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건 그냥 부츠가 아니야, ‘팀버랜드’에 새겨진 힙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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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힙합 씬에서 가장 뜨거운 주목을 받으며 스타일 아이콘으로도 자리매김한 플레이보이 카티(Playboi Carti)는 올해 3월 발표한 문제작 ‘I AM MUSIC’을 기점으로, 자신의 패션 스타일에서도 뚜렷한 변화를 드러냈다. 기존의 ‘오피움(Opium)’으로 불리던 블랙 펑크 기반의 다크한 스타일에서 탈피해, 그는 애틀랜타 힙합신(Scene)에 대한 오마주를 담은 새로운 룩을 구축하기 시작했다. 특히 2025 BET 어워즈에서는 릴 웨인(Lil Wayne)의 전성기 룩을 재해석한 스타일링으로 등장했으며, 그 룩의 마무리는 팀버랜드 커스텀 부츠였다. 이는 단순한 스타일링을 넘어, 플레이보이 카티가 추구하는 미학과 문화적 뿌리를 명확히 드러내는 상징적 선택이었다.



플레이보이 카티가 제안한 스타일은 단순한 복고가 아니라, 1990년대 힙합의 감성과 Y2K 미학을 결합한 동시대적인 해석이다. 농구 유니폼을 거꾸로 입고, 듀랙과 피티드 캡, 크롬 하츠 체인 같은 상징적인 아이템을 조합한 그의 룩은 지금의 플레이보이 카티를 정의하는 강렬한 스타일이다. 그리고 그 스타일의 중심에는 언제나 힙합 패션을 논할 때 빠질 수 없는 상징적 존재, 팀버랜드 부츠가 있다.

사실 팀버랜드 부츠는 처음부터 힙합의 상징은 아니었다. 이 부츠는 1973년, 혹독한 날씨 속에서 일하는 건설 노동자들을 위해 제작된 실용적이고 견고한 작업화로 출발했다. 힙합 문화와는 거리가 멀었던 팀버랜드가 어떻게 힙합과 스트리트 문화의 아이콘이자 힙합의 대표 아이템으로 자리매김하게 되었을까? 단순한 기능성 아이템을 넘어 하나의 스타일 유산으로 자리 잡게 된 과정을 조명하고자 한다.
1973년, 팀버랜드는 뉴잉글랜드의 거칠고 습한 기후에서 일하는 건설 노동자들을 위해 방수 기능과 뛰어난 내구성을 갖춘 6인치 부츠를 출시하며 시장에 첫 발을 내디뎠다. 철저히 실용성과 기능성을 추구한 이 제품은 스타일이나 패션과는 거리가 먼 제품이었다. 누구도 이 작업화가 20년 뒤 뉴욕 브루클린의 거리에서, 그리고 힙합 신(Scene)의 아이콘이 될 것이라 상상하지 못했을 것이다.
팀버랜드 부츠는 마약상들로 인해 전혀 다른 방식으로 생명력을 얻게 된다. 1990년대 초, 뉴욕의 거리에서 활동하던 마약상들과 청년들은 밤새도록 거리를 누비기 위해 튼튼하고 편안한 신발이 필요했고, 자연스럽게 팀버랜드를 선택했다. 이들의 실용적 선택은 곧 힙합 아티스트들에게도 영향을 미쳤고, 일명 ‘팀버스(Timbs)’는 점차 힙합 패션의 상징으로 자리 잡기 시작한다.


특히 노토리어스 B.I.G.(The Notorious B.I.G.), 나스(Nas), 맙 딥(Mobb Deep), 우탱 클랜(Wu-Tang Clan) 같은 힙합 거장들이 무대 위와 뮤직비디오, 일상 패션에서도 팀버랜드 부츠를 착용하면서 이 부츠는 단순한 실용 아이템에서 힙합의 상징으로 자리매김 한다. 노토리어스 B.I.G.는 그의 곡 ‘Suicidal Thoughts’의 가사에서 "흰 옷에 검은 팀버와 후디를 좋아한다(Dressed in white, I like black Timbs and black hoodies)’"라는 가사를 남기며 팀버랜드 부츠를 명확한 정체성의 일부로 드러냈다.
실제로 2024년 9월 24일, 팀버랜드는 노토리어스 B.I.G.(The Notorious B.I.G.)의 데뷔 앨범 ‘Ready to Die’ 발매 30주년을 기념하여 콜라보레이션 제품도 출시했을 정도로 노토리어스 B.I.G가 팀버랜드가 힙합 커뮤니티의 중심으로 자리잡는데 주역이라는 점을 기렸다.


