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EE MINHWI(이민휘)
음악감독
소리가 없는 영화, 음악이 없는 영화는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심심할 것이다. 배우의 호흡, 연출과 구도에 맞는 음악과 영화 속에 들어가는 소리에 관한 것들은 모두 다 음악 감독을 거쳐서 탄생한다.
음악 감독 ‘이민휘’는 무키무키만만수로 데뷔한 2011년부터 지금까지 자신을 닮은 음악을 꾸준하게 만들어내고 있다. 음악이라는 형태의 언어로 영화 속에 잔잔한 파문을 일으키고 있는 사람, 이민휘와 이야기를 나눠보았다.
Q. 간단하게 자기소개를 부탁한다.
A. 음악 만드는 이민휘입니다.

Q. 2011년 듀오 무키무키만만수의 '만수'로 데뷔했다. 그 시절의 자유분방한 음악과 지금의 음악감독으로서의 작업은 꽤 다른 결로 느껴지는데, 그때의 경험이 지금 어떤 형태로 남아 있는지.
A. 제가 느끼기에는 좀 비슷한 결을 가져가고 있다고 생각해요. 작업을 할 때 뻔하지 않게 하려고 노력하는 편이고, 그런 훈련을 무키무키만만수 시절에 많이 했던 것 같습니다.
Q. ‘무키무키만만수’라는 아이코닉한 밴드로 시작해서 싱어송라이터, 영화 음악감독에 이르기까지 다채로운 커리어를 쌓아왔다. 스스로 바라보는 그동안의 커리어는 어떻게 바라보는가.
A. 18년 동안 일주일 이상 쉰 적이 없고, 할 수 있는 만큼 열심히 살고 있는 것 같습니다.
Q. ‘뻔하다’ 라는 것에 대한 기준이 있는지?
A. 누가 만들었는지 궁금하지 않은? 그냥 물 흘러가듯이 흘러가는 음악을 안 하려고 노력해요. 음악을 만드는 사람이라면 다들 그런 고민들을 할 것 같기는 합니다.

Q. 20살때 영화 음악을 업으로 접하고 뉴욕과 파리를 거쳐 학업으로 영화 음악을 만들기 시작했다. 당시 영화 음악이 주목받고 그랬던 시기는 아니었다고 생각하는데, 어떻게 영화 음악 감독이라는 직업을 꿈꾸게 되었는지, 돌아보면 어떤 느낌인지 궁금하다.
A. 스무살 때 달파란 선생님을 우연히 만났고, 그 당시 영화과 친구들의 음악을 만들어 주며 쌓인 포트폴리오가 있었어요. 마침 달파란 선생님께서 <고지전>이라는 작업에 들어가기 전에 사람을 구하고 있었는데 그렇게 팀에 들어가게 되었습니다. 하다보니 재미도 있고 잘 맞는 것 같아 여기까지 왔네요.
Q. 영화 음악이란 어쩌면 기존에 갖고 있던 음악적 방향성이 아닌, 영화의 시나리오마다 주어지는 배경과 이야기들에 따라 새로운 길을 걷게 되는데, 아티스트이자 음악 감독이라서 겪는 어려움은 없는가.
A. 작업마다 인물도, 이야기도 달라지기 때문에 그게 어려움으로 느껴질 수도 있고, 혼자 하는 작업이 아니라 연출과 합을 맞춰가야 하기 때문에 어려울 수도 있지만, 모든 어려움이 그렇듯이 어려움에는 재미가 따르는 것 같습니다. 쉽게만 살아가면 재미없어 빙고니까요.
Q. 영화 음악은 감독과의 긴밀한 협업이 필수적이다. 영화감독이 요구하는 방향성과 이민휘 음악감독 본인의 예술적 주관 사이에 생길 때는 어떻게 조율해 나가는가.
A. 저는 일단 영화 작업이라는 게 팀 작업이라고 생각을 하기 때문에 모두가 해피한 방향으로 하려고 노력 합니다. 만약에 그 부분이 다르더라도, 방향을 찾아가려고 하는 것 같아요. 납득이 안 되거나 이해가 안 되는 부분은 물어보고요.
예전에는 뭔가 되게 설득하려고 노력했거든요. 완전 다를 때 만약에 뭐 감독님이 “이 부분에는 트로트가 들어가면 좋지 않을까요?“ 하면 예전에는 아니다 싶으면 “여기 들어가면 이상할 거예요.”라고 했다면, 지금은 그냥 설득할 시간에 하나 더 만들어서 들려주는 편입니다.



