넘버나인은 비틀즈의 반항을 입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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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Beatles – Revolution 9>
"저는 여전히 음악이 문화를 바꿀 수 있다고 믿어요. 제 모든 작업은 음악에 대한 유행이든, 반항과 관습적이지 않은 것에 관한 것입니다." – 타카히로 미야시타
<혁명의 숫자 9>
반항은 문화를 만들고, 문화는 시대를 정의한다. 사회는 언제나 기존의 질서를 의심하고 반항하는 이들에 의해 변화해 왔다. 아나키즘부터 서브컬처에 이르기까지 사람들은 끊임없이 주어진 체제에 도전해왔고 그 목소리는 음악과 패션을 통해 더욱 강렬하게 전달되었다. 그리고 그 혁명의 중심에는 비틀즈와 넘버나인의 혁명의 숫자 9가 존재한다.
8분 22초, 음악이라기엔 다소 길게 느껴질 수 있는 길이와 루프 속 단어 ‘Number nine’. 자칫 기괴하게까지 들리는 이 곡은 비틀즈가 발매한 음악 중에서도 가장 긴 것으로 알려졌다. 그 이름은 ‘Revolution 9’, 혁명의 순간을 떠올리며 사운드를 루프 형태로 조합한 실험적인 음악이었다.
뉴스 브로드캐스트의 샘플, 오케스트라 소리의 왜곡된 파편 그리고 -하게 들리는 인간의 목소리들. 60년대 내내 음악의 경계를 허물어온 비틀즈는 White Album에서 기존 팝 음악의 공식을 거부하고 노이즈 아트라는 새로운 장르에 도전했다.


기존의 팝적인 사운드와의 반전 때문이었을까. 이런 모든 요소의 조합은 기존의 음악적 질서를 해체하고 청자에게 새로운 감각을 선사한다는 평을 받았다. 이는 멜로디 중심의 전통적인 작곡 방식에서 벗어나 다양한 샘플과 음향 실험을 통해 음악이 표현할 수 있는 새로운 가능성을 타파하고자 한 비틀즈의 도전이자 시대적 반항이었다.
이런 혁신적인 음악적 접근은 이후 수많은 예술가들에게 강한 영향을 미쳤다. 그중에서도 ‘넘버나인(Number (N)ine)’은 이름부터 이어진 혁명의 정신을 강렬하게 드러냈다. 브랜드의 창립자인 ‘타카히로 미야시타’는 브랜드명을 정하는 과정에서, 음악 속 반복적으로 들리는 “Number nine, number nine …”이라는 속삭임에서 직접적인 영감을 받았다고 말한다.
비틀즈가 음악을 통해 체제에 반항하고 실험적인 사운드를 창조했던 것처럼, 넘버나인은 패션에서 기존의 틀을 해체하고 새로운 질서를 만들었다. 이름조차 하나의 선언이 된 넘버나인은 그 이름 그대로 기존의 정형성을 거부하며 패션을 통한 또 하나의 혁명을 만들어 나갔다.



<두 가지의 장르 속 하나의 메시지>
비틀즈는 단순히 음악적 혁신을 넘어 시대를 거스르는 도전과 반항의 아이콘이었다. 그들은 1966년 ‘Revolver’ 앨범에서 리버스 테이프, 인도 음악 요소 그리고 환각적인 스튜디오 이펙트를 도입하며 당시의 록 음악이 상상하지 못했던 새로운 사운드를 창조했다. ‘Sgt. Pepper’s Lonely Hearts Club Band’에서는 콘셉트 앨범 형식을 도입하며 앨범을 하나의 예술 작품으로 바라보는 시각을 제시했고, ‘White Album’에서는 음악적 해체주의를 통해 장르와 형식에 구애받지 않는 자유로움을 표현했다. 또한 ‘Revolution 9’과 같은 실험적인 사운드 콜라주를 통해 음악이 단순한 멜로디를 넘어 개념적이고 추상적인 영역으로 확장될 수 있음을 증명했다.
그렇다면 타카히로 미야시타의 넘버나인은 어떨까. 그 역시도 패션에서 동일한 접근법을 취했다. 전통적인 테일러링을 해체하고 불규칙한 컷팅과 거친 디테일까지. 특히 해체주의적 디자인, 디스트로이드 가공, 비대칭적인 실루엣을 통해 새로운 시각을 제시했다. 넘버나인의 컬렉션에서는 펑크 정신이 깃든 의상들이 등장했고, 이는 비틀즈가 기존 음악의 틀을 해체했던 방식과도 맞닿아 있었다.



