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징적 로고들에 담긴 비하인드 스토리
ㅇ
스쳐 지나가도 잊히지 않는 이미지가 있다. 그것이 바로 상징적인 로고의 힘이다. 로고는 단순한 그래픽을 넘어, 브랜드의 정신과 시대의 분위기, 나아가 하나의 문화 운동을 응축한 언어다. 특히 음악과 스트리트 컬처에서 탄생한 로고들은 ‘기억’과 ‘태도’로 남아 세대를 초월해 사람들의 마음에 각인된다.이러한 로고들은 단순한 상징을 넘어 문화의 정체성을 대변하며 독보적인 위치를 차지해왔다. 그 이면에는 각기 다른 탄생 배경과 시대적 맥락이 담겨 있다.
이번 아티클에서는 크게 음악과 스트리트 브랜드라는 두 축을 중심으로, 각각을 대표하는 세 가지 로고를 골라 그 의미와 비하인드 스토리를 살펴보고자 한다. 상징적인 로고들이 어떻게 만들어졌고, 어떻게 오늘날까지 살아남아 문화적 아이콘이 되었는지를 담아보고자 한다.
01. Aphex Twin

에이펙스 트윈(Aphex Twin)은 아일랜드 출신 음악 프로듀서 리처드 데이비드 제임스(Richard David James)의 대표적인 활동명으로, 그의 상징적 로고는 그래픽 디자이너 폴 니콜슨(Paul Nicholson)이 1991년에 제작했다.
외계 생명체를 연상시키는 추상적인 'A' 형태의 이 로고는 1992년 발매된 데뷔 앨범 Selected Ambient Works 85–92와 함께 처음 대중에 공개되었다. 단순하면서도 강렬한 이 심볼은 에이펙스 트윈의 실험적이고 미래적인 사운드를 시각적으로 대변하며, 이후 전자음악 역사에서 가장 인상적인 로고 중 하나로 자리 잡았다.
폴 니콜슨은 이 로고를 원형 템플릿과 자를 이용해 직접 손으로 세밀하게 설계했다. 당시 그는 샌프란시스코 기반 스케이트웨어 브랜드 'Anarchic Adjustment'를 위한 아트워크를 진행하고 있었고, '외계적 이미지'를 주제로 다양한 'A'자 형태를 실험하고 있었다. 이 작업을 보던 리처드 제임스가 깊은 흥미를 느끼면서, 지금의 에이펙스 트윈 로고가 탄생했다. 원래는 더 큰 워드마크(wordmark)의 일부였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이 'A' 모노그램이 에이펙스 트윈의 정체성을 대표하는 핵심 심볼로 부상했다.



특히 트래비스 스캇(Travis Scott)을 비롯한 유명 아티스트들이 에이펙스 트윈 로고가 새겨진 빈티지 티셔츠를 착용하는 모습이 포착되면서 다시금 화제가 되기도 했다. 나아가 슈프림(Supreme)과의 협업 제품에서도 이 상징적인 로고가 전면에 배치된 아이템이 출시되며, 로고에 대한 관심은 더욱 높아졌다. 이는 에이펙스 트윈 로고가 단순한 뮤지션의 상징을 넘어, 세대를 뛰어넘어 스트리트 문화와 패션 아이콘으로까지 확장되고 있음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라 할 수 있다.


02. The Rolling Stones

롤링 스톤스(Rolling Stones)의 전설적인 '혓바닥' 로고는 1970년, 런던 왕립예술학교에 재학 중이던 존 파셰(John Pasche)가 디자인했다.
처음에는 밴드의 투어 포스터를 의뢰받아 작업했지만, 믹 재거(Mick Jagger)는 그의 작업을 마음에 들어 하며 밴드 이름 없이도 스스로를 대표할 수 있는 이미지를 제작해달라고 추가 요청했다.
믹 재거는 인도 여신 칼리(Kali)의 이미지를 보여주었고, 그녀의 튀어나온 혀는 로고의 핵심 모티브가 되었다. 존 파셰는 이를 바탕으로 다양한 스케치를 제안한 끝에 최종 디자인을 완성했고, 그 결과 탄생한 ‘혀와 입술’ 로고는 록 역사상 가장 상징적인 로고 중 하나로 남게 되었다.


이 로고는 단순한 그래픽을 넘어, 당시 롤링 스톤스가 지녔던 반체제적이고 반항적인 에너지를 집약한 시각적 상징이었다. 간결하면서도 강렬한 붉은 입술과 혀는 즉각적인 시각적 임팩트를 주었고, 수십 년간 티셔츠, 라이터, 무대 세트 등 수많은 형태로 활용되며 전 세계 대중문화의 한 축을 이루었다. 초기에는 저항과 자유를 상징했지만, 시간이 흐르며 축제와 해방의 의미로도 확장되며 다양한 세대와 문화권에 걸쳐 사랑받았다.
이러한 로고의 힘은 패션분야에서도 이어졌다. 크롬하츠(Chrome Hearts)와의 협업 제품에서도 이 상징적인 로고는 전면에 배치되었고, 특유의 하드코어한 미학과 롤링 스톤스의 대담한 상징성이 결합되어 큰 화제를 모았다. 존 파셰는 이후에도 다양한 뮤지션과 작업했지만, 이 로고만큼 대중과 문화 전반에 깊이 각인된 사례는 드물었다. 그는 이 로고가 오랜 시간 사랑받을 수 있었던 이유로 밴드의 지속적인 성공과, 무엇보다도 단순하면서도 강력한 디자인을 꼽았다. 오늘날까지도 이 로고는 단순한 밴드 심볼을 넘어, 록 역사와 반문화(counterculture)의 상징으로 남아 있다.


