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EON YEOIN(연여인)

연여인

YEON YEOIN(연여인)


라이프 스타일 매거진 페이크 매거진(@fakemagazine_official)과 아트 셀렉숍 보이드(@the_bvoid)와 함께 협업 인터뷰 콘텐츠 <OUT OF THE FRAME>을 선보인다. <OUT OF THE FRAME>은 아티스트의 '일탈'이라는 소재로 작가와 개인의 삶에 영향을 준 라이프스타일에 초점을 맞춰 이야기를 담았다. 두 번째 아티스트는 익숙하지만 어긋나 있는 현실, 몽환적인 꿈과 같은 그림을 선보이는 연여인 작가(@yeo1n)이다.


Q. 연여인 본인에 대한 소개 부탁한다.

A. 안녕하세요. 서울을 기반으로 시각 작업을 하는 연여인 입니다.


Q. 일반적인이라는 정의를 두를 순 없지만, 마치 괴이한 꿈같은 분위기가 눈에 띈다.

A. 구상 회화의 묘미라고 생각이 들어요, 익숙하지만 살짝 어긋나 있는 현실, 혹은 확장된 현실의 모습을 주로 그리기 때문에 꿈같은 느낌이 드는 거 같습니다. 캐릭터가 중심이 되어 하나의 신을 조성하는 형태의 작업을 많이 하는데, 어린 시절 많이 읽었던 그림책들의 영향인 거 같습니다. 그림책을 보면 항상 인간을 닮은 캐릭터를 주인공으로, 현실적 감정과 경험들을 환상적으로 표현하곤 하잖아요. 제 현실, 제 내면세계를 캐릭터와 초현실적인 상황 구성을 통해 담아내곤 합니다.


Q. 괴이하지만 현혹되는 독창적인 색채 활용도 연여인 작가의 그림의 매력 포인트로 꼽을 수 있다.

A. 통념적으로 색상이 지니는 의미들을 떠나서 연여인이란 사람의 필터를 통해 표현된 세계잖아요. 보통 우울이나 슬픔을 표현한다고 느끼기 쉬운 블루나 어두운 계열의 컬러들이 저한텐 자유와 평온의 색인 경우도 많고, 작업에서 다루는 모습들이나 주제가 어두울 수 록, 반대로 색상은 밝게 쓰는 걸 좋아하기도 해요. 살짝 예상과 벗어난 색채 활용이 더 작품을 낯설게 만들고, 호기심을 갖게 하는 거 같아요.

Q. 과거 “감정에 이름을 붙일 수 있게 되었다”라는 답변을 한 적이 있다. 감정을 이미지화는 과정 또한 궁금하다.

A. 일기 쓰기와 비슷해요, 글을 써 내려가면서 감정을 더 진하게 인식하고, 생각을 정리하는 거처럼, 작업을 통해 당시 내면의 모습을 작품에 담습니다. 작업 과정은 생활 속 이미지 발상으로 시작하여 조금씩 살을 붙여가는 형태예요. 인지하지 못하고 있었던 제 모습을 직면하게끔 도와줘요. 보통 감정을 인식하고 소화하는 과정을 텍스트 혹은 언어로 한다면, 전 이 과정을 이미지 적으로 하는 게 더 익숙한 거 같습니다.


Q. 최근 <Flying Brain>팝업과 개인전<001030>을 성황리에 마치기도 하며, 다양한 전시 활동을 선보이고 있다. 기억에 남는 전시을 꼽아줄 수 있는가.

A. 오랜만에 신작들을 선보이는 개인전이었던 <001030>이 기억에 남습니다. 종이에 잉크 원화를 전시한 건 처음이었는데요. 상대적으로 규모, 색채 때문에 눈길을 빼앗는 페인팅들과 함께 하는 게 아닌, 온전히 잉크 작업의 매력에 집중할 수 있는 공간을 꾸리고 싶어 잉크 컬렉션 전시를 기획하게 됐습니다. 제가 가장 애정하고, 오래 사용한 재료이기도 한 잉크 작업들이 제 삶 속에서 지니는 연속성, 반복성을 보여주는 의미로 제목을 짓지 않고 넘버링을 했는데요. 이 전시는 00번부터 03번 까지의 작품이 전시되어 <001030>이라 이름 지어졌습니다. 앞으로도 시리즈처럼 잉크 컬렉션 전시를 지속할 생각이에요.

