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otocol Index(프로토콜 인덱스) II
Protocol Index
새로운 이름은 언제나 설렘과 긴장을 동반한다. ‘PROJECT G/R’ 이후, 이희준은 ‘Protocol Index’를 시작했다. 실험적인 시도로 주목받았던 전작과 달리, 이번에는 조금 더 다듬어진 언어로 확장을 시도한다. 그는 여전히 “입히는 옷”을 디자인하는 사람이다. 창의성과 장인정신, 그리고 현실 사이에서 간극을 좁히려 한다. 단순히 옷을 만드는 데 그치지 않는다. 전시 공간, 오브제, 음악과 영상까지 연결하며 브랜드를 하나의 경험으로 제시한다. 빠르게 변하는 글로벌 패션 신 속에서도, 그는 기준 없는 유행보다 자신만의 방법론을 지키는 것을 선택한다.

Q. 간단한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A. 프로토콜 인덱스(Protocol Index)의 크리에이티브 디렉터이자 디자인 디렉터를 맡고 있는 이희준입니다. 외향적이면서도 내향적인 사람이고, 나이가 들어가면서 성숙과는 별개로 사고의 유연함을 잃지 않으려 끊임없이 몸부림치는 30대입니다.(웃음)
Q. 런던 컬리지 오브 패션을 졸업하고 오랜 시간 디자인을 해왔다. 크리에이티브 디렉터(이하 CD)로서 'PROJECT G/R(이하 P G/R)'과 'Protocol Index' 이전에 거쳐온 커리어들은 어떤 맥락과 과정 속에서 탄했고, 어떤식으로 전개되었는지 회고해본다면
A. 유학 시절 처음 디자인과 디렉팅을 접했어요. 'Placement year'라는 인턴십 기간 동안 한국에 들어와 내가 입고 싶은 옷을 직접 만들어보자는 생각으로 시작했고, 친구들에게 보여주던 옷이 좋은 반응을 얻으면서 본격적으로 브랜드를 전개하게 됐어요.(웃음)
다시 런던으로 돌아가 브랜드를 알리던 중 ‘브라운스(Browns)'와 ‘박스파크(Boxpark)' 같은 편집숍에서 입점 제안을 받으며 브랜드를 확장했고, 우연히 EXO 스타일리스트 팀과 연결돼 무대 의상 제작하면서 졸업 후에도 브랜드를 계속 이어가기도 했어요. 그러다가 몇 년 전 친구 오형석 대표의 제안으로 새로운 프로젝트를 함께 하게 됐는데, 그게 바로 P G/R의 시작이었습니다.

Q. 'P G/R'의 의류 디자인과 생산을 총괄해오며 독창적이면서도 과감한 디자인을 완성해왔다. 새롭게 시작된 'Protocol Index'의 디자인에 있어서 그간의 무드와 언어가 어느정도는 이어져올 것이라는 예측을 할 수도 있을 거 같다. 'Protocol Index'가 추구하는 미학의 실현에 있어 어떤 자세로 받아들이고 있는지 궁금하다.
A. 어느 정도는 이어져 있어요. P G/R 초기 디자인 언어를 만들 때 마르셀 뒤샹의 '레디메이드' 개념에서 많은 영감을 받았고, 단순히 ‘예쁘다’라는 감각을 넘어 새로운 의미와 즐거움을 주고 싶었어요. 그래서 ‘익숙한 것을 낯설게 보이게 하는 것’에 집중했어요. 작업복, 군복, 유니폼처럼 미적이지 않은 의류를 재조합해 새롭게 보이도록 시도했죠. Protocol Index에서는 이런 뿌리를 유지하되, 더 세련되고 다듬어진 언어로 과감한 표현을 확장하고자 합니다.
Q. 'Protocol Index'는 패션을 넘어 다양한 디자인 영역을 아우르는 스튜디오를 추구하며 탄생한 것으로 알고있다. 이번 컬랙션을 구성함에 있어 다른 매체(공간, 오브제, 시각언어 등)와의 연결점이나 영감을 어떻게 얻고자 했는지 궁금하다
A. 옷은 기본적으로 일상에서 가장 가까운 오브제라고 생각해요. 이번 컬렉션은 의류를 중심에 두었지만, 앞으로는 공간·영상·시각언어 같은 매체도 함께 활용하려 해요. 전시 공간도 단순히 옷을 걸어두는 곳이 아니라, 브랜드의 무드를 하나의 경험으로 전달하는 장치가 되고자합니다. 음악, 영상, 설치 작업을 결합해 옷을 입는 행위 자체를 더 감각적으로 느낄 수 있도록 하는 게 목표예요.