03. Oasis

작년 재결합을 발표하고 본격적인 월드 투어를 준비 중인 오아시스(Oasis)의 전설적인 박스 로고는, 밴드가 세상에 등장하기 직전인 1993년 브라이언 캐넌(Brian Cannon)에 의해 탄생했다.
초기에는 ‘Union Jack Swirl’이라는 데모 테이프용 로고를 사용했지만, 크리에이션 레코드(Creation Records)와 정식 계약을 맺은 이후에는 보다 심플하고 다양한 매체에 적용 가능한 로고가 필요했다. 캐넌은 롤링 스톤스의 두 번째 앨범 커버에 쓰인 데카 레코드(Decca Records) 로고에서 영감을 받아, 검은 사각형 안에 흰색 소문자로 ‘oasis’를 담은 미니멀한 디자인을 완성했다.
이 단순하지만 강력한 로고는 데뷔 앨범 ‘Definitely Maybe’부터 ‘Be Here Now’까지, 밴드의 황금기를 상징하는 앨범과 함께 성장했다. 흑백 대비의 강렬한 시각 효과는 신문 광고, 포스터, 앨범 커버 등 어떤 매체에서도 강한 존재감을 발휘했으며, 오아시스 특유의 직설적이고 투박한 매력을 그대로 시각화했다. 특히, 당시 영국 브릿팝 신(Scene)과 스트리트 컬처가 추구하던 '에티튜드를 상징적으로 대변하며 하나의 시대 정신을 대표하는 아이콘이 되었다.


2000년대 초반, 밴드가 ‘Standing on the Shoulder of Giants’를 발표할 때는 노엘 갤러거가 직접 스케치한 새로운 로고로 잠시 교체되기도 했지만, 결국 2005년 ‘Don't Believe the Truth’ 앨범에서 변형된 형태로 브라이언 캐넌의 오리지널 박스 로고가 귀환했다. 그리고 2025년 오아시스 재결합 투어에서도, 결국 팬들과 가장 강하게 연결된 이 클래식 로고가 선택되었다.
단순한 그래픽을 넘어, 오아시스라는 이름을 듣는 순간 머릿속에 떠오르는 바로 그 이미지로, 이 로고는 여전히 밴드의 정신과 역사를 상징하고 있다.
04. Supreme

앞서 음악 분야에서 상징적인 로고들을 살펴보았다면, 이번에는 대표적인 스트리트 브랜드들의 로고를 살펴보고자 한다. 그 첫 번째 주인공은 스트리트 컬처를 대표하는 브랜드, 슈프림(Supreme)이다.
슈프림 로고의 탄생은 1994년, 제임스 제비아(James Jebbia)가 뉴욕 맨해튼에 첫 Supreme 매장을 열면서 시작되었다. 당시 매장의 주된 목적은 스케이트 문화를 중심으로 인기 있는 다양한 브랜드 제품을 판매하는 것이었지만, 제비아는 매장 오픈을 기념해 자체 제작한 티셔츠 세 장을 선보였다. 이 중 하나가 친구가 디자인한 "Supreme" 로고 티셔츠였는데, 단순한 디자인에도 불구하고 다른 상품들보다 빠르게 팔려 나갔고, 제비아는 이 로고에 특별한 가능성을 직감했다. 이후 다양한 색상과 버전의 슈프림 로고 제품들이 출시되면서, 이 심플한 박스 로고는 곧 뉴욕 스트리트 컬처의 상징으로 자리 잡았다.


하지만 슈프림 로고는 탄생 초기부터 논란을 동반했다. 로고 제작 후 제비아는 친구에게 더 강렬한 인상을 위해 뉴욕의 개념미술가 바바라 크루거(Barbara Kruger)의 작품집을 참고하라고 권했고, 그 결과 굵은 흰색 글자를 붉은 박스 안에 배치하는 크루거 특유의 스타일을 연상시키는 디자인이 완성됐다. 바바라 크루거는 이 스타일에 대한 저작권을 등록하지 않았기에 법적 조치는 취할 수 없었지만, 슈프림이 자신의 미학을 무단으로 차용했다는 점에 대해 강한 불쾌감을 표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슈프림 로고는 브랜드에 엄청난 성공을 안겨주었다. 붉은 박스와 굵은 서체의 조합은 반항적이고 반권위적인 메시지를 자연스럽게 전달했고, 이는 슈프림의 핵심 고객층과 완벽히 맞아떨어졌다. 스케이트보드, 힙합, 록 문화를 넘나들며 슈프림은 글로벌 아이콘으로 성장했으며, 논란 속에서도 이 강렬한 로고 디자인은 스트리트 패션 역사에 길이 남게 되었다.
05. Palace

