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BERT KIWI(알베르 키위)
ALBERT KIWI
[ISSUE No.2] ALBERT KIWI(알베르 키위)
Q. 자기소개 부탁드린다.
A. 안녕하세요. 그림 그리는 알베르 키위입니다. 꽤 오래전부터 그려왔지만 2014년부터 ‘알베르 키위’라는 작가명으로 주로 오일파스텔을 이용해 그림을 그려나가고 있습니다.
Q. 오일파스텔을 이용하여 앨범 커버부터 다양한 작업을 하고 있다. 본업이 따로 있지만 꾸준히 작가 활동을 하게 된 이유는?
A. 어릴 적 장래 희망으로 직업을 떠올릴 때마다 화가에 대한 이미지를 꾸준히 그려왔습니다. 위대한 화가들이 해온 것들이 무엇인지 생각해 봤을 때 확실히 알 수 있었던 한 가지는 죽을 때까지 그림을 계속 그렸다는 사실입니다. 그 시작점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습니다. 세상에 흔적을 남기고 싶은 욕구가 있는데, 그 방식을 그림 그리는 행위로 정했어요. 완전히 그림만 그리는 것을 업으로 삼고 있진 않아요. 시간을 할애하는 기준으로 보면 회사를 다니는 게 본업이고 그림이 별개의 활동으로 볼 수도 있겠지만, 저는 그림이 본업이고 회사가 부업이라는 생각도 해봅니다. 전업 작가라고 하더라도 생존에 필요한 기본적인 재원이 충족되는 상황이 아니라면 특별히 지원을 받지 않는 이상 분명 다른 일들을 하면서 살았을 거라고 생각해요.
Q. 본인만의 스타일을 얘기하자면?
A. 알베르 키위 스타일이죠. 뚜렷한 라인으로 얼굴에서 느껴지는 공통적인 기호에서 저의 스타일을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자기표현이 많이 들어가 있는데요. 나만의 것에 집착하다 보니 이런 형태의 그림을 그리게 된 것 같아요. 어렸을 때부터 주의 집중력 장애가 있어서 가장 큰 결핍이라고 생각되는 집중과 몰입을 담으려고 노력하고 있어요. 거의 모든 그림이 옆모습으로 어딘가 집중해 있는 상태로 옆모습을 계속 그리다 보니 하나의 개성으로 자리 잡힌 것 같아요. 최근에는 휴식에 대한 것도 담아 보려고 하고 있습니다.
Q. 오일파스텔만의 장점과 단점은?
A. 구하기 쉽고 손쉽게 쓸 수 있다는 점과 색이 정해져 있다는 점. 72색 안에서 조합을 잘하면 어떻게 해도 예쁜 색감이 나오는 것 같아요. 제조사마다 천차만별이지만 타 재료보다 저렴하고, 유화물감처럼 오일을 준비하거나 붓이나 팔레트 같은 도구를 세척할 필요도 없고, 테라핀 등 부수적인 미술도구가 필요하지 않아요. 손으로 바로 집어서 사용할 수 있으니 간편하기도 합니다. 어린 시절 썼던 크레파스처럼 옛날 생각나기도 하고 누구나 쉽게 접할 수 있는 재료라고 생각해요. 단점이라면 다른 재료에 비해 세부 묘사나 수정이 어렵다는 점인데 재료를 다루는 능력에 따라 어느 정도 극복이 가능한 것 같아요.
