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wentysicks(트웬티식스 바이크샵)
바이크샵
좋아함을 좋아함으로 끝내지 않고 새로운 도전으로 받아치는 남자. 최근 연남동 일대에 멋지다고 생각하는 이들은 모두 이곳의 손길을 거쳐갔다. 80~90년대 스타일의 커스텀 바이크를 다루는 ‘트웬티식스 바이크샵’은 한국에선 크게 자리잡지 못했던 커스텀바이크 문화의 불씨와도 같은 공간이다.
어린시절의 추억으로부터 시작된 트웬티식스 바이크샵의 여정은 이제 시작일 뿐이지만 그가 바라보는 앞으로의 모습은 너무나도 단단했다. 좋아하는 것을 잘하는 일로 만드는 사람, 트웬티식스 바이크샵의 오너 ‘김현식’을 만나보았다.

Q. 간단한 자기소개와 ‘트웬티식스’ 바이크숍에 대해 소개 부탁한다.
A. 안녕하세요. 연남동에서 자전거 숍 ‘트웬티식스’를 운영하고 있는 김현식이라고 합니다. 저희 트웬티식스는 사람들이 일상에서 편하게 탈 수 있는 ‘생활차’를 조금 더 멋있게 타고 즐길 수 있도록 도와드리는 자전거 가게입니다. 빌드 및 커스텀뿐만 아니라 자전거 정비와 수리도 함께하고 있습니다.
Q. 매장 이름이 ‘트웬티식스’이다. 산악자전거 MTB의 바퀴 인치가 26인치라고 들었는데, 그 의미를 담고 있는 건지? 이 이름의 의미가 궁금하다.
A. 맞아요. 지금은 흔히 MTB라고 부르는 자전거의 형태를 80~90년대 당시에는 ATB(All-Terrain Bike)라고 불렀거든요. 그리고 당시 ATB 시장에서는 26인치 바퀴 사이즈가 표준 규격이었죠. 물론 요즘에는 27.5인치, 29인치 등 다양한 바퀴 사이즈와 두께가 나오지만 그 시절에는 26인치가 대세였어요. 매장 이름을 고민하던 중, 제가 가장 좋아하는 자전거들이 80~90년대의 자전거들이라는 생각이 들어 ‘트웬티식스’로 짓게 되었습니다. 실제로 지금 저희 숍에 걸려 있는 빈티지 프레임들도 모두 80~90년대 제품들이에요. 전부 30~40년이라는 세월을 거쳐온 프레임들이죠. 당시에 26인치가 규격이었기 때문에 여기에는 당연히 26인치 휠과 타이어만 호환돼요. 물론 현행 자전거들도 함께 다루고 있습니다. 이 브랜드들은 다른 바퀴 사이즈도 호환되지만, 80~90년대의 자전거 문화를 고스란히 유지하고 있는 브랜드들이거든요. 최대한 제가 사랑하는 시절의 멋과 문화를 다루는 브랜드 위주로 취급하려고 노력하고 있어요.

Q. 자전거와의 첫 ‘시작점’이 궁금하다. 언제부터 자전거에 깊게 빠져들게 되었나?
A. 어릴 때부터 자전거를 좋아했어요. 고등학생 때도 자전거로 등하교를 했고, 당시 유행하던 픽시나 BMX도 친구들과 함께 탔었죠. 사실 학창 시절에는 누구나 한 번쯤 자전거를 좋아하곤 하잖아요. 저도 그중 한 명이었는데, 이렇게까지 깊게 빠져들게 된 건 3~4년 전쯤 친구가 인스타그램 사진을 보여주면서부터였어요. 이런 ‘빈티지 자전거(ATB)’ 문화가 있다면서요. 그 사진 속에는 멋쟁이들이 무리를 지어 자전거를 타고 달리는 모습이 담겨 있었습니다. 그런데 그 자전거들이 제가 기존에 알던 것들과는 완전히 달랐어요. 제가 알던 자전거는 속도를 내기 위한 로드 바이크나 픽시가 전부였는데, 사진 속 자전거들은 되게 알록달록한 프레임과 개성 넘치는 파츠들을 달고 있더라고요. 이전에 보지 못했던 새로운 자전거의 멋을 본 거죠. 그 사진을 보고 친구와 “우리도 이런 자전거 한번 타보자!”라는 얘기가 나왔고, 곧바로 이베이(eBay)에서 비슷하게 생긴 빈티지 프레임을 사서 제 자전거를 직접 조립하기 시작한 게 출발점이었어요.지금 생각해보니 그때 사진 속 자전거가 진짜 빈티지였는지, 아니면 현행 자전거였는지는 잘 기억이 안 나네요. (웃음)