Q. 음악 작업 통해서 진행하신 작품들이 되게 많은 호평을 받고 있다, <파반느>를 통해 백상 예술대상 수상했는데, 이후 달라진 것들이 있는지, 음악감독 이민휘에게 이 상은 어떤 의미인지가 궁금하다.
A. 음악 감독으로 일한 지 한 18년 된 건데, 그래도 뭐 열심히 하니까 이런 좋은 일도 생기는구나 싶고, 완전 바보는 아니었구나 하는 생각이 들어요.
뭐 변화는 딱히 없는 것 같은데, 원래 자신감이 있을 때도 있고 없을 때도 있고 그러잖아요. 그래도 상 받았으니까. 그래도 좀 할 줄 아는 거 아닐까? 이런 용기를 얻는 것 같습니다.
Q. 수상 당시 소감으로 영화음악이 영화의 친구같은 존재라고 생각한다 답했다. 음악감독 이민휘, 혹은 이민휘라는 사람에게 영화음악 같은 존재가 있는지?
A. 수상 당시에도 언급했지만 몇 안 되는 최측근들이 저한테 있어선 그런 존재인 것 같습니다.


Q. 직업을 떠나 ‘이민휘’라는 한 명의 씨네필로서 어떤 영화를 소비하는지가 궁금하다.
A. 저는 사실 굉장히 업데이트가 안 되는(안 된) 사람이거든요. 사실 요새 뭐가 유행하는지 정말 모르고, 릴스 쇼츠 이런 것도 안 보다보니.. 영화도 사실 진짜 옛날에 봤던 걸 다시 보곤 해요.
물론 요새 나온 영화 중 끌리는 것도 찾아보지만 제가 소비하는 것들의 대부분은 옛 것인 것 같아요. 그래도 요즘에는 음악도 영화도 새로 나온 것들을 접하려고 노력하는 편입니다.
Q. 제일 좋아하는 영화는 무엇인지, 따로 이유가 있다면?
A. 제일 좋아하는 영화는 비밀이고요, 최근에 극장에서 본 영화 중에 가장 좋았던 영화는 베리만의 <외침과 속삭임(1972)>입니다. 볼 때마다 항상 다르게 읽히는 작업들을 좋아하는 편이에요.
Q. 다시 음악 감독이라는 직업 관련된 질문으로 돌아와서, 가장 작업을 해보고 싶은 영화는 무엇인지 궁금하다.
A. 컬트 영화 음악을 해보고 싶어요. 그래서 항상 기다리고 있습니다. 진짜 컬트 영화가 들어오기를.
Q. 영화 음악 작업이 어떤 프로세스로 진행되는지 궁금하다. 누군가 “감독님과 작업하고 싶다”라고 해서 제안을 주는 것인지, 아니면 배우들처럼 오디션 잡고 뽑는 것인지?
A. 보통 제가 한 작업을 보신 감독님들이 저에게 연락을 주십니다. 시나리오나 가편을 보내주시고 이야기를 시작하고요, 일하기로 확정되면 계약서를 쓰고 음악을 만들고, 수정사항이 있으면 반영해서 최종 버전으로 파이널 믹싱을 합니다.
Q. 그렇다면 <파반느> 같은 경우엔 어떻게 선택하게 된 것인지?
A. 이종필 감독님과 <박하경 여행기>를 같이 했었는데, 그때 당시 합이 너무 좋았어요. 후에 “이런 거 있는데 할래요?” 라고 하시길래 한다고 했죠. 그게 <파반느> 였어요.
Q. 작품을 선택할 때 시나리오를 먼저 받아보고 결정하는가.
A. 입봉작이거나 첫 장편이라면 그 전에 만든 단편이라도 찾아보려고 해요. 시나리오나 메일 온 것 보면 이 사람이 일에 얼마나 진심인지, 작업이 어떻게 나올지 느낌이 오거든요.
페이크매거진도 인터뷰 준비를 진짜 열심히 하시는 것 같아서 오케이를 했답니다.(웃음)
Q. 과거 활동 초기와 비교했을 때, '음악을 직업으로 삼는다는 것'에 대한 생각이나 태도에 어떤 변화가 생겼는지 궁금하다.
A. 예전에는 좀 조급했던 것 같아요. 일년에 쉬는 날이 일주일도 안 될 만큼 일을 진짜 많이 했고 지금도 많이 하고 있지만, 그래도 이제는 일이 전부는 아니다. 건강도 중요하고, 사람도 중요하고, 나를 챙겨야 되고 그런 생각을 더 많이 해요.
물론 지금도 삶과 일의 밸런스가 매우 매우 깨져있어요. 하지만 생각은 하고 있는..


