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USH FOX(박원정 디렉터)

러쉬

“우리의 모든 행동은 환경을 위한다.” 이 쉽고도 어려운 하나의 신념을 가지고 움직이는 브랜드가 있다. 영국으로부터 시작된 코스메틱 브랜드 ‘LUSH’는 30여년이 넘는 시간동안 올곧은 신념과 강인한 고집으로 단 하나의 메세지만을 전해왔다. 그리고 여기 러쉬의 박원정 에틱스 디렉터는 그 신념과 고집의 가이드이자 이정표로서 러쉬와 함께하고 있다. 러쉬는 러쉬스럽다. 그리고 '박원정 디렉터' 역시 러쉬스럽다. 오랜 시간 함께하며 브랜드의 신념과 메세지를 전해온 이의 이야기가 궁금했다.




Q. 간단한 자기 소개 부탁한다.

A. 안녕하세요. 러쉬코리아에서 에틱스 디렉터를 맡고있는 '폭스(Fox)' 박원정입니다.

저는 브랜드가 옳다고 믿는 가치를 비즈니스 속의 업무와 고객의 선택에 연결하는 일을 하고 있어요. 제품을 판매하는 것보다, 그 제품이 왜 만들어졌는지 이야기하고, 캠페인을 기획하는 것보다 사람들이 스스로 행동하고 싶어지는 계기를 만드는 일에 더 관심이 많습니다.

요즘은 'Lush LEAF Guide(가제)'라는 프로젝트를 준비하고 있는데, 세상을 조금 더 다정하게 만들고 있는 가게와 사람들을 발견하고, 그들의 이야기를 더 많은 사람들에게 소개하는 플랫폼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러쉬가 스포트라이트의 중심에 서기보다, 세상을 더 러쉬스럽게 만드는 사람들을 비춰주는 조명이 되기를 바라는 마음에서요.

LUSH FOX / ⓒfake magazine

Q. 정말 많은 사람들이 알고 있지만 혹여 모르는 이들을 위해 ‘러쉬’라는 브랜드에 대해서도 간단하게 소개해줄 수 있을까

A. 많은 분들이 러쉬를 향기로운 화장품 브랜드로 기억하시지만, 저에게 러쉬는 조금 다른 의미로 다가와요. 러쉬는 제품을 만드는 회사이기도 하지만, 자신들이 옳다고 믿는 가치를 꾸준히 행동으로 실천해 온 브랜드예요. 동물실험 반대, 윤리적 구매, 네이키드 패키징, 신선한 핸드메이드 제품처럼 지금은 익숙한 이야기들도 러쉬가 시작했을 당시에는 꽤 낯설고 때로는 고집스럽게 보이는 선택이었죠.

하지만 그 고집 덕분에 러쉬는 수많은 화장품 브랜드 사이에서도 자신만의 색을 잃지 않을 수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저는 러쉬를 단순한 화장품 회사보다 '행동하는 브랜드'라고 소개하고 싶어요.

LUSH / ⓒfake magazine

Q. 대중들에겐 ‘에틱스 디렉터’라는 직책이 다소 생소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해당 직책이 맡고있는 핵심적인 역할과 중요성은 무엇인가?

A. 에틱스 디렉터라는 직책은 러쉬라는 브랜드의 윤리 가치가 단순히 정신 모델로만 머물러 있는 게 아니라 조직원들의 업무의 가치를 높이고, 고객들의 선택을 바꿀 수 있도록 하는 것을 목표로 다양한 활동들을 서포트하고 있습니다. 제품을 만들 때, 캠페인을 기획할 때, 매장에서 고객을 만날 때, 새로운 프로젝트를 시작할 때마다 “이 결정은 러쉬다운가?" 라는 질문을 계속 던지는 역할이라고 생각합니다.

사람들은 종종 에틱스를 북극성에 비유해요. 배는 날마다 다른 바다를 지나가지만 북극성은 변하지 않으니까. 에틱스도 마찬가지라고 생각해요. 상황은 바뀌어도 방향은 잃지 않도록 도와주는 기준이죠. 그래서 에틱스는 특정 부서의 일이 아니라 브랜드가 일하는 방식이라고 생각합니다.



