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EOUL STICKER SHOP(서울스티커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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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SUE No.2] SEOUL STICKER SHOP(서울스티커샵)

Q. 서울스티커샵에 대한 소개 부탁드린다.

A. ‘서울스티커샵’은 스티커를 주인공으로 내 주변을 다채롭게 만들어 주는 그래픽 스티커들을 멋진 아티스트들과 함께 제안하는 공간입니다. 서울스티커샵의 서울은 새롭게 해석한 로컬 그래픽을 보인다는 의미와 서울 내에 존재한다는 의미, 두 가지를 모두 내포하고 있어요.

Q. 최근 운영 에세이 ‘#스티커샵을 운영하고 있습니다’를 통해 시작에 대한 이야기를 보여주고 있다. 스티커샵을 운영하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

A. 코로나 이전 해외를 여행할 때, 그 도시의 기념품들을 보는 것을 좋아했어요. 도시만의, 어떤 골목만의, 랜드마크 등 지역의 특성을 담아 만든 기념품들이 유수 편집샵의 셀렉션보다도 흥미로울 때가 있었고, 그곳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이 가진 지역의 자부심도 느낄 수 있었어요. 이제는 무척 흔해진 ‘로컬’이라는 단어에 흥미를 느낀다는 것을 깨달았던 거죠. 그 후 서울에서 오랜 기간 살아가고 있는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일까, 그래픽 디자이너로써 로컬, 현재의 서울을 표현할 수 있는 방식은 무엇일까를 고민하다 서울스티커샵을 시작하게 되었어요. 옛날에는 ‘스티커’를 기념품 정도로 인식했다고 한다면, 이제 스티커는 아트웍 매체로 충분한 기능을 할 수도 있고 나를 드러낼 수 있는 수단이 되었다고 생각했어요. 저 또한 스티커를 많이 모으고 좋아하지만, 한 장밖에 없기 때문에 막상 스티커를 사용하지 못하고 보관만 하는 일이 많았습니다. 그러면서 멋진 로컬 아티스트들이 참여한 멋진 스티커를 언제나 구매할 수 있는 곳이 한 곳 정도는 있어도 좋지 않을까 했었고, 마침 작지만 오프라인 공간을 유지하고 있던 곳이 있어, 많은 분이 도와주신 덕에 이 자리에 스티커샵을 열게 되었어요.

Q. 위치 또한 재미있다. 한국적인 느낌을 내기 위함인가? 경복궁 근처의 관광 안내소 위층에 자리 잡고 있다.

A. 그렇게 생각하고 계시는 분이 많은 것 같아 가만히 있는 중이에요. (웃음) 오픈하지 않는 날 관광객(손님) 관광 안내소에 가셔서 스티커샵 언제 여냐고 많이 물어보신다고 하여 죄송스러울 때도 있어요. 원래는 지원을 받아 사용하던 공간이었는데, ‘서울’을 담은 샵의 시작으로 삼청동이란 위치가 어느 지역보다 적절했고 마침 생각하던 새로운 기념품의 방식을 선보이기 안성맞춤인 크기였어요. 무엇보다 (S)서울(S)스티커(S)샵을 줄이면 SSS가 되는데, 삼청동 역시 S로 시작해서, 그런 라임이 들어맞는 게 기분이 좋았어요. 그래서 다음에 샵이 이전한다면 최대한 ‘ㅅ’자가 들어가는 곳으로 진지하게 고려할 예정이에요. 삼청동은 여전히 걷기에 아름다운 길이고, 경복궁, 광화문과 인접해 있기에 프로 스노우보더, 일본의 일러스트레이터, 러시아 단체관광 등 재미있는 외국 관광객 손님들을 만나기에 적절한 위치라 운영하는 또 다른 즐거움이 있어요. 영업 초기부터 화요일에 운영을 하지 않게 된 이유도 화요일에는 경복궁 정기휴무니 관광객이 없을 거라고 알려주신 1층 편의점 아주머니의 팁이었다는 것도 비밀 아닌 비밀이에요. (웃음)

