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IM OKI(김오키)

KIM OKI 

[ISSUE No.1] KIM OKI(김오키)

악의없이 사람들을 조금 재미있게 해 줄 수 있는 요소가 되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음악 할 때도, 공연할 때도 많이 사용하기도 하고요. 야부리, 순화한다면 재치?

Q. 재즈하는 사람으로 많이 알려졌지만 재즈 장르에만 갇혀 있는 건 좋아하지 않는다고 했는데, 사람들에게 새롭게 자신을 소개한다면

A. 저는 재즈를 잘하지 못하고 재즈라는 장르 자체를 되게 고지식하게 보고 있어요. 싫다는 게 아니라 되게 좋아하는 장르인데, 재즈에 분류되는 건 아닌 것 같아요. 그런 요소와 마인드를 가지고 음악을 한다고 보시면 될 것 같아요. 틀에 갇히지 않은 음악 장르를 하는 사람. k-pop? (웃음)

Q. 나를 되돌아볼 때, 처음 시작하던 나는 어떤 모습을 하며 어떤 생각을 하고 있었는가., 지금 상황에서 그때의 나에게 조언을 한다면

A. 이전에 회사를 포함해 여러 일을 많이 해왔는데 행복하진 않았어요. 그래서 그만두고 본격적으로 색소폰을 해야겠다고 생각했어요. 그때는 돈도 없다 보니 그냥 원래 하고 싶었던 것을 해보자는 마음으로 생각은 많았지만 없는 척하면서 했어요. 지쳐있는 상태에서 ‘마지막 기회다’라는 생각뿐이었어요. 처음 시작할 때는 단계를 세웠어요. 근데 그게 너무 찰떡같이 이루어졌어요. 그 당시 나에게 스스로 조언하자면 너무 재밌었기에 더 재밌게 즐겼으면 해요. 언제 어떻게 될지도 모르니깐요. 또 하나 화를 내지 말아라. 세상에 대해 불만이 많았거든요. 그래서 조금만 거슬리게 하면 들이박고 그랬죠. 그러지 않았어도 됐는데(웃음)

Q. 갑작스럽게 재즈 씬에 입문을 하고, 대중에게 관심을 받는 위치가 되었을 때 어떤 느낌이었을지 궁금하다

A. 계획에 없던 일이라 당황스러웠어요. 갑자기 상을 주고 평론가들이 돌려 듣고, 홍대에서도 좋아해 주니까. 그땐, 프리한 음악을 했었는데 ‘이런 음악도 좋아해?’하고 놀랐죠.(웃음) 오히려 음악을 처음 접한 분들도 좋아해서 신기했었어요. 재즈 신 자체가 저에겐 너무 고지식하고 재미가 없었거든요. 새로운 음악, 자기 음악을 하는 것이 아닌 옛날 재즈 신 흉내 내는 정도. 근데 저만의 음악을 해오니깐 이슈가 됐던 것 같아요.

Q. 음악을 선택해서 업으로 삼겠다는 이들에게 전해주고 싶은 말이 있다면

A. 직업이 된다면 돈을 벌어야 하는데, 학교를 나왔다고 해서 잘 버는 건 아니에요. 학교에 대해 부정적이기도 한데, 결국 자신의 선택이겠죠. 자기 스타일을 만드는 것에 있어선 레슨도 필요하겠지만, 많은 돈을 주고 시간을 할애하면서까지 필요하진 않다고 생각해요. 연주 많이 하고 사람들 많이 만나고, 경험을 많이 쌓다 보면 얻을 수 있다고 생각해서 너무 얽매이지 않았으면 해요.