Q. ‘러쉬’라는 브랜드에 합류하기까지 많은 경험과 과정들을 거쳐왔을 것으로 보인다. 그 과정에 대해 자세하게 설명해줄 수 있는지?

A. 저는 IT 기업에서 전략기획과 커뮤니케이션 업무를 하며 커리어를 시작했어요. 데이터를 분석하고 전략을 세우며, 사람들이 더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메시지를 만드는 일이 중심이었는데, 돌이켜보면 지금 하는 일도 크게 다르지 않아요. 다만 전략의 대상이 숫자에서 사람으로 바뀌었고, 커뮤니케이션의 목적이 설득에서 행동으로 확장되었다는 점이 다른 것 같아요.

그동안 쌓아온 경험들이 하나씩 겹쳐지면서 지금은 브랜드가 믿는 가치를 캠페인으로 연결하고, 동료와 고객이 함께 실천할 수 있도록 돕는 일을 하고 있어요. 그래서 저는 지금의 일을 커리어의 전환이라기보다 자연스러운 연결이라고 생각합니다.

LUSH FOX / ⓒfake magazine

Q. 에틱스 디렉터라는 직무는 다양한 형태로 브랜드의 가치를 전달하는 역할인 것 같다. 그래서 그런지 다채로운 협업과 독창적 방식의 콘텐츠가 만들어지는 것 같은데 평소 어디서 영감을 얻곤 하는지?

A. 사실은 모든 정답은 현장에 있어요. 예를 들면 저희 에틱스에서 가장 코어라고 할 수 있는 형태가 ‘에티컬 바잉’이거든요. 말 그대로 저희의 제품을 위해 윤리적인 방법과 방향으로 구매해오는거죠. 동물을 보호하고, 환경을 보전하고, 지역사회의 인권을 자립시킬 수 있는 곳. 그런 장소를 찾아서 저희가 책임 있게 직거래를 진행합니다. 이와 같이 에티컬 바잉을 위해 트립을 떠나고하는 건 사실 식품업계가 아니고서야 낯설 수 있지만, 반대로 얘기하면 굉장히 신선한 방식이니까요.

그래서 저는 이렇게 바잉을 위한 현장에서 많은 영감을 얻게되는 것 같아요. 숲을 지키는 사람들, 여성 협동조합 그리고 그 생태계를 복구하기 위해서 애쓰는 농부님들의 땀과 고집, 그리고 이런 가치의 행동들이 어떻게 이 자연의 순리가 이어지도록 하는지에 주목합니다. 우리 주변에도 자신의 신념을 묵묵히 실천하는 사람들이 정말 많아요. 지역 농산물을 고집하는 작은 식당, 일회용품 없는 행사를 만드는 기획자, 오래된 나무를 지키기 위해 행동하는 시민들처럼 말이에요. 저는 그런 분들을 볼 때마다 '이 이야기를 더 많은 사람이 알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합니다.

앞에서 언급한 Lush LEAF Guide도 바로 그런 고민에서 시작됐어요. 세상을 조금 더 좋은 방향으로 바꾸고 있는 사람들을 발견하고, 그들의 이야기가 또 다른 누군가의 행동으로 이어질 수 있도록 연결하는 플랫폼이 필요하겠다는 고민. 결국 에틱스는 새로운 이야기를 만드는 일이 아니라, 세상이 아직 충분히 듣지 못한 이야기를 들려주는 일이라고 생각해요.



Q. 박원정 에틱스 디렉터가 아닌 사람 박원정으로서 환경윤리에 대해 관심을 갖게 된 결정적인 계기나 사건이 있는지 궁금하다.

A. 하나의 에피소드가 있는데 어릴 적 우연히 가축이 도축되는 장면을 본 이후로 오랫동안 고기를 먹지 못해서 일종의 채식을 했거든요. 물론 지금도 하고 있고요. 당시에는 채식이라는 개념조차 낯설었기 때문에 스스로도 이유를 설명하기 어려웠어요. 그리고 러쉬를 만나면서 그것은 단순한 식습관이 아니라 생명을 바라보는 태도라는 걸 알게 되었습니다. 생명을 존중하는 일은 동물만의 이야기가 아니라 자연과 사람, 지역사회까지 이어지는 하나의 연결이라는 사실이죠.

