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UCKYHOF(럭키호프)

럭키호프

LUCKYHOF(럭키호프)


서울의 곳곳에는 와인바와 브런치 카페 등 서구 문화가 자연스럽게 녹아들어 있다. 예로부터 용산은 서울 안에서도 손 꼽는 다국적 플레이스가 아니었겠는가. 용산역 인근으로 새로운 바람이 불기 시작했다. 트렌드에 민감한 이들은 벌써부터 자리를 꽤 차고 있다. 유독 시선이 가는 빨간 네잎클로버 간판 아래의 미닫이문을 열고 인사를 나눴다. 문방구 앞에서 백 원, 이백 원으로 돌리던 뽑기와 불량식품, 미러볼 등이 보인다. 이곳 럭키호프(@lucky.hof)는 90년대를 모티브로 기획된 한국적인 소주집이다.

모든 커스텀의 끝은 순정이라고 하지 않는가. 디자이너로 지내오며 받아들인 다양한 문화를 겪고 결국 그는 가장 좋아했던 한국의 90년대 문화를 선보이고 있다. 다국적 문화가 자리 잡은 이곳 용산에서 가장 한국적인 매력을가진 술집, 럭키호프를 운영하고 있는 정상철 디렉터와 얘기를 나눠봤다.

Luckyhof / ⓒfake magazine

Q. 럭키호프와 본인에 대해서 소개 부탁한다.

A. 신용산에서 럭키호프 운영하고 있는 정상철입니다. 산업디자인 전공했고, 8년간 자동차 디자이너로 근무했습니다.

퇴근 후 음식 하는 친구와  장난처럼 시작한 F&B가 업이 되었습니다. 럭키호프는 컨템포러리 레트로를 콘셉으로 90년대를 모티브로 기획된 호프입니다. 개인적으로 어릴 때 추억이 많았던 90년대 문화를 좋아했어요. 한국적인 술집을 재미있게 기획해 보고 싶었고, 독일에선 광장이나 호텔 등을 지칭하는 호프라는 단어가 한국에서만 술집으로 읽히는 점도 재밌게 느껴져 기획하게 되었습니다.(웃음)

Luckyhof / ⓒfake magazine

Q. 요식업을 시작하게 된 계기가 저마다 다를 것 같다. 럭키호프까지의 과정을 알고 싶다.

A. 초등학교 때 드라마 '아스팔트 사나이'부터 자동차 디자이너 꿈을 키우면서, 산업디자인과에 진학했고, 이후 자동차 디자이너로 8년 재직하면서, 수십-수백명이 하나의 제품에 투입되어 나오는 결과물이 나의 개인 작업물로 느껴지지 않는 갈증이 있었어요. 내 브랜드에 대한 열망이 강하다 보니, 재직하면서 금속공예를 취미로 주얼리 브랜드 론칭했었고, 오가닉 섬유 브랜드, 알프키친이라는 캐주얼 레스토랑 등 다양한 창업을 시도했었습니다. 럭키호프는 그렇게 진행한 4번째 창업이에요. 사업 기획에 천부적인 감각이 있는 친구와 90년대 추억 느낄 수 있는 감각적인 캐주얼 술집이 있었으면 좋겠다고 농담처럼 나눈 이야기가 시작이 돼 신용산에서 지금의 럭키호프를 오픈하게 되었습니다.


Q. 용산구에 럭키호프가 자리를 잡았다. 레트로 호프, 뉴트로 술집, MZ 술집 등 오픈하지 얼마 되지 않아 다양한 수식어가 붙고 있다. 럭키호프에 대해 스스로 수식어를 붙이자면

A. 90's Revive Korean Soju & Beer Pub 을 슬로건으로 시작했어요. 90년대 유행처럼 번졌던 한국 주점의 대표적인 형태인 호프를 다시 부흥시켜보자는 취지였고, 그런 의미에서 뉴-호프도 괜찮을 것 같습니다.