Kim Oki - '천사의 분노(Cherubim’s Wrath)'

Q. 그림 작품에서 영감을 받아 앨범을 내기도 했다. 혹시 요즘 영감을 받아서 작업하는 매체 혹은 작품이 있다면 소개 부탁한다

A. 요즘에는 그런 것들이 점점 없어지는 것 같아요. 앨범도 많이 내고 활동을 많이 하다 보니까 어디에서 영감을 받아 작업하기보다 머리를 굴려서 하고 있어요. 이번 작품은 내 마음대로 했다면 다음 작품은 어느 정도 다른 요소를 넣어서 한다든지 하는 식이에요. 굳이 영감의 요소를 꼽자면 여자친구를 꼽아요. 저는 평소에 사람들에게 감정을 잘 드러내지 않는 편이지만 여자친구에게는 감정을 많이 드러내는 편이에요. 여자친구가 있을 때는 대부분 여자친구에게 영감을 많이 받는 편이에요. 사랑도, 슬픔도 느끼는 과정에서 감정적으로 영향을 많이 받아요.

Q. Autumn Leaves의 인트로를 듣고 음악을 하겠다고 결심했다고 했다. 사실 마일스 데이비스가 부는 트럼펫이 색소폰 소리인 줄 착각했다는데, 지금에서 트럼펫과 색소폰의 차이를 본인의 입장에서 얘기한다면

A. 처음에 캐논볼 애덜리(Cannonball Adderley)라는 알토 색소포니스트 앨범을 듣고 헷갈렸어요. 보통 재즈에서는 리더가 메인 멜로디를 쳐요. 근데 그 멜로디를 마일스 데이비스가 불었거든요. 정작, 캐논볼 애덜리는 솔로만 해서 당연히 이게 색소폰이겠거니 하고 생각한 거죠. 그런데 알고 봤더니 그 앨범을 마일스 데이비스가 캐논볼 애덜리에게 줬다고 하더라고요. 굉장히 웃긴 에피소드인데, 질문으로 돌아와서 트럼펫은 덜 느끼하다고 생각해요. 깔끔하게 뻗어서 나가는 느낌이에요. 연주자에 따라 다르지만, 부드럽고 섬세하면서도 쭉 뻗어 나갈 때는 뻗어 나가죠. 색소폰은 사람 목소리와 가깝다고 생각해요. 설명하기는 어렵지만 많이 듣다 보면 알게 되는 요소가 있는 거 같아요.

Autumn Leaves - Eddie Higgins

Q. 트럼펫을 할 걸 하는 후회를 한 적이 있는가

A. 후회한 적은 없어요. 어떤 선택에 대해서 후회를 잘 하지 않는 성격이라. 그러나 트럼펫에 대한 로망은 있죠. 언젠가는 한번 불어 보고 싶은. 색소폰을 하다가 트럼펫으로 종종 바꾸는 경우가 있는데, 좋은 사례를 들은 적이 별로 없어서 당장 하고 싶은 생각은 없습니다.

Q. 실용음악과 시험에서 떨어진 경험이 있다. 그 당시 부족했던 점을 꼽는다면

A. 못해서 떨어졌겠죠.(웃음) 학교마다 원하는 학생과 교육 방식이 있을 것이고, 깨끗이 비어 있는 사람을 바랄 거예요. 그 학교 스타일에 맞춰서 바꿔 나가야 하니까. 사실 학교에 100% 붙고 싶다면, 그 학교의 교수들의 레슨을 받으세요. 개인 레슨을 받으면 돈이 들겠지만요.(웃음) 그 당시 떨어졌을 때는 물론, 실력도 조금 부족했겠죠. 지금처럼 나만의 스타일을 가지고 잘 부르지도 못했기도 하고요. 앞날이 깜깜해서 한번 시험을 치러 보자는 마음에 간 것도 있어요. 남들보다 늙고, 병들고, 지쳤고, 입시용으로 깨끗한 색소폰도 아니었어요. 낡은 색소폰을 들고 입시 곡으로 하는 전형적인 음악도 아니었고요. 모든 게 부족했죠.

