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BOY WING(윙)

비보이 윙

한때 어릴 적, 먼발치에서 공연을 펼치던 진조크루를 본 적이 있다. 사람의 몸이 저렇게까지 움직일 수 있다는 경이로움, 그리고 머릿속에 강렬하게 박힌 단어는 오직 ‘멋지다’뿐이었다. 그날 이후 친구들과 어설프게 춤을 따라 추며 비보잉에 눈을 떴고, 내게 ‘비보이’ 그 자체였던 '윙(Wing, 김헌우)'을 통해 수많은 댄서를 찾아보곤 했다. 비록 지금은 그때처럼 먼발치에서 글을 쓰는 인터뷰어로 그를 다시 마주해 감회가 새롭다.

27년간 매일 바닥에 부딪히며 세계 정상의 자리를 지켜온 비보이 윙. 길거리의 서브컬처였던 '비보잉'은 이제 세계가 주목하는 스포츠로 당당히 자리 잡았고, 그 중심에 선 그는 2026 아이치·나고야 아시안게임을 앞둔 대한민국 국가대표가 되었다. 수만 번의 실패 속에서 ‘치열함을 숨긴 여유’를 배웠다는 그가 전하는 춤과 인생, 그리고 베테랑의 노련한 변화. 그 단단한 궤적을 좇다 보니 어느덧 멈춰 있던 내 삶의 발도 다시금 구르기 시작했다. 춤을 넘어 한 사람의 인생과 맞닿아 있는 그의 선택과 과정, 그리고 앞으로의 행보를 이번 인터뷰를 통해 확인해 보자.

WING / ⓒfakemagazine


Q. 간단한 자기소개와 소속되어있는 팀에 대해 소개 부탁한다.

A. 안녕하세요. 저는 브레이킹 팀 진조크루 소속 비보이 윙 입니다. 그리고 현재 대한민국 브레이킹 종목에서 국가대표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Q. 윙이 정의하는 비보이라는 직업에 대해서도 간단하게 소개해줄 수 있을까?

A. 저에게 비보이는 힙합의 문화이며 몸으로 표현하는 예술의 영역이면서, 현재는 한계를 시험하는 스포츠로써의 면모를 보입니다. 과거에는 스트리트 컬처, 서브컬처의 일환으로만 여겨졌지만, 이제는 엄연히 예술성과 스포츠성을 동시에 지닌 직업군이라고 생각합니다. 음악에 맞춰 자신만의 스타일을 창조하고, 그것을 무대나 배틀에서 증명해 내는 직업입니다.



Q. 세계 무대에서 한국을 알린 진조크루, 그리고 윙 스스로도 20년이 넘는 기간 동안 비보이 씬의 정상을 지키고 있다. 그 위대한 여정의 '시작점'이 문득 궁금하다.

A. 시작은 친형(비보이 스킴)의 영향이 컸습니다. 형이 먼저 춤을 추는 모습을 보고 자연스럽게 관심을 가지게 되었고, 중학교 시절 팀을 결정하고부터 본격적으로 브레이킹에 빠져들었습니다. 처음에는 그저 기술을 성공했을 때의 성취감과 춤추는 것 자체가 재밌어서 시작한 일이, 진조크루라는 멋진 팀을 만나고 세계 대회에 도전하면서 제 인생의 전부가 되었습니다.

Q. '윙(Wing)'이라는 이름처럼 날렵하고 정교한 스타일로 세계를 사로잡았다. 처음부터 자신만의 완벽한 스타일을 가진 채 시작하는 사람은 없다. 초창기 누군가를 동경하고 모방하던 단계를 지나, "이게 바로 나만의 무브다"라고 확신을 느끼기 시작했던 터닝 포인트는 언제였나?

A. 가볍고 날렵하게 도는 프리즈나 정교한 플로우가 제가 추구하는 춤인데요, 초기에는 해외 유명 비보이들의 비디오를 보며 흉내내기에 급급했습니다. 그러다 2000년대 중반, 세계적인 대회들을 경험하면서 저만의 스타일이 없이는 절대 저들처럼 될 수 없다는 걸 깨달았습니다. 저만의 부드러우면서도 정교한 라인, 날카로운 마무리를 연구하기 시작했고, 2008년 Red Bull BC One 세계 파이널에서 우승을 차지했을 때가 제가 만들어온 저만의 스타일이 세계로 알려지는 확실한 터닝 포인트였던 것 같아요.