Luckyhof / ⓒfake magazine

Q. 상호 없이 빨간 네잎클로버가 입구부터 미러볼 등 럭키호프의 공간에 대해서도 신경을 많이 쓴 것 같다.

A. 흔히 레트로를 추구하면서 과거의 것을 그대로 가져다 놓고 싶지 않았습니다. “뉴호프인데 옛날 느낌만 나면 식상하지 않을까?”에서 시작돼 과거와 현대가 공존했으면 좋겠다고 생각을 했고, 그렇기에 공간 자체도 옛날 구옥과 마당이 혼재되어 있는 공간으로 선택하게 됐습니다. 미러볼도 그렇지만 가장 신경 썼던 점은 과거 문방구에서 뽑기와 게임을 하는 문화가 되게 재밌다고 생각해서 뽑기 기계를 통한 가챠, 굿즈 이외 아트토이와 안주류 등 술 마시면서도 가벼운 재미요소를 가져다주고 싶어서 계획하게 됐어요. 게임의 요소뿐만 아니라 포토월로써도 역할을 다해주고 있고요.

Luckyhof / ⓒfake magazine

Q. 과거에도 그렇지만 나만 1등, 2등이 당첨된 본 적이 없다. 그간 당첨자가 나왔을까

A. 아직 1등이 당첨된 사람은 없습니다. 곧 나오지 않을까 싶어요.(웃음) 솔직하게 말씀드리자면 뽑기의 구조나 시스템이 완성이 되었다고 생각하지 않아요. 현재 저희 안주와 아트토이, 어릴 적 먹던 군것질거리 등으로 구성되어 있지만 저희가 만든 캐릭터와 굿즈, 협업 상품들로 구성해 더욱 풍성한 상품을 제공해 드릴 계획이에요. 다양한 브랜드들과 협업을 통한 제품도 뽑기라는 고전적인 시스템으로 현대적인 아이템으로 선보이는 등 재밌는 것들을 많이 기획하고 있습니다.


Q. 레트로하며 기본에 충실한 음식부터 새로운 조합을 가진 음식들까지 메뉴 선정과 럭키호프만의 시그니쳐 음식을 소개하자면

A. 대중들에게 익숙한 기존의 호프 메뉴들이 단단하게 존재하면서, 트렌디한 한국적인 킥을 넣고 싶었습니다.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한국 음식을 넣기도 했고, 갑오징어볶음과 들기름 비빔면 조합을 추천드리고 싶습니다.

Luckyhof / ⓒfake magazine

Q. 최근 럭키호프가 신경 쓰며 제작한 민트 소주 ‘럭키’에 대해서도 소개 부탁한다.

A. 기존 호프와 차별점을 주려면 익숙함과 새로움이 공존해야 하는 게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했어요. 시중에 유통되는 소주 말고, 위스키와 같은 스피릿의 역할을 할 수 있는 독특한 테이스트의 소주가 필요하다고 생각되어 만들게 되었습니다.

제작까지 많은 과정이 있었는데 샘플 미팅을 통해 다양한 레시피를 제작을 해봤어요. 사실 가장 마음에 들었던 건 청양고추 맛 청주였어요.(웃음) 청주는 호불호를 많이 타다 보니 소주로 레시피를 변경했고 맛과 향이 강해 초콜릿과 헤이즐넛 등 다양한 향들을 넣다가 민트 향을 넣게 되었는데 전체적으로 괜찮았아요. 민트 만으로도 향과 맛이 좋아 고추를 빼고 민트만으로 소주를 제작했는데 전체적인 밸런스가 좋아 최종적으로 선택하게 되었어요. 소주로 드셔도 좋지만 하이볼의 형태로 먹을 때 그 매력이 더 해지기도 해 다양한 방식으로 경험해 보셨으면 좋겠습니다.


Q. 럭키소주 이후 준비 중인 굿즈나 상품이 있다면

A. 처음에는 OB 베어를 레퍼런스로 곰 캐릭터를 개발하고 있었어요. 그러다 가게 근처 고양이가 많이 돌아다녀서 저희의 상징이자 간판이 네잎클로버와 함께한 고양이 캐릭터로 방향을 틀기 시작했어요. 베어브릭(@medicom_toy)을 대체할 만한 고양이 인형이나 토이, 고양이를 활용한 다양한 상품들을 선보이려고 준비 중에 있습니다.

