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토삼굴 : 狡兎三窟] EP.3 여름 장마철

교토삼굴

교토삼굴 : 狡兎三窟

교활한 토끼는 숨을 세 개의 굴을 파놓는다라는 뜻으로, 지혜롭게 준비하여 어려운 일을 면한다는 말. 계묘년을 맞아 현명한 토끼의 자세로 다양한 상황과 맥락들에 대한 플랜 ABC를 제시하는 설계형 콘텐츠.


우리가 누구인가. 길가에 놓인 세발자전거의 안장까지 훔쳐 가는 ‘자전거 해체주의 공화국’ 엄복동의 후예들 아닌가. 자조 섞인 이러한 농담은 비단 자전거뿐만이 아닌, 우산에도 격하게 해당하는 부분이다. 사실 엄복동의 ‘엄’은 ‘Umbrella’의 줄임말이 아닌가 싶을 정도.

그래서 준비했다. 다가올 여름 장마철을 맞아, ‘애착과 감성’을 높여줄 우산과 이와 찰떡궁합인 아이템들을. 참고로 대한민국의 미세먼지 농도는 지리적 특성상 그렇게 좋지 않기에, 비 따위는 개의치 않는 아메리칸 스타일 상남자들도 참고하길 바란다.

一卯 <모든 분실은 내 애착의 무게 때문? 우산에 대한 애착심을 한껏 높여줄 명작(名作)과 팁>


Helinox ‘Umbrella Two’

굴지의 글로벌 캠핑용품 1위 브랜드 ‘헬리녹스’의 기술력이 응축된 명작. 태풍에도 끄떡없는 내구성을 자랑하며, ‘오션블루’ 색상의 폴은 해당 브랜드의 시그니처이자 컬러 포인트. 기존 Umbrella One 시리즈에 약간의 보완점과 컬러웨이가 추가된 제품.

114x75(cm)의 크기로, 장우산을 찾고자 한다면 이 제품을 추천한다. 안정성을 높이고자, 우산살과 폴 사이에 ‘체결 버튼’이 추가됐다. 또한 새롭게 탄(Tan) 컬러가 등장, 해당 제품의 폴은 오션블루가 아닌 블랙을 띄고 있는 것이 특징. 320g 정도의 초경량 무게이기에, 휴대에 있어 각별한 주의 요망.

정가는 75,000원. 애착심을 가지기에 충분한 가격과 퀄리티.


내 우산은 내가 지킨다. 라벨링을 활용한 정신공격

우산 건망증보다 무서운 것이 바로 ‘사람’ 아닐까. 술집에서든 식당에서든 누군가 내 우산을 자꾸 가져간다 싶을 때, 일본 네티즌들의 ‘라벨링을 활용한 정신공격’을 모방해 보자. 이들은 “니꺼 아냐”, “경찰청”, “손잡이에서 냄새 나는 우산” 등의 재치 넘치는 문구가 담긴 라벨을 우산 손잡이에 부착한다. 이러한 방법이 실제로 분실 방지 효과가 있는지는 의문이지만, 나쁜 마음을 조금이나마 순화시키지 않을까. 필자의 추천문구 “점유이탈물횡령죄”


Blunt ‘Classic/ Metro’

헬리녹스와 달리, 뉴질랜드에서 건너온 블런트는 우산만 생산하는 우산 전문 브랜드. 그렇기에 연꽃잎을 연상케 하는 디자인을 비롯해 페인트볼을 맞아도 끄떡없는 내구성, 11가지의 컬러웨이, 수많은 아티스트와의 협업 등의 우산과 관련된 다채로운 퍼포먼스를 보여준다. 이 중 장우산 라인인 Classic과 3단자동우산 라인인 Metro 제품은 타 우산과는 비교 불가.

런던의 악천후에서 영감을 받아 해당 브랜드를 설립한 ‘그레이브 브레브너’의 지속가능성에 대한 가치관도 블런트에 그대로 반영됐다. 정가는 10만 원 중반대. 만만치 않은 가격임에도 불구하고, 2년 무상 a/s에 대한 메리트가 있는 브랜드.