Red Bull BC One Final Paris 2008 | OFFICIAL HIGHLIGHTS / ⓒYoutube

Q. 수천 번, 수만 번을 넘어지고 다쳐야 단 하나의 완벽한 동작이 완성된다. 나만의 스타일과 무브를 찾기 위해 그리고 또 다른 새로움을 위해 어떤 과정들을 거쳤는가?

A. 제가 춤을 춘 지 27년 정도 되었더라고요.(웃음) 굉장히 오랜 기간이 지나면서 춤을 출 때 초반, 중반 그리고 지금의 제가 스스로 느끼는 것들이 다르게 적용되어 온 것 같습니다. 처음엔 눈으로 화려함을 많이 쫓았고 호기심이 가장 컸어요. ‘저걸 내가 할 수 있을까?’부터 시작해서 ‘저걸 하는 방법은 뭘까?’라는 궁금증으로 브레이킹을 접했던 기억이 나고, 동작을 익혀가는 과정의 성취감에 매료되어 브레이킹에 흠뻑 빠졌던 것 같습니다.

브레이킹은 정직한 장르입니다. 요행이 없죠. 새로운 기술이나 플로우를 만들 때는 수없이 반복하는 것은 물론이고, 제 연습 영상을 끊임없이 모니터링합니다. 새로움을 찾기 위해 다른 예술 장르에서 영감을 얻기도 하고, 때로는 아무런 생각 없이 몸이 가는 대로 움직이는 즉흥적인 연습 속에서 새로운 길을 찾아내기도 합니다.



Q. '실패의 반복'이 일상인 직업을 가진 사람으로서, 삶의 다른 영역에서 실패를 대하는 태도에도 변화가 생겼는지 궁금하다.

A. 수만 번 넘어지며 기술을 익히다 보니, 삶에서 겪는 실패나 좌절에 대해서도 나름의 맷집이 생긴 것 같습니다. 예전에는 인간관계나 개인적인 일에서 문제가 생기면 크게 낙담하곤 했지만, 이제는 '이 또한 거쳐 가는 하나의 과정이다, 그저 하나의 실패일 뿐이다'라고 덤덤하게 받아들이게 되었습니다. 실패했다면 원인을 분석하고, 보완해서 다시 시도하면 된다는 마인드가 삶 전체에 녹아든 것 같아요.

WING / ⓒfakemagazine

Q. 그런 과정 속에서 ‘윙(Wing)’이라는 이름처럼 날렵하고 정교한 스타일로 세계를 사로잡았다. 처음부터 자신만의 완벽한 스타일을 가진 채 시작하는 사람은 없다. 초창기 누군가를 동경하고 모방하던 단계를 지나, “이게 바로 나만의 무브다”라고 확신을 느끼기 시작했던 터닝 포인트는 언제였나?

A. 대회에 나가서 성과를 얻고, 저를 더 드러내고 싶으니까 나만의 창조적인 춤을 연구해 봐야겠다는 욕심이 생겼던 것 같아요. 춤을 추며 펄펄 나아가 보자, 내가 못 갔던 그 곳을 춤으로 한 번 가보자 라는 의미에서 ‘윙(Wing)’이라는 이름을 짓게 되었고, 닉네임을 결정하고부터 이름처럼 날개 달린 것 같은 느낌의 춤을 구사해보고자 스타일을 만들어 나갔던 것 같습니다.

사실 제 시그니처 춤들은 원래 상상 속에서 하려고 했던 것과 비교하면 다 실패작이거든요. 수많은 시행착오를 겪으며 타협을 한 거 예요. 시도와 실패, 타협 그리고 연습을 통해 예쁘게 만드는 과정 속에서 이렇게 나만의 춤이 만들어지는 거구나라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Q. 27년간 하시면서 엄청 많은 고민들을 해보셨을 텐데 시그니처 무브들이 좀 아쉽거나 하셨던 부분들도 있는지?