Q. 한남동, 양식 베이스의 알프키친(@alp_kitchen)도 운영했다.

A. 이제는 노포(?)가 되어버린 캐주얼 레스토랑이죠. 첫 외식업 창업이고 부족한 게 많았지만 많이들 사랑해 주셔서 감사했어요.


Q. 레트로한 술집과 브런치 식당 등 음식점에 운영에 대한 오너 마인드가 궁금하다.

A. 업장도 근무하는 사람도 그 매장을 이용하는 고객도 비슷한 감정들을 느낄 것 같다고 생각해요. 어떤 점 때문에 좋아했다가 태도가 바뀌어 실망하기도 하고, 퀄리티가 떨어져 실망하기도 해요. 일단 창업을 하게 되면 스스로 속도와 감정을 조절하면서 오래도록 사랑받을 수 있는 브랜드로 성장했으면 합니다.

Q. 요식업 분야는 마케팅적인 부분도 놓칠 수 없다. 창업 초기와 현재 마케팅 방식에 대해서 소개 부탁한다.

A. 이제 막 걸음마를 뗀 브랜드로서, 아직 마케팅을 애기하긴 이른 것 같아요. 럭키호프도 호프라는 의외성 때문에 재밌어서 방문해 주시는 것 같기도 해요. 그렇기에 가볍게 방문해 주신 분들과 이후에도 방문해 주실 모든 분들에게 100%로 다 할 순 없겠지만 최대한 불만이 없을 수 있도록 만족도를 드리고자 하는 마음으로 운영하고 있어요. 조금 더 나아가자면 단순히 술 마시는 공간보다 지속적으로 새로운 메뉴, 제품, 콘텐츠 개발하면서 자연스럽게 바이럴 되는 브랜드가 되었으면 해요.

Luckyhof / ⓒfake magazine

Q. 요식업 창업에 대해 어려움과 고충이 많았을 것 같다. 다른 예비 창업가를 위해 어려움점들과 극복한 내용을 담아줄 수 있을까

A. 결국은 문제를 해결하는 과정에서 목표가 달성되고, 성장해요. 지속적으로 문제는 끊임없이  발생하잖아요. 부동산 계약부터 철거, 디자인, 공사, 제품개발, 채용 등 시작에서 부딪히는 문제는 예삿일이고 매장을 운영하면서 고객 컴플레인, 주변의 민원 등 셀 수도 없죠. 그런데 문제는 어떻게든 해결이 돼야 해요. 어려움과 고충은 당연한 것이고 그걸 해결하는 게 당연한 것이 창업이라고, 여기고 단단하게 성장하고 마인드 컨트롤하는 게 답인 것 같아요. 조금 더 현실 적이라면 같이 하는 이가 있다면 잘 됐을 때 합리적으로 분배하는 시스템과 공동 투자를 하더라도 누군가 조금 더 많이 투자해 책임감과 권한을 많이 가져가 합리적인 운영이 되도록 하는 것 또한 고려해 볼 만한 포인트에요.


Q. 본인이 생각하는 F&B 업계에 있어 가장 중요한 한 가지를 꼽자면

A. 'Teamwork' 요즘은 F&B를 종합예술이라고들 해요. 맛, 공간, 브랜딩 등 모든 것들을 다 잘해야 한다고 하는데, 결국은 사람인 것 같아요. 일하는 사람, 맛과 공간을 즐길 수 있는 사람. 숱하게 많은 매장들이 뜨고 지고 사라지는데, 브랜드가 지속하게 되는 힘은 사람에게 나오는 것 같거든요.

Luckyhof / ⓒfake magazine

Q. 23년 올해의 계획과 궁극적인 목표

A. 럭키호프의 술집이 다양한 콘텐츠와 제품들로 단단해진 브랜드 - IP 가 되는 것.


Q. 'FAKE'의 의미를 목적을 달성한 모습을 더욱 매력적으로 표현해 주는 행동이나 태도로 재해석하였다. 럭키호프와 대표님에게 'FAKE'란?

A. Challenge. 지속적으로 창업이라는 도전을 하고 있다.

애플, 테슬라처럼이라고 하면 너무 거창해 보이지만 뭔가 세상에 기여할 수 있는 기업가가 되는 것이 꿈이자 목표예요. 계속 도전하면서 성장하다 보면 진짜 목표를 이룰 때까지의 다양한 도전들은 후에 'fake'가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