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Y NAME IS LesliE(레슬리)

LesliE

우리에겐 모두 이름이 있다. 각자의 이름은 그 사람의 시간을 설명하는 하나의 지표이자 존재를 구분 짓는 가장 단단한 언어다. 페이크 매거진의 인터뷰 “MY NAME IS”는 각자의 이름에서 출발한다. 각기 다른 분야에서 살아가는 인물들이 자신의 이름을 중심으로한 기록들을 이야기하고자 한다. 그들의 일상과 시선을 기록한 필름카메라 이미지와 함께 구성된 이번 인터뷰는 단순한 자기소개를 넘어, 각자가 세상을 인식하고 살아가는 형태를 나누는 장으로 작용한다.


Q. 간단한 자기소개와 하고있는 음악에 대한 소개 부탁한다.

A.
안녕하세요. 상상하는 것을 현실로 만들어내가며 살아가고 있는 항공덕후 아티스트 ‘LesliE(레슬리)’라고 합니다. 제가 주로 하는 음악장르는 R&B와 Hip-hop이지만, 최근에는 한 장르에 국한되지 않고 다양한 장르로 저만의 이야기를 풀어가려고 하고 있습니다.

제 음악만이 가진 특별한 점이라고 한다면, 저는 ‘항공’이라는 세계관을 가지고 음악을 만들어가고 있다는 것을 꼽을 수 있을 것 같아요. 실제로 비행이라는 세계관을 세심하게 표현하고 싶어서 실제 항공업계에서 사용하는 용어나 효과음 등을 음악의 사운드로 많이 사용하는 편이거든요. 첫 데뷔 EP였던 [TRANSPONDER]도 항공용어이고, 수록곡도 1번 트랙을 제외하고는 전부 실제 항공업계에서 사용하는 ‘squawk code’입니다.

사실 항공이라는 분야에 꽂히게 된 계기도 운명이라는 생각이 드는데요. 살짝 그 이야기를 들려드리자면, 제가 책을 좋아하는 편인데 2023년도 12월에 우연히 부시파일럿의 에세이를 읽게 되었어요. 전 성격상 궁금하거나 하고 싶은 게 생기면, 그걸 직접 하고 계신 분을 만나뵙거나 관련 서적을 많이 읽어보는 편이거든요. 그때부터 파일럿이라는 직업에 관심을 가지게 되었고, 자연스럽게 항공이라는 분야에 빠져들어서 지금 이렇게 항공,비행 컨셉의 음악을 하고 있습니다.

LesliE(레슬리) / ⓒfake magazine

Q. 어떠한 계기로 음악을 시작하게 되었는지 궁금하다. 음악을 해야겠다고 다짐한 순간이 있었는지?

A. 부모님께서 제게 “넌 어릴 때부터 음악을 참 좋아했다”라고 말씀해주시더라고요. 저도 아직까지 생생하게 기억할 만큼 제가 박현빈 트로트 가수님을 되게 좋아했었어요. 아주 어릴 때로 기억하고 있는데 ‘아빠보다 박현빈 아저씨가 더 좋아’라고 말했던 것도 기억나네요.(웃음)

본론으로 돌아와서 제가 음악을 시작하게 된 계기는 제가 중학생 때 TV 채널에서 ‘쇼미더머니 3’가 방영되고 있더라고요. 그때 TV에서는 BOBBY의 ‘가드 올리고 BOUNCE’라는 무대가 나오고 있었는데, 본 순간부터 끝날 때까지 손가락 하나 안 움직이고 가만히 서서 다 봤었어요. 와 너무 멋있는 거예요. 조금 웃긴 표현이긴 하지만, 몸에서 피가 끓어오르는 느낌을 처음 느꼈다고 할까요. 막 심장이 두근거리면서 ‘나도 저런 무대에 서고 싶다’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때가 제가 음악을 해야겠다고 다짐했던 순간이었습니다. 생각해보면 래퍼라는 단어를 먼저 떠올렸다기보다는 ‘와.. 나도 저렇게 손동작, 목소리로 사람들을 열광시키고 싶다’라는 감정이 먼저였어요.