Q. 아티스트 파일, 차량 스티커, 작가 굿즈 스티커 등 다양한 품목을 판매 중이고 또한 조금씩 더 다채로워지고 있다. ‘서울스티커샵’에서 판매하고 기획 중인 상품들에 대해 소개 부탁드린다.

A. 스티커가 조금 더 생활에 가까웠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고 있어요. 스티커가 우리 주변을 기쁘고 환하게 만들어 줄 수 있는 ‘그래픽 데코레이션’이자, ‘메신저’, ‘인테리어 소품’이라는 것을 이야기하고 싶었어요. 그렇기에 기본적으로는 아티스트들이 제공해주신 다양한 아트워크를 기반으로 퀄리티 있는 스티커를 제공하고 있고, 올해부터 스티커가 하는 역할에 대한 상상력을 넓히는 시도를 하고 있어요. ‘스티커가 스티커 자체로 아름답다면 충분하지 않은가?’라고 생각했는데, 팝업스토어 등을 나가보니, 생각보다 ‘어디에 쓸지’를 고민하는 분들이 많으셨어요. 그래서 초보운전 스티커, 인테리어 스티커 등 개성적이면서도 용도가 명확한 스티커를 기획하게 되었어요. 추후 키즈라인을 염두에 둔 한글, 영어 스티커 등도 준비하고 있으며, 많은 분들이 귀여워해 주시는 스티커샵의 마스코트인 ‘알라킴’의 오리지널 상품들을 만들 예정입니다.

Q. ‘서울스티커샵’의 시작은 23팀에서 시작해 지금은 많은 아티스트 또는 작가들의 스티커 굿즈들을 판매하고 있다. 선정 기준이 있는가?

A. 매장이 협소하기 때문에, 모든 분의 아트워크를 받을 수가 없어 별도 제안을 해드리는 방식으로 아티스트를 모집하고 있어요. 처음에는 주변 지인들에게 도움을 많이 받았어요. 제가 좋아하는 아티스트 분들에게도 도움 요청을 드렸고, 영업처럼 보이고 싶진 않아서 신뢰를 쌓기 위해 소개와 부탁하는 문서를 열심히 만들어서 전달해 드렸죠. 굳이 선정기준을 꼽자면 현재 41팀이 함께 하고 있기에 서로 스타일이 겹치지 않게 다양한 그래픽으로, 그리고 작가님이 그려나가시는 주제와 방식이 동시대성이 있고 오리지널리티가 있다고 느껴진다면 제안을 드리고 있어요. 작품 중에서도 스티커로 제작했을 때 아트워크의 매력이 도리어 떨어지는 경우들도 있기 때문에, 그런 점을 고려하는 것도 중요하죠. 작가님이 주신 아트워크 중에서 세트를 조합하거나 추가 / 드롭하는 방식으로 제안을 드릴 때도 있는데, 작가님도, 샵도 좋은 작품으로 대중들에게 선보이는 것이 중요하기 때문이에요. 참여 작가분들의 팔로우 보유수가 몇백에서 몇십만까지 다양하기에, 유명세만이 선정의 큰 기준은 아니라는걸 꼭 말씀드리고 싶어요.

Q. 관심 있는 작가라면 직접 연락하는 경우도 있다고 하였다. 근래에 관심 있게 보는 작가가 있다면?

A. 서울스티커샵과 함께 해주시는 호로로 작가님이 샵에 놀러 오셨을 때 팔에 새긴 타투 도안이 너무 귀여워서 작가님을 여쭤봤더니 ‘허지영’ 작가님이었어요. 예전부터 다양한 곳에서 만났던 아트워크임을 깨닫고 그 후부터 절판되었다는 낙서집도 구매하고 혼자 덕력을 키우고 있습니다 (웃음) 마침 작가님들의 성비를 맞추는 게 좀 중요하다고 생각해서 여성 작가님들을 모셨으면 했었거든요. 그리고 해외 작가분들도 같이 하면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있어요. 해외 아티스트분들이 바라보는 서울에 대한 아트워크라던지. (빨리 작가모집 및 소개 영문판을 만들어야겠습니다) 브랜드나 카페, 샵이나 소상공인 분들과도 의미 있는 협업을 하고 싶어요.

Q. 좋은 작품을 좋은 스티커의 질로 보여주고 있다. 이외 스티커 외 다양한 굿즈 제작에 있어 신경 쓰는 작업 과정이나 디테일이 있다면 무엇인가?

A. 스티커와 함께 아티스트들의 소개가 배치되어 있어요. 소개란의 이미지를 뺀다면 더 다양한 스티커들을 진열할 수도 있겠지만, 제가 좋아하면서 많은 분들께 소개드리고 싶은 마음에 컨택한 작가분들에 대한 리스펙을 충분하게 전달하는 것을 중요하게 생각합니다. 그래서 다양한 그래픽 스티커를 또렷이 보여주고 싶은 생각에 스티커 배경 종이도 검정색으로 통일하고 있어요. 스티커샵이어서 밝거나 비비드해야 할 것 같기도 하지만 로고 등 컬러 구성이 블랙인 이유도 그래서예요. 저희가 잘 보이는 것도 좋지만 결국에는 아티스트분들이 많은 콘텐츠를 담당해주시다 보니, 우선순위를 아티스트분들에게 맞추려고 노력하고 있어요.