Q. 브랜드 콜라보 및 아티스트 커버, 아트웍, 비주얼 디렉팅 등 개인작업 이외 상업적인 활동도 눈에 띈다.

A. 개인작업과 다른 점은 클라이언트의 니즈를 고려해야 하고, 기획자가 저 혼자가 아니라는 점이죠. 잘못하면 서로에게 스트레스 일 수 있기 때문에 둘 다 윈윈 할 수 있는 프로젝트를 고르려고 노력해요.


Q. 캔버스 위에 존재하던 그림에서 3D 프린팅, 조소, 영상 미디어 등 여러 형태로 발전해 나가고 있다.

A. 당장 크게 쓸모가 없더라도 기술을 배우는 걸 좋아해서, 다양한 분야를 ‘찍먹’ 해보곤 했어요. 지금 당장은 잉크와 오일 페인트를 사용하는걸 좋아하지만 나중에 다른 걸 하고 싶어지면 시작할 수 있게요. 그렇게 조금씩 영상도 하고 조형작업도 해보게 됐습니다. 서로 다른 매개를 통하면 제 세상을 다각도로 보여줄 수 있다는 점이 흥미로웠습니다. 앞으로는 사운드 프로듀싱 공부를 더 해보고 싶어요. 영상작업을 할 때에 제가 사운드 작업도 하는데, 더 이해도를 가지고 할 수 있으면 재밌을 거 같습니다.


Q. 취미의 또 다른 면으로 일탈을 설정했다. 연여인 작가에게 일탈을 꼽자면.

A. 취미는 지속성이 있고, 일탈은 보다 단발적인 거 같아요. 그런 의미에서 전 취미는 없고 일탈만 하는 거 같네요. 평소 집에서 가만히 작업을 하는 시간이 대부분이기 때문에, 주변에 이끌려서 혹은 스스로에게 압박감을 주어서 커뮤니티 스포츠를 시작한 적이 몇 번 있었어요. 로드 자전거도 타보고, 풋살도 해봤는데 평소에 잘 하지 않는 두 가지인 사회생활과 운동이 결합되니 적응을 잘 하지 못했습니다. 짧은 일탈로 끝났죠.(웃음)

Yeon Yeoin / ⓒfake magazine

Q. 다소 무거운 소재를 흥미롭게 바라본다. 양가적인 면을 봄에 있어 느끼는 감정 또한 궁금하다.

A. 삶과 사람의 양가적인 모습들을 재미있어해요. 그런 모습을 마주했을 때 느껴지는 불편한 마음도 흥미롭고요. 작업 속에도 이런 면을 표현하려고 해요. 예를 들어 제가 그린 ‘평온’ 속에는 ‘언제 닥칠지 모르는 어둠’ 도 함께 등장해요. 사람 마음도, 한순간에 한 감정만 느끼지는 않잖아요. 들뜬 마음의 한 켠엔 찜찜함이 있을 수 도 있고, 형언하기 어려운 상태도 많고요. 그림을 통해서 이런 다층적 모습을 펼쳐 한 면에 담아보고자 합니다.


Q. 비슷한 소재일까, 아트 슈피겔만의 <쥐>, 하인리히 호프만의 <더벅머리 페터>와 같은 그림책도 좋아한다.

A. 거칠면서 섬세한 느낌을 동시에 표현할 수 있는 잉크 삽화 들을 좋아해요. 특히 <쥐> 그래픽 노블을 어렸을 때 보고 잉크 작업에 많은 영향을 받았습니다.


Q. 사실 무거운 주제의 영상들과는 반대되는 산책이나 여행도 좋아하는 편이다.

A. 성격상 긴 시간 작업을 못하면 즐겁지가 않아서, 여행을 떠난다고 마냥 좋지는 않더라고요. 작업도 하면서 여유롭게 움직일 수 있는 여행을 좋아해요. 인공물을 보러 돌아다니기보단 자연이나, 현지의 삶을 보는 걸 좋아하고요. 산책은 손쉽게 할 수 있는 정신 환기 같아요. 잡생각이 많아질 때 동네를 한번 돌고 오면 좀 정리가 되더라고요.