A. 지금도 중요한 무대를 앞두고 많은 연습시간을 잡고 있지만, 어렸을 때 진짜 다양한 시도를 했었습니다. 그런 시도들을 대회에서 무대 위에서 한 번 증명해보이고자 많은 시도를 했는데, 잘 먹히지는 않았던 것 같다거나 춤으로 졌다든지 아니면 사람들의 리액션이라든지 그런 것들이 이제 탐탁지 않을 때, 그럼 이게 아닌가 보다 하면서 계속해서 또 다음 거를 개발해 나가고 했었는데 그럴때면 예술의 영역이라는 생각이 또 들었어요.

왜냐하면 나중에 제가 조금씩 대회에서 입상을 하고, 또 나아가서 세계 무대에서도 활약을 하면서 조용히 접어두었던 것들을 저는 춤의 소스라고 하거든요. 그 소스를 또 계속 새로 만들기보다 그때 당시에 그게 생각이 났을 때 끄집어내서 하면 반응이 달라요. 그러니까 그때 당시에 만들어 놨던 춤들도 내가 어떤 상황과 환경에 처했을 때 그들이 다르게 이해를 하는구나 모든 사람이 이렇게 되면서 그래서 그런 춤 하나하나 만들어 놨던 거를 좀 허투루 좀 아쉽게 휴지통에 넣어두거나 좀 그런 것들을 안 해보려고 하고 있고 그래서 과거에 오히려 제가 많이 움직였던 것들을 아직도 좀 끄집어내고 있는 그것도 있는 것 같아요.

Legendary Bboy Wing | Trailer | Jinjo Crew / ⓒYoutube

Q.  춤을 배틀이라는 요소 보다 재밌어서 한 행위들이 이어질 때, 서로 더 멋있고 신박한 무브들을 보여주는 과정에서 서로 뺐고 뺐기기도 하는 과정이 진조 크루 안에서도 많이 있었나요?

A.
그런 거는 진짜 많을 거라고 생각이 들어요. 누군가가 계속 아이디어 제공을 해줘요. (웃음) 근데 그 아이디어 제공이 꼭 나로 인해서 이 춤이 나오는 것뿐만이 아니고 그 사람만이 가지고 있는 이 스타일 체형이라든지 가지고 있는 캐릭터가 다 다르거든요. 예를 들어 제가 ‘이런 아이디어가 나왔는데, 이건 나보다도 너가 하면 정말 더 좋은 춤으로 더 표현될 것 같아.’ 하면서 서로 이렇게 아이디어를 주기도 하거든요. 아니면 혹여 혹은 연습 중에 무언가 하나 소스가 놓여졌었을 때, 너도 나도 쟤도 한번 시도를 하면서 ‘네가 하니까 진짜 느낌이 산다’라고 하면서 그거를 사용하는 경우도 있었던 것 같고, 그래서 팀 안에서는 그래서 계속해서 서로 봐주고 소통이 많이 중요하고요. 혼자서만 하는 것보다도 서로 영감을 주고 받는 것들이 거기서 나오는 것 같다고 생각이 들어요.

WING / ⓒfakemagazine

Q. 동료들과 후배들이 '춤으로만 살아갈 수 있는 환경'을 만들기 위해, 메이저 무대 그랜드슬램 달성을 시작으로 국내 문화 행사 기획, BBIC(부천비보이국제챔피언십) 개최 등 다양한 프로세스를 직접 잡아나가고 있다.

A. 어깨가 무겁지 않다면 거짓말이겠죠. 하지만 누군가는 해야 하는 일이고, 세계 정상에 서 본 우리 팀이 가장 잘할 수 있는 일이라 생각합니다. 이 춤을 지속하는 이들이 배고프지 않게, 오직 춤에만 집중할 수 있는 안정적인 무대와 문화가 만들어지길 희망합니다. 플레이어로 뛸 때와는 또 다른 책임감이 따르지만, 문화의 토양을 단단하게 다지는 이 과정 역시 제 춤 인생의 연장선이기에 자부심을 가지고 임하고 있습니다.

BBIC 2017 / ⓒRedbull

Q. 브레이킹이라는 장르로, 춤이라는 길로 살아가는 것이 결코 쉽지만은 않은 현실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춤을 추는 이유, 여전히 춤을 사랑하는 본질적인 이유는 무엇인가?

