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업영화가 ‘천만’을 바라볼 때, 예술영화는 ‘십만’을 바라본다.

한국 상업영화계엔 '천만 영화'라는 상징적인 흥행 지표가 있다면, 예술영화계에는 '10만 관객 돌파'가 있다. 대규모 홍보나 상영관 확보가 어렵고, 고정된 관객층 역시 제한적인 이 영역에서 10만이라는 숫자는 단순한 수치를 넘어서기 때문. 그래서 예술영화에게 10만 관객은 천만 영화에 버금가는 성과로 여겨진다.

팬데믹 이전까지만 해도, 적당히 만들어 내놓기만 해도 수백만 관객은 우습게 넘기던 한국 영화 시장. 그러나 팬데믹 이후, 손익분기점을 넘기는 영화조차 손에 꼽을 정도로 상황은 급격히 위축됐다. 뜻밖에도 이런 흐름 속에서 유례없는 성장세를 보인 건 오히려 한국의 예술영화 시장이었다. 이전과는 비교할 수 없을 만큼 관객의 발걸음이 몰리며, 이 시장의 부흥을 요약할 새로운 기준이 필요해졌고, 그렇게 등장한 지표가 바로 ‘10만 관객 돌파 독립·예술영화’다. 홍보나 상영관 확보 등 여러 제약에도 불구하고 일정 수준 이상의 관객을 끌어낸 작품들이며, 자연스럽게 이 범주는 팬데믹 이후 개봉작들로 한정되었다.

그렇다면 코로나19 팬데믹 팬데믹 이후 상업영화 천만 영화에 버금가는 10만 독립 예술영화는 무엇이 있을까. 상업적 흥행은 물론 평단의 호평과 각종 영화제 수상을 통해 이미 그 가치를 입증한 영화들을 모아봤다.


| 에브리씽 에브리웨어 올 앳 원스 (2022 · 액션/모험/코미디/판타지/SF · 미국)
국내 총 관객수: 39만 명

이동진 ★5
: 그 모든 곳에서 그 모든 것이 한꺼번에 될 수 있다 해도 지금 이 순간을

김수영  ★5
: 한 사람의 인생을 충분히 이해하기 위해 필요한 수백 개의 우주

허남웅  ★4.5
: 울트라캡숑 개쩐 코미디에 웃다가 ‘내가 너의 손을 잡아줄게’ 가족 드라마에 울게 되는


| 다음 소희 (2023 · 드라마 · 한국)
국내 총 관객수: 11만 명

박평식 ★3.5
: 온몸을 갈아 넣은 청춘들을 기리며

이자연 ★3.5
: 모두가 애도하고 아무도 책임지지 않는 죽음들에게

이동진 ★3
: 다 보고 나면 더 이상 적절할 수 없는 제목이 아프게 파고든다


| 괴물 (2023 · 드라마/미스터리 · 일본)
국내 총 관객수: 56만 명

임수연 ★4.5
: 소수자 문제를 드러내는 영리한 플롯과 있는 그대로를 인정하는 따뜻한 시선

오진우 ★4.5
: 모두가 행복할 수 없기에 괴물로 보이는 둘만의 세계

김소미 ★4.5
: 베테랑의 쇄신과 역동을 목도하는 감흥이 엔딩만큼 눈부시다


| 추락의 해부 (2024 · 드라마/스릴러 · 프랑스)
국내 총 관객수: 10만 명

이동진 ★4.5
: 결국 이야기의 진실을 결정하는 사람은 화자가 아니라 청자

박수용 ★4
: 정교한 카메라를 따라 관계의 피부를 절개하는 의심의 칼날

오진우 ★4
: 사운드와 이미지가 어긋난 진실에 관하여


| 가여운 것들 (2023 · 로맨스/SF · 미국, 아일랜드, 영국)
국내 총 관객수: 15만 명

김철홍 ★4.5
: 걸맞은 연민을 품은 채 세상에서 가장 날카로운 메스를 휘두르는

유선아 ★3.5
: 나와 세계를 향한 의문, 우리는 어떤 존재인가에 관한 기괴한 성장의 아나토미

오진우 ★3.5
: 통제의 반대편에 있는 것이 반드시 모험일까


| 악마와의 토크쇼 (2024 · 공포 · 호주, 아랍 에미리트 연합국)
국내 총 관객수: 10만 명

이용철 ★3.5
: 슬슬 빠져들다 급기야 혼절한다

정재현 ★3.5
: 공포와 상실, 죄책감의 엔터테이닝

김신 ★3
: 치고 빠질 때를 잘 아는 호러 맛집


| 존 오브 인터레스트 (2024 · 드라마/역사/전쟁 · 미국, 영국, 폴란드)
국내 총 관객수: 20만 명

이동진 ★5
: 이미 다 소화해 버린 악에 대하여, 체온으로만 볼 수 있는 선에 관하여

김소미 ★5
: 악의 진부함을 응시하는 전위적 시점의 충격파

김신 ★4.5
: 고요한 잔악, 절멸의 사운드


| 퍼펙트 데이즈 (2024 · 드라마 · 일본, 독일)
국내 총 관객 수: 14만 명

김철홍 ★4
: 닦고 찍는 자의 조각들. 그 위 드리운 그림자로 거목을 연상하게끔

이자연 ★4
: 정갈하게 쓴 오래된 일기장, 그 안에 담긴 삶의 가치

조현나 ★3.5
: 삶은 곧 수행. 그러니 적절한 여백을 즐길 줄 아는 태도로


| 서브스턴스 (2024 · 공포/드라마 · 영국, 미국)
국내총 관객 수 : 56만 명

정재현 ★4
: 엔터테인먼트 산업의 뇌관을 기폭 하는 극단의 시청각적 자극

조현나 ★4
: 풍자의 외피 아래 뿌리내린 강렬한 자기혐오

이자연 ★3.5
: 충격적 이미지, 광기적 전개, 고분 한 메시지


| 콘클라베 (2025 · 드라마/스릴러 · 영국, 미국)
국내 총 관객수: 33만 명

정재현 ★4
: 무결한 자는 없나니. 완력 다툼의 결과가 의외의 통쾌함을 안긴다

조현나 ★3.5
: 끊임없이 흔들리지만 그래서 더 단단해지는 것들에 대하여

박평식 ★3.5
: 그곳도 인간의 거실, 그들도 욕망의 쇳물


| 플로우 (2025 · 애니메이션/모험/가족 · 라트비아, 벨기에, 프랑스)
국내 총 관객수: 18만 명

김철홍 ★4
: 네가 죽어 내가 살게 되었음을 잊지 않겠다

이용철 ★4
: 형언하기 힘든 감동: 한편 사이에 이런 도약이 가능한가

허남웅 ★3.5
: 잔잔하게 흐르다 높은 파도만 한 여운을 선사하다


| 해피엔드 (2025 · 드라마 · 일본, 미국)
국내 총 관객수: 13만 명

조현나 ★4
: 재난, 계급, 차별... 시대의 위기를 우리는 어떻게 접근할 것인가

오진우 ★4
: 지난 세기 일본영화가 미처 풀지 못한 문제를 우정을 통해 바라보다

이자연 ★3.5
: 학교를 찾아온 파랑주의보, 10대의 미덕은 언제나 ‘저항’







Editor / 김성욱(@wookkee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