느낌이 좋은 여자들은 이 브랜드에 지갑을 연다
fashion
여기, 작은 아틀리에에서 패션 신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일으키는 브랜드들이 있다. 거대 자본과 시스템이 결코 흉내 낼 수 없는 영역을 고집스럽게 일궈가는 이들이다. 누군가는 거대 패션 하우스가 쓰고 남긴 원단에서 새로운 가치를 발견하고, 또 누군가는 자신의 복잡한 혈통이나 부모님의 이름을 디자인의 뼈대로 삼는다. 3대째 내려오는 장인의 손길을 현대적인 실루엣으로 치환하거나, 남성복과 여성복의 경계를 허물어 성별이라는 낡은 관념을 가뿐히 넘어서기도 한다. 이들의 작업 방식은 지독하리만큼 느리고 섬세하다.
남들과 다른 안목을 가진 반골기질의 소유자라면, 이번 리스트가 그 니즈를 제법 충족해 줄 것이다. 필자는 화려한 로고플레이로 가득한 패션만 각광받는 세상보다는, 디자이너의 사적인 이야기에 진심으로 감화되는 몽상가들이 함께 공존하는 편이 훨씬 나은 세상이라고 믿는다. 지금부터 자본의 논리만으로는 설명할 수 없는 감각적인 스몰 브랜드를 차례로 소개한다.
1. Bambou Roger Kwong (@__bambourogerkwong)
이름부터 범상치 않다. 2022년 파리에서 시작된 밤부 로저 콴이다. 중국인 어머니와 프랑스인 아버지 사이에서 태어난 디렉터 로저 콴의 복합적인 배경은 디자인의 섬세하고 정교한 감수성에 그대로 투영되어 있다. 포멀한 테일러링부터 파자마, 도자기와 주얼리에 이르기까지 카테고리의 경계 또한 넓다. 또한 하이 패션 브랜드에서 사용하고 남은 여분의 원단 롤을 현지에서 수급하여 디자인 피스로 재탄생시키고 있다. 정교한 디테일과 균형 잡힌 비례감에 대한 깊은 이해를 바탕으로, 일상 속 오브제들을 통해 브랜드의 서사를 확장해 나가는 중.




2. Caes(@caes_store)
2019년 헬렌 데 클뤼버에 의해 설립되었다. 슬로우 패션을 지향하는 이들은 사계절 내내, 그리고 앞으로도 오랫동안 곁에 두고 입을 수 있는 의류를 제작하고 있다. 컬렉션은 매년 두 번 출시되는데 이때, 디자인의 지속성을 입증하기 위해 이전 에디션에서 사랑받았던 '캐리 오버' 스타일을 꾸준히 포함하는 것이 특징.
새로운 제품과 기존의 캐리 오버 제품, 심지어 빈티지 피스들까지 한데 어우러지는 스타일링은 이 브랜드가 가진 독보적인 아이덴티티다. 가능한 경우 새로운 에디션에도 동일한 원단과 원사를 사용하여 컬렉션 간의 결합력을 높이고 소재의 낭비를 최소화한다고. 암스테르담 기반에 두고 있는 스몰 브랜드, 케이스다.




3. Gauchere (@gauchere)
독일 태생의 디자이너 마리 크리스틴 스타츠가 2013년 설립한 고셰르. 뉴욕 파슨스를 거쳐 파리 의상 조합 학교에서 테일러링을 전공한 스타츠의 화려한 이력은 브랜드의 정체성에 고스란히 녹아 있다. 하우스의 지향점은 완벽한 미니멀리즘. 정교한 테일러링을 기반으로 소재 본연의 질감을 살린 실루엣과 기하학적 구조의 테일러링을 완성한다.
지속 가능성을 위한 구체적인 실천도 눈여겨볼 대목이다. 고셰르는 LVMH가 후원하는 재고 원단 재가치화 플랫폼 '노나 소스'와 파트너십을 맺고 있다. 럭셔리 메종에서 남겨진 최고급 소재를 재사용함으로써 낭비를 최소화하는 방식을 택하고 있다.