맙 딥은 1994년 발표한 명반 ‘The Infamous’의 앨범 커버에서 팀버 부츠를 전면에 배치했으며 우탱 클랜의 상징적인 단체 사진에서도 팀버랜드 부츠는 역시나 중심에 위치했으며, 그룹의 리더 르자(RZA)는 훗날 인터뷰에서 “우리가 팀버랜드를 아이콘으로 만들었다”고 자신 있게 말할 정도였다.
흥미로운 점은, 당시 팀버랜드 본사는 이 같은 문화적 흐름을 즉각 받아들이지 않았다는 사실이다. 워크웨어 브랜드로서의 전통과 중산층 백인 소비자를 주 타깃으로 했던 마케팅 전략은 힙합 커뮤니티와의 연결을 공식적으로 인정하는 데 오랜 시간이 걸리게 했다.

하지만 1993년, 브랜드는 전환점을 맞는다. ‘Give Racism the Boot’라는 슬로건 아래, 흑인 및 라틴 커뮤니티를 적극적으로 존중하는 캠페인을 시작하며 힙합과 거리 문화 속의 팀버랜드를 공식화하기 시작한 것이다. 이는 단순한 홍보가 아니라, 브랜드 정체성 자체를 다시 정의한 순간이었다.
이러한 변화는 곧 수치로도 증명됐다. 1991년 1억 달러 수준이던 팀버랜드의 연 매출은 힙합 문화와 스트리트 패션의 지지를 등에 업고 2000년 무렵에는 10억 달러를 돌파하게 된다. 팀버랜드는 이제 단순한 작업화를 넘어, 힙합 문화와 저항의 상징, 그리고 스타일 그 자체가 되었다. ‘기능’으로 시작한 부츠가 ‘스타일’로 자리잡기까지, 팀버랜드는 힙합이라는 강력한 문화 흐름 속에서 진화하며 자신만의 유산을 만들어낸 셈이다.
<콜라보로 완성된 또 하나의 헤리티지>
브랜드는 이후 스트리트웨어 신(Scene)과 패션 전반에서 다양한 협업을 통해 끊임없이 변화에 적응해 나갔다. 본격적으로 힙합 문화를 뿌리에 두고 있는 팀버랜드는 슈프림(Supreme), 스투시(Stüssy), 반스(Vans), 어 콜드 월(A-COLD-WALL), 팔라스(Palace) 등 스트리트 감성이 강한 브랜드들과 적극적으로 손잡으며 유산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해왔다.
각 브랜드 특유의 미학과 팀버랜드의 워크웨어적 실루엣이 결합되며 매번 전혀 다른 분위기의 부츠가 탄생했고, 클래식한 6인치 부츠는 때로는 레트로 무드로, 때로는 스케이트 감성이나 로우파이 스트리트 룩으로 변주되며 진화를 거듭했다. 이러한 협업은 팀버랜드를 단순한 헤리티지 브랜드가 아닌, 시대에 맞춰 지속적으로 재해석되는 아이콘으로 자리매김하게 했다.
최근에는 하이패션 브랜드들과의 협업도 더욱 활발히 전개되고 있다. 더 이상 거리의 상징에만 머무르지 않고 글로벌 패션 무대에서도 모습을 드러내고 있다. 실용성과 상징성을 동시에 지닌 팀버랜드는 이제 스트리트와 럭셔리의 경계를 넘나드는 진정한 ‘크로스오버 아이템’으로 자리 잡았고, 전통과 혁신을 넘나드는 협업을 통해 위상을 확장해가고 있다.