A. 몸을 움직여가는 과정이 아무리 힘들어도 그 속에서 느낄수 있는 살아있음의 희열은 그 무엇과도 바꿀 수 없습니다. 춤은 저에게 가장 솔직한 언어입니다. 춤이라는게 저에겐 기쁠 때나 슬플 때나 말로 다 표현하지 못하는 내면을 100% 쏟아낼 수 있는 유일한 통로이기에, 저는 여전히 춤을 사랑하고 앞으로도 계속 출 수 밖에 없는 것 같아요.



Q. 윙도, 진조크루도 언제나 우승이라는 단 하나의 그림만을 그리며 달려온다고 답변한 적이 있다. 그럼에도 스포츠이자 예술의 세계이기에 원하는 결과를 얻지 못하는 과정도 있었을 텐데, 그 패배의 과정들을 딛고 다시 앞으로 나아가는 원동력은 어디서 얻는지 궁금하다.

A. 장르의 특성상 가능했던 것도 있는 것 같아 원동력이 다른 부분에서도 통용될지 모르겠습니다. 다만 저희가 하는 이 춤은 배틀 할 때 음악도 랜덤하게 플레이가 되어 있고 상대방도 누굴 만날지도 모르고, 수 많은 경우의 수가 있어요. 그래서 이제 그것들과 맞물렸을 때에 더 우승 확률은 계속해서 줄어들 수도 있다곤 생각해요. 혹여나 잘 안 되는 순간이 오더라도 저는 진짜 마지막까지 내가 다 보여줄 수 있는 생각으로 그 과정에서 준비를 해왔다면, “계속해서 기회는 되게 자주 올 것이다. 좋은 기회들을 또 얻을 것이다”라고 생각합니다.

물론, 패배했을 때의 쓰라림은 매번 크긴하죠. 하지만 분명한건 저희를 다시 불타오르게 만드는 가장 좋은 자극제이기도 합니다. 원하는 결과를 얻지 못했을 때 팀원들과 밤새 피드백을 주고받고, 그 과정에서 '다음엔 반드시 해낸가'는 각오가 생깁니다. 그리고 늘 든든하게 버팀목이 되어주는 가족과 진조크루 멤버들이 있기에 다시 신발 끈을 동여맬 수 있습니다.

2026 WE SET THE VIBE / ⓒYoutube

Q. 브레이킹을 포괄하는 문화는 항상 변화하고 대중은 늘 새로운 맛을 찾아간다. 반대로 육체는 정직하게 나이를먹고 소모된다. 어느 날 몸이 예전 같지 않다고 느꼈을 때, 혹은 내가 갈고닦은 무브가 지금 시대가 원하는 방향과 다르다고 느꼈을 때, 마인드나 방식의 변화가 있었는가?

A. 저희가 다 살아가고 있는 생물이기 때문에 계속 변화되는 이 세상 속에서, 제가 무언가를 하려고 하면 그것이 뭐가 됐든 간에 어쩔 수 없이 고민을 해야 되는 부분이라고 생각이 들어요. 고민을 안 한다면 그냥 고집을 부리는 거라고 생각이 들어서 저만의 춤을 지키되, 변화하는 이 세상에 맞춰 춤을 추려고 노력을 하고 있는 것 같아요.

사실 20대 때처럼 무작정 몸을 던지는 방식은 이제 통하지 않습니다. 그래서 전 육체적인 소모를 인정하는 대신, '더 정교하고 노련하게' 추는 방식을 택했습니다. 힘을 줄 때와 뺄 때를 조절하는 완급 조절, 그리고 음악을 해석하는 깊이감으로 신체적인 변화를 채워나갑니다. 앞서 이야기했 듯 트렌드가 바뀐다고 해서 제 본질을 버리진 않습니다. 다만 시대를 리드하는 젊은 댄서들의 감각을 열린 마음으로 받아들이고, 제 고유의 스타일에 현대적인 감각을 한 스푼 얹는 방식으로 영리하게 변화를 주기위해 노력중에 있습니다.

