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UCKXY(럭씨)

JEESUN

LUCKXY(럭씨)


라이프 스타일 매거진 페이크 매거진(@fakemagazine_official)과 아트 셀렉숍 보이드(@the_bvoid)와 함께 협업 인터뷰 콘텐츠 을 선보인다. <OUT OF THE FRAME>은 아티스트의 '일탈'이라는 소재로 작가와 개인의 삶에 영향을 준 라이프스타일에 초점을 맞춰 이야기를 담았다. 다섯 번째 아티스트는 자연스럽게 자신만의 길을 찾아 나가는 인간의 운명을 주제로 작업하는 럭씨(@luckxyoon)작가이다.


Q. 럭씨(LUCKXY) 본인에 대한 소개 부탁한다.

A. 안녕하세요. 그림 그리고 캐릭터 조형 작업하고 있는 럭씨라고 합니다.


Q. 의인화한 캐릭터들과 화려한 의류가 돋보이는 작품을 선보이고 있다.

A. 고양이, 개, 사슴, 쥐 등 동물 캐릭터들로 다양한 삶을 살아가는 현대인들을 표현하고 있어요. 작업 초기에는 패션 일러스트레이터가 되고 싶어서 모델들처럼 얼굴을 작고 의상을 강조한 그림을 많이 그렸는데, 상상마당에서 아트토이 전무가 과정 수업을 듣고 일러스트를 캐릭터화하면서 지금의 그림체로 넘어오게 됐어요.

요즘에는 제가 가지고 있던 그림 스타일과 표현 방식을 조금씩 다듬어 가면서 회화 작업을 연구하는 중입니다.

Q. 트렌디한 패션이 눈에 띄는 작품을 선보이지만, 전공는 반대되는 산업디자인을 전공했다. 다른 전공인 일러스트와 아트토이, 조각까지 어떤 과정들을 겪었는지 궁금하다.

A. 대학에 입학했을 때는 디자인 프로세스가 명확한 산업디자인에 매료됐어요. 그래서 디자인학과에서 3년 정도 산업디자인을 배우다가 오랜만에 그림을 그리게 되었는데, 디자인도 좋지만, 순수한 창작에서 오는 행복감이 너무 크더라고요. 그림 그리면서 먹고 살고 싶어서 미대 입시를 시작했었던 과거의 다짐이 기억났어요.

어렸을 때부터 그림을 그리는 것을 좋아하는 사람이었기에 진로에 대한 결심을 한 뒤에는 그림 스타일을 찾는 것에 집중하며 지냈어요. 1년 동안 휴학하면서 일러스트레이션 작업을 했고, 브랜드와의 협업 티셔츠 발매 및 오프화이트 공식 계정에 리그램 되는 등 다양한 일을 겪으면서 본격적으로 작업을 시작했어요. 그 이후 1년 동안은 아트토이를 배우면서 조형 작업을 시작했고 현재는 페인팅 작업까지 하게 되었어요.

디자인 베이스로 시작했기 때문에 작업에서 디자인적인 느낌이 많이 묻어나곤 해요. 디자인과 미술 모두 사랑하기 때문에 부정보다는 각자의 매력을 제 방식대로 다듬어서 표현하고자 연구에 몰두 중이에요.(웃음)


Q. 럭씨(LUCKXY)의 캐릭터들은 항상 선글라스를 착용하고 있다. 어떤 의미를 가졌는지 궁금하다.

A. 패션쇼의 모델들을 모티브로 한 일러스트 작업을 할 때부터 그리기 시작했어요. 어렸을 때 유튜브로 패션쇼를 보는 게 취미였는데, 선글라스를 쓰고 당당하게 걸어 나가는 모델들의 볼 때 느꼈던 설렘과 에너지가 아직도 잊혀지지 않아요. 눈치 보지 않고 자신만의 시선으로 삶을 당당하게 나아가는 모습을 표현하고 싶어서 선글라스를 착용한 캐릭터들을 그리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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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uckxy Instagram