[01. Supreme]
그중에서도 팀버랜드 협업의 정점이라 할 수 있는 파트너는 단연 슈프림(Supreme). 팀버랜드와 슈프림의 협업은 매우 다양하며, 일부 팬들 사이에서는 “슈프림은 매 시즌 팀버랜드와 협업을 한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 자주 그리고 꾸준히 이어지고 있다. 그만큼 두 브랜드 간의 결속력은 단단하고, 협업의 흐름은 일시적인 유행을 넘은 하나의 전통처럼 자리잡았다.
두 브랜드는 모두 뉴욕을 기반으로 하고 있으며, 이 도시의 거리 문화와 힙합 감성을 공유하는 DNA를 바탕으로 매 시즌 강력한 시너지를 발휘해왔다. 단순한 로고 플레이에 그치지 않고, 대담한 디자인 활용과 과감한 색상, 새로운 실루엣의 적용 등으로 팀버랜드 부츠에 지속적으로 신선함을 부여해왔다. 이 결과 협업 아이템은 발매 직후 대부분 품절되며, 매번 하입(hype)의 중심에 서게 된다. 슈프림과 팀버랜드의 관계는 단순한 브랜드 간 협업을 넘어, 스트리트 컬처와 힙합 정체성을 공유하는 전략적 파트너십의 대표 사례로 평가받는다.



[02. Stüssy]
슈프림과 함께 스트리트웨어의 대명사 스투시(Stüssy) 또한 여러 차례 상징적인 협업을 선보여왔다.
그중 2013년 홀리데이 시즌에 공개된 캡슐 컬렉션은 팀버랜드의 대표 모델인 6인치 부츠에 스투시의 감각적인 디테일을 덧입힌 협업 사례로 손꼽힌다. 외관은 클래식한 팀버랜드 실루엣을 유지하되, 금색 지퍼와 스투시의 No.4 로고가 부츠 혀에 더해져 한층 더 세련된 분위기를 연출했다. 카키, 브라운, 블랙 등 총 3가지 컬러웨이는 팀버랜드의 터프한 매력을 스투시 특유의 감각으로 재해석한 완성도 높은 결과물로, 스트리트와 워크웨어 감성이 절묘하게 어우러진 제품으로 평가받는다.
이후 스투시와 팀버랜드는 2023년에 GORE-TEX와 함께한, 협업은 기능성과 스타일을 모두 겸비한 월드 하이커 부츠(World Hiker Boot)를 중심의 협업도 진행했다. 블랙과 위트(Wheat) 컬러로 구성된 풀레더 GORE-TEX 어퍼와 비브람(Vibram) 아웃솔, 그리고 두 가지 추가 슈레이스가 포함된다. 특히 블랙 컬러의 경우, 오스트리치 가죽 느낌의 텍스처와 금속 플레이트로 고급스러움을 더했으며, 스투시와 GORE-TEX 로고가 메탈 아일렛과 측면에 새겨져 디테일에서도 완성도를 높였다. 해당 부츠는 단순한 한정판이 아닌, 아메리칸 스트리트웨어와 퍼포먼스 아웃도어가 만나 탄생한 ‘현대적 아메리카나’의 상징이라 할 수 있다.



[03. Louis Vuitton]
퍼렐 윌리엄스(Pharrell Williams)가 루이비통의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로서 선보인 팀버랜드 부츠는, 클래식한 팀버스 실루엣에 럭셔리한 감각을 덧입혀 스트리트와 하이엔드의 경계를 허문 역사적인 작품이다.
팀버랜드가 오랫동안 ‘건설현장의 신발’로 인식되어 온 워크웨어 브랜드였다는 점을 고려하면, 루이비통(Louis Vuitton)과의 협업은 브랜드 역사에서 획기적인 전환점이라 할 수 있다. 패션과 힙합 문화 속에서 수십 년간 사랑받아온 실루엣이 이제 루이비통의 장인정신과 결합되어, 명실공히 하이엔드 부츠로 재탄생한 것이다.
특히 컬렉션의 하이라이트인 ‘LV 6인치 부츠’는 단 50켤레만 제작된 초프리미엄 에디션으로, 방수 기능이 뛰어난 모노그램 이탈리안 가죽 위에 18K 골드로 장식된 LV 로고, 루이비통 고유의 아이렛과 태그 하드웨어, 그리고 혀 부분에는 퍼렐의 시그니처 문구 “THE SUN IS SHINING ON US”가 새겨져 있다. 이 부츠는 단순한 패션 아이템을 넘어, 워크웨어가 어떻게 하이패션의 코드로 전환될 수 있는지를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예술 작품이다. 팀버랜드와 루이비통의 이 협업은 기능성과 감성, 실용성과 예술성이 만나는 전례 없는 패션의 진화이며, 스트리트와 럭셔리가 손을 맞잡는 결정적 장면으로 기억될 것이다.