Q. 최근 '더 브레이킹 길라' 우승에 이어, 국가대표 선발 종합평가 1위로 2026 아이치·나고야 아시안게임 출전권을 확보했다. 다시 한번 태극마크를 가슴에 단 소회가 남다를 것 같다.

A. 굉장한 영광이죠. 결코 가볍지 않은 자리이기 때문에 ‘더 신중하게 해야겠다. 책임감 있게 해야겠다.’라는 생각이 듭니다. 과거에 브레이킹이 스포츠 쪽에 없었을 때도, 저희들은 그래도 계속 태극기를 달고 한국을 대표해서 국제 대회 승리를 거머쥐면서 꾸준히 활동을 하고 있었거든요. 공식적으로 이런 큰 대회가 열리기까지 긴 세월이 걸렸는데, 하나의 또 일원으로서 그 부분에 참여할 수 있다는 게 좋은 것 같습니다.



Q. 아시안게임을 앞둔 지금, 국가대표의 하루 루틴이 궁금하다. 과거 자유롭게 밤새워 연습하던 스트리트 비보이 시절과 비교했을 때, 식단, 체력 트레이닝, 멘탈 관리 등 가장 좋은 폼을 유지하기 위해 가장 엄격하게 통제하고 있는지.

A. 아침 일찍 일어나 체력 트레이닝과 유산소 운동으로 시작해, 정해진 식단에 맞춰 영양을 섭취하고, 오후와 저녁에는 집중도 높은 기술 연습과 시뮬레이션을 진행합니다. 특히 가장 엄격하게 통제하는 것은 '수면과 휴식의 루틴' 그리고 '부상 관리'입니다. 최고의 기량을 단시간에 폭발시켜야 하므로 멘탈이 흔들리지 않도록 명상과 마인드 컨트롤도 매일 빼놓지 않고 있습니다.

WING / ⓒfakemagazine

Q. 과거 비보잉이 '거리의 반항적 서브컬처'였다면, 이제는 아시안게임과 올림픽 같은 '제도권 스포츠'로 당당히 인정받고 있다. 이 거대한 패러다임의 변화를 몸소 겪으며 느끼는 솔직한 감정이 궁금하다.

A. 진짜 많은 변화가 있었죠.(웃음) 솔직히 얘기하면 춤추는 친구들이 더 많아졌으면 하는 희망이 있습니다. 한국이 과거에 세계 무대에서 굉장히 잘했거든요. 많은 영광을 누렸고 지금도 그 영광을 겨우 끌고 가고 있는 세대들이 있고요. 하지만 이런 부분들이 계속해서 연결되려면 새로운 친구들이 계속해서 유입이 되어야 이어갈 수 있다고 생각해요.

다른 나라 친구들 중에도 한국의 활약을 보고 자라온 친구들이 많고, 다양한 문화적 요소에서 영감과 동기부여를 받아 세계 무대에서 주목받게된 나라들이 많거든요. 그래서 그런 친구들은 오히려 한국의 현 상황에 대해 본인들이 더 안타까워하기도 해요. 제가 어렸을 때는 인식과 환경이 그 좋지 못해도 제가 좋아한다는 이유로 모든 리스크를 안고 춤을 출 수 있었던 환경이었다면, 요즘에는 아닌 것 같거든요. 마냥 좋아한다고 춤을 직업으로 삼기는 어려운거죠. 그런 부분이 더 나아지지 않는다면 당연히 시작할 수 없는거죠. 그래서 그런 진입의 장벽들이 더 보완되고 보다 좋은 환경이 조성되어 새로운 친구들이 많이 춤을 추러 와주었으면 좋겠습니다.



Q. 다가오는 2026 아이치·나고야 아시안게임 무대는 윙의 20년 브레이킹 인생에서 어떤 의미로 남기를 바라는가?

A. 제 27년 브레이킹 커리어의 '아름다운 정점이자, 베테랑으로서의 건재함을 증명하는 무대'가 되기를 바랍니다. 나이는 숫자에 불과하며, 오랜 시간 다져온 내공과 노련함이 트렌디함과 만났을 때 얼마나 강력한지 보여주고 싶습니다. 후회 없는 무대를 펼쳐 한국 브레이킹 역사에 또 하나의 굵직한 발자취를 남기고 싶습니다.

Q. 배틀에서 이기기 위해선 타인의 시선(심사위원과 관객)을 사로잡아야 하지만, 역설적으로 타인의 평가에 너무 연연하면 나만의 춤을 출 수 없을 것 같다. '남의 시선'과 '나의 만족' 사이에서 균형을 잡는 법은 무엇일지 궁금하다.

