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얼리티 쇼 ‘전당포 사나이들’ 역대급 매물 모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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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년 첫 방송 이후, 현재까지 방영되며 다큐멘터리 전문 채널 히스토리의 대표 프로그램으로 자리 잡은 리얼리티 쇼 ‘전당포 사나이들(Pawn Stars)’. 미국 라스베이거스에 위치한 '골드 & 실버 전당포'를 무대로 다양한 사람들이 찾아와 희귀한 물건을 감정 받고 흥정을 벌이는 모습을 담아낸 이 프로그램은, 단순한 거래의 장을 넘어 역사와 문화 수집가들의 열정이 공존하는 독특한 공간을 선보이며 꾸준한 인기를 끌고 있다.




골동품, 고서적, 미술품, 무기, 희귀 화폐, 피겨, 만화책까지, 한정된 카테고리 없이 등장하는 온갖 희귀한 물건들이야말로 ‘전당포 사나이들’이 선풍적인 인기를 끈 가장 큰 이유다. 특히, 각 분야의 전문가들이 직접 출연해 진품 여부를 감정하고 가치를 평가하는 과정은 단순한 거래를 넘어 역사와 문화의 가치를 조명하는 흥미진진한 관전 포인트로 작용한다. 하지만 이 프로그램의 진짜 백미는 단연 협상 과정에 있다. 전당포의 핵심 인물이자, 날카로운 사업 감각과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흥정 실력으로 유명한 릭 해리슨. 그는 언제나 고객이 제시한 가격을 반값 이하로 대폭 낮추는 협상 방식을 고수하는데, 이러한 그의 스타일 때문에 팬들은 ‘릭 노스’라는 별명을 붙여주었다. 이 별명은 그의 이름 ‘릭(Rick)’과 마블의 빌런 ‘타노스(Thanos)’를 합성한 것으로, 릭이 물건 가격을 반값 이하로 후려치는 모습이, 타노스가 핑거 스냅 한 번으로 우주 생명체의 절반을 날려버리는 장면과 닮아 붙여진 별명이다.
이처럼 흥미진진한 협상 과정과 다양한 재미 요소 덕분에, ‘전당포 사나이들’은 단순한 리얼리티 쇼를 넘어 문화적 현상이 되었다. 프로그램의 인기에 힘입어, 촬영 장소인 ‘골드 & 실버 전당포’는 이제 라스베이거스를 방문하는 관광객들의 필수 명소가 되었고, 전당포 직원들 역시 스타급 유명 인사로 자리 잡았다. 소유욕을 은근히 자극하는 슈퍼 마리오 브라더스부터 아파트 가격은 우습게 뛰어넘는 독립선언문까지. 살면서 한 번도 보기 힘든 희귀한 물건들을 모아봤다. 만약 충분한 자금만 있다면 당장이라도 손에 넣고 싶어질지도 모른다.
| 슈퍼 마리오 브라더스 미개봉 초판
콘솔 게임의 시초라 해도 과언이 아닌 슈퍼 마리오 브라더스는 단순한 게임을 넘어 비디오 게임 역사 그 자체라 해도 무방한 작품이다. 전 세계적으로 4천만 장 이상의 사본이 판매되었으며, 그 인지도와 영향력은 지금도 유효하다. 판매자가 내놓은 초판은 닌텐도가 1985년~1986년 사이에 시험 출시했던 극초기 버전으로, 그 희소성이 남달랐다.
특히, 일반적인 수축 포장 방식이 아닌 스티커 밀봉 버전으로 현존하는 유일한 제품이었다고 한다. 희소성, 인지도, 그리고 수집 가치까지 모든 면에서 최상급이었기 때문에, 판매자는 100만 달러(약 14억 7천만 원)를 제시했다. 하지만 가격이 너무 높았던 탓일까. 결국 거래는 성사되지 못했다.
| 리자몽 포켓몬 카드 초판 컬렉션
릭을 찾은 판매자가 가져온 물건은 다름 아닌 포켓몬 카드 리자몽 초판 컬렉션. 리자몽 카드는 가장 인기 있는 포켓몬 카드 중 하나로, 수집 가치가 상당히 높은 편에 속한다. 그중에서도 특히 눈길을 끈 것은 PSA 10등급을 받은 카드들이었다.