Q. 돈 없이 궁상맞게 '예술 병'에 걸린 것을 가장 경계하고 싫어한다고 전했다. 음악을 준비하는 사람들이 경계해야 할 감정과 생각에 대해서 궁금하다

A. 굉장히 중요한데, 음악을 하거나 예체능 계열에 계신 분들은 최대한 자기 행동이나 태도를 올바르게 가져야 해요. 그 한 명 때문에 그 신의 문화 전체가 그렇게 보일 수가 있으니까. 예를 들어, 제자들에게 막 대하거나 순수 예술 한다며 '나는 아티스트야'라고 다니지만 돈 한 푼도 없는 분들, 계속 잘 안되는 특이한 것만 하려고 하는 사람들. 회사 다니는 사람 못지않게 살 수 있어야 하는데, 집도 한 칸 없고, 밥 사 줄 돈도 한 푼 없는데 자꾸 예술을 한다고 하니까. 그래서 어른들이 딴따라다 뭐다 하면서 비하하는 것 같아요. 예술이라는 핑계로 행동을 막 하는 분들은... 다 쏴 버려야 해요.(웃음)

Q. 재즈 음악가, 색소포니스트로서 음악을 교육하는 과정에 대해서 묻고 싶다

A. 어려운 질문이네요. 학교의 커리큘럼을 잘 몰라요. 어떻게 가르치는지도 잘 모르고, 만약 후학 양성을 위해 교육을 한다면, 캐릭터를 확실히 가지도록 할 것 같아요. 창작가가 될 것이냐, 세션맨이 될 것이냐에 따라 다르겠지만, 창작가가 된다고 하면 캐릭터가 있어야 하고, 억지로 만들어지는 것이 아닌 살아온 세월을 토대로 자연스럽게 음악에 드러나야 한다고 생각해요. 자기가 아닌 모습을 거짓으로 만들 수는 없으니까. 살아오면서 힘든 부분도 있었을 테고, '나한테 이런 이야기도 있었어. 한 번 들어볼래?’ 하는 것들을 다 보여 줘야 좋은 창작가가 될 수 있어요. SNS를 통해서만 보여 주고 그곳에 한정되는 것이 아닌, 밖으로 나가서 사람들도 만나서 토론도 하고 음악적인 부분을 나누어야 하고요. 그러다 보면 연주할 기회도 많이 생기겠죠. 음악이 정말 좋은 게 학교를 졸업하면서부터 바로 자기를 가르쳤던 교수들과 연주를 할 수도 있는 시스템이거든요. 그러다 보니 조금만 더 나서서 스스로 찾아보면 기회가 엄청 많아요. 무대에서 깨지기도 하고, 창피도 많이 당하는 것도 도움이 많이 되니까요.

Q. 자기만의 색을 갖는 것을 중요하게 생각하는데, 외적인 나의 색은 살아오면서 자연스레 만들어졌을까

A. 외적인 것으로 옷을 따지자면, 이 패션이 한 20년 됐거든요. 실제로 입는 옷들도 10년 이상 된 것들도 많아요. 굳이 튀는 패션이 아니더라도, 나에게 맞는 스타일을 자연스럽게 찾아갔죠. 머리를 되게 다양하게 바꿨는데, 초등학생 때부터 드레드를 하고 싶었어요. 드레드를 한 지는 5~6년 됐어요. 드레드 스타일을 잘하는 친구가 주변에 많아지니까 바로 하게 됐죠. 사실 자를까 혹은 풀고 다시 할까 하는 고민도 하고 있어요.

Q. 색소포니스트 커리어에 마침표를 찍는다면 그 상황에 어떤 작업 혹은 어떤 모습으로 마무리하고 싶을지 궁금하다

A. 사실 지금 거의 마침표를 찍고 있어요. 한 2년 전부터 음악에 회의감이 들었어요. 그래서 요즘에는 색소폰으로 전면에 나서서 연주하지 않고 있는데 fuckingmadness도 지휘만 하고 멤버들에게 연주를 맡겨요. 중심만 잡는 역할을 하고 있죠. 이번에 나온 앨범도 색소폰이 통틀어서 1시간에 1분 정도밖에 안 들어가거든요. 연주를 잘하지도 못할뿐더러, 예전에는 파이팅있게 패기로 했지만, 요즘엔 나이가 들어서 조금 힘들기도 하고 잘 모르겠네요. 내일 또 마음이 바뀔 수도 있어서.(웃음)

Q. 인생을 하나의 큰 흐름으로 봤을 때 궁극적으로 존경하는 이를 꼽자면

A. 인간적으로는 ‘소니 롤린즈’ 선생님을 되게 좋아해요. 로맨티스트고, 90세임에도 연주를 잘 하고 몸 관리도 잘하고··· 연주자가 아닌 뮤지션으로도 존경하고 본받아야 할 점이 많아요. 소리를 들으면 딱 아는데, 매우 아름답죠. 음악적으로는 '소니 롤린즈' 선생님도 좋아하지만, ‘파로아 샌더스’ 이분 때문에 제가 지금 이렇게 된 거죠. 그분 음악을 듣고 바뀐 점이 많아요.