Q. 기억의 남는 작업물이 있다면, 그 이유는?

A. 인스타그램 피드를 보다가 어떤 작가분이 만드신 시계 굿즈를 발견했습니다. mdf를 가공해 만든 캐릭터 벽시계였는데, 바로 취향 저격당해 바로 DM으로 주문 문의를 드렸었고, 그 김에 계정 피드를 쭉 보았는데, 콜라쥬를 하시는 작가님이셨어요. ‘서울스티커샵에 꼭 모셔서 많은 분들께 소개해드리고 싶다’라는 생각이 들어 바로 참여 요청을 드렸던 기억이 납니다.

그 시계는 지금도 샵에 잘 걸려있습니다. 건전지를 넣어줄 때가 되었네요.

Q. 아티스트들이 전시할 수 있는 공간이 될 수 있다면 좋겠다는 생각을 가지고, 2021년 ‘콤플렉스 서울’ 전시도 진행했다. 앞으로 기획 중인 전시 계획이 있는가?

A. 최근 세계에서 인정받는 우리나라 ‘e스포츠의 히스토리’를 테마로 주재범 작가 / 더매치랩과 함께 e북 디자인과 스티커 제작에 참여했어요. 90가지의 에피소드와 30가지 인사이트를 추출해 10개의 e스포츠 순간들을 픽셀아트로 표현한 스티커를 제작하여 간단한 전시를 진행했고, 이후에는 비슷한 샵의 무드를 환기하는 느낌으로 분기마다 전시가 있으면 어떨까 하는 생각에 기획해보려고 해요.

그리고 작년 2번의 페어 참여를 통해, 스티커샵이 아트와 대중의 경계 밸런스를 잘 맞춘다면 더 많은 확장성을 가질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단기적으로는 전시 외에도 작가분들과 간단한 캡슐콜렉션 팩 같은 것들을 기획해보면 어떨까 하는 생각이 있습니다. 스티커의 그래픽으로 다양한 제품으로 풀어보고 제안해보는 것도 디렉팅의 한 방식일 것 같아요.

Q. 앞으로 함께 작업해보고 싶은 아티스트나 작업, 추후에 진행해보고 싶은 것들이 있다면?

A. 스티커샵을 운영하면서 그림도 중요하지만, 공감 가는 주제를 사람들이 얼마나 좋아하는지 알게 되었어요. 스티커는 메시지를 전하는 메신저이기도 하니까요. 앞으로 자신만의 이야기를 그려나가는 아티스트 분들의 참여를 요청 드리고 싶어요. 부정적인 감정을 솔직히 드러내는 것도 좋고, 극복하는 이야기도 좋고, 하루를 소비하는 단순한 이야기도 좋아요. 그리고 상품만큼 중요한 것이 운영하는 사람의 기록을 대중들과 공유하고 공감하는 경험인 것 같아요. 그래서 시작한 것이 인스타그램에 연재하고 있는 ‘스티커샵을 운영하고 있습니다’인데, 일종의 취향 산업 창업기 같은 느낌으로 그려나가고 있어요. 꾸준히 업로드한 콘텐츠를 바탕으로 올해에는 독립적으로 책을 한 권 만들어 볼 예정이에요. (웃음) 그리고 스티커샵에 맞춰 아티스트 분들과 아나바다와 같은 기부 또는 판매행사를 진행해보고 싶어요.

Q. 어디에 쓰고 어떻게 활용할까? 스티커의 매력과 스티커를 활용할 수 있는 팁이 있다면?

A. 스티커를 반영구적으로 쓰는 것도 좋지만, 막 붙이는 것도 필요하거든요. 스티커를 그래픽 티셔츠처럼 생각해주었으면 좋겠어요. 옷을 보면 그 사람의 아이덴티티가 투영되잖아요. ACDC의 티셔츠를 입은 사람과 브룩스 브라더스의 셔츠를 입은 사람은 아무래도 다른 아이덴티티를 가지고 있을 확률이 높은 것처럼요. 내가 가장 자주 사용하는 랩탑이나 텀블러, 스쿠터, 캠핑 장비 등에 나를 표현할만한 스티커를 고심하고 붙여보는 것은 새로운 스티커 라이프를 즐기고 나를 표현하는 방법이 될 것으로 생각해요. 스티커를 떼지 않은 채로 제품들을 모아두는 것도 그 위에 덧붙이는 것도 또 다른 재미예요. ‘옛날에는 이랬구나, 여기 갔었지’ 하면서 추억을 스스로 공유할 수 있는 그런 것이죠. 만약 취향이 달라진다면 리무버블 스티커이니만큼 얼마든지 떼고 다시 붙일 수 있어요. (웃음)