Q. 음악을 본격적으로 시작하기 이전까지 어떤 음악들을 접해왔는지, 또 현재 본인의 음악에 어떤 영향을 주었는지가 궁금하다.

A. 제가 음악을 처음 시작했을 때, 가장 영향을 주었던 음악은 힙합이었어요. 아무래도 제가 쇼미더머니 3를 보고 음악을 시작했다 보니 그런 것 같아요. 그래서 많이 영향을 받은 아티스트는 ‘J. COLE’이라는 래퍼인데요. 그분의 앨범 중 [2014 FOREST DRIVE HILL]이라는 앨범을 엄청 자주 들었어요. 그래서 ‘플로우적인 부분이나 가사적인 부분’에서 많이 영향을 받았습니다. 힙합을 좋아하시는 분들은 모두 아시겠지만, 제이콜의 가사는 시 같을 때가 많거든요. 그 정도로 가사를 중요시하는데, 저도 제 자신만이 할 수 있는 이야기를 하려고 노력하거든요. 아마 그때부터 시작된 좋은 습관이라고 생각합니다.

또 인간적으로도 너무 본받을 점이 많은 분이라 제 삶의 가치관을 세울 때도 많은 영향을 받았었던 것 같아요. 특히 “내가 제이콜을 보며 저 사람처럼 되고 싶다라는 생각이 든 것처럼, 나도 누군가에게 ‘와 나도 ‘LesliE(레슬리)’라는 아티스트처럼 되고 싶다’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좋은 영향을 끼는 사람이 되어야지”라는 생각을 가지게 해줬던 래퍼입니다.

LesliE(레슬리) - 7600(통신두절) Official Music Video / ⓒYoutube

Q. 평소 곡을 만들거나 가사를 쓰는 과정이 어떻게 이루어지는지가 궁금하다. 영감은 주로 어디서 얻는 편인지, 작업 시에 반드시 필요한 환경이나 습관이 있는지?

A. 전 제가 좋아하는 것을 주제로 가사와 곡을 주로 쓰는 편이거든요. 그래서 영감도 제가 좋아하는 것을 할 때 많이 받는 편이에요. 책을 읽다가 마음에 드는 구절이나 단어가 있으면 메모장에 적어놓고 풀어내거나, 제가 좋아하는 화가나 화풍에서 영감을 얻기도 합니다. 그래서 첫 EP의 [TRANSPONDER] 3번 트랙인 ‘7700(비상선언)’에서는 제가 존경하고, 좋아하는 화가 및 사람들의 이름을 다 담았어요.

또 제가 80~90년대 홍콩 영화를 즐겨 보는데, 특히 왕가위 감독님의 영화를 엄청 좋아해요. 제가 아까 첫 EP의 [TRANSPONDER]에서 1번 트랙인 ‘0912’만 실제 항공업계에서 사용하는 ‘squawk code’가 아니라고 말씀드렸는데요. 사실 ‘0912’는 장국영님의 생일이에요.(웃음) 그래서 장국영 배우님에게 쓰는 헌정곡을 1번 트랙으로 넣었어요.

사실 제 이름이 ‘LesliE(레슬리)’인 이유도, 저의 최애 배우인 장국영님의 영어 이름에서 따온 거거든요. 저 혼자만의 생각이지만, 스스로는 레슬리라는 이름을 물려받았다는 생각을 하며, 레슬리라는 이름에 부끄럽지 않은 사람이 되고 싶다라는 마음으로 임하고있습니다.


Q. 지금까지 곡들 가운데에서 본인 스스로 가장 많은 애착을 가지고 있는 작품이 있다면? 그 이유도 함께 설명해줄 수 있는지.

A. 제가 올해 4월에서야 첫 발매를 해서 곡 수가 많지는 않은데, 진짜 하나하나 각기 다른 이유로 애착이 강한 곡들이라서 어렵네요. 그래도 첫 EP [TRANSPONDER]의 타이틀곡이었던 ‘7600(통신두절)’을 택하겠습니다. 제가 항공이라는 컨셉으로 곡을 써야겠다고 생각했을 때 만든 첫 곡이기도 했고, 실제로 칵핏 시뮬레이터에서 뮤직비디오도 찍었어서 제가 상상해왔던 ‘LesliE(레슬리)의 항공 세계관’을 현실로 만들어 낼 수 있게 해준 곡이었기 때문이에요.