Q. 패션쇼의 모델을 모티브로 하다 보니 패션쇼도 즐겨본다. 기억에 남는 쇼가 있다면.

A. 톰 브라운의 FW14, 베트멍의 FW18, 발렌시아가의 SS23, 루이비통의 FW21


Q. 톰 브라운을 지나 뎀나, 버질 아블로 등 그들에게 영감받은 포인트가 문득 궁금해졌다.


A. 톰 브라운에게서는 실루엣과 강렬한 에너지를 뎀나에게서는 매력적으로 과장된 비율, 버질 아블로에게서는 세상을 편집하는 시선에 대해 영감을 받았어요.


Q. 아트토이 전문가 과정을 지나 페인팅의 무드가 잘 드러나는 아트토이도 꾸준히 제작하고 있다. 페인팅과 아트토이 두 가지의 다른 점과 각각 신경 쓰는 점.

A. 페인팅에서는 우연성을 이용해 제 감성이 돋보이게 표현하려고 노력해요. 아트토이는 그 감수성을 더 응축하고 다듬어서 조형적으로 가장 아름다운 실루엣을 만드는 것에 중점을 두고 작업을 하는 편이에요.

페인팅과 아트토이는 모두 제 생각을 전달하는 수단이지만 평면과 입체, 각각의 매력은 다르다고 생각해요. 각 방식의 매력을 살려 제 가치관을 보여주기 위해 항상 노력하고 있어요.


Q. 어반브레이크와 팝업 전시, 여러 단체전을 지나 작년 이맘쯤 첫 개인전 <NEVERTHELESS>를 개최 이후 지난 5일에 개최한 전시 <가을사생2023>가 진행 중이다. 기억에 남는 전시가 있다면.

A. 올해 8월에 성곡 미술관에서 한성자동차의 지원을 받아 참여한 단체전 <On Boarding>이 가장 기억에 남아요. 선정된 9명의 신진작가들과 권오상, 이완, 최수정 3명의 초대작가님이 멘토·멘티가 되어 멘토링을 받아 준비한 단체전이었어요.

저는 디자인을 전공했었다 보니 누군가의 피드백에 적극적으로 받아본 적이 없었어요. 그러던 중 좋은 전기 기획으로 최수정 작가님의 멘토링을 받으며 전시를 준비했어요. 현재 왕성히 활동 중이신 작가님의 조언이였다 보니 정말 소중한 경험이었어요. 그리고 항상 갤러리에서만 전시를 해오다가 처음으로 준비한 미술관 전시였기에 이 점도 기억에 남는 포인트인 것 같아요.

Luckxy / ⓒfake magazine

Q. 취미의 또 다른 면으로 일탈을 설정했다. 럭씨에게 일탈을 꼽자면.

A. 제가 생각하는 저의 일탈은 작업실과 집을 벗어나는 것이에요.(웃음) 사실 프리랜서라는 직업 특성상 평일, 주말의 개념이 없고 특별한 스케줄이 없으면 작업실과 집만 오가는 편이에요. 그래서 전시를 보러 가거나 카페에서 작업하는 것도 어찌 보면 저에겐 일탈이라고 생각해요.

주로 친구들 작업실에서 수다를 떨고 전시 오프닝 파티에 방문하고 또, 좋은 전시도 보고 때론 공원에 가서 산책하는 것들이 저에게 취미 생활이라 일탈인 것 같습니다.


Q. 게임을 굉장히 좋아하는 편이라고 알고 있다.

A. 현재는 굉장히 멀어졌지만, 메이플스토리, 카트라이더, 테일즈러너 같이 모두가 알 법한 게임을 유독 좋아했어요. 메이플스토리는 초등학교 때부터 틈틈이 해오다가 대학생 때는 너무 심하게 빠져서 쉬지 않고 몇 날 며칠을 한 적도 있어요. 그 정도로 좋아했죠.(웃음)

그러다가 작업을 시작하게되면서 끊게 됐어요. 저에겐 작업을 하면서 나오는 도파민이 게임을 할 때보다 강렬하다고 생각해요. 그런데도 노트북 배경화면에 있던 메이플스토리 아이콘은 차마 삭제하지 못하고 있었는데, 작년에 라섹을 하면서 깔끔하게 이별을 고하고 삭제했어요.(웃음)

뒤돌아보면 정말 그땐 왜 그랬지 할 정도로 미친 듯이 해봤기에 지금은 평생 안 해도 될 만큼 후회는 없어요.