Q. 취미로 다루던 자전거가 직업으로 변화한 부분이 인상적이다. 숍을 오픈하기로 결심한 계기가 있었는지?
A. 대부분 사람은 자전거를 ‘타는 것’에 재미를 느끼지만, 저는 자전거를 ‘만드는 것’ 자체에 재미를 느꼈어요. 그런데 제 자전거는 이미 완성을 해버렸으니 더 이상 만들 게 없어서 친구들 자전거를 만들어야겠다고 생각했죠. 남자들은 대부분 취미가 생기면 친구들과 같이하고 싶어지잖아요. 당시에 저와 그 사진을 보여준 친구 둘만 이 문화에 관심이 있었는데, 저희는 더 많은 친구들과 무리를 지어 함께 달리고 싶었어요. 다른 친구들에게 “이런 자전거 진짜 멋있지 않냐, 같이 타자”라며 계속 설득을 했죠. 내 자전거도 내가 직접 만들어 탔으니, 너희 자전거도 내가 멋지게 조립해 주겠다는 마음이었죠. 그렇게 친구들 자전거를 여러 대 만들어 주기 시작했어요. 타다가 질리면 파츠를 바꿔 다시 만들어주기도 하고요. 그 빌드 과정이 계속 반복되고 스케일이 커지면서 자연스럽게 지금의 숍 오픈까지 이어지게 되었습니다.




Q. 많은 사람들이 좋아하는 일이 생업이 될 때의 괴리감을 걱정하곤 하는데, 그 일을 해나가는 사람으로서의 의견이 궁금하다.
A. 말씀하신 것처럼 아직 숍을 오픈한 지 얼마 되지 않아서 정확하게 이렇다 저렇다 말하기는 이른 것 같아요. 지금은 들어오는 돈도 많고 나가는 돈도 많아서 제가 정확히 얼마를 버는지도 잘 모를 만큼 바쁘거든요. 금전적인 계산이 아예 안 되는 상황이라 사실 걱정도 좀 되죠. 원래 저는 지극히 평범한 직장 생활을 했었거든요. 매달 정해진 날짜에 월급이 들어오는 삶을 살았다 보니 더 크게 다가오는 것 같아요. 일정한 수입이 있으면 그에 맞춰 생활 계획을 세울 수 있는데, 이 일은 수입도 일정하지 않고 특히 겨울 비수기에는 수입이 거의 없다시피 하니까요. 그런 면에서 오는 현실적인 걱정이 분명히 있지만, 글쎄요. 아직까지는 그냥 이 일 자체가 너무 재미있어서 무작정 앞으로 달려가고 있습니다. 앞으로 더 신경 쓰고 헤쳐 나가야 할 숙제겠죠.
또 예전에는 친구들에게 “야, 그냥 이게 무조건 멋있으니까 이렇게 타!”라며 제 마음대로 만들어줬다면, 이제는 대상이 친구가 아니라 손님들이잖아요. 그러다 보니 손님들이 원하시는 무드를 캐치해야 하고, 각자가 가진 취향을 가장 중요하게 생각해야 해요. 물론 프레임과 핸들의 궁합이 맞지 않거나, 다른 파츠를 조합했을 때 훨씬 예쁘게 나올 것 같으면 적극적으로 추천을 드리긴 하지만, 손님의 예산 안에서 조율하는 법도 배워가고 있어요. 자전거를 만드는 것 자체는 여전히 즐겁지만, 전처럼 제 마음대로만 할 수 없다는 게 소소한 차이점이겠네요.
Q. 이전에 친구들의 자전거를 만들어 줄 때는 어떤 공간에서 작업을 했는지? 또 이제 자전거만을 위한 공간이 생겼는데 어떤 기분인지 궁금하다.
A. 전에는 제가 살던 집 베란다가 조금 큰 편이어서 거기서 자전거를 만들었어요. 이제 오롯이 자전거만을 위한 새로운 공간을 마련하고 나니 많이 설레기도 하고 얼떨떨합니다. 아까 말씀드렸듯이 아직 오픈한 지 얼마 되지 않아서 정리해야 할 것들이 산더미예요. 게다가 저는 이전에 다른 자전거숍에서 일해본 경험이 아예 없거든요. 그래서 숍을 어떻게 효율적으로 운영해야 하는지 아직 감이 잘 안 잡혀요. 제품 진열은 어떻게 해야 하는지, 손님들과의 관계 형성이나 마케팅적인 개념도 아예 없는 상태죠. 그래서 지금은 거창한 전략을 세우기보다는, 가장 본질로 돌아가서 이 공간을 제가 좋아하는 색깔로 천천히 채워 나가는 데 집중하려고 합니다.