Q. 느지막이 작가 활동을 해오고 있다. 오일파스텔 작업의 시작점과 작업에 있어 영향을 받은 분이 있다면?
A. 재료와 그리는 방식만 바뀌었을 뿐이지, 그림은 미성년자 때부터 그려왔어요. 계속 그려왔기 때문에 이렇게 인터뷰를 하는 기회도 생기는 것 같습니다. 필감이 느껴지는 재료를 찾으면서 처음에는 색연필로 채색을 했다가 시간이 너무 오래 걸려서 오일 파스텔을 사용하기 시작했는데 더 직관적이고 표현하고자 하는 그림에 더 잘 어울린다고 생각해서 꾸준히 오일 파스텔을 사용하게 되었어요. 이미지적으로 영향을 받았던 그림들은 많지만, 정신적인 뼈대는 어릴 때부터 오랫동안 데생과 연출 스토리텔링을 가르쳐주신 만화가 박흥용 선생님에게서 영향을 받았습니다. 그림 스타일도 다르고 만화를 그리지는 않지만, 배웠던 것들이 바탕에 깔려 있는 것 같아요. 그리고 라디오 헤드의 ‘Paranoid Android’ 뮤직비디오에 나온 애니메이션에서 영향을 많이 받았습니다. Magnus Carlsson 마그누스 칼슨이라는 스웨덴 일러스트레이터입니다.
Q. 다채로운 컬러와 역동적인 캐릭터의 모습들이 눈에 띈다. 본인만의 컬러와 작업의 디테일을 이야기하자면?
A. 그림 연습을 할 때 사람을 그릴 줄 알아야 하고 전신을 그릴 줄 알아야 한다는 말에 패션 잡지들을 보고 똑같이 그리는 연습을 많이 했어요. 국내 잡지부터 해외 잡지까지 많은 모델들과 패션 아이템을 보다 보니 자연스럽게 세련미를 추구하게 되면서 색 조합에 신경을 많이 써요. 가끔 얼굴만 크게 그릴 때도 있는데 같이 연습하는 친구들끼리 실력 없으니까 대갈 치기 한다고 서로 농담을 하다 보니, 약간 강박처럼 항상 전신을 그리게 되는 것 같아요. 그리고 전체적인 이미지를 구상할 때는 포토샵이나 아이패드 앱을 이용해 스케치에 부분적으로 색을 입혀보고 마음에 드는 조합이 나오면 작업을 하는 것 같아요.
Q. 오일파스텔을 이용한 작업 및 다양한 텍스쳐를 이용하여 자신만의 그림을 꿈꾸는 후배들에게 한마디 하자면?
A. 그림을 그리는 이들에게는 후배라는 단어가 딱히 없다는 생각이 들어요. 다 똑같은 작가님들이라고 생각해요. 구태여 말하자면, 멘탈만 튼튼해도 절반은 먹고 들어가는 것 같아요. 가끔은 정말 가깝다고 생각하는 사람에게조차 인정받지 못할 때도 있는데 아무리 권위 있는 전문가의 말이라도 가끔은 무시할 줄 알아야 한다고 생각해요. 그저 나만이 할 수 있는 최고를 만들기 위해 온전히 집중하는 것. 성과를 이룬 모든 작가들이 제일 잘하는 일인 것 같습니다. 개인적으로 가장 도움이 되었다고 생각하는 것은 SNS입니다. 요즘 SNS가 활발하다 보니 참고할 수 있는 정보가 많잖아요. 흉내도 내보고 어떻게 하면 내 것으로 만들 수 있을지 고민해 보는 거죠. 꾸준히 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결국 연구를 많이 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마케팅 관련 책들을 읽어보기도 하고요. 자기 PR의 시대잖아요. (웃음)
Q. 유튜브 채널을 통해서도 작업 과정들을 보여주고 있다. 운영 중인 유튜브 채널에 대해서도 간단하게 소개하자면. 그리고 유튜브를 통해 앞으로 보여주고 싶은 것들이 있다면?
A. 그림 그리는 사람이라면 이런 고민을 한 번쯤 했을 것 같아요. ‘2차원 작업에 국한되어 있는 것이 아닌 조형이나 조각과 같은 입체 작업, 음악이나 영상, 애니메이션 등 종합 장르를 섭렵해야 하는지에 관한 고민. 그 과정에서 당장 생각난 것은 단순하게 그림 그리는 모습을 영상으로 담아 보자. 운이 좋다면 채널이 성장해서 홍보 목적이나 경제적으로 도움이 될 수도 있지 않을까 해서 시작했지만, 지금은 거의 기록을 남기는 정도로 사용하고 있어요. 하고 싶은 말과 작품의 의미에 대해서 이야기해 보기도 합니다. 앞으로 보여주고 싶은 게 있다면 자랑을 많이 하고 싶어요. 물론 자랑할 만한 일을 많이 만들어야겠지만요.