Luckxy / ⓒfake magazine

Q. 길거리에 나와 작품 사진을 찍곤 한다. 작품 속 걷는 쉐잎부터 스트릿한 촬영 방식까지 ‘길’에 대한 요소가 럭씨(LUCKXY)에게 큰 의미로 다가가는 거 같다.

A. 20살에 서울로 올라와 생활하면서 이사를 많이 다녔어요. 새로운 곳으로 이사를 하면 먼저 동네의 골목 골목을 돌아다니며 길을 관찰하는 걸 좋아했어요. 혼자 새로운 곳에 적응해야 하다 보니 내가 좋아하는 길을 만들어야 정서적으로 안정이 되더라고요. 특히 코로나 시기를 겪으면서 답답함에 지쳐 자취방 앞에 있던 철길로 산책을 자주 나가면서 길이라는 공간을 더 좋아하게 됐어요.

집에서 홀로 고립되어 있다가도 밖에 나와 길에서 다양한 사람이 어디론가 향해 걸어가는 모습을 보면 큰 위로를 받게 되더라고요. 그래서 걸어가는 사람들 관찰을 많이 했어요. 특히 자취방 앞의 철길과 신당동 중앙시장에 있던 레지던시의 길거리에서 영감을 많이 받게 됐어요. 그렇게 자연스럽게 자신만의 길을 찾아 나가는 인간의 운명을 주제로 작업을 하게 된 것 같아요. 늘 그곳에 존재하면서 다양한 역사와 흔적이 쌓이는 길처럼 묵묵하고 따뜻한 시선으로 자신만의 방향으로 나아가는 사람들을 응원하고 싶어요.


Q. 나이키, 아디다스, 오프화이트, 반디더핑크, 안티소셜클럽 등 스트릿 무드를 그림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좋아하는 패션 브랜드들도 궁금하다.

A. 제가 가장 좋아하는 브랜드는 뎀나 바질리아의 발렌시아가와 베트멍이에요. 처음 뎀나의 베트멍에 반해서 작업을 시작했기에 작업적으로도 영향을 많이 받은 브랜드 중 하나에요. 그래서 뎀나의 팬으로서 옷을 소장하고 싶어 발렌시아가와 베트멍의 의류를 수집하는 중이에요. 물론 가격대가 높아서 많이 구매하지는 못하지만요.(웃음)

아트토이를 배우면서 스트릿 문화를 전개하는 브랜드에도 관심을 가지게 됐어요. 평소에는 스투시, 반디더핑크, 휴먼메이드, 나이키 등의 옷을 자주 찾아보기도, 입기도 해요. 국내 브랜드를 꼽자면 미스치프, 스컬프터, 더콜디스트모먼트, 아조바이아조, 발란사, 더바이닐하우스 등을 꼽을 수 있을 거 같아요.

Luckxy / ⓒfake magazine

Q. 20년도부터 본격적인 작가 활동을 시작했다. 얼마 지나지 않았는데 프리랜서 작가의 삶은 어떠한가

A. 작업을 시작하려고 조언을 얻으러 다니던 시절에 김정윤 작가님의 원데이 클래스를 들은 적이 있었는데, 그때 작가님이 7년만 버티라고 하시더라고요. 저는 욕심이 있는 편이라 최대한 빨리 전업 작가가 되고 싶어서 기회가 오면 제가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했어요. 그러다 보니 작년에는 운이 좋아 좋은 전시들도 많이 참여하게 되고 여러 경험을 쌓을 수 있었어요. 작년까지는 학교와 병행하다 보니 본격적인 전업 작가 생활은 올해부터라고 생각해요.

요즘은 전시보다 작년의 경험을 발판 삼아 더 좋은 작업을 만드는 데 노력하는 중이에요. 그래서 보통은 작업실 가서 작업을 하거나 가끔 아르바이트 및 외주를 하는 단조로운 일상을 보내고 있습니다. 작품으로 수익이 나기 시작한 지 얼마 안 됐기 때문에 아직 금전적으로 불안정하지만 제가 선택한 길이다 보니 행복하게 버티는 중입니다.