2007 봄 컬렉션에서는 커트 코베인과 조니 캐시를 융합한 스타일을 통해 그의 록 앤 롤 무법자에 대한 애정을 표현했다. 그의 디자인은 전반적으로 희미해진 흙빛 톤과 낡은 부드러움을 강조했으며, 이는 조니 캐시의 프런티어 정신과 완벽히 어우러졌다. 또한 컬렉션에서는 빈티지한 웨스턴 스타일을 반영하여 가죽과 데님을 적극 활용했고, 거친 질감과 닳아 해진 디테일이 록스타의 자유로운 정신을 상징했다.



같은 해 가을 컬렉션에서는 조니 캐시의 Man in Black 콘셉트에서 영감을 받아 컬렉션을 “사랑, 신, 살인”이라는 강렬한 주제로 전개했다. 이는 캐시의 2000년 트리플 앨범에서 차용한 테마로, 그의 음악이 담고 있던 고통과 구원, 인간 존재의 복합적인 면을 패션으로 풀어내려는 시도였다.



컬렉션의 주요 요소로는 옆으로 단추를 채우는 독특한 실루엣의 바지, 군복 스타일의 장교 코트, 그리고 발라클라바가 포함되었다. 그러나 미야시타의 해석은 단순한 군복 스타일에 머물지 않았다. 전장의 영웅보다는 지옥에 갇힌 탈영병 같은 이미지를 연출하며, 전쟁과 체제에 대한 비판적인 메시지를 담았다. 또한, 여러 겹의 패치워크 체크, 펠트 양모, 등급이 매겨진 회색 옷을 조합해 거칠고 황폐한 분위기를 강조했다. 이러한 요소들은 조니 캐시의 음악적 세계관과도 맞닿아 있으며, 록스타들의 반항적인 정신과 시대적 메시지를 패션으로 구현한 대표적인 사례라 할 수 있다.
비틀즈가 ‘Revolution 9’을 통해 음악의 경계를 허물었듯 넘버나인은 옷이라는 매체를 통해 패션의 정형성을 부수고 자유를 표현하고자 했다. 음악과 패션은 다르지만, 혁신을 향한 갈망과 체제에 대한 저항이라는 본질은 동일했다.
넘버나인은 2000년대를 거듭할수록 단순한 패션 브랜드를 넘어 록스타들이 사랑하는 브랜드로 자리 잡았다. 커트 코베인, 롤링스톤즈, 그리고 물론 비틀즈까지. 이들이 상징하는 반항과 자유로움은 넘버나인의 디자인에 깊이 스며들었다. 특히 타카히로 미야시타는 단순히 음악을 패션으로 차용하는 것을 넘어 음악의 정신을 패션으로 구현하려 했다. 그는 컬렉션을 전개할 때마다 특정한 음악적 레퍼런스를 설정하고 그 감정을 옷으로 표현했다. 이러한 접근법은 패션을 단순한 스타일이 아닌, 문화적 메시지를 담는 도구로 기능하도록 했다.
넘버나인이 남긴 유산
비틀즈의 존 레논은 9라는 숫자에 강한 애착을 가졌던 인물이었다. 그는 1940년 10월 9일에 태어났으며, ‘Revolution 9’ 외에도 ‘#9 Dream’ 같은 곡을 발표했다. 또한 그의 삶과 관련된 많은 사건들이 9라는 숫자와 연결되어 있다는 점을 자주 언급했다. 이러한 초현실적이고 철학적인 접근법은 넘버나인의 브랜드 아이덴티티에도 강하게 반영되었다.

넘버나인은 단순한 숫자가 아니다. 그것은 기존 질서를 거부하고 새로운 무언가를 창조하려는 태도를 상징하는 코드다. 이는 비틀즈가 음악에서 보여줬던 태도와도 일맥상통한다. 타카히로 미야시타 역시 패션을 통해 사회적 반항과 창의적인 자유를 표출하고자 했다. 넘버나인, 그것은 비틀즈가 음악에서 보여줬던 실험정신과 반항적인 태도를 패션으로 풀어낸 브랜드다. 타카히로 미야시타는 비틀즈의 정신을 이어받아 패션에서도 틀을 깨는 것의중요성을 강조했다. 결국 넘버나인은 비틀즈가 남긴 음악적 유산을 패션으로 해석한 또 하나의 ‘Revolution 9’이라 볼 수 있다.




Editor / 박수민(@suumnpar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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