二卯 <땅에서나 물에서나 수륙양용으로 최적화된 신발>


MALIBU SANDALS  ‘SURFRIDER_ VEGAN SUEDE_ CREPE GUM’

말리부샌들은 멕시코 전통 신발 허라취(Hurache)를 현대적으로 재해석하는 미국 캘리포니아 말리부 태생의 브랜드이다. 해당 제품은 비건 스웨이드 소재가 사용됐기에, 물에 닿아도 변형이 일어나지 않아 비오는 날에 신기 적합. 아웃솔에는 크레페솔이 적용, 고급스러운 디자인과 지우개(밑창이 빨리 닳아버리는)의 모습을 동시에 엿볼 수 있어 약간의 관리가 필요하다. EVA소재에서 찾아볼 수 없는 감성이기에, 올 여름 장마철 아이템으로 적극 추천한다.


Rockfish Weatherwear ‘HAYDEN CLOG’

브리티시 레인웨어 브랜드 락피쉬 웨더웨어의 클로그 제품. 헌터(Hunter)를 비롯한 영국 기반의 레인웨어 브랜드는 해당 국가의 기후적 특성이 제품에 고스란히 반영돼 장마철 아이템으로 믿고 구매해도 좋다. 전통 러버레인 슈즈 제작방식과는 다르게 러닝화에 사용되는 IP(Injection Phylon) 소재를 사용해, 착화감이 좋고 오염 저항도가 높은 편. 여성 사이즈로만 출시됐기에 발이 작은 남성이 아니라면, 선물용으로 추천한다. 컬러웨이는 LIME, PURPLE을 비롯한 일곱 가지.


Unsent Studio ‘Monstera Mule’

스페인 기반의 슈즈 브랜드 언센트 스튜디오에서 출시한 뮬 제품. 자연에서 영감을 받은 듯한 몬스테라 잎 모양의 매력적인 어퍼 디자인과 통기성이 특징. 또한, 식물의 정맥과 줄기가 사실적으로 구현돼 있어 예술작품 느낌도 물씬 난다. 리사이클링된 EVA 소재로 제작되어 비 오는 날 신기에 유용. 블랙/크림/그린의 세 가지 컬러웨이.


三卯 <비도 오고 그래서 오히려 좋아. 우울한 마음 다스리기 좋은 일체유심조(一切唯心造) 아이템>


Martin Parr Foundation ‘BAD WEATHER UMBRELLA’

영국의 유명 사진작가 마틴 파르의 ‘BAD WEATHER’ 시리즈가 프린팅 된 우산. 그는 여느 사진가들과 달리, “날씨가 나쁠수록 더 행복합니다” 라며 악천후를 향한 긍정적 견해를 보인다. 수중 카메라와 손전등이 활용된 마틴 파르의 작업물은 화창한 날씨에선 찾아볼 수 없는 기괴함과 유머러스함을 내포하기도. 일체유심조란 표현이 잘 어울리는 아카이빙 제품.


Wiggle Wiggle ‘투명 우산 시리즈’

마린 파르의 우산의 가격이 부담스럽다면 개성 넘치는 컬러감과 그래픽을 선보이는 브랜드 위글위글에서 출시한 투명 우산 제품 시리즈를 추천한다. 마치 어린아이가 스티커를 붙여 놓은 듯한 아기자기한 디자인은 가라앉은 기분을 전환하기에 제격이다. 곧 죽어도 투명 우산만을 고집하는 자칭 편의점러들에게도 추천하는 제품.


Slow Pharmacy '심심당' 고산수식 정원만들기 KIT

비가 오는 날엔 유독 온몸이 뻐근하고 무력감에 빠져들기 쉽다. 이는 일조량 저하로 인해, 체내 수면을 담당하는 호르몬인 ‘멜라토닌’ 분비량이 늘어나기 때문이다. 아무것도 하고 싶지 않은 이런 날에, 마음을 살필 수 있는 여유를 가져보는 것은 어떨까.

슬로우 파마씨의 해당 제품은 자연적 요소들의 나열과 배치를 통해 내면을 정리할 수 있는 경험을 제공한다. ‘고산수식’은 물과 나무가 없는 정원을 일컫는다. 모래로 바닥을 평평하게 다지고 그 위에 다양한 무늬를 새겨가며 돌과 유목을 배치하는 것. 이것이 KIT를 통해 할 수 있는 전부이다. 하지만 모래를 그리면 그려 나갈수록, 밖의 빗소리는 점차 희미해지고 이곳에 새겨지는 마음들에 조금 더 귀를 기울이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