Q. 자전거 튜닝의 세계가 깊고 넓은 것은 인지하고 있으나 어느 정도인지 체감하진 못하고 있다. 국내에서도 많은 사람들이 이런 자전거 문화를 이어가고 있는지.
A. 우리나라에서 ‘자전거’라고 하면 보통 동네에서 편하게 타는 생활차, 동호인들이 주말에 한강에서 타이즈를 입고 타는 로드 바이크, 혹은 학생들이 타는 픽시 자전거 정도로 문화가 나뉘는 것 같아요. 제가 다루는 자전거도 카테고리로 묶자면 결국 ‘생활차’거든요. 그냥 동네 마실용인 거죠. 물론 한강에서 운동 삼아 탈 수도 있고 가벼운 산악 지형도 갈 수 있지만, 저는 이 자전거의 본질은 마실용 자전거로 봅니다. 기능적인 고성능을 추구하기보다는, 일상의 짧은 거리를 나만의 멋을 담아 이동할 수 있는 매력적인 수단으로 바라보는 거죠.
사실 이쪽 자전거는 아직 국내에서 명확한 장르명이나 호칭이 정립되지 않았어요. 로드, MTB, 픽시처럼 딱 떨어지는 이름이 없다 보니 보통 사람들은 그냥 'ATB'라고 불러요. ATB가 'All-Terrain Bike'의 약자인데, 말 그대로 전천후로 편하게 탈 수 있는 자전거라는 뜻이죠. 명확한 장르나 하나의 거대한 문화로 특정하기 어려워서, 아직 한국 시장에서는 대중적이라고 하기엔 무리가 있는 것 같습니다.




Q. 해외에도 이런 문화들이 이어지고 있는지 궁금하다. 숍을 구성하는 데 있어 주로 참고하고 있는 롤모델이 있는지.
A. 그럼요. 얼마 전에 일본으로 출장을 다녀왔는데, 일본은 워낙 생활차 시장이 크다 보니 거의 1인당 1 자전거가 기본이더라고요. 인프라가 받쳐주니 자연스럽게 멋진 생활차들이 많고, 그런 자전거를 전문적으로 다루는 매력적인 숍들도 정말 많습니다. 대표적으로 일본의 ‘블루러그(Blue Lug)’라는 유명한 자전거 편집숍이 있어요. 그곳은 빈티지 자전거보다는 현행 자전거 위주로 취급하면서 정말 방대한 종류의 파츠들을 판매해요. 핸들바나 타이어, 핸들과 프레임을 연결하는 스템의 종류가 셀 수 없이 많죠. 자전거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일본 여행 때 무조건 들르는 성지 같은 곳입니다.
또 ‘우드 빌리지 사이클즈(Wood Village Cycles)’라는 곳도 있는데, 거기는 저희 트웬티식스와 결이 비슷하게 빈티지 프레임으로 멋진 완성차를 빌드하는 가게예요. 손님들이 오셔서 상담하실 때 말로만 설명해 드리면 감을 잡기 어려우니까, 제가 그동안 작업했던 포트폴리오 사진을 보여드려요. 만약 거기서 딱 마음에 드는 무드가 없으면 블루러그나 우드 빌리지 사이클즈의 인스타그램 피드를 함께 보면서 손님이 원하는 무드를 구체화하곤 합니다.