A. 아주 어려운 숙제입니다. 말씀하신 것처럼 점수를 얻기 위해 심사위원이 좋아하는 기술만 나열하면 그것은 더 이상 '내 춤'이 아니게 되니까요. 제가 찾은 균형점은 '기준은 완벽히 충족하되, 표현 방식은 철저히 나답게' 하는 것입니다. 대회나 배틀의 룰을 완벽하게 이해하고 몸에 익혀두되, 막상 무대에 올라 비트가 나오면 점수 계산은 머리에서 지워버립니다. 오직 음악과 내 몸에만 집중해 '내가 만족하는 완벽한 무브'를 보여주면, 심사위원과 관객의 마음도 자연스럽게 따라온다고 믿습니다.



Q. 트로피나 메달이라는 결과 외에, 인간 김헌우로서 세상에 증명해 보이고 싶은 최종적인 그림이 있다면 무엇인지 듣고 싶다.

A. 메달의 색깔보다도, 한 분야에서 오랫동안 열정을 불태운 제 삶의 궤적이, 꿈을 향해 달리는 많은 사람에게 "저 사람을 보니 나도 할 수 있겠다"라는 용기와 영감을 줄 수 있다면 인간 김헌우로서 가장 뿌듯한 인생일 것 같습니다.

ⓒJINJO CREW

Q. 각자 인생이라는 무대에서 저마다의 치열하게 배틀을 치르고 있다. 매일 바닥에 부딪히고 다시 일어나는 비보이로서 건네고 싶은 이야기가 있다면?

A. 저는 배틀을 저희만 하고 있는 줄 알았거든요. 근데 이제 그냥 삶 자체가 배틀이었구나라는 거를 인생을 살아가면서 다시 한 번 느끼게 되는 것 같고, 하지만 저는 열심히 하자 주의이긴 한 것 같아요. 각자가 가지고 있는 각자의 분야에서 최선을 다하고, 최선을 다했기 때문에 내가 그 부분에서 한번 더 쉬어줄 수 있고, 그 ‘쉼’ 부분을 항상 찾아주면서 그 밸런스를 맞춰주면서 좋아하는 분들이 옆에 있다면 함께 위로하고, 서로 응원해 주면서 갈 수 있는 그런 부분들이 계속해서 나아감에 있어서 가장 큰 위로가 되는 게 아닐까요.

지금 매일같이 바닥에 부딪히고 힘들고 아프시다면, 그건 더 높은 도약이나 멋진 마무리를 위해 바닥을 단단히 짚은 순간이라고 생각하셨으면 좋겠습니다. 너무 조급해하지 말고, 다시 일어나 나만의 페이스대로 무브를 이어가시길 응원합니다.



Q. 시선을 조금 돌려보겠다. 비보잉, 브레이킹, 그리고 온몸을 던져가며 춤을 추는 다양한 장르의 이들에게도 한마디 부탁한다.

A. 장르는 다르지만 몸을 악기 삼아 모든 것을 쏟아붓는 댄서 동료들의 땀방울을 깊이 존중합니다. 다치지 말고 오랫동안 행복하게 춤췄으면 좋겠습니다. 대중의 평가나 환경의 제약에 흔들리지 말고, 우리가 처음 음악을 듣고 가슴이 뛰었던 그 순수한 열정을 끝까지 지켜나갑시다. 꼭 무대 위 빛나는 순간이 아니더라도 우리들은 몸으로 표현하는 예술가입니다.

WING / ⓒfakemagazine

Q. 'fake'의 의미를, 목적을 달성한 모습을 더욱 매력적으로 표현해 주는 행동이나 태도로 재해석해 보았다. 윙에게 'fake'란 무엇인가?

A. 저에게 'fake'는 ‘치열함을 숨긴 여유'입니다. 브레이킹 무대에서 상대를 속이는 페이크 동작은 철저히 계산되고 연습된 상태에서 쿨하고 여유롭게 구사할 때가 가장 멋지게 표현되니까요. 진짜 프로는 피나는 노력과 훈련으로 목적을 달성하되, 무대 위에서는 마치 아무것도 아니라는 듯, 아주 쉽고 매력적으로 춤을 춰 보입니다. 겉으로는 힘을 빼고 웃고 있지만 속은 단단하게 꽉 차 있는 상태, 그것이 제가 생각하는 가장 멋진 'fake'의 태도인 것 같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