그리고 사실 이 곡은 거의 인천공항에서 만들었다고 해도 무방하거든요. 제가 2024년도에 대학생으로서 ‘인천공항 SNS 서포터즈’를 하고 있었을 때라 한 달에 한 번씩 공항에 방문해야 했었어요. 제가 그때는 용인에 잠시 머물고 있을 때라, 집이었던 광주보다 공항을 더 자주 가니까 어느 순간부터 공항이 너무 편하더라고요. 그때 또 서포터즈 미션이 자유 미션이었는데, ‘그럼 내가 잘하는 음악과 공항을 결합해서 콘텐츠를 만들어보자!’ 했던 게 ‘7600(통신두절)’의 시작이었어요. 실제로 제 인스타그램에서 2024년 5월 31일에 업로드한 영상을 보시면 데모를 들어보실 수 있습니다.

LesliE(레슬리) / ⓒfake magazine

Q. 첫 무대 경험은 뮤지션에게 어떻게 보면 가장 인상 깊은 순간일 것 같다. 처음 무대를 가졌던 그 순간, 가장 인상 깊게 남아 있는 장면은?

A. 제 첫 무대는 중학교 축제 무대였어요.(웃음) 음악을 시작했던 계기가 쇼미더머니 3의 바비 무대였잖아요. 그다음 년도인 2015년도에 ‘Okey Dokey’라는 노래로 한 친구와 무대를 했었는데, 무대에 올라가기 전에는 심장이 너무 떨리더라고요. 근데 막상 올라가니까 마음도 편안해지고 제가 생각해도 너무 잘했어서 그 이후로 "아! 난 무대가 천직인가 보다.” 하는 확신도 얻었던 것 같아요. 그리고 인상 깊었던 건 제 무대를 보며 친구·선후배들이 재미있어 하는 걸 봤을 때가 가장 기억에 남아요. 제가 바비의 무대를 보며 느꼈던 그 감정을 처음으로 직접 느꼈던 때라 아직도 생생히 기억해요.


Q. 음악 외적으로 시간을 투자하거나 몰입하는 분야가 있다면? 그러한 취미나 일상이 음악 활동과 어떤 관계를 맺고 있는지 궁금하다.

A. 음악 외적으로는 콘텐츠 제작에 시간 투자를 많이 하고 있어요. 아무래도 인디 뮤지션이다 보니 대형 기획사 뮤지션들보다 홍보가 쉽지 않잖아요. 하지만, 그렇다고 포기하기에는 너무나도 좋은 시대에 살고 있다고 생각해요.

숏폼으로 음악을 홍보하거나 바이럴 하는 것을 싫어하시는 분들도 있는데, 사실 저 같은 인디 뮤지션에게는 본인과 본인 음악을 알릴 수 있는 유일한 창구거든요. 그래서 저는 전략적으로 활용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편이에요. 최근 몇 년간 SNS로 바이럴에 성공한 해외 인디 아티스트들의 콘텐츠를 분석하고, 그걸 제 콘텐츠에 적용시키고 있어요. 레퍼런스 중에서 괜찮은 게 있으면 실험해보고, 잘 나온 콘텐츠는 밀고 나가고, 안된 콘텐츠는 분석해서 다른 버전으로 또 실험해보는 거죠.

제가 [TRANSPONDER]를 발매하기 1달 전부터 SNS를 더 활발하게 했었거든요. 그때 다양한 형태들을 시도 했었는데 콘텐츠를 보고 실제로 항공사에서 연락이 왔던 적이 있었어요. 실제 부기장님, 비행 교관님들과도 릴스를 통해 연락을 주고받게 되었고, 인연이 맺어진 분들도 있어서 SNS의 중요성을 몸소 체험했었습니다.

최근에는 오디언스를 저라는 아티스트, ‘LesliE(레슬리)’라는 아티스트를 응원하고 싶은 사람으로 바꿨어요. 제 인스타그램을 보시면 아시겠지만, 제가 성장 스토리텔링 시리즈를 제작해가고 있는데요. 제 콘텐츠를 보는 분들 중에 제게 ‘덕분에 좋은 자극을 받았다’거나, 응원을 해주시는 분들이 계시거든요. 그분들과 라포를 형성해가며 더욱 깊은 팬층을 더 만들어가고 싶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습니다. 현재는 곧 발매 예정인 새로운 곡들을 작업 중이라 업로드가 많지는 않지만, 곧 또 열심히 달려보려고요.