Q. 그간 행보를 보면 하나의 부정적인 시선을 파고들어 그것을 음악으로 설명하기도 하고 인터뷰로도 당차게 자신의 생각을 표현한다. 앞으로 음악으로 풀어보고 싶은 사회적 이슈나 음악에 대한 시선이 있을까

A. 요즘은 그래도 전보다 시선도 달라지고 생각도 넓어진 것 같아요. 예전에는 사회적 이슈에 민감했지만, 지금은 저 자신을 되돌아보고, 그쪽에 쉽게 무언가를 느낀다고 해서 앨범을 내거나 하지 않아요. 그대로 받아들이는 편이죠. 추후에도 그런 일이 없어야겠죠. 말도 안 되는 일이 일어나지 않는 게 좋은 거고요. 그런 것들을 만들지 않는 상황을 바랍니다.

Q. 프릿 선발대 앨범이 특히 인상적이다. 개인적으로 이 앨범의 탄생 배경이 궁금하다

A. 포에트리 슬램이라는 장르가 있거든요. 시인이 시를 읊고 밴드가 연주하는 형식인데, 랩보다는 조금 더 말하듯이 겉멋을 제외하고 진솔하게 하고 싶었어요. 랩이나 보컬보다는 시적인 표현을 사용한 거죠. 또한, 시를 찾다 보니 아름다운 시보다는 현재 살아오면서 옆에 힘든 사람들의 이야기를 하고 싶었고요.

Q. Cherubim's Wrath(천사의 분노)에서도 많이 감동했는데, 전체적으로 앨범을 구성하실 때 앨범 제목을 먼저 정하고 곡을 쓰는지 곡을 쓰고 제목을 붙이는 편인가

A. 상황에 따라 다른데요. 예전에는 어떤 사건에 대해서 느낀 이후 곡을 만들었기 때문에 제목을 먼저 만들어 놓고 했어요. 요즘에는 기분에 따라 곡을 만들기 때문에 그 후에 제목을 붙이죠. 또 어떤 기분으로 만들어둔 곡도 다른 기분이 되면 제목을 바꿔서 내기도 하고요.

Q. 행보가 늘 독보적이라 생각을 한다. 다음 앨범은 어떤 행보를 보여줄지 기대되는데

A. 이번 앨범은 일부러 밝은 곡을 하려고 만들었어요. 스스로를 위로하는 나만을 위한 앨범이기도 하고, 피쳐링해 주시는 분들에게 ‘나를 위로 해주는 가사를 써라 나를 위한 선물이다’라고 하기도 했거든요. 그렇게 하다 보니까 원래 했던 것들이 사라지는 것 같아서 색소폰이 많이 들어가고, 즉흥적이고 돈이 안 되는 작업을 할 것 같아요. 정말 힘들었던 감정들을 솔직하게 이야기하려고요.

Q. 'FAKE'를 목적을 달성한 모습을 보다 매력적으로 표현해 주는 행동이나 태도라는 의미로 재해석했다. 당신에게 'FAKE'란?

A. 저번에 친구랑 통화하다가, 나의 Fake는 뭘까에 대한 이야기를 하다가 야부리라고 하기로 했어요. 좋아하거든요, 순화한다면 재치. 근데, Fake가 되게 그 사람의 좋은 요소로써 들어가야 한다고 생각해서 이 ‘Fake’에 악의가 없어서, 사람들을 조금 재미있게 해 줄 수 있는 요소가 되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음악 할 때도, 공연할 때도 많이 사용하기도 하고요. 저의 ‘Fake’는 야부리, 좋게 말하면 재치인 것 같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