4. Michelle Del Rio(@michelledelrio)
미셸 델 리오는 2022년 뉴욕에서 설립되어 현재 파리에 기반을 둔 브랜드다. 캘리포니아 태생의 디자이너 미셸 루이즈 델 리오는 치카노와 원주민 혈통의 아버지, 콜롬비아인 어머니 사이에서 자란 배경은 그녀가 디자인을 통해 자신의 정체성을 재해석해서 전개하고 있다. 결과물은 전통적인 의상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정제된 실루엣으로 나타나고 있다.




5. Niccolo Pasqualetti(@niccolopasqualetti)
니콜로 파스쿠알레티는 동명의 이탈리아 디자이너가 설립한 브랜드다. 이탈리아 헤리티지의 복식 규범을 재해석하여 여성복과 남성복 사이의 경계를 허물어 새로운 방식의 드레싱을 선보이는 중성적인 디자인을 전개한다. 니콜로 파스쿠알레티가 지향하는 바는 명확하다. 정형화된 틀에서 벗어나 누구나 자유롭게 자신을 표현할 수 있는 유연한 옷을 만드는 것이다.




6. Renaissance Renaissance(@renaissance_renaissance)
신시아 메르헤지가 설립한 르네상스 르네상스는 레바논의 풍부한 장인 정신을 바탕으로 현대적인 여성성을 새롭게 정의한다. 3대째 이어온 그녀는 어머니의 베이루트 아틀리에에서 자라며 의복 제작의 전 과정을 몸소 익혔다고. 가문의 복식 헤리티지에 센트럴 세인트 마틴과 왕립 예술 대학에서 쌓은 현대적 비전을 결합한 것이 브랜드의 시작. 디자인의 핵심은 쿠튀르의 유산과 동시대적 감각의 조화에 있다. 볼륨감 있는 실루엣, 코르셋 디테일, 화려한 러플을 활용해 전통적인 오케이션웨어를 과감하게 재해석한다.
현재 파리와 베이루트를 기반으로 운영되는 이들은 지역 장인 및 가족 경영 공장들과 긴밀히 협력하며 모든 컬렉션을 레바논에서 제작한다. 품질과 지속 가능성을 동시에 확보하려는 브랜드의 고집이 엿보이는 대목이다. 2016년 설립 이후 LVMH 프라이즈 등 권위 있는 상들에 노미네이트되며 그 가치를 인정받은 바 있다. 최근에는 배우 클로에 세비니가 출연하는 영화 '슬픔이여 안녕'의 의상을 담당하며 브랜드의 서사를 더욱 확장하고 있다.




7. NHOJ(@johnofficial.co)
홍콩 기반의 브랜드 NHOJ은 2016년 디자이너 푸이 람에 의해 설립됐다. 브랜드 네임은 'JOHN'을 거꾸로 뒤집은 것으로, 디자이너가 매 시즌 새롭게 창조하는 가상의 페르소나를 상징한다. 브랜드의 정체성은 젠더 플루이디티 철학이 반영된 가상의 캐릭터 JOHN에서 시작된다.
시즌마다 탄생하는 JOHN은 영화 속 화려한 주인공이 되기도 하고, 때로는 우리 곁의 평범한 이웃으로 존재하며 저마다의 아이코닉한 매력을 발산하기도 한다. 도시의 역동성과 고전주의, 현대 문화가 뒤섞인 홍콩 소녀 특유의 낭만주의를 JOHN과 함께 디자인에 투영하고 있다.




8. BIRROT(@birrot_official)
2018년 코펜하겐에서 설립된 비롯은 '비롯하다'라는 한국어 의미를 담아 탄생한 여성복 레이블이다. 공동 크리에이티브 디렉터인 김민과 홍세희는 서울과 런던을 거쳐 현재 코펜하겐을 기반으로 활동하고 있다.
한국의 정교한 패턴 커팅 전문 지식을 활용해 신체의 정교함과 편안함을 동시에 구현하며, 스칸디나비아 특유의 정제된 감성과 한국적인 볼드한 컬러 및 실루엣 사이의 뉘앙스를 세심하게 담아낸다. 고품질의 소재와 강화된 스티칭, 그리고 시대를 초월하는 디자인을 통해 수십 년 동안 지속될 수 있는 품질을 지향한다.




Editor / 김성욱(@wookkee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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