그래서 저는 환경을 보호한다기보다 생명의 연결을 회복하는 일에 더 관심이 많아요. 러쉬 윤리적 언어로 'Regeneration'이라고 말할 수 있을 것 같은데, 무언가를 덜 해치는 것이 아니라 더 좋은 상태로 회복시키는 것. 저는 그것이 러쉬 에틱스가 해야 할 가장 중요한 역할이라고 생각합니다.



Q. 상업성을 띠는 브랜드들이 환경 윤리를 지켜나가는 것이 우리의 삶에 어떤 영향을 미치게 되는지에 대한 개인적인 견해가 궁금하다.

A. 예전에는 기업이 좋은 제품만 만들면 된다고 생각했어요. 하지만 지금의 소비자는 제품만 사는 것에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브랜드가 믿는 가치에도 함께 참여하니까, 저는 이러한 변화가 굉장히 긍정적인 변화라고 생각합니다.

좋은 브랜드는 소비자에게 죄책감을 주지 않고, 일상의 소비를 더 의미 있는 선택으로 만들어줘요. 오늘 사용하는 고체 샴푸 하나, 자주 가는 동네 가게 하나가 결국 지역사회와 환경, 그리고 사람들에게 어떤 영향을 일으키는지 자연스럽게 생각하게 만드는 것이죠. 그래서 저는 윤리적 소비가 특별한 희생이 아니라, 더 좋은 선택이 되었으면 합니다.

Q. ‘러쉬’라는 브랜드에서 이어오고있는 윤리 마케팅들이 지닌 특징과 그 기준들이 궁금하다. 또 기억에 남는 캠페인 사례가 있다면?

A. 러쉬는 광고보다 캠페인을 선택해 온 브랜드입니다. 이 또한 마케팅으로 볼 수도 있지만, 캠페인은 브랜드가 말하는 방식이 아니라, 브랜드가 행동하는 방식이라고 생각해요. 예로 저희가 12년째 하고 있는 ‘고 네이키드’라는 캠페인을 들 수 있을 것 같은데, 저희는 러쉬 제품의 66% 이상은 벗고 있다고 표현하거든요. 플라스틱 포장재를 아예 사용을 하지 않거나 또 이렇게 재활용된 플라스틱들의 순환을 돕기 위해서 저희가 벗길 수 있는 포장재는 최대한 벗기는 즉, 네이키드 형태로 판매하는 도전을 해왔어요.

처음에는 제품들이 왜 벗고 있는지, 러쉬의 포장 없는 제품을 알리기 위한 활동이었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사람들은 플라스틱 문제를 이야기하고, 제로웨이스트를 실천하고, 과대 포장에 반대하는 목소리를 내기 시작했어요. 러쉬는 브랜드가 주인공이 되는 캠페인보다, 환경보전, 동물보호, 인권 분야에서 근본적인 문제를 해결하는 비영리 소규모 단체가 주인공이 되는 캠페인을 지향합니다.

2년만에 돌아온 오프라인 행진, 2022 고 네이키드, 노 플라스틱! | 러쉬 캠페인 / ⓒYoutube

Q. 러쉬의 행보는 단순한 향의 경험을 넘어선 듯 하다. 러쉬가 추구하는 향의 가치와 의미는 무엇인가.

A. 인간의 오감 중에 가장 강렬하고 오래 기억되는 게 이 후각이더라고요. 어떤 향은 특정 장소를 떠올리게 하고, 어떤 향은 오래전 사람을 생각나게 합니다. 향은 보이지 않지만 가장 오래 남는 기억이니까요.

러쉬의 향이 그 사람의 개성과 하나의 장면을 구성하는 요소가 되어주길 바라는 것 같아요. 제가 이걸 강하게 느낀 시점이 코로나 때인데요. 아무래도 당시엔 청결에 신경을 써야하던 시기기 때문에 물건을 안 사도 되니까 약간 그냥 공공기관처럼 “들어와서 손 씻고 가세요”라는 형태의 캠페인 아닌 캠페인을 했었거든요. 그래서 매장에 찾아주시는 손님들이 정말 많아졌었어요. 손님들 입장에서도 매장에 들어왔으니 한번 둘러보시게 되고 또 이게 구매로 이어지는 경우도 많았구요.