Q. 전 브랜드를 마무리하고 새로운 스튜디오를 준비하는 과정은 감정적으로도 복잡했을 것 같다. 어떤 고민들이 있었고, 이 변화가 이희준 CD에게 어떤 의미로 남았는가?
A. 늘 긍정적으로 생각하려합니다. 리스크를 두려워하지 않기에, 과거 경험을 토대로 어떻게 더 발전할 수 있을지만 고민했어요. 물론 더 좋은 결과물을 내야 한다는 부담은 있지만, 오히려 그 긴장감과 스트레스를 즐기는 편이에요. 그래서 기대가 더 큽니다.(웃음)
Q. 'P G/R'은 언제나 실험적인 방식의 캠페인으로 주목을 받았다. 모델의 얼굴을 지운 연출, AI 툴 활용, CCTV 연상 장면 등 인상적인 시도들이 많았다. ‘P G/R’ 시절에 시도했던 실험적 캠페인이나 고유의 스타일이 ‘Protocol Index’의 디자인과 이번 컬렉션에도 이어지고 있다고 생각하는지?
A. 네, 다만 지금은 조금 다른 방식으로 접근하고 있어요. 정보가 넘쳐나는 시대라 누구나 스마트폰으로 세계적인 브랜드의 룩북을 쉽게 볼 수 있잖아요. 그래서 같은 퀄리티로 경쟁하기보다는, 다른 방식으로 시선을 머물게 하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했어요. P G/R 시절의 캠페인도 그런 고민에서 출발했고, Protocol Index 역시 ‘다른 방식의 표현’을 어떻게 이어갈지 계속 고민하고 있습니다.







Q. 독특한 창작물을 선보이는 만큼 가장 원초적인 부분에서의 아이디어 서칭이 궁금해진다.
A. 특별한 방법이 있다기보다는 거의 습관처럼 하고 있어요. 전시, 영화, 뮤직비디오, 일상 등 관찰하고, 좋은 작업물을 보면 분석하듯 뜯어보곤 해요. 제작자의 의도와 선택을 읽어내는 과정에서 영감을 얻어요. 또 뉴스나 사회면을 자주 보는데, 사람들의 관심사와 시대적 흐름을 이해하는 게 트렌드를 읽는 데 큰 도움이 되는 거 같아요.
Q. 브랜드의 협업 기준도 궁금하다. 독창적인 기준을 가지고 문화적 접점을 중시했던 것으로 알고 있다. 'Protocol Index'에서 함께하고 싶은 브랜드나 아티스트가 있다면? 혹은 이미 예정된 협업이 있다면 스포일러도 환영한다.
A. 생각보다 직관적으로 접근하는 편입니다. “이 브랜드와 하면 재미있겠다, 새로운 결과가 나오겠다”라는 확신이 들면 시작해요. 반대로 흥미가 생기지 않는 작업에서는 좋은 결과가 나오기 어렵다고 믿습니다.

Q. 앞으로 'Protocol Index'에서 패션이 아닌 영역과 협업한다면, 옷이 없는 컬렉션을 기대해봐도 좋을까?
A. 옷이 제가 가장 좋아하는 미디움이지만, 협업을 한다면 라이프스타일에 가까운 영역이 될 것 같아요. 특히 인테리어 소품 같은 일상 속 오브제에 관심이 많아요. 최근 자취를 시작하면서 집에 물건을 들이다 보니, 단순한 용도 이상으로 미적으로 아름다운 물건이 주는 즐거움을 느끼고 있거든요. 마음에 드는 옷을 입었을 때와 비슷한 감정이에요. 옷이 아니어도 그런 감정을 전하고 싶어요.
Q. 그간의 실험적인 작업을 많이 해왔다고 느껴지는데, 새로운 확장에 따라 작업을 하다 보면 '사용'과 '전시' 사이에 긴장이 생길 거 같다. 그 줄다리기를 어느 쪽으로 당기고 싶은가?
A. 저는 ‘입히는 옷’을 디자인하는 사람입니다. 실험적이고 예술적인 시도도 중요하지만, 결국 옷은 누군가의 몸에 닿아야 의미가 있다고 생각해요. 창의성과 장인정신을 존중하지만 현실과 동떨어진 디자인은 설득력이 없다고 봐요. 그래서 원재료의 본질을 지키려 합니다. 예를 들어 청바지를 만든다면, 청바지를 입는 본질적인 이유와 매력은 지켜야 한다는 거죠. 그렇기에 지금의 목표는 입을 수 있는 옷과 실험적인 옷 사이의 간극을 좁혀나가는 것입니다.