‘영국의 슈프림’이라 불리다 이제는 스트릿 컬쳐를 대표하는 독보적인 브랜드가 팔라스(Palace)는 2009년 런던에서 시작된 스케이트보드 기반의 스트리트웨어 브랜드로, 유쾌하고 과감한 태도, 그리고 독특한 시각 언어로 빠르게 주목받았다. 이 브랜드의 상징인 ‘Tri-Ferg’ 로고는 설립 초기부터 지금까지 브랜드의 정체성을 상징하는 핵심 요소로 자리해 왔다.
공동 창립자 레브 탄주(Lev Tanju)는 처음부터 “크고, 명확하며, 멀리서도 한눈에 알아볼 수 있는” 로고를 원했다. 이를 실현하기 위해 그는 런던 스케이트 신과 패션계에서 활동하던 그래픽 디자이너 퍼거스 퍼셀(Fergus "Fergadelic" Purcell)에게 디자인을 의뢰했다. 퍼셀은 스웨덴 아티스트 오스카 로이터스베르드(Oscar Reutersvärd)가 창안한 ‘펜로즈 삼각형(Penrose Triangle)’에서 영감을 받아, 2차원 공간에서만 존재 가능한 ‘불가능한 도형’을 활용한 로고를 완성했다. 이 구조는 보는 이로 하여금 무한히 순환하고 움직이는 듯한 착시를 불러일으킨다.

세 변에 ‘PALACE’라는 레터링을 배치한 이 Tri-Ferg 로고는 고정된 형태임에도 끊임없이 변화하고 흐르는 듯한 역동성을 내포한다. 이러한 특성 덕분에 팔라스는 다양한 컬렉션과 협업을 진행할 때마다 이 로고를 새로운 방식으로 변주해 왔다. 아디다스(Adidas), 유벤투스(Juventus), 모스키노(Moschino), 라파(Rapha)와의 콜라보레이션은 물론, 영국 NHS(국민보건서비스)를 위한 자선 티셔츠까지, 이 로고는 항상 새로운 의미와 시각적 실험을 담는 ‘빈 캔버스’가 되어 주었다.
팔라스는 복잡한 문양이나 고급스러움을 지향하지 않으면서도, 단번에 인식되고 오래도록 기억되는 상징을 만들어냈다. 이 로고에는 스케이트 문화 특유의 자유로움과, 끊임없이 변화하는 스트리트 라이프의 에너지가 고스란히 녹아 있다.
06. Stüssy

1980년대 캘리포니아에서 탄생한 스투시(Stüssy)는 서핑 문화와 스트리트 감성을 결합한 브랜드로, 현대 스트리트웨어의 원형을 제시한 브랜드 중 하나로 평가받는다. 그리고 이 브랜드의 상징인 손글씨 로고는, 단순한 낙서를 넘어 세대를 초월한 아이콘으로 자리 잡았다.
브랜드 창립자 숀 스투시(Shawn Stüssy)는 1980년대 초 자신이 제작한 서프보드에 굵은 펠트펜으로 자신의 성을 휘갈겨 썼고, 이 장난기 어린 서명이 훗날 전 세계에서 가장 인지도가 높은 로고 중 하나가 되었다. 이는 단순한 서명이 아니라, 1970년대 펑크 스타일과 서핑 문화 속에서 성장한 그의 태도와 반항적인 감성이 자연스럽게 녹아든 결과물이었다.


처음엔 서프보드를 구매한 이들에게 무료로 증정한 하얀 티셔츠에 이 로고가 새겨졌지만, 1984년 그는 오랜 친구 프랭크 시나트라 주니어(Frank Sinatra Jr.)와 함께 본격적인 의류 브랜드를 론칭하게 된다. 해변과 거리의 스타일을 결합하고, 뉴웨이브 그래픽과 혁신적인 실루엣을 반영한 컬렉션은 기존의 서프웨어를 넘어선 새로운 스트리트웨어 미학을 제시했고, 이 모든 흐름의 중심에는 변형 없이 살아남은 그 손글씨 로고가 있었다.
1988년 유럽 진출과 뉴욕 소호 매장 오픈을 계기로 브랜드는 세계적인 성공을 거두었고, 이 시기 숀 스투시는 자신의 이니셜 ‘S’를 두 개 겹쳐 샤넬의 로고를 연상시키는 또 다른 상징적인 엠블럼을 탄생시켰다. 그는 해변과 거리의 정신으로, 럭셔리의 허세를 걷어낸 새로운 로고를 만들고 싶었다고 회고하며, 힙합과 서브컬처가 교차하던 당시 시대의 흐름을 직관적으로 담아냈다. 1996년 브랜드에서 떠났지만, 숀의 손글씨는 여전히 스투시라는 이름과 함께 스트리트 패션의 상징으로 남아 있다.
Editor / 노세민(@vcationwithpay)
Fake Magazine Picks
웨스 앤더슨이 제작한 단편 영화 같은 광고 6선
YELLOW HIPPIES(옐로우 히피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