Q. 독특한 업무도 병행하고 있다고 알고 있다.

A. 한성자동차에서 운영하는 멘토링 프로그램에서 멘토로 활동하고 있어요. 예술에 관심이 많은 청소년과 매칭되어 멘토링 하는 사회 환원 프로그램인데, 다양한 예술가들의 수업을 같이 들으며 수업을 보조하는 역할이에요. 또 다른 일이라면 탈북·다문화 국제학교에서 보조강사 일도 하고 있어요. 현대미술 작가님들의 강의를 보조해서 초등학생들을 지도하는 역할인데 수업이 재미있는 편이라 수업을 마치고 나면 저도 에너지를 얻어가곤 해요. 그리고 어린 친구들의 성장 과정을 지켜볼 수 있어서 뜻깊은 활동들이기도 하고요.

저는 최대한 제가 잘하고 좋아하는 일로 금전적인 부분을 충족하고자 해요. 그래서인지 미술 관련 독특한 아르바이트를 많이 해 온 것 같아요. 갤러리 벽을 보수하는 일부터 갤러리 소장품 관리, 전시 지킴이 및 스탭 등 그간의 경험들이 현재 저에게 많은 도움이 된 것 같아요. 요즘 하는 업무들도 미래의 저에게 도움이 되기를 바라며 재미있게 일하는 중입니다.

Luckxy / ⓒfake magazine

Q. 서울문화재단의 신당창작아케이드 레지던시에서 활동했다. 레지던시의 활동 경험에 대해서도 궁금하다.

A. ‘신당창작아케이드’는 신당동 중앙시장 지하에 있는 디자인·공예 레지던시에요. 저는 13기 입주작가로 선정돼서 22년에 활동을 했어요. 자주 방문하는 지역이 아니다 보니 처음에는 낯설었지만 금방 신당동의 매력에 빠져서 1년간 즐겁게 활동했어요.

신당동 중앙시장은 다양한 직업과 나이대를 가진 이들이 많이 오가는 곳이에요. 그렇다 보니 아침부터 밤까지 살아있음과 에너지를 느끼는 곳이에요. 학교 동아리 방에서 홀로 작업하다 보니 늘 고독했었는데, 신당에 오면서 많은 위로를 얻었어요.

지상에는 상인들과 방문객들로 북적이는 시장. 그리고 지하의 신당창작아케이드에는 가구, 섬유, 도예, 금속 등 다양한 공예작가님들과도 교류하게 되면서 제 시야가 많이 트였고, 밤낮 쉬지 않고 작업에 몰두하는 작가님들이 있어서 위아래로 좋은 에너지를 얻으며 작업에 매진할 수 있었어요. 가끔 작업을 들고 나가 시장에서 사진을 찍을 때면 신기하게 보며 말을 거시던 상인분들이 기억에 남기도 해요. 짧다면 짧은 1년이었지만 너무나 알찬 경험을 하고 나왔어요.


Q. 다시금 홀로서기를 시작했다. 올해의 남은 목표와 앞으로의 행보가 기대된다.

A. 요즘에는 미술사와 힙합 음악에 빠져있어요. 두 가지 분야 모두 너무 재미있는 역사가 있어서 공부하는데 시간이 부족할 정도예요. 올해 남은 하반기에는 미술사와 힙합을 즐기며 더 좋은 작업을 하려는 시간을 보낼 예정이에요. 클래식을 샘플링해서 만든 힙합들처럼 제가 존경하는 미술사 속의 작품들을 저만의 방법으로 재해석해 보고 싶어요.

Luckxy / ⓒfake magazine

Q. 'FAKE'의 의미를, 목적을 달성한 모습을 더욱 매력적으로 표현해 주는 행동이나 태도로 재해석하였다. 럭씨(LUCKXY)에게 'FAKE'란?

A. 작가라는 직업은 스스로에 대한 ‘믿음’이 필수적이라고 생각해요. 스스로 묻고 답하며 정답이 무엇이지 직접 찾아가야 하므로 늘 자신의 선택을 의심함과 동시에 믿음을 가져야 해요. 뉴욕의 미술가 ‘스테퍼니 다이아몬드’가 한 이야기가 있어요. “작품을 만드세요. 계속 만드세요. 그것을 사랑하세요. 그리고 증오하세요. 그래도 계속 만드세요.” 이 문장에 모든 정답이 있다고 생각해요. 사랑하고 미워하는 과정은 괴롭지만 좋은 작가가 되려면 필수적인 반복이에요. 고통스럽지만 이 과정을 믿고 즐기는 것이 계속해서 좋은 작업을 만들 수 있는 태도라고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