Q. 과거 작업 중 다시 꺼내보고 싶은 것이 있나요? 아니면 '완성'의 개념은 무엇인가요?
A. 과거 작업은 그때의 상황과 조건 속에서 최선이었기에 다시 꺼내보고 싶진 않아요.(웃음) 제게 '완성'은 자연스러움이에요. 담백하거나 심심하다는 뜻이 아니라, 불필요한 장식이나 억지스러운 디테일을 걷어내고 지금 이대로가 가장 자연스러운가를 계속 묻는 거죠. 동시에 그 결과물이 충분히 매력적인가, 이 두 가지를 균형 있게 잡으려 합니다.
Q. 브랜드의 디자인적 결정을 진행하며 한국 스트리트 문화와 글로벌 시장의 스타일적인 변화와 감각을 전방에서 접하게될 것 같은데, 이런 다양한 흐름들을 어떻게 융합시키고 있는지 궁금하다. 한국 브랜드라는 로컬의 정체성을 유지하면서도 세계 무대에서 통할 수 있는 요소는 무엇이라고 생각하는지?
A. 지금은 소셜미디어로 전 세계의 흐름이 실시간으로 공유되잖아요. 그래서 가장 중요한 건 브랜드만의 기준과 방법론을 갖는 거라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아무리 좋은 소스라도 브랜드만의 필터를 거쳐야 창의적인 결과물이 나온다고 생각해요. Protocol Index가 한국적 미학을 직접 담고 있진 않지만, 오히려 서구의 복식을 다른 시선으로 바라보는 것, 그게 한국 브랜드가 가진 힘이 아닐까 합니다.

Q. 한국 스트리트 패션이 점차 글로벌 시장의 시선을 끌고 있다. 이희준 CD가 바라보는 한국 패션 신의 가능성은 어떤가? 앞으로 어떤 방식으로 세계 시장과 접점을 만들어갈 수 있다고 보는가?
A. 충분히 가능성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이미 글로벌 무대에서 활약하는 브랜드들이 있고, 국내와 해외 시장의 벽도 점점 허물어지고 있어요. 한국 사람들은 예민하고 완벽주의적인 성향이 강한데, 동시에 새로운 걸 빠르게 흡수하는 능력도 뛰어나다고 생각해요. 최근에는 개성과 자기만의 스타일을 찾는 사람들이 늘어나면서, 획일적인 패션을 넘어 더 다채로운 스타일이 만들어지고 있다고 봐요.
Q. 새로운 챕터를 막 시작한 지금, 'Protocol Index'가 사람들에게 어떤 브랜드로 기억되길 바라는지, 궁극적으로 어떤 메시지를 남기고 싶은지 마무리로 듣고 싶다.
A. 당장 거창한 비전을 내세우고 싶진 않아요. 담백하게, 그러나 오래도록 기억되는 브랜드가 되길 바랍니다. 요즘 패션은 필수재라기보다 엔터테인먼트에 가까운데, 그 안에서 사람들이 즐겁게 경험하고 오래 기억할 수 있다면 충분하다고 생각합니다.

Q. 'fake'의 의미를, 목적을 달성한 모습을 더욱 매력적으로 표현해 주는 행동이나 태도로 재해석하였습니다. 'Protocol Index'에게 'fake'란?
A. 저희에게 'fake'는 겸손입니다. 운이 좋았어요. 팀 안에 특별히 타고난 재능을 가진 사람은 없지만, 매일 끈질기게 같은 일을 반복하며 여기까지 왔습니다. 비교적 짧은 시간에 성취를 이룰 수 있었던 건 운과 노력이 함께 만든 결과라 생각해요. 앞으로도 지금처럼 꾸준히, 겸손하게 나아가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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