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첵ㅋ, <적당한 무게일 때>

저녁이 차가운 계절이다. 여름은 완벽하게 끝났고, 이제는 가끔 겨울을 기다리는. 공기의 온도에 맞춰 읽고 싶은 이야기들도 조금씩 바뀐다. 요즘 날씨에는 적당한 무게감의 이야기들을 들춰보게 된다. 무겁지 않게 그렇다고 가볍지도 않게 10월을 보낼 방법을 찾아보았다.

<100일 후에 죽는 악어 - 키쿠치 유우키>

결말을 알고 읽는 작품이다. 독자들은 악어의 죽음을 100일 전부터 지켜보게 된다. 다만 악어는 모른다. 티비를 보며 그저 즐거운 날도 있고, 알람을 끄고 늦잠을 자는 날도 있다. 고민이 있을 땐 단골 라멘집으로 향한다. 평범한 일상에 녹아있는 선량함과 삶에 대한 작은 불안들이 돋보인다. 작화는 귀엽고 여운은 길다. 단권으로 발매되었다.


<어딘가 상상도 못 할 곳에, 수많은 순록 떼가 - 켄 리우>

SF 단편 소설에서의 켄 리우는 언제나 읽는 재미를 준다. 어딘가 상상도 못 할 곳에, 수많은 순록 떼가는 공통으로 묶이는 주제 아래 다양한 방식의 이야기를 보여준다.

켄 리우는 어딘가 상상도 못 할 곳에, 수많은 순록 떼를 통해 가족의 형태를 조명한다. 때로는 시간을 뛰어넘고, 당연히 공간을 초월한 사랑을 보여주기도 한다. 그것에 대한 이해는 다시 삶과 죽음의 영역에서, 문화의 영역에서 서로 부딪히며 이루어진다.

시신을 예술 작품으로 만드는 일을 하던 레나가 영생의 길로 들어서는 실험을 받는 ‘호(弧)’, 매듭을 문자로 사용하는 부족이 문명을 만났을 때 어떤 변화가 생기는지를 담은 ‘매듭 묶기’, 우주로 떠나간 엄마와 지구에 남은 자식이 갖게 되는 시간의 간격을 보여주는 ‘내 어머니의 기억’ 등 다양한 소재를 접할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즐겁다.


신부 이야기 / ⓒ모리 카오루

<신부 이야기 - 모리 카오루>

2014 일본 만화대상 수상 작품. 중앙아시아 실크로드를 배경으로 유목 정착민들의 일상을 담는다. 신부 아미르와 어린 신랑 카르르크의 이야기로 시작된다. 배경묘사에 더불어 중앙아시아 의상 디테일이 매우 뛰어나다. 아미르 외에 다른 신부들이 등장하기도 하고, 작가의 이전 작품 ‘엠마’가 그랬듯 시대 배경 역시 허투루 넘기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