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 베드로 대성전에 세워진 갓 쓴 동양인 조각상

한국 최초의 사제 성 김대건 안드레아 신부의 조각상이 세계 가톨릭의 본산인 바티칸의 성 베드로 대성전에 세워졌다. 동양 성인의 성상이 성 베드로 대성전에 설치된 것은 역사상 처음 있는 일이다.

김대건 신부의 조각상이 들어선 곳은 대성전 우측 외벽에 움푹 들어간 공간인 벽감이다. 벽감 위치는 전임 교황 대다수가 묻힌 대성전 지하 묘지의 출구 인근에 자리 잡고 있다. 근처에는 바티칸 기념품 가게가 자리하고 있어 사람들의 왕래가 잦은 길목이기도 하다.

성산은 높이 3.77m, 가로 1.83m, 세로 1,2m의 비안코 카라라 대리석으로 제작됐다. 갓을 쓰고 도포를 입은 성상은 주변에 세워진 프란치스코, 도미니코 성인 등 유럽 수도화 설립자들의 외관과 뚜렷하게 구별되는 모습을 볼 수 있다. 부드러운 곡선과 볼륨이 강조됐으며 모든 것을 수용하고 받아들이는 듯 두 팔을 벌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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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각상 설치는 김대선 신부 탄생 200돌을 기억하기 위해 교황청 성직자부 장관으로 있는 유흥식 추기경이 프란치스코 교황에게 성상 봉헌 의사를 밝히며서 추진됐다. 1821년 충남 당진 솔뫼의 천주교 가정에서 태어난 김대건 신부는 1845년 8월 사제품을 받고 한국인으로는 처음으로 가톨릭 사제가 된 인물이다. 천주교 박해가 절정에 달하던 당시 깊은 신앙심으로 활발하게 사목 활동을 하다 체포됐고 1846년 9월 25세 나이로 순교했다. 김대건 신부는 교황 요한 바오르 2세 때인 1984년 시성돼 성인품에 올랐다.

성상은 현재 천으로 덮여 가려져 있으며 16일 축성식 이후 공개된다. 한국천주교주교회의는 한 작가가 별도로 제작한 성 김대건 신부 성상 모형 원형을 프란치스코 교황에게 선물 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