Q. 약 18년간 진행한 작업 중 가장 애착이 가거나, ‘이민휘’라는 사람을 잘 설명해주는 작업이 있다면?
A. 제 작업은 다 그런 것 같아요. 제 앨범 두 개는 즙을 짜내듯이 작업해서 어쩌면 당연한 것 같고, 클라이언트 잡 중에선 아까 말씀드린 <박하경 여행기>가 애정이 가요. 장르적으로도 굉장히 다양한 음악으로 접근을 했고, 인물과 이야기에 공감과 이입을 많이 하면서 여행하듯 작업했었어요.
Q. 음악 감독이 촬영 현장에 직접 나가는 경우도 있는가?
A. 가야 하는 경우가 종종 있습니다. <파반느>도 그런데, 작중 변요한 배우님이 우쿨렐레, 기타, 드럼을 쳐야하는 장면이 있었는데 그런 디렉션을 주는 것이 음악 감독의 업무 중 하나예요.
Q. 이민휘는 영원히 음악을 만드는 사람일까. 창작을 지속하게 만드는 가장 큰 동력은 어디서 나오는지 궁금하다.
A. 죽을 때까지 그렇지 않을까요? 할 줄 아는 게 이거밖에 없어서요. 음악이 저한테는 어떤 언어 같은 것으로 느껴집니다.


Q. 음악이라는 필드에 처음 발을 내딛던 과거의 자신에게, 혹은 지금 무언가를 치열하게 시작하는 청춘들에게 직업 선배로서 한마디 해준다면 어떤 말을 건네고 싶은가.
A. 아까 말씀드렸던 거랑 연결이 되는 부분인데, 음악 뿐만 아니라 예술 전반적으로 좋은 작업을 하는 것이 삶과 떨어져 있다고 생각하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음악을 잘 한다는 것은 기술적인 영역에 국한되는 것이 아니라, 사람의 마음을 움직여야 되는 작업이기 때문에 작업과 자신을 분리하려고 하면 스스로 무너지는 날이 있다고 생각해요.
자신과 자신의 작업에 너무 가혹하지 않되, 삶과 작업을 분리하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Q. ‘fake’의 의미를, 목적을 달성한 모습을 더욱 매력적으로 표현해 주는 행동이나 태도로 재해석해 보았다. 음악감독 이민휘에게 'fake'란 무엇인가?
A. 페이크 매거진에서 이런 이야기를 하는 게 좋은 지는 잘 모르겠으나, 작업을 할 때 ‘Fake’를 쓰려는 유혹에 빠지기가 너무 쉽다고 생각해요. 이미지가 될 수도 있고, 노래 가사가 될 수도 있고, 연주가 될 수도 있고 어쨌든 하려는 것보다 그럴싸하게 포장하는 기술 같은 거에서 최대한 멀어지려는 게 제가 추구하는 방향인 것 같아요.
완전히 거짓말을 하지 않는 것은 애시당초 불가능하지만, 거짓말을 할 때 적어도 이것이 거짓말임을 인지하기 위해 노력하려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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