Q. 대표적으로 유럽 같은 해외에서는 아티스트나 작가들에 대한 스티커 또는 굿즈 판매가 왕성하다. 국내의 아티스트 굿즈 시장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는지?

A. 상대적으로 손쉽게 굿즈를 만들 수 있는 여건이 갖춰지면서 작가분들이 직접 다양한 굿즈를 선보이는 경우들이 늘어난 것 같아요. 그 말은 누구나 만들 수 있기 때문에 표현하고자 하는 방식과 주제가 독창적이고 공감을 이루어야 한다는 말이 될 것 같습니다. 많은 브랜드 또는 개인이 제작하는 만큼 그 방향이 명확하지 않으면 단순히 환경 쓰레기가 늘어날 수도 있으니까요. (저도 반성 중입니다) 하지만 다양한 이야기들이 제품으로 북적북적 등장한다는 것은 더 넓은 대중의 취향 다각화로 돌아올 테니 환영할 일이에요.

Q. 국내에 자리 잡혀있지 않던 소재(스티커)로 샵을 오픈하는 부분에 있어 두려움도 앞서고 걱정도 많았을 텐데, 사업적인 측면에서 보자면 어떠한 상황들이 있었는지, 그리고 어려운 점이 있었다면?

A. 최근 다양한 취향 산업이 득세하고 눈에 띄는 활동들이 생겨나면서, 자신만의 주제로 중심을 잡고, 사람들에게 즐거움을 전달하면 분명히 기회가 주어지는 필드가 된 것 같아요. 시작하기 전에는 스티커가 대중들에게는 ‘무료로 주는 것’이라는 인식을 주는 것 아닐까, 굳이 구매하는 사람들이 얼마나 있을까 하는 이야기도 많이 들었어요. 하지만 어차피 스티커샵이라는 니치한 공간을 만드는 주제에 다수의 사람을 타깃으로 할 수는 없다고 생각했고 도리어 ‘스티커샵?’이라는 궁금증과 호기심을 무기로 다가가는 것이 작은 샵에는 더 현실적이라고 느껴졌어요. 고객분들도, 작가분들도, 대기업에서도 그런 점을 재미있게 봐주셨기에 협업이 가능했던 것 같아요. 이렇게 인터뷰도 하고 있고요. 얼마 전에 한 작가님이 디자인 전문지와 인터뷰를 했는데, 인터뷰하러 오신 기자님이 그 작가님의 정보를 스티커샵에서 처음 접하고 연락드리게 됐다고 말해주셨다고 해요. 참 기쁜 순간이었어요. 물론, 삼청동이라는 오프라인 특성상 코로나 시국에서는 좀 힘들긴 했습니다.

Q. 제2의 ‘서울스티커샵’을 꿈꾸는 이들이 있다면

A. 내가 무엇을 좋아하는지 반추해보고, 스스로 프로젝트를 자주 만들어봤으면 좋겠어요. 2022년 지금의 서울은 분명 더 많은 취향을 포용해줄 정서적 준비가 되어 있을 거예요.

Q. 'FAKE'의 의미를 목적을 달성한 모습을 더욱 매력적으로 표현해주는 행동이나 태도로 재해석하였다. 서울스티커샵에게 'FAKE'란?

A. ‘힘들 줄 알면서도 재미있음에 에너지를 쏟아버리는 것’

스티커라는 매체로 플랫폼을 만들고 소수의 인원으로 오프라인을 운영한다는 것, 상대적으로 수줍어하는 성격이지만 많은 분들의 도움을 요청하는 것, 다양한 분들에게 스티커 라이프를 제안하는 것, 당장 수익이 나지 않아도 버텨보는 것, 모두 알고 있지만 ‘재미있을 것 같아!’라는 스스로의 말초신경에 기꺼이 에너지를 쓰며 나아가고 있는 제가 FAKE라고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