카드의 등급을 평가하는 ‘PSA(Professional Sports Authenticator)’의 기준에 따르면, 최고 등급인 10등급을 받은 리자몽 초판 카드는 전 세계에 50장도 채 존재하지 않는다. 그만큼 등급 규정이 극도로 엄격한데, 10등급을 받으려면 모서리가 완벽하게 날카롭고, 흠집이 단 하나도 없어야 한다. 놀라운 점은, 이 판매자가 전 세계 PSA 10등급 리자몽 카드 중 무려 20%를 보유하고 있었다는 사실.
그는 본인의 리자몽 컬렉션을 총 50만 달러(약 7억 3천만 원)에 판매하려 했지만, 릭은 포켓몬을 ‘포켓맨’이라고 부를 정도로 포켓몬에 대한 이해도가 부족했고, 결국 거래는 성사되지 않았다. 그러나 최근, 릭이 거절했던 PSA 10등급 리자몽 카드 ‘한 장’이 무려 34만 달러(약 5억 원)에 거래되었다고 하니, 결과적으로 릭의 선택은 엄청난 기회를 놓친 실수로 남게 되었다.
| 커트 코베인 친필 사인 보험 서류
고작 서명이 들어간 보험 서류가 무슨 의미가 있겠냐고 생각할 수도 있다. 하지만 이 서류가 특별한 이유는 커트 코베인이 남긴 친필 서명 자체가 극히 희귀하기 때문. 커트 코베인은 평소 대중과의 소통을 극도로 꺼렸던 인물로 유명했으며, 그가 본명을 온전히 적어 남긴 사인은 거의 남아 있지 않다.
심지어 서명 감정 전문가조차 그의 친필 서명을 본 기억이 거의 없을 정도로 드문 사례라고 인정할 정도였으니 말이다. 실제로, 가장 많이 위조되는 스타 사인을 꼽을 때마다 커트 코베인은 항상 상위권에 오를 만큼, 그의 서명은 희귀하면서도 높은 수요를 자랑한다.
이처럼 역사적 가치와 희소성을 갖춘 보험 서류를 판매자는 5만 달러(약 7천 3백만 원) 에 판매하길 원했다. 그러나 릭은 ‘릭 노스’라는 별명답게 5분의 1가격인 1만 달러(약 1천 4백만 원)을 제안했고, 당연히 판매자는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 지미 헨드릭스 기타
기타 주법, 사운드, 음향 장비, 무대 퍼포먼스, 그리고 패션까지. 로큰롤 역사상 가장 위대한 지미 헨드릭스. 그런 그의 전설적인 기타가 전당포 사나이들에 등장했다. 판매자는 이 귀중한 기타의 가치를 75만 달러(약 11억 원)로 평가했지만, 릭은 ‘재판매까지 1년은 걸릴 것’이라며 45만 달러(약 6억 6천만 원)을 제시했다.
결국 양측의 의견 차이는 좁혀지지 않았고, 판매자는 ‘진정 값어치 있는 물건을 원하는 가격에 팔려면, 절박해지지 말아야 한다’는 명언을 남기며 전당포를 떠났다. 그의 말은 단순한 푸념이 아니었다. 실제로, 이 기타는 프로그램 방영 이후 한화 17억 원이라는 어마어마한 가격에 판매되었으니 말이다. 결과적으로, 릭은 또 한 번 엄청난 기회를 놓친 셈.
| 마이클 조던 실착 나이키 조던 11
농구 영화 역사상 최고의 흥행작으로 평가받는 스페이스 잼. 그 영화에 등장한 조던 11이 전당포에 모습을 드러냈다. 하지만, 이 신발은 단순한 조던 11이 아니었다. 영화 속 주인공 마이클 조던이 실제로 착용했던 소품이자, 조던 11이 최초로 세상에 공개된 상징적인 아이템이었다.