[04. Jimmy Choo]
루이 비통과의 협업으로 스트리트와 하이엔드의 경계를 허물기 전, 팀버랜드는 이미 하이엔드 브랜드 지미추(Jimmy Choo)와의 이색적인 협업을 통해 새로운 지평을 연 바 있다. 이 두 브랜드가 만난 배경에는 공통된 문화적 토대인 ‘뉴욕’이 존재한다. 팀버랜드 부츠는 1990년대 뉴욕 힙합 씬의 상징이었고, 지미추는 드라마 섹스 앤 더 시티를 통해 뉴욕 여성들의 욕망과 럭셔리 판타지를 대표하는 존재가 되었다.
2020년 첫 협업에서는 팀버랜드 역사상 가장 화려하고 고급스러운 부츠가 등장했다. 스와로브스키 크리스털과 글리터로 장식된 부츠는 "가장 비싼 팀버랜드"로 주목받았으며, 특히 전체 크리스털 버전은 $5,500에 달하는 가격으로 출시되어 레이디 가가가 착용한 모습이 화제를 모았다. 여기에 더해, 판매된 모든 부츠마다 나무를 한 그루씩 심는 지속가능성 캠페인까지 더해져 브랜드의 철학 또한 함께 전달되었다.
첫 협업의 성공 이후, 팀버랜드와 지미추는 2023년 두 번째 익스클루시브 캡슐 컬렉션을 발표했다. 이번에는 뉴욕 기반의 흑인 및 라틴계 신진 디자이너들을 지원하는 ‘Harlem’s Fashion Row’와 함께 디자이너 겸 아티스트 샤넬 캠벨(Shanel Campbell)이 협업에 참여해 보다 깊은 문화적 내러티브를 더했다. 핫 핑크 벨벳 소재, 스와로브스키 커프스, 그리고 그래피티에서 영감을 받은 로고 디테일 등으로 완성된 총 7종의 부츠는 팀버랜드의 실용성과 지미추의 대담함이 절묘하게 결합된 결과물이었다. 이 협업은 팀버랜드가 단순한 워크웨어 브랜드를 넘어, 하이패션 세계에서도 강렬한 존재감을 갖춘 오브제로 자리매김했다는 것을 명확히 보여주는 사례다.




이외에도 팀버랜드는 베이프(BAPE), 오프 화이트(Off-White), 타미 힐피거(Tommy Hilfiger), 지미 재즈(Jimmy Jazz) 등 시대별로 가장 혁신적인 감각을 지닌 브랜드들과 꾸준히 창의적인 협업을 선보여 왔다. 이처럼 다양한 브랜드와의 컬래버레이션은 팀버랜드가 단순한 워크웨어 아이콘에 머무르지 않고, 변화하는 스트리트 신(Scene)과 패션 트렌드 속에서도 늘 중심에 설 수 있는 원동력이 되어왔다.
클래식한 실루엣 위에 각기 다른 브랜드의 미학과 아이덴티티를 덧입히며, 팀버랜드는 시간이 지나도 고이지 않고 끊임없이 진화하는 문화적 캔버스로서의 존재감을 이어가고 있다. 이 유연한 태도와 협업의 확장성은 팀버랜드가 여전히 패션계에서 강력한 영향력을 유지하는 핵심 비결이라 할 수 있다.
<부츠 위의 상상력>
수많은 브랜드와의 협업이 팀버랜드 부츠의 위상을 높여온 것은 분명하지만, 이 부츠의 또 다른 진정한 매력은 바로 '커스텀 문화(custom culture)'에 있다.
나이키 에어포스 1이 여러 커스텀 아티스트들에게 훌륭한 캔버스가 된 것처럼, 팀버랜드의 6인치 부츠 또한 누벅 가죽의 입체적인 질감과 투박한 실루엣 덕분에 수많은 인디펜던트 커스텀 아티스트들에게 예술적 상상력을 실현할 수 있는 완벽한 베이스가 된다.