그리고 그땐 다들 마스크를 하고 있었으니 각자의 개성이나 아이덴티티를 표현할 좋은 플랫폼인 얼굴이 없어진 상태잖아요. 그때 저희의 향수가 취향을 표현할 수 있는 하나의 방식이 되어줬던 것 같아요. 향수, 바디스프레이, 비누 등과 같은 제품들 덕분에 어려운 시기를 잘 이겨낸거죠.

러쉬의 향은 단순한 제품을 넘어 자신을 표현하는 하나의 언어가 되었어요. 그곳에서 느껴지는 분위기와 철학, 사람의 온도까지 함께 기억하게 만드는 일, 결국 오래 남는 브랜드는 제품보다 경험으로 기억되니까요.



Q. 러쉬라는 브랜드를 함께 만들어가는 팀원들 혹은 스토어의 직원들의 에너지가 화제가 되곤한다. 러쉬가 원하는 인재들은 어떤 모습일까.

A. 맞아요. 오프라인 매장은 정말 저희의 상징적인 공간이자 가장 강력한 마케팅이에요. 플래그십으로 전환하고 디지털로 옮겨갈 때 저희는 오프라인 매장의 규모와 범위를 넓혀가며 일종의 배팅을 할 정도로 중요한 요소로 여기고 있어요. 그곳을 이끌어가는 오프라인 팀원 분들이 사실상 저희 러쉬의 코어 인력인거죠. 거의 브랜드의 앰버서더 혹은 메가폰 역할을 을 하고 있다고 생각해요.

저는 이런 사람들을 볼 때마다 '러셔(Lusher)'라는 이름이 참 잘 어울린다고 생각합니다. 러셔는 러쉬에서 일하는 사람이 아니라, 세상을 조금 더 러쉬스럽게 만들고 싶은 사람이지 않을까요? 'Work Hard, Play Hard, Be Kind, Get Together'가 인재상이기도 하니까요.

그래서 완벽한 사람보다 자신의 신념을 행동으로 옮기는 사람과 함께하고 싶어요.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고 새로운 길을 만드는 사람, 다름을 존중하는 사람, 그리고 주변 사람들에게 작은 친절을 먼저 건네는 사람. 저는 그런 사람들이 결국 세상을 바꾼다고 믿거든요.

[4개월 차 PD] 러쉬코리아를 겪으면서 가슴에 국밥 쏟았습니다. / ⓒYoutube

Q. 박원정 디렉터가 자신의 직업을 대하는 자세가 궁금하다. 일과 삶 사이에서 ‘직업’이라는 요소는 어떤 영향을 미치는 것 같은지?

A. 제가 얼마 전에 대표님하고 이야기를 나누다가 딱 이 얘기를 했거든요. 일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는지에 대한 미니 토론이 있었어요. 대표님으로부터 이어령 선생님의 이야기를 들었는데 생계를 위해 하는 일은 Labour, 직업적 성장을 위한 일은 Work, 그리고 공동체에 기여하는 일은 Act라고요. 그 이야기가 오래 마음에 남았습니다.

어떤 커리어 패스를 위해서 또 소위 몸값을 올려서 이직을 하고, 승진을 하는 이런 일들이 분명 중요하지만 나의 커리어를 펼쳐봤을 때 나는 뭐 하는 사람이야라고 명확하게 보여지는 사회적인 포장 혹은 직업적 아이덴티티가 명확해야하는 건 다른 문제인 것 같거든요. 그러니까 ‘Work’와 ‘Act’가 함께 이뤄져야하는거죠.

제 나이쯤이 되어도 커리어에 대해 굉장히 많은 고민들이 있어요. 하지만 제가 말씀드리고 싶은 건 웬만하면 내가 하는 일이 나에게 기쁨이거나 비전이 되는 일들을 하고 있는지에 대한 자문도 함께 해야한다는거죠. 꼭 그 일을 찾아서 떠나라는 말은 아니에요. 지금 하고 있는 환경에서도 바꿀 수 있는 부분은 하나라도 있을 것 같아요. 일만이 내 삶을 바꾸는 수단이라고 생각하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우리 삶에서 일은 정말 큰 부분을 차지하고 있으니까 오로지 커리어라는 방향으로만 바라보기엔 너무 아깝잖아요.