Q. 앞으로의 계획과 비전을 듣고 싶다. 향후 도전하고 싶은 음악적 시도, 작업하고 싶은 협업 아티스트, 혹은 장기적으로 이루고자 하는 목표가 무엇인지?

A. 일단 단기적인 목표는 ‘항공덕후 아티스트’ 하면 ‘LesliE(레슬리)’가 떠오를 수 있게 열심히 좋은 곡, 좋은 모습 보여드리는 거예요. 그래서 올해 12월과 내년 1~2월에 각각 항공 콘셉트의 싱글을 준비 중인데, SNS를 통해 알게 된 태국 아티스트와 콜라보를 준비 중입니다. 그리고 내년 1~2월 발매 예정인 다음 싱글은 제가 DPR CREW, 특히 DPR IAN에게 영향을 많이 받았어서 곡을 만들 때부터 ‘이건 영화 같은 뮤직비디오의 아이디어가 떠오른다’라는 생각을 하고 있었거든요. 그래서 SNS를 통해 알게 된 뮤직비디오 감독님과도 최근에 미팅을 마쳐서 열심히 또 작업을 하려고 합니다.

그리고 내년 4월 1일, 즉 제 첫 EP [TRANSPONDER]가 나온 지 1주년이 되는 날에 [TRANSPONDER 2]를 발매하려고 계획하고 있어요. 이 부분이 좀 특별한데, 실제 태국에서 근무하시는 한국인 부기장님과 콜라보를 진행하려고 하고 있어요. 부기장님께서 과거에 음악을 하셨던 분이라 같이 작업을 하면 재미있을 것 같다고 먼저 제안을 해주셨거든요. 그래서 음악적인 작업은 그렇게 이어질 것 같습니다. 그리고 실제 항공업체나 항공사에 협업 제안을 해보려고 해요. 물론 그 과정이 어려울 수 있지만, 도전을 통해 얻는 게 더욱 클 거라는 걸 이제는 잘 알거든요.

장기적으론 제 팀을 만들고 싶다는 생각을 하고 있습니다. 제가 DPR, JACKSON WANG, JAY PARK을 굉장히 좋아하는데 사실 이분들의 공통점 중 하나는 본인과 같은 가치관을 가진 사람들과 팀을 만들어서 같은 목표를 향해 나아간 경험이 있거나 그러고 계시다는 거예요. 사실 그 과정이 순탄치 않을 걸 알고, 어렵다는 걸 알지만 언젠가 저와 같은 비전과 가치관을 가진 분들과 제 팀을 만들어 제 장기적 목표인 코첼라에 함께 서고 싶습니다.

최종적인 목표로는 코첼라라는 무대에 서고 싶어요. 앞서 살짝 언급했듯, 가능하다면 제 팀과 함께요! 제가 코첼라에 서고 싶은 이유는 이루고 싶은 목표를 위해 달려가는 과정들이 쌓이고 쌓여 마침내 그 목표를 이루게 된다면 많은 사람들에게 ‘Imagination is everything’, 즉 ‘상상하는 대로 이루어진다’라는 제 삶의 가치관을 전달할 수 있을 것 같기 때문이에요. 그리고 그 과정을 통해 사람들에게 용기를 줄 수 있을 것 같거든요. 물론 그 과정에서 제 자신도 많이 성장하고 배울 거라고 확신하기 때문에 음악적인 장기적 목표로 잡고 있습니다.

LesliE(레슬리) / ⓒfake magazine

Q. 끝으로, 본인(그룹)의 음악을 처음 접하는 청자들이 어떤 뮤지션으로 기억하기를 바라는지, 그리고 청자들에게 전하고 싶은 메시지가 있다면 함께 말해주길 바란다.

A. 지금은 항공덕후 아티스트 하면 제 이름 ‘LesliE(레슬리)’를 떠올려주셨으면 좋겠습니다. 그다음에는 상상을 현실로 만들어가는 사람, 인생을 즐기며 재미있게 살아가는 사람으로 기억해 주셨으면 해요. 뮤지션을 넘어 멋진 사람으로 기억되고 싶습니다. 앞으로도 재미있고 멋진 작업들 많이 준비하고 있으니까요. 항공덕후 뮤지션 ‘LesliE(레슬리)’의 행보를 많이 기대해 주시고 응원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I’m ready for take off!”