의 비밀 클럽과 같았다. 후지와라 히로시를 필두로, 니고의 A Bathing Ape (BAPE), 준 다카하시의 Undercover 등 상징적인 브랜드들이 이 계보를 이룬다.

이처럼 1990년대부터 2000년대 초반을 관통하는 빈티지 우라하라계 피스들은 현재 리셀 시장에서 엄청난 가치를 지닌다. 우라하라계는 단순히 일본 브랜드 ‘세컨드핸드’를 넘어, 90년대 도쿄의 스트리트 컬처 자체를 대변하는 유산으로 자리매김했다. 패션 문화를 향유하는 주체가 젊어지면서, 비교적 가까운 시대의 유산을 탐닉하는 흐름이 형성되었다. 이것이 바로 우라하라계라는 역동적인 아카이브를 소환하는 결정적인 배경이 된 셈이다.


<시대를 읽는 안목>

80년대부터 00년대까지, 브랜드와 디자인에 관한 활발한 연구가 이루어지고 있지만, 언급된 브랜드만이 네오 빈티지로 분류되는 것은 아니다. Katharine Hamnett, Agnes B, MARITHÉ+FRANCOIS GIRBAUD, ALLEGRI 등 수많은 디자이너의 태그가 현재 빈티지 헌터들의 표적이 되고 있다. 일반적인 오리지널 빈티지처럼 방대한 아카이브 자료가 존재하지 않는 네오 빈티지를 식별하는 일은, 오직 제품의 독특한 디자인 언어와 희소한 태그에 대한 예리한 안목을 필요로 한다. 범람하는 과거의 정보 속에서 진정으로 특별한 빈티지 웨어를 찾아보는 것은 어떨까. 새로운 빈티지의 기준은 이제 당신의 손에 달려 있다.




Editor / 권혁주(@junyakimchinab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