Q. 자전거의 매력 혹은 미학에 대한 트웬티식스 바이크숍만의 정의가 궁금하다. 정말 문화를 향유하는 사람들만 아는 사소하고도 중요한 미학들에 대해 소개해 줄 수 있는지.
A. 사실 제가 다루는 자전거 영역에서 "이게 정답이고 이게 무조건 멋있는 기준이다"라고 단정 지을 수 있는 건 없는 것 같아요. 워낙 100% 커스텀으로 이루어지는 형태이고, 개인의 취향이 절대적으로 존중받아야 하는 영역이니까요. 어떤 손님이 오셔서 자기 자전거에 독특한 핸들을 달고 싶다고 하셨을 때, 제 기준에 안 예쁘다고 해서 "안 돼요"라고 할 수는 없잖아요. 저는 손님의 취향을 해치기 싫어서 "이게 요즘 유행하니까 무조건 이거 하세요"라고 추천해 본 적이 단 한 번도 없어요. 다만 "이 부품과 저 부품은 서로 무드가 충돌하는 경향이 있으니, 둘 중 하나를 이렇게 조율하시면 원하시는 멋을 더 살릴 수 있습니다" 하고 가이드라인을 제안해 드리는 편이죠.
그리고 저는 숍에 손님이 들어오시면 손님의 '아웃핏(Outfit)'을 가장 먼저 봐요. 가끔 이 자전거의 정체성을 물어보시면 저는 직관적으로 ‘패션 자전거’라고 말씀드리기도 하거든요. 정말 하나의 옷처럼, 나를 표현하는 패션 아이템으로 작용하니까요. 손님이 평소에 클래식한 옷을 즐겨 입으시는지, 아니면 힙하고 캐주얼한 스트리트 스타일을 좋아하시는지 파악한 뒤에, 그 무드에 맞춰 자전거를 클래식하게 빌드할지 혹은 스포티하고 트렌디하게 갈지 방향성을 추천해 드립니다. 자전거와 타는 사람의 무드가 자연스럽게 묻어나는 것, 그게 이 자전거의 가장 큰 미학이라고 생각해요.



Q. 최근 브랜드와 함께 진행한 자전거 커뮤니티 플리마켓 ‘bike meet’가 인상적이었다. 앞으로도 이런 방식의 오프라인 교류를 계속 구상하고 있는지 궁금하다.
A. 정말 감사하게도 주최 측에서 먼저 초대해 주신 덕분에 셀러로 참가할 수 있었습니다. 그날 행사를 치르면서 가장 좋았던 건 단순히 물건을 사고파는 상업적인 행위가 아니었어요. 자전거를 좋아하는 사람들이 서로의 자전거를 유심히 구경하고, 생소한 부품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고, 농담과 함께 사진을 찍으며 웃고 떠들던 그 특유의 자유로운 분위기 자체가 너무 좋았습니다.
제가 생각하는 건강한 자전거 문화는 결국 그런 사소한 게 쌓이면서 만들어진다고 믿거든요. 혼자 타는 것도 물론 행복하지만, 비슷한 취향을 가진 사람들이 모였을 때 나오는 특유의 긍정적인 에너지가 있어요. 앞으로도 이런 결이 맞는 오프라인 행사에 초대받는다면 언제든 꼭 참석할 생각입니다. 그리고 시간이 흘러 저희 트웬티식스가 조금 더 단단해지고 힘이 생기면, 저희가 직접 기획하고 만들어보고 싶어요. 거창하고 딱딱한 박람회 같은 형태보다는, 그냥 자전거를 타는 사람들이 서로 자전거를 구경하고 이야기 나눌 수 있는 편안한 자리면 충분합니다. 원래 자전거를 진짜 좋아하는 사람들은 남의 자전거 구경하는 게 세상에서 제일 재밌는 법이니까요. (웃음)



Q. 요즘엔 대중들에게도 클래식, 하이엔드 자전거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신(scene)에 몸담고 있는 사람으로서 이를 어떻게 바라보고 있는지.
A. 제가 자전거의 다른 모든 장르까지 깊게 알지는 못하지만, 적어도 저희가 다루는 이 ATB/빈티지 자전거들은 조금씩 올라오고 있다는 게 체감돼요. 숍을 열고 나서 정말 다양한 분들이 관심을 갖고 찾아주시는 걸 보면서 ‘이제 대중들에게도 조금씩 알려지는 시점이 왔구나’ 싶죠. 사실 생활 자전거 문화가 완전히 정착된 일본에서도 이 장르가 엄청 대중적인 건 아니에요. 물론 우리나라보다는 자전거에 대한 이해도도 높고 타는 사람도 많지만, 도쿄 시내를 걷는다고 해서 어딜 가나 이런 자전거가 보이는 건 아니거든요. 우리나라도 전체적인 신의 크기 자체가 드라마틱하게 크진 않지만, 남들과는 다른 자신만의 개성을 찾는 분들의 시선이 조금씩 자전거로 향하고 있다는 점은 아주 긍정적으로 바라보고 있습니다.
Q. 이제 막 자전거에 입문하려는 이들에게 조언과 충고가 담긴 한마디를 해준다면? 추천하는 입문용 브랜드나 모델이 있다면 함께 소개 부탁한다.
A. 처음 입문하시는 분들에게 드리고 싶은 조언은, 처음부터 너무 완벽한 스펙이나 희귀한 빈티지 프레임에 목맬 필요가 전혀 없다는 거예요. 자전거는 결국 내가 탈 때 의미가 있는 거니까요. "내가 이 자전거를 타고 어떤 옷을 입고, 어떤 동네를 달릴지"에 대한 즐거운 상상부터 시작하셨으면 좋겠습니다. 너무 어렵게 공부하듯 접근하지 않으셨으면 해요.