Q. 앞으로 작업해보고 싶은 것들이나 오일파스텔 이외에도 도전해보고 싶은 다른 장르 또는 텍스쳐들이 있다면?
A. 그림만 보여주면 참 좋겠지만 점점 많은 곳에 노출이 될수록 그림에 대해 설명해야 하거나 작가론을 적어내는 등 제출해야 할 서류들이 많아지면서 그림을 그리는 시간보다 글을 쓰는 시간이 많아지는 것 같아요. 자연스럽게 책을 만들지 않을까 싶어요. 그래도 현재 1순위는 그림이고, 하고 싶은 마지막 버킷리스트는 와인 라벨 패키지 작업입니다.
Q. 본업과 겸해서 활동해오고 있다. 자리 잡기까지 어려운 점이나 현실적인 부분에 도달했을 때의 상황도 있었을 거 같다. 그러한 부분들을 어떻게 타파해 나갔는가?
A. 현실적인 게 뭐겠습니까, 지지리도 게으르다는 것 말고는 없겠죠. 앞서 질문에 느지막이라는 말이 있었는데 사실 조금 더 어릴 적에 진득하게 기초를 다듬고 작업에 대해 연구했다면 어떤 형태가 되었든 충분히 전업 작가가 되었을 가능성이 있었을 거라고 생각해요. 밥 먹고 화장실 가고 잠자는 시간 빼고 그림만 그리라는 이야기를 들었을 때, 연애도 하고 싶고 놀고 싶은 마음에 훌륭한 멘토의 가이드에도 불구하고 결국 도망쳤던 것은 사실이에요. 애써 열심히 해왔다고 최면이라도 걸고 싶지만, 낭비한 시간이 엄청나다는 사실은 속일 수 없습니다. 결국 쓸 수 있는 시간이 얼마나 있느냐인데, 일을 1년 동안 안 한 적도 있지만 딴짓하기 바빴지, 일을 안 한다고 해서 그림을 더 많이 그리게 되는 것도 아니더라고요. 오히려 일을 안 할 때보다 지금이 그림을 더 많이 그리는 것 같아요. 출퇴근하면서 보는 풍경, 계절의 변화, 종사하고 있는 업종에서 영감을 받기도 하고 제가 하는 작업과 다양하게 접목시키기도 해요. 확실히 예전보다는 덜 게을러졌어요. 이대로라면 분명 근미래에 전업 작가가 될 겁니다. 저는 자리를 잡아가는 중입니다.
Q. 그럼에도 불구하고 작가 활동을 고수하는 매력적인 이유가 있다면?
A. 세상에 흔적을 남기고 싶은 욕구, 시대를 관통하는 세기의 화가들처럼 영속성을 가진 그림을 그려내고 싶은 열망입니다. 아무리 가볍게 작업을 하는 작가라도 마음 한편에는 분명 대작을 만들어 내고 싶은 꿈이 있을 거라고 생각해요. 내가 죽어도 그림이 세상을 떠돌아다닌다면 정말 멋지겠다는 상상을 합니다.
Q. 'FAKE'의 의미를 목적을 달성한 모습을 더욱 매력적으로 표현해주는 행동이나 태도로 재해석하였다. 알베르 키위에게 'FAKE'란?
A. 제 본명이 알베르 키위는 아닐 거예요. 마치 내가 아티스트가 된 듯 흉내 내다 보면 진짜 아티스트가 되지 않을까요? 결국 원하는 모습으로 가는 과정이 아닐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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