이처럼 역사적 가치까지 지닌 신발이었기에, 감정가는 무려 100만 달러(약 13억 원) 이상으로 책정되었다. 그러나 릭은 스니커즈 시장에 대한 이해가 부족했던 탓에 ‘너무 부담스러운 가격의 물건’이라며 결국 구매를 포기했다.
| 펀치 코믹스 12권
세상에서 가장 희귀한 만화책 중 하나로 손꼽히는 펀치 코믹스. 그중에서도 압도적인 소장 가치를 자랑하는 12권이다. 이 만화는 1941년부터 1946년 사이에 출판된 작품으로, ‘만화 황금기(1938~1956년)’를 대표하는 희귀본 중 하나다.
이 시기는 슈퍼맨, 배트맨, 캡틴 아메리카 같은 슈퍼히어로들이 등장하며 만화 산업이 폭발적으로 성장했던 시대였다. 펀치 코믹스는 상대적으로 덜 알려진 작품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이 만화책이 높은 수집 가치를 지닌 이유는 표지의 독특함 때문이다. 1954년 도입된 만화 검열 제도 이전에 발행된 이 책은 오늘날 성인용 콘텐츠에 가까운 충격적인 비주얼을 담고 있다. 특히 12권은 유난히 강렬한 디자인 덕분에 컬트적인 인기를 얻으며 수집가들 사이에서 전설적인 작품으로 자리 잡았다.
현재 남아 있는 사본이 50권도 채 되지 않으며, 그중에서도 최상의 상태를 유지한 책은 극히 드물다. 이는 2차 세계대전 기간 동안 원본들이 대부분 소실되었기 때문이라고 한다. 판매자는 이 희귀본을 7만 5천 달러(약 1억 원)에 판매하려 했지만, 아쉽게도 거래는 성사되지 않았다.
| 최초의 애플 컴퓨터 애플-1
스티브 잡스와 스티브 워즈니악이 차고에서 만든 최초의 컴퓨터, 바로 애플-1. 1976년, 666.66달러(약 98만 원)에 출시된 이 모델은 현대 PC 시대를 연 효시이자, 개인용 컴퓨터 붐의 시작을 알린 혁신적인 제품이었다.
당시에도 단 200대만 제작되었으며, 현재는 전 세계에 단 6대만 존재하는 희귀한 컬렉터 아이템이다. 판매자가 보유한 애플-1은 여전히 작동 가능한 완벽한 상태를 유지하고 있었고, 그는 50만 달러(약 7억 3천만 원)라는 거액을 제시했다. 그러나 가격이 너무 높다는 이유로 릭은 거래를 거절한다.
하지만 이 애플-1의 가치는 시간이 흐를수록 더욱 높아졌다. 해당 에피소드에 등장한 애플-1은 2020년, 보스턴 경매업체 ‘RR옥션’에서 45만 달러(약 6억 6천만 원)에 판매되었으며, 2021년에는 또 다른 애플-1이 ‘이베이’에서 150만 달러(약 22억 1천만 원)에 낙찰되었다. 흥미로운 사실은 현재 전 세계에 남아 있는 애플-1 총 6대 중 한 대가 제주도 ‘넥슨 컴퓨터 박물관’에 전시되어 있다고.
| 미합중국 독립선언문
1776년 7월 인쇄된 이 독립선언문은 현재 전 세계에 약 20장만 남아 있는 초희귀본으로, 미국인이면 누구나 소장하고 싶을 터. 특히, 판매자가 가져온 사본은 보존 상태가 이례적으로 좋았으며, 경매장에 등장한 적 조차 없는 희귀한 물건이었다.
게다가 과거 필라델피아 국립 헌법센터에 전시된 적도 있어 역사적 가치와 그 신뢰도는 보증이 된 셈. 이 사본은 실제로 1776년 당시 벽에 붙어 있었던 사본으로, 판매자는 감정가를 200만 달러(약 29억 4천만원) 로 책정했다. 릭은 145만 달러(약 21억 3천만원)을 다시 제안하였고, 판매자는 이를 수락하며 엄청난 금액에 거래가 이루어졌다. 이는 전당포 사나이들 역사상 가장 비싼 거래 중 하나로 손꼽히기도 한다.
Editor / 김성욱(@wookkee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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