Q. 환경에 대한 자세는 이제 대부분의 브랜드에서 중요하게 다루는 주제가 되었다고 생각한다. 지금의 이런 모습들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고 있는지 궁금하다.

A. 굉장히 반가운 일이라고 정말 생각해요. 예전에는 환경과 인권을 이야기하는 기업이 많지 않았어요. 지금은 그것이 기업의 중요한 책임으로 자리 잡아 가고 있으니까요. 다만 앞으로는 '무엇을 약속했는가'보다 '무엇을 실제로 바꾸었는가'가 더 중요해질 것 같습니다.

사실 러쉬는 아시는 분들은 아시겠지만 환경에 대한 굳은 철학을 바탕으로 할인도 없고, 매체 광고도 안하고, 스타 마케팅도 안하는 브랜드거든요. 심지어 최근엔 소셜미디어도 안하기로 했어요. 이건 내부적으로도 엄청난 사건이었죠. 어쨌든 저희가 오로지 캠페인으로만 마케팅을 해오는 동안, 다른 브랜드들도 서서히 저희와 같은 환경 캠페인을 진행하기 시작했더라고요. 사실 영리기업의 특성상 또 다른 이유가 있을지 모르지만 환경에 대한 인식의 생태계가 커지는 건 중요한 거니까요.

저는 드디어 이제야 소비자의 권리라는 게 생겼다고 생각해요. 이제 소비자들은 함부로 돈을 쓰지 않으려고해요. 조금 비싸도 공정무역 초콜릿을 먹을 것이고, 윤리적으로 문제가 있는 기업의 제품은 나는 사지 않을 거라고 말하기도 하죠. 잘하는 곳엔 돈줄을 내러 가기도 하고요. 굉장히 현명하고 이상적인 소비 권력이죠. 그렇기 때문에 다른 브랜드들이 이런 형태로 바뀌어가는게 당연하고 맞는 것 같아요.

다만 이게 약속에서만 그치는 건 아닌 것 같아요. 보고서를 위한 약속말이죠. 비재무적인 가치들을 올려 기업의 투자를 받는다거나 채용을 한다거나의 이점으로 당연하게 진행하는 일이지만 단순히 그것만을 위한 약속으로 그치지 않으면 좋겠어요. 그럼 진정성이 없잖아요. 그리고 인내했으면 좋겠어요. 영화 <인터스텔라>에 있던 우주선 이름이 인내를 뜻하는 영단어 ‘인듀어런스’ 잖아요. ‘인내’ 이건 인간만이 할 수 있는 건데 저희가 뭘 그렇게 잘하나 봤더니 인내하는 건 참 잘하는 것 같아요. 고집으로 보일 수도 있지만 저희의 철학과 신념이 ‘에틱스’라는 정책으로 밑단에 깔려 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죠.

당연히 거기에는 어떤 전략으로 실행하고, 비즈니스에 어떻게 도움이 되고, 실제 세상은 어떻게 변화할 거다라는 아주 꼼꼼한 설계와 디자인이 들어가야 되는게 맞죠. 막중한 책임을 져야 되는 거지만 단호하게 결정을 하고 약속에만 준하는 게 아니라 반드시 변화까지 갈 수 있는 인내를 가지면 이런 환경 윤리가 하나의 어떤 수단이 아닌 진짜 세상을 바꾸는 영향력 있는 좋은 비즈니스가 되는 게 아닐까 싶어요.

그래서 러쉬 에틱스의 핵심 키워드는 'Sustainability'보다 'Regeneration'입니다. 해를 덜 끼치는 것을 넘어, 이미 훼손된 자연과 지역사회, 그리고 사람과 사람의 관계까지 회복시키는 것. 그것이 앞으로 브랜드가 만들어 가야 할 가치라고 믿습니다.

Q. 에틱스 디렉터로서 향후 다양한 분야의 브랜드에서 에틱스 분야가 나아가야 할 방향에 대해 생각하고 있는 부분이 있다면?

A. 최근 시간을 들여 준비하고 있는 프로젝트가 바로 'Lush LEAF Guide'입니다. 저는 윤리가 특별한 사람들만 이야기하는 어려운 주제가 되지 않았으면 해요. 오히려 누구나 일상에서 쉽게 발견하고, 공감하고, 따라 할 수 있는 문화가 되었으면 좋겠어요.