Q. 나만의 클래식 바이크를 만들고 싶은 사람들을 위해, 커스텀을 구성하는 방식이나 희귀 부품을 구하는 팁이 있다면 공유해 줄 수 있는지?
A. 제가 처음 ATB 바이크의 프레임을 샀을 때 지금처럼 비싸지는 않았거든요. 그런데 이젠 외국에서도 이런 자전거가 인기고 매물도 없고 그러다 보니까 매물 자체가 많이 귀해지고 비싸진 것 같기는 해요. 그래서 저는 대부분 미국 ‘이베이’에서 매물을 디깅하는 편이에요. 매일 이베이에 들어가서 매물 뭐 나온 거 없나 찾아보는 게 일상입니다. 또 이런 자전거들이 따로 도매 거래처가 있는 게 아니라서 한 번에 매물을 사 오는 게 아니라, 저도 경매도 하고 개인적으로 연락도 하면서 하나씩 다 사서 가져오는 거라 조금 힘들긴 합니다. 근데 딱 하나 정해서 팁을 드리자면 그냥 이베이를 매일 찾아보는 방법 말고는 없는 것 같아요.
Q. 그럼 지금 이곳에 있는 프레임 중에 가장 힘겹게 구했거나 아끼는 매물이 있을까?
A. ‘93년식 보라색 스페셜라이즈드 스텀점퍼’인 것 같아요. 예전에 처음 자전거에 관심 있을 때 저 모델을 엄청 사고 싶었거든요. 그래서 저 매물을 엄청 찾아봤었는데 매물이 도저히 없는 거예요. 그래서 포기를 하고 이제 다른 자전거를 타고 하다가, 숍 오픈하고 매물을 뒤지다가 저 친구를 발견해서 바로 데리고 왔습니다. 구매를 할 당시에 평균적인 가격보다 훨씬 높았거든요. 그래도 저거는 매장에 하나 걸어둬야지 하는 마음으로 사놨어요. 왜 빈티지 옷 가게에 가도 제일 멋있는 티셔츠 같은 거 그냥 하나 딱 걸어두잖아요. 그런 느낌으로 걸어놓은 거죠. (웃음)


Q. 뉴욕, 도쿄, 런던 등 다양한 도시에서 자전거는 이미 중요한 교통수단이 되어있는 경우가 많다. 서울에도 '따릉이'라는 공유 자전거 시스템이 존재하는데 개인적으로 이 시스템에 대해 어떻게 바라보고 있는지 궁금하다.
A. 따릉이는 정말 좋은 시스템이라고 생각합니다. 자전거를 사기는 부담스러우신 분들에게 최고의 선택지죠. 접근성도 좋고 단거리 이동에도 편해서, 자전거라는 분야를 일상으로 연결해 주는 좋은 입구 역할을 한다고 봅니다.
모든 사람이 처음부터 자기 자전거를 가질 필요는 없잖아요. 따릉이를 타다 보면 자전거 이동이 편하다는 걸 알게 되고, 그러다 자연스럽게 “내 자전거를 갖고 싶다”는 마음으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저는 이런 흐름이 자전거 문화의 판을 넓혀준다고 생각해서 긍정적으로 봐요. 다만 내 자전거를 소유하는 건 또 다른 영역의 재미입니다. 따릉이가 급할 때 쓰는 편의점 우산 같다면, 개인 자전거는 내가 좋아하는 재킷 같은 느낌이죠. 단순히 이동 수단 기능만 하는 게 아니라 나를 표현하는 물건이 되는 셈이니까요. 따릉이가 자전거의 시작을 돕는다면, 자기 자전거는 그 사람의 확실한 취향을 만들어준다고 생각합니다.