최근 공식 석상은 물론 일상 속 스트리트 룩에서도 크롬하츠(Chrome Hearts)에 대한 애정을 아낌없이 드러내고 있는 배우 티모시 샬라메(Timothée Chalamet). 그는 머리부터 발끝까지 크롬하츠로 스타일링한 대담한 패션을 자주 선보이며, 특히 그 마무리는 팀버랜드 부츠에 크롬하츠 특유의 메탈 피스와 십자가 패치를 더한 커스텀 부츠로 채우는 경우가 많다. 이 부츠는 두 브랜드의 공식 협업 제품은 아니지만, 팀버랜드 부츠 위에 크롬하츠의 상징적인 아이템들을 배치한 대표적인 커스텀 사례로, 힙합 씬과 스트리트 문화 전반에 강한 인상을 남기고 있다.


부츠 외관에는 크롬하츠의 상징인 십자가 가죽 패치가 블랙, 레드, 화이트, 핫핑크, 레오파드 패턴 등 다양한 소재로 레이어드되어 강렬한 시각적 개성을 부여한다. 여기에 체인 형태의 슈레이스와 금속 엠블럼 장식의 슈레이스 홀이 더해져 팀버랜드의 투박한 워크웨어 감성 위에 크롬하츠의 장식미가 절묘하게 녹아든다.
틱톡과 인스타그램 등 SNS에서는 이 스타일을 모티브로 한 DIY 커스텀 튜토리얼 영상이 다수 공유되고 있으며, 실제로 트래비스 스콧(Travis Scott), 플레이보이 카티(Playboi Carti), 릴 야티(Lil Yachty) 등 수많은 힙합 아티스트들이 이 커스텀 부츠를 착용하며 무대와 SNS에서 강렬한 존재감을 드러냈다. 이처럼 커스텀 팀버랜드는 단순한 패션 아이템을 넘어, 예술적 오브제로서의 상징성을 획득하고 있다.



팀버랜드 커스텀을 대표하는 사례 중 하나는 크롬하츠 커스텀이지만, 그 진정한 가치는 수많은 아티스트들의 손에서 태어난 다채로운 커스텀 작업에 있다. 스프레이로 채색한 그래피티 스타일, 자수와 비즈를 활용한 보석 장식, 컬러 블로킹과 페인팅으로 완성된 스트리트 아트 감성의 디자인까지 팀버랜드 부츠는 단순한 신발을 넘어 창작의 캔버스로 기능해왔다. 이처럼 다양한 방식의 커스텀은 각 세대와 아티스트의 상상력을 담아내며, 하나의 부츠에 무한한 문화적 해석을 가능하게 했다.
이 커스텀 문화 덕분에 팀버랜드 부츠는 단일한 스타일에 머무르지 않고, 시대의 흐름과 개인의 취향에 따라 끊임없이 재해석되는 유연한 문화 아이콘으로 자리매김할 수 있었다. 다시 말해, 팀버랜드가 워크웨어의 상징을 넘어 글로벌 스트리트 문화의 핵심으로 성장할 수 있었던 배경에는 브랜드의 헤리티지만큼이나 이 생동감 넘치는 커스텀 생태계가 큰 역할을 한 것이다.


팀버랜드는 매 시즌 동일한 실루엣을 유지하면서도, 그 위에 덧입혀지는 이야기와 감각은 언제나 새롭다. 바로 이 지점에서, 팀버랜드 부츠는 기능을 뛰어넘는 문화적 상징이자 살아 숨 쉬는 아카이브가 된다. 커스텀 아티스트의 손끝에서, 협업 디자이너의 상상 속에서, 그리고 수많은 소비자의 일상 속에서 이 부츠는 각기 다른 ‘목소리’와 ‘취향’을 담아내며 자기만의 서사를 쌓아왔다. 그리고 그 이야기는 지금도 거리 위에서, 무대 위에서, 누군가의 일상에서 계속 새롭게 쓰이고 있다.
팀버랜드는 여전히 같은 부츠를 만들지만, 우리는 그 위에 늘 다른 의미를 덧입힌다. 그래서 이 부츠는 늘 과거를 품고 있으면서도, 가장 동시대적인 오브제로 남는다. 변하지 않기에, 가장 유연하게 변해갈 수 있는 것이다.
Editor / 노세민(@vcationwithp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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