Yeon Yeoin / ⓒfake magazine

Q. 조금씩 사회적인 관계를 만들어가는 일에도 노력하신다 들었다.

A. 20대의 꽤 오랫동안을 폐쇄적으로 살았어요. 그렇게 지낼 때는 고립돼 있다는 것도 사실 몰랐죠. 상태 인지를 하고 난 후부터는 좀 더 공동체 생활을 잘 해보려고 하고, 인간관계에 의미를 두려고 하고 있어요. 의미 부여를 노력하니까, 평소 이해하지 못했던 감정들이나 뉘앙스들을 조금씩 알게 되더라고요. 게임에서 아이템 획득하는 거처럼 인지력과 공감력을 하나씩 획득하고 있습니다. 재미있어요…나름(웃음)


Q. 오랫동안 홀로 있다가 밖으로 나와 사람들과 조우하는 건 어떤 마음가짐이 필요한 일인가.

A. 사람들을 만나는 걸 싫어하는 건 아니에요. 가까운 친구들과의 만남은 주도하기도 합니다. 다만 사람들을 만나면서 에너지를 얻는 편이 아니어서, 돌아와서 며칠은 혼자만의 시간이나 집 밖으로 나가지 않는 시간이 필요로 해요.(웃음)


Q. 여태껏 '시도' 해본 집 밖의 여러 활동 중 가장 마음에 드는 건 무엇인가?

A. 혼자 밤에 자전거 타는 게 좋습니다.


Q. 여러 일탈을 접해온 연여인이 꼽는 그림의 매력은 무엇이라 생각하는가

A. ‘자유’라고 생각해요. 그림을 그리는 행위는 아주 자발적이고 주체적이기 때문에 오는 해방감이 있어요. 인생 속에서 나만이 컨트롤을 쥐고 있는 상황은 많지 않잖아요. 하지만 캔버스 위에선 다 내 마음대로 할 수 있고, 뭐든 자유롭게 쏟아낼 수 있어요.

Yeon Yeoin / ⓒfake magazine

Q. 감정과 경험을 실존하지 않은 흐름에 따라 마침표를 찍어가고 있다. 지금의 연여인이 되기까지  어떠한 고민들을 해왔는지.

A. 작업에 시간과 노동을 투자하고, 새 작품을 위한 발상을 하는 건 천성과 가깝기 때문에 그리 어렵지 않았습니다. 힘든 상황들도 있었지만 하고 싶은 일이었기 때문에 즐겼다는 느낌이 더 커요. 단순히 그림 그리는 게 좋아서 시작했던 활동이 직업이 되면서, 자본과 연결되며 비즈니스와 제 브랜드를 생각해야 하더라고요. 그림 스타일이 확고하거나 다작을 한다고 해결되는 부분은 아니었어요. 이런 맥락에서 다음 스텝을 어떻게 밟을지 항상 고민합니다.


Q. MBTI 가 INTP이라 들었다. 스스로의 성향을 어떻게 생각하는 편인가?

A. 어렸을 땐 제 머릿속에서만 살았던 거 같아요. 그래서 작업을 하는 사람이 됐나 싶기도 하고요. INTP 이어서 그런지는 모르겠지만 혼자 방에 박혀 있는 걸 즐기고, 주변의 잡음에 신경 쓰기보단 저의 것을 파는 걸 좋아하는 외골수적 성격이기 때문에 작품 활동을 하기엔 최적인 거 같습니다.(웃음)

Yeon Yeoin / ⓒfake magazine

Q. 앞으로의 자신의 모습을 격려해 주어도 좋을 것 같다.

A. 운동 좀 하고 정신 차리고 살자!


Q. 'FAKE'의 의미를 목적을 달성한 모습을 더욱 매력적으로 표현해 주는 행동이나 태도로 재해석하였다. 연여인에게 ‘FAKE’란?

A. 불안감. 꼭 작업할 때만을 이야기하는 건 아니고요, 본인은 알잖아요. 내가 가짜로 말하고, 행동하고, 살고 있는 상태인지. 그럴 때 불안감이 들더라고요. 아니, 그보다도 불안할 때 되짚어보면 내가 아닌 삶을 살고 있는 경우가 많았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