우리 주변에는 이미 자신의 신념을 묵묵히 실천하는 사람들이 정말 많잖아요. 로컬 농부, 독립 서점, 비건 레스토랑, 동물 보호 활동가, 그리고 작은 친절을 꾸준히 실천하는 평범한 사람들까지. 'Lush LEAF Guide'는 그런 사람들을 평가하는 플랫폼이 아니라, 세상에 소개하고 서로 연결해주는 플랫폼이 되었으면 해요. 미슐랭 가이드가 좋은 식당을 발견하듯, 'Lush LEAF Guide'는 좋은 사람과 좋은 가게를 발견하는 가이드가 되기를 바라거든요.

Q. 박원정 디렉터 그리고 러쉬 같은 가치를 따르며 브랜드를 따라가는 팬들과 에틱스 디렉터를 꿈꾸는 이들에게 한마디를 전한다면?

A. 하루아침에 너무나 거대한 기후위기 문제를 해결하고 기아 문제를 다 해소시킬 수는 없잖아요. 저희가 플라스틱을 아무리 주워 봐도 바닷가는 또 다시 수많은 폐기물들로 가득 차니까요. 그렇게만 따지면 환경 캠페인을 해서 뭐 하나라는 생각도 들고 그로 인한 상실감과 우울감이 상당할거에요. 그래도 사회는 언제나 거대한 변화보다 작은 행동들이 모여 바뀌어 왔다고 생각해요.

저는 모든 것들을 쪼개는 게 중요할 것 같아요. “지속 가능성이란 단어를 들었는데 이건 내가 입에 좀 익숙해졌다. 러쉬에서 하는 캠페인이 이런 의미고 에티컬 바잉을 해온다는 것이 이런 가치가 있구나” 러쉬를 예로 들었지만 꼭 러쉬가 아니어도 생물 다양성이라는 게 왜 중요한지를 몸으로 ‘인지’하는 것이 시작이에요. 우리 세대에는 환경문제에 대해 인지한 첫 세대이자 막을 수 있는 마지막 세대거든요.

그래서 저는 완벽한 사람보다, 오늘 하나의 선택을 바꾸는 사람이 많아졌으면 좋겠습니다. 플라스틱 하나를 덜 쓰고, 동네의 좋은 가게를 한 번 찾아가고, 동물을 생각하며 하루 한 끼를 비건으로 바꿔 보는 일 혹은 좋은 브랜드를 응원하는 일도 충분하다고 생각해요. 중요한 것은 크기가 아니라 방향이죠. 한 번의 경험은 생각보다 오래 남고, 한 사람의 행동은 또 다른 사람의 용기가 될테니까요.

그러니까 하고싶은 말은 인간이 하루아침에 할 수 있는 건 아무것도 없지만, 나의 인지를 깨워서 행동으로 가기까지의 과정을 쪼개서 건강한 변화를 만들어보는 것이 좋을 것 같아요. 저를 포함해서 러쉬와 모든 직원분들이 그런 과정의 증인들이니까, 러쉬의 에너지를 믿어보는 건 어떨까요.

Q. 'fake'의 의미를, 목적을 달성한 모습을 더욱 매력적으로 표현해 주는 행동이나 태도로 재해석해 보았다. 에틱스 디렉터 박원정에게 'fake'란 무엇인가

A. 아이러니하게도 저는 Fake를 가장 경계하는 일을 하는 사람이에요. 요즘은 누구나 지속가능성을 이야기할 수 있고, ‘ESG’라는 단어를 사용할 수도 있죠. 하지만 중요한 것은 무엇을 말했느냐가 아니라, 무엇을 실제로 바꾸었느냐라고 생각해요. 그래서 저에게 Fake는 거짓말이 아닙니다. 행동으로 이어지지 않은 가치입니다. 반대로 진짜 에틱스는 완벽하지 않고, 부족하더라도 꾸준히 실천하고, 또 다른 사람에게 영감을 주는 태도라고 생각해요. 그 태도가 곧 행동으로 발전되고, 결국 세상을 조금씩 더 러쉬스럽게 만들어 가지 않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