Q. 지금까지 커스텀 의뢰 중 가장 기억에 남는 작업 혹은 에피소드는 무엇이었는지 궁금하다.
A. 특별히 어느 한 대의 자전거가 기억에 남는다기보다는, 자전거가 완성돼서 손님이 방문하실 때 손님들의 표정이 전부 기억에 남아요. 오래 기다린 자전거가 눈앞에 완성되어 나타났을 때, 마치 어릴 때 정말 갖고 싶었던 새 장난감 선물을 받았을 때 짓는, 엄청 설레어하는 표정들 있잖아요. 그 행복한 표정들이 기억에 오래 남는 것 같습니다.
Q. 바이크숍을 운영하면서 가장 큰 만족도나 보람을 느끼는 순간은 언제인가?
A. 가끔 숍에 아예 자전거를 전혀 모르시는 입문자분이 오실 때가 있어요. "자전거 종류도 모르고 부품도 잘 모르지만 여기서 자전거를 맞추고 싶다"면서, "그냥 사장님이 보시기에 저한테 제일 잘 어울리고 멋진 조합으로 알아서 다 맞춰주세요" 하고 10분 만에 쿨하게 결제까지 끝내고 가시는 손님들이 계시거든요. 저라는 사람의 안목을 온전히 믿고 맡겨주시는 거죠. 그렇게 완성된 바이크를 손님이 인계받으시고 만족하며 타고 돌아가실 때, ‘아, 내가 누군가의 삶과 취향에 다가가는 일을 하고 있구나’ 하는 생각이 들면서 보람과 만족감을 느낍니다.


Q. '트웬티식스'가 앞으로 라이더들에게 어떤 공간으로 기억되길 바라는지, 그리고 앞으로의 최종 계획이나 목표에 대해 한 말씀 부탁한다.
A. 그냥 직관적으로 되게 멋있는 공간, ‘멋있는 자전거 가게’로 기억됐으면 좋겠습니다. 저는 트웬티식스가 라이더들에게 “거기 연남동에 자전거 멋있는 거 진짜 많던데, 한 번 가봐”라는 말이 자연스럽게 나오는 힙한 아지트 같은 공간이 되길 바래요.
지금은 매장에 프레임 위주로 진열되어 있어서, 지나가다 그냥 구경하러 들어오기엔 조금 부담스러워하거나 눈치 보시는 분들도 계시더라고요. 그래서 앞으로는 다양한 액세서리들을 많이 채워 넣을 계획이에요. 자전거 벨이나 컵 홀더, 가방 같은 소소하고 재미있는 아이템들이요. 자전거를 당장 사지 않더라도, 누구나 연남동에 놀러 왔을 때 옷 가게나 소품숍 구경하듯 가벼운 마음으로 들어와 슥 둘러보고 갈 수 있는 자전거 가게로 꾸려나가고 싶습니다.

Q. 'fake'의 의미를, 목적을 달성한 모습을 더욱 매력적으로 표현해 주는 행동이나 태도로 재해석해보았다. 트웬티식스 바이크숍이 생각하는 'fake'란 무엇인가?
A. 'Fake it until you make it'이라는 말이 있잖아요. 저에게 fake는 딱 그 문장 같은 의미입니다. 처음에는 제가 어떤 장르나 문화를 즐기는 사람이라기보다, 그냥 겉모습이 멋있어 보여서 흉내 내는 사람처럼 느껴질 때가 있었습니다. 흔히 말하는 ‘포저(poser)’였던 셈이죠.
그런데 저는 그 시작이 전혀 부끄럽거나 나쁘다고 생각하지 않아요. 처음부터 다 알고 시작하는 사람은 없으니까요. 잘 모르더라도 좋아 보이니까 일단 흉내 내고 따라 해보는 게 당연한 출발점입니다. 중요한 건 그다음이에요. 겉모습만 흉내 내는 데서 그치지 않고, 그걸 계속 좋아하면서 내 시간과 노력을 쏟아붓느냐의 문제죠. 저한테는 자전거가 딱 그랬습니다. 처음엔 단순히 해외 샵들의 빌드가 멋있어 보여서 흉내 내는 걸로 시작했어요. 그런데 매일 자전거를 뜯어고치고, 부품을 찾아 디깅하고, 밤새 조립하다 보니 어느 순간 이게 제 삶이 되어 있었습니다. 구경꾼이었던 제가 지금은 숍을 열고 자전거를 직접 만들고 있으니까요.
그래서 저에게 fake는 가짜라기보다, 진짜가 되기 위해 거쳐 가는 과정에 가깝습니다. 처음부터 진짜일 필요는 없어요. 멋있어 보여서 흉내 내며 시작했더라도, 끝까지 진심을 다해 매달리면 결국 진짜 내 것이 됩니다. fake로 시작했지만 결국엔 진짜 진심이 되어버린 것, 